북한 기업의 노동력과 노동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분석한 책. 이 책은 미시적 단위인 기업에서의 노동력 활용을 위한 조직구조, 근로자·중간관리자·경영자의 행동양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북한의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한다.
저자들은 '사회주의에서의 노동, 북한의 경제위기와 노동환경의 변화, 북한 노동자의 존재양식, 북한 기업의 작업조직, 북한의 작업장 문화와 노동자 정체성' 등 5가지 주제로 나누어, 새터민 165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인터뷰에 입각해 북한의 생산현장과 노동 실태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양장본]
북한 경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계획경제? 폐쇄경제? 자력갱생?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북한 경제 하면 무엇보다도 ‘어렵다’는 것을 우선 떠올린다. 대표적인 것이 식량난이다. 물론 그러한 인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절반의 진실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의 북한 경제는 적어도 1960~1970년대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마디의 단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렵기는 하지만 매우 역동적인 경제이다. 경제개혁의 진전에 따른, 시장과 계획의 공존이라는 표현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못하다. 국민경제라는 범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는 분절화·파편화되었다.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계기로 시작된 북한의 경제위기는 너무도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경제위기로 인해 북한 경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구조적 변화를 강제당했다. 노동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환경, 경제 외적 환경, 거시적 환경, 미시적 환경 등 많은 환경이 바뀌었다.
이 책은 북한에 관한 기초적인 연구라 할 수 있다. 특히 노동 분야의 연구는 북한 연구에서 일종의 사각지대다. 사실 연구자와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기초보다는 응용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사회과학에서 기초적 연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북한처럼 정보와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구 대상의 경우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날 북한 연구가 양적인 풍요성과 질적인 빈약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북한에 대한 미시적 접근임과 동시에 각론적 연구이다. 그동안 북한 연구는 미시적 접근보다는 거시적 접근에, 각론적 연구보다는 총론적 연구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미시적 연구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거시적 연구는 부실공사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각론적 연구가 충실하지 않은 조건하의 총론적 연구는 공허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북한의 실상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하부단위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그 속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 연구는 북한에 관한 실증적 연구의 범주에 속한다. 북한에 대한 규범적 연구가 실증적 연구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의 진전과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이 연구는 연구사적으로 볼 때 공백상태로 남아있는 부분을 실증적 접근으로 메운다는 의의와 함께 관련된 규범적 연구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부여받을 수 있다.
사실 연구사적 관점뿐만 아니라 실천적 관점에서도 북한의 생산현장과 노동 실태 파악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단기적으로는 핵문제가 걸림돌이기는 하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의 대외개방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한국 자본을 비롯한 외국 자본의 북한 진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 자본을 비롯한 외국 자본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노동력, 북한 생산현장에서의 노동관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자본뿐만 아니라 국가의 입장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노동자, 북한 생산현장에서의 노동관리 실태 등에 대해서는 그 구체적인 실상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스스로 경제개혁을 추진할 경우에도 노동 부문의 제도개혁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이곳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서는 실태를 제대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개혁·개방, 체제전환과 같...은 대변혁기에도 역사는 비약하지 않으며 연속과 단절의 양 측면을 동시에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제도의 문제, 특히 ‘사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제도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새터민 165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인터뷰에 입각해 북한의 생산현장과 노동 실태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진들은 지난 2004년 여름부터 2006년 봄까지 2년 동안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 노동 분야에 대한 새터민 조사는 국내의 어느 선행 연구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다.
물론 새터민 조사에 입각한 연구는 한계가 있지만 본 연구진들이 발견한 새로운 현상들이나, 다듬어본 몇 가지 생각의 줄기들은 분명 학계는 물론이요, 북한을 이해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제1장 사회주의에서의 노동: 북한 사례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중심으로 / 박정호·구갑우
제2장 북한의 경제위기와 노동환경의 변화: 기업지배구조를 중심으로 / 양문수
제3장 북한 노동자의 존재양식: 탈북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 정건화
제4장 북한 기업의 작업조직 / 이동명
제5장 북한의 작업장 문화와 노동자 정체성: 노동통제와 작업동의를 중심으로 / 조정아
제1장 사회주의에서의 노동: 북한 사례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중심으로 / 박정호·구갑우
제2장 북한의 경제위기와 노동환경의 변화: 기업지배구조를 중심으로 / 양문수
제3장 북한 노동자의 존재양식: 탈북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 정건화
제4장 북한 기업의 작업조직 / 이동명
제5장 북한의 작업장 문화와 노동자 정체성: 노동통제와 작업동의를 중심으로 / 조정아
구갑우 [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유럽연합의 공공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토야마대학 외래교수, 릿교대학 방문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로는 『비판적 평화연구와 한반도』, 『국제관계학 비판』, “한반도 안보 딜레마와 북한의 ‘경제·핵 조건부 병진노선’의 길”, “한반도 평화체제의 역사적, 이론적 쟁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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