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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남긴 동북아 삼국의 문화 코드를 리드하는 거대 프로젝트! 『四君子와 歲寒三友』세트 출간 한·중·일 문화코드읽기는 이 세 나라의 문화를 해독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이들 세 나라가 함께 누린 문화의 동질성을 다시 확인하고 고유의 특성을 키워 나가기 위한 작업이다. 오늘날까지 이들 세 나라의 문화 속에 스며들어 있는 공통된 상징과 이미지, 그리고 그 차이를 비교해 보기 위한 일환으로 첫 작품 『매화』가 출간된 이래 『소나무』『대나무』『국화』『난초』가 연이어 출간되면서 『四君子와 歲寒三友』 세트가 완성되었다. 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지칭한다. 이들은 계절별로 구성된 소재들이다. 반면에 세한삼우는 ‘겨울의 세 벗’이라 하여 소나무, 매화, 대나무를 지칭한다. 추운 겨울의 눈과 서리를 이겨내는 식물로 구성되어 있다. 사군자는 고결한 군자의 인품에 비유하고, 세한삼우는 시련 후에도 변치 는 선비에 비유하여 모두 절개(節槪)와 지조(志操)를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四君子와 歲寒三友』 하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사군자’나 ‘세한삼우’란 말 자체는 익숙하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지조와 절개라는 말 이외에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넓은 생각으로 돌이켜본다면 한·중·일 3국의 공통된 문화 소스이며, 유구한 문화의 산물을 이뤄 낸 기본 개념일 뿐 아니라, 선인들이 가슴속에 간직해 온 하나의 이념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한 인물 혹은 여러 사람의 가슴속에 중심축이 되어 일관된 목표와 사고로 한 가정을, 한 마을을, 한 나라를 유지시켜 온,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그 무엇’이란 것이다. 뒤뜰에 심어진 수목이 아닌, 땔감·문방사우·생활용품·그림 속의 단순한 소재 식물이 아닌 사상인 것이다. 종교와 사상, 문학, 회화, 생활 그리고 오늘날로 장을 나누어, 매화, 소나무, 대나무, 국화, 난 의 과거·현재·미래 속에 담긴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다.

소나무, 천년을 살아온 그 상징의 숲속에서 끈끈한 인간의 절의가 풍겨 난다. 과거 치산치수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소나무. 장생의 전설과 상록의 기상으로 상징화되면서 왕실을 지켜 주는 듬직한 수호목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 소나무의 상징성과 기운을 『소나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북아 삼국인의 마음속에 스며 있는 사상과 종교적 의미, 문학과 예술에 나타난 소나무의 이미지를 통해 천년을 살아온 그 상징의 숲속에서 〈세한도〉와 같은 끈끈한 인간의 절의를 느끼게 하고, 〈 장생도〉와 같은 장생의 평화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매화, 청빈 속에서 살아가는 선비의 기개이고, 눈 속에서도 몰래 풍기는 향기는 군자의 덕이다. 상징과 이미지 속에서 자란 매화는 색 바란 고서의 종이 위에서, 병풍이나 족자의 섬세한 비단 위에서, 때로는 청자와 백자의 차가운 도자기 위에서 개화한다. 또한 종교적인 이념과 믿음의 대상이 되며, 일상적인 생활풍습 속에서는 환상적인 전설과 멋을 내는 생활도구와 장식 문양을 만들어 낸다. 난초, 홀로 고고하게 향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 세속의 이욕과 공명에 월한 고결한 선비의 마음을 닮았구나. 공자에 의해 최 로 세상에 알려진 난 . 공자가 뜻을 못 펴고 중원을 떠돌고 있을 때 잡 에 묻혀 맑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난 를 보고 자신과 비유하면서 불후한 군자로 상징되었다. 그 후로 높고 깨끗한 인격과 그윽한 정절을 상징하며 순수한 정신세계와 세간의 영욕에 휘둘림 없는 지식인의 이상으로 여겨 왔다. 문학과 회화 속에 표현된 이러한 관념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는데, 동북아 삼국의 시공을 월한 난 의 기품을 살펴본다. 국화, 정신과 육체를 다스린 삶의 꽃으로서 수명장수와 부귀복락의 상징을 가장 강하게 담고 있다. 국화는 가을 된서리가 오만하게 버텨도 꿋꿋하게 서서 마침내 꽃을 피운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바위나 괴석과 함께 청 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더구나 꽃이 져도 잔국의 형태로 남아 옛 향수를 더욱 강하게 풍긴다. 이러한 모습에 시인묵객들은 인고와 지도의 군자로 또는 충직과 절개로 표현했으며, 장수와 영원불멸의 이미지로 칭송했다. 고래로부터 동북아 삼국의 정신과 육체를 다스린 삶의 꽃이 되어 세태 인심에 귀 기울이지 는 이상 세계의 꽃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국화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대나무,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것이 사람과 일생을 같이하다. "중국인의 일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나무와 함께 살아왔다"고 말한 임어당의 말처럼, 옛날 동아시아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대나무 도구와 함께 살아왔다. 문 도구가 되고, 악기가 되고, 살상무기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플라스틱에 의해 그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 상징적인 가치는 종교 속에서, 문학과 예술 작품 속에서 혹은 생활풍습과 무심코 사용하는 아이들의 언어 속에서 죽순처럼 자라고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四君子와 歲寒三友』의 아름다운 비상 세계화와 함께 지역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경은 소멸되어 가고 있지만 문화를 단위로 한 지역 간의 울타리는 날로 선명해지고 있다. 정치 경제의 이념으로 양극화되었던 세계는 이제 문명, 문화를 토대로 한 다원적인 세계 구도로 변화해 가고 있다. 이미 우리는 국가 형태의 유럽연합의 탄생을 통해서 문화의 공유와 그 정체성이 정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파워로 등장하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 지금 문화, 문명은 충돌하는 것인지 혹은 공존 융합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가 세계의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물음 이전에 우리가 서 있는 문화의 기반이 무엇이며,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 왔던 근대화·서구화의 그것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부터 깊이 알아야 할 것이다. 한국·중국·일본의 동북 아시아 세 나라는 서양을 알기 이전부터 3,000년 동안 함께 나눠 온 문화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의 중화사상과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같은 일국 중심의 지배 이론으로 그동안 동북 아시아의 문화적 가치는 편향되고 왜곡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동북 아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지역 문화의 동질성과 특성을 다시 새롭게 물어야 할 중대한 문명사적 소명 앞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다. 특히 그 역할은 한번도 그것을 지배의 도구로 이용해 본 일이 없었던 한국이 주도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그리고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보아도 중국의 대륙 문화와 일본의 해양 문화를 다같이 아우를 수 있는 것은 한국의 반도 문화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종래처럼 일국 중심의 패권이나 이념화를 통하지 고 가치 중립적인 입장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우리는 매화나 대나무처럼 역사적으로 공유해 온 구체적인 대상물의 상징과 이미지를 비교하여 그 차이와 공통점을 밝혀 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는 한마디로 동북 아시아 세 나라의 문화 코드를 읽는 작업이다. 『사군자와 세한삼우』를 통해 공통의 언어와 상상력, 사고의 문법을 구축하고 그것을 새로운 글로벌 문명으로 살아가는 데 이른바 사회 자본(social capital)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3,000년의 문화, 그것도 한 나라가 아닌 동북아시아의 대륙과 해양, 반도를 함께 융합하는 거대한 시공(時空)의 서(書)가 될 것이다. - 책임편찬 이어령 서문 중에서

이어령 [저]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이어령. 문학평론가, 언론인, 소설가, 시인, 에세이스트, 전 문화부 장관 등 그를 규정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24세에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등장한 그는 문학이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가 되었으며, 이후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우리시대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또한 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는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굴렁쇠 소년’ 퍼포먼스를 기획하는 등 탁월한 ‘크리에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20대에 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7개 국어로 번역되는 등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각광받았으며 50대에 출간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일본인도 인정한 탁월한 일본 문명 분석서로 평가받는다. 사회의 변화를 읽고 새 시대를 예고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창조력, 상상력, 호기심에 있음을 역설하는 그는 여든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누구보다 젊은 감각으로 시대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창조적 사유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대표 저서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축소지향의 일본인』『지성에서 영성으로』『저항의 문학』『젊음의 탄생』『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디지로그』『생명이 자본이다』 등이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중앙일보 상임 고문 및 (재)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