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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다시 희곡을 읽을 시간 
이희인 ㅣ 테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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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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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page/128*188*22/36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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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87789277/1187789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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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이디푸스 왕〉부터 〈관객모독〉까지 희곡 독서 에세이 소설이나 시, 동서양의 다양한 인문 고전 등을 천착해 읽은 글들은 많지만, 연극의 대본인 희곡을 읽은 글은 드물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연극들은 공연될 때뿐만 아니라 희곡 자체의 문학적 가치도 명백한 터인데, 많은 이들이 희곡 자체에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줄글로 요약된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는 것으로 희곡 읽기를 대신할 따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희곡 읽기는 소설이나 다른 문학작품 읽기에 비해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맥락마저 생략된 대사들과 약간의 지문만으로 배우들의 감정이나 무대 위 상황 등 많은 것을 독자가 상상해야 하기에 희곡 독해의 어려움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자, 이제 다시 희곡을 읽을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곡을 읽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를 말해주는 책이다.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에서 페터 한트케의 언어극까지 대표적인 서양 연극 스물네 편의 희곡을 찬찬히 읽은 후, 그 속에 깊이 새겨진 인생, 운명, 사랑, 역사, 혁명, 예술, 과학, 양심 등 묵직한 주제와 성찰을 들춰낸 희곡 독서 에세이인 것이다.
  • 스물네 편의 희곡을 읽다 스물네 편의 감동을 쓰다 〈오이디푸스 왕〉은,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며 앎의 가장 높은 경지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는 점을 가르쳐준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일에 실패한 오이디푸스의 운명은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적 철학은 이렇게 앞선 비극의 세계와도 만난다.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 자신을 알게 되는 두려움이 서양 연극의 위대한 고전이 주는 교훈이다. 문학작품에 배치된 위대한 논쟁들은 한 구절 한 구절 독자로 하여금 숨을 멎게 하고 식은땀을 흘리도록 한다. 셰익스피어의 솜씨는 이런 부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등장하는 브루터스와 안토니의 연설 장면은 이 희곡의 고갱이를 이룬다. 뷔히너의 희곡 〈당통의 죽음〉에 펼쳐지는 당통과 로베스피에르의 논쟁도 문학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논쟁 장면들을 보여준다. 베르너 파스빈더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에서 우리 시대의 ‘오셀로’를 볼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 ‘알리’는 민족적, 인종적 차별에 질식해 사망하는 북부 아프리카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로 설정된다. 〈오셀로〉가 무어인이 민족과 인종, 피부색에 상관없이 낯선 나라 베네치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성공한 이야기이고 보면, 셰익스피어가 그린 당시의 베네치아가 오늘날 혐오와 차별로 점철된 유럽의 나라들보다 훨씬 개방적인 나라였던 걸로 보인다. 역사는 정말로 진보하는 것일까. G. E. 레싱의 〈현자 나탄〉은 이미 240여 년 전에 기독교와 유태교, 이슬람교가 근본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고 각각의 민족과 종교의 상이함에 앞서 우리가 ‘인간됨’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레싱이 말하는 ‘인간’은 결과적으로 종교의 근본주의와 인종적 편견을 넘어선 양심과 도덕의 주체를 의미한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 수준의 인간을 의미하지만, 굴절된 세상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체현한 사람을 일컫는 일이 되는 것이다. ‘빌어먹을 호텔 방에서 태어나 호텔 방에서’ 생을 마감한 유진 오닐은 마지막 작품 〈밤으로의 긴 여로〉를 두고 스스로 ‘깊은 슬픔과 이해와 용서로 쓰인 글’이자 ‘눈물과 피로 쓴 오랜 슬픔의 드라마’임을 밝힌다. 카프카가 자신의 몇몇 작품에 대해 했던 유언과 마찬가지로 오닐은 이 작품을 자신의 사후 25년 동안 발표하지 말고 그 이후에도 절대 무대에 올리지 말 것을 못 박았다. 그러나 뮤즈는 작품을 세상에 돌려줬고 우리는 가장 처절한 현대의 비극 한 편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희곡은 무대에 올릴 것을 전제로 집필된다. 그런데 문학으로 읽히기를 염두에 둔 희곡은 가능하며 그것은 바람직한 일일까? 독자들은 소설 작품을 읽을 때는 그 행간에서 삶과 인생의 장면을 상상하면 되지만, 희곡에선 무대 위의 상황과 배우의 감정 상태를 먼저 상상해야만 한다. 희곡 읽기의 어려움이다. 하지만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문학작품으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희곡이다. 남자 주인공인 ‘짐승남’ 스탠리의 외모와 성격을 묘사한 지문만 봐도 그 문학성을 짐작할 만하다. 단단히 구축된 전통의 연극 체계를 해체하려는 노력의 한 극단에 페터 한트케의 이름이 있다. 연극, 혹은 희곡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메타연극 기법은 피란델로에서도 시도된 바 있으나 〈관객모독〉은 보다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극 중의 이름을 갖지 못한 배우들일 뿐이며 어떤 대사가 자신에게 배정돼 있는지도 알 수가 없고 어떠한 지문도 없다. 희곡 앞머리에 무대 분위기와 상...
  • 4 작가의 말 15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두려움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27 누가 메데이아에게 돌을 던지랴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39 추함, 아름다움을 굴복시키다 셰익스피어 〈리처드 3세〉 49 누가 내 마음을 움직이는가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61 흰 목덜미 위의 검은 손 셰익스피어 〈오셀로〉 73 가장 나쁜 죄, 위선 몰리에르 〈타르튀프 혹은 위선자〉 85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 G. E. 레싱 〈현자 나탄〉 97 혁명은 무엇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G. 뷔히너 〈당통의 죽음〉 109 19세기 초, 유럽의 내면 풍경 G. 뷔히너 〈보이체크〉 121 제발 숨 막혀, 인형이 되긴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 133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리 안톤 체호프 〈벚꽃 동산〉 143 나는 잘못이 없네, 잘못은 대지에게 있을 뿐 F. G. 로르카 〈피의 결혼〉 157 우리는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모르는가? B. 브레히트 〈갈릴레이의 생애〉 169 제발, 연극에 몰입하지 마시기를 B. 브레히트 〈사...
  • 이희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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