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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마을 
봄날의책 세계시인선1 ㅣ 이바라기 노리코, 정수윤 ㅣ 봄날의책 ㅣ 茨木のり子全詩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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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19년 01월 31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192page/121*205*14/222g
  • ISBN
9791186372616/118637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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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대표작들을 모은 시선집. 단순한 언어에 깊은 뜻을 담는 일, 어렵지 않은 시어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일, 그리하여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쪽으로 가게 하는 일, 이것이 이바라기 노리코가 시인으로 살면서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해온 작업이다.
  • 이바라기 노리코가 소녀였을 때, 일본은 전쟁을 선포했다. 소녀는 헌책방에 숨어들어 새와 달과 사랑을 노래하던 천 년 전 시를 읽으며 살벌한 전쟁의 시대를 버텼다. 그리고 스무 살 되던 해, 그녀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제 시의 발상은 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주변에 아름다운 것은 없고 뉴스나 영화도 전쟁물뿐이어서 살벌했습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이 터부시되는 시대였어요. 어린 마음에도 이건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는 게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들 하는데, 그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건가? 애초에 생명은 왜 태어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제 안에 있는 작은 씨앗의 주장이 옳았습니다. 각자의 내면에 숨 쉬는 좋고 싫음도 중요하고. 제가 가진 감성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마다 와르르 무너져 내려 엉뚱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곁에 있던 이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 모를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할 줄 몰랐고 순진한 눈빛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꽉 막혀 손발만이 짙은 갈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마구 걸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선 재즈가 흘러나왔다 금연 약속을 어겼을 때처럼 비틀거리며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몹시도 불행한 사람 나는 몹시도 모자란 사람 나는 무척이나 쓸쓸하였다 그래서 다짐했다 되도록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내가 가장 예뻤을 때」(전문) *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빛나는 청춘의 시절, 자유와 희망이 가득한 곳, 사람들을 꿈꾼 이바라기 시인의 마음이 잔잔하되 절실하고 절절히 표현된 시편들이 여럿이다. 대담하고 박력 있는 어조로 여성의 목소리를 한껏 뽐낸 시집이 지어졌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시 두 편을 옮겨본다. 처음 가는 마을로 들어설 때에 나의 마음은 어렴풋이 두근거린다 국숫집이 있고 초밥집이 있고 청바지가 걸려 있고 먼지바람이 불고 타다 만 자전거가 놓여 있고 별반 다를 것 없는 마을 그래도 나는 충분히 두근거린다 낯선 산이 다가오고 낯선 강이 흐르고 몇몇 전설이 잠들어 있다 나는 금세 찾아낸다 그 마을의 상처를 그 마을의 비밀을 그 마을의 비명을 처음 가는 마을로 들어설 때에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떠돌이처럼 걷는다 설령 볼일이 있어 왔다고 해도 맑은 날이면 마을 하늘엔 어여쁜 빛깔 아련한 풍선이 뜬다 마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처음 온 내게는 잘 보인다 그것은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멀리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영혼이다 서둘러 흘러간 풍선은 멀리 시집간 여자가 고향이 그리워 놀러온 것이다 영혼으로라도 엿보려고 그렇게 나는 좋아진다 일본의 소소한 마을들이 시냇물이 깨끗한 마을 보잘것없는 마을 장국이 맛있는 마을 고집스런 마을 눈이 푹푹 내리는 마을 유채꽃이 가득한 마을 성난 마을 바다가 보이는 마을 남자들이 으스대는 마을 여자들이 활기찬 마을 ―「처음 가는 마을」(전문)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 ...
  • 전설 행방불명의 시간 답 길모퉁이 버릇 물의 별 이자카야에서 충독부에 다녀올게 이웃나라 언어의 숲 그 사람이 사는 나라 벗이 온다고 한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학교 그 신비로운 공간 이정표 낙오자 3월의 노래 6월 11월의 노래 12월의 노래 자기 감수성 정도는 질문 떠들썩함 가운데 호수 처음 가는 마을 창문 얼굴 기대지 않고 나무는 여행을 좋아해 목을 맨 남자 쉼터 벚꽃 말하고 싶지 않은 말 안다는 것 이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자아이의 행진 식탁에는 커피향이 흐르고 더 강하게 되새깁니다 바다 가까이 작은 소용돌이 시인의 알 그날 꿈 달의 빛 부분 샘 연가 짐승이었던 서두르지 않으면 (존재) (팬티 한 장 차림으로) 세월 옮긴이의 말 수록 작품 출전
  • 이바라기 노리코 [저]
  • 정수윤 [저]
  • 저자 정수윤은 1979년 서울 출생의 작가, 번역가다.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시작으로 미야자와 겐지 『봄과 아수라』,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이노우에 히사시 『아버지와 살면』, 와카타케 치사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일본 산문선 『슬픈 인간』, 사이하테 타히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등 시·소설·산문·희곡에 걸쳐 일본 근현대문학을 이끌어온 다양한 명작을 우리말로 옮겼다. 어린 시절 읽고 또 읽은 세계문학전집 한 질의 영향으로 문학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무엇을 꿈꾸며 살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장을 다니다가 와세다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학 작품을 번역하며, 꿈속처럼 살고 사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동화 『모기소녀』가 있다. 여러 분야 창작자들과 5년을 함께 보낸 공동 작업실 벽에 ‘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돌아보면 작업실을 오가며 늘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날마다 고독한 시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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