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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이덕무의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한정주 ㅣ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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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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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page/136*204*25/44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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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30628370/11306283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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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무의 시가 나를 홀로 서게 했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다간 조선 최초의 모더니스트 이덕무 그가 희망과 절망을 넘어 온몸으로 써낸 128편의 명시들!! 촌철살인의 시에 응축된 자존감. “절망은 희망처럼 허망하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말이다. 삶이란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다. 만약 절망이 허망한 것처럼 희망도 허망한 것이라면, 희망이 실체가 없는 것처럼 절망도 실체가 없다. 희망도 없고 절망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희망을 품지도 말고 절망할 필요도 없이 당당하고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 여기 희망과 절망을 넘어 자신의 삶을 거침없이 살다간 조선 최초의 모더니스트가 있다. 이덕무. 사상적으로는 북학파, 문학적으로는 백탑파로 조선 최초로 청나라의 근대적 지식을 받아들였으며 성리학적 규범의 문장을 버리고 동심과 개성과 실험과 일상과 조선의 시를 썼다.
  • 여름날 병들어 누워 간혹 가난 때문에 병 얻으니 病或因貧得 내 몸 돌보는 일 너무도 소홀하네 謀身奈太? 개미 섬돌에도 흰 쌀알 풍족하고 ?階豊素粒 달팽이 벽에도 은 글씨 빛나네 蝸壁耀銀書 약은 문하생 향해 구걸하고 藥向門生乞 죽은 아내 좇아 얻어먹네 粥從內子茹 병 얻어도 오히려 독서 열중하니 猶能耽卷帙 굳은 습관 일부러 고치기 어렵네 結習故難除 _167쪽에서 담담함과 초탈함이 느껴지는 시다. 이덕무는 가난한 서얼 출신으로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스스로의 힘으로 학문을 갈고닦았다. 흔히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看書癡)’로 잘 알려졌으나, 지독한 독서 편력만큼이나 시에 대한 열정과 문장 실력, 탐구 정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단했다. 조선의 정경을 그대로 담아낸 ‘진경 시’, 어린아이의 천진함 같은 ‘동심의 글쓰기’, ‘기궤첨신’이라 평가받은 참신하고 통찰력 있는 수많은 시와 산문을 남겨 멀리 중국까지 이름을 떨쳤고 ‘한시 4대가’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었다. 1792년 개성적인 문체 유행을 금지하는 문체반정에 휘말렸음에도 사후 국가적 차원에서 유고 전집 『아정유고雅亭遺稿』가 간행된 대문장가였다. 비난을 환호로 바꾼 이덕무의 힘 이덕무의 시를 혹평한 대표적인 사람은 자패子佩라는 사람이다. “비루하구나! 이덕무가 지은 시야말로. 거칠고 서툰 사람의 비루함에 안주하고, 오늘날의 자질구레하고 보잘것없는 풍속과 유행을 즐겨 읊는다. 지금의 시일 뿐 옛 시는 아니다.” 18세기 조선의 문인 연암 박지원은 자패의 혹평을 비판하면서, 이덕무의 시는 오늘날 조선의 풍속과 유행을 읊고 있기 때문에, 만약 공자가 살아 돌아와 다시 시의 경전인 『시경詩經』을 편찬하는 작업을 한다면 반드시 이덕무의 시를 채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천안 농가에서 쓰다 묵은 찹쌀로 담근 술 맛있게 김 오르니 紅米爲?暖欲霞 털모자 쓴 글방 선생 날마다 찾아오네 氈冠學究日相過 낫을 찬 꼴머슴은 갈대 베다 쉬고 있고 園丁斫荻腰鎌憩 냇가의 수건 두른 여인 빨래하며 노래하네 溪女挑綿首?歌 서리 내린 들녘에는 벼 쪼아 먹는 기러기 쫓고 ?稻霜陂驅白? 볕 쬐는 언덕에는 고양이 숨겨 국화를 지키네 蔭猫陽塢護黃花 타향의 사투리는 객지의 시름을 잊게 하니 旅愁消遣?鄕話 깊고 깊은 흙담집에 누워서 듣네 臥聽深深土築窩 _212쪽에서 자패는 유득공의 숙부 유금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유금은 이덕무의 시를 훗날 청나라에 가져가서 반정균에게 “이덕무의 시는 평범한 길을 쓸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최고의 비평을 받아왔다. 한때는 이덕무의 시가 중국의 옛 시를 닮지 않았다고 비방하고 비난했던 사람이 이덕무의 시야말로 참된 조선의 시라고 찬미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당시 이름 없는 시인에 불과했던 이덕무의 시를 청나라까지 가져가서 비평을 받으려고 했겠는가? 옛것에 익숙한 사람에게 새로운 것은 거부감과 반감을 일으키기 쉽다. 하지만 새로운 것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는 순간 거부감과 반감은 호감과 수용 그리고 환호로 바뀐다. 동심, 일상, 개성, 실험, 조선의 문학가 이덕무는 동심의 시를 썼다. 이덕무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항상 거짓 꾸밈 없는 진솔한 시를 썼다. 이 때문에 이덕무의 시에는 자연 사물과 사람들에 대한 그의 진실하고 솔직한 감성, 기운, 마음, 뜻, 느낌, 생각들이 잘 담겨 있다. 생동生動하는 이덕무 시의 생명력은 다름 아닌 동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이덕무는 일상의 시를 썼다. 이덕무는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각자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 들어가는 말 동심, 일상, 개성, 실험, 조선의 시인 1.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모든 것이 시다 2. 말하지 않고 말하고, 드러내지 않고 드러낸다 3. 좋은 시는 울림을 준다 4. 살아 움직이는 생물 5. 압축과 생략의 묘미 6. 기이하고 괴이하고 날카롭고 새롭다 7.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 8. 매미에 담은 마음과 귤에 새긴 삶 9. 진경산수화와 진경시 10. 놀이와 장난과 창작 11. 백탑의 맑고 순수한 우정 12. 시에는 소리가 있다 13. 조선의 시를 써라! 14. 기하실 유금과 『한객건연집』 15. 나의 절친 박제가 16. 시에는 감정이 있다 17. 시화詩話, 시품詩品, 시평詩評 18. 자연을 묘사하는 법 19. 시에는 색깔이 있다 20. 삶의 온도 냉정과 열정 사이 21. 시에는 경계가 있다 22. 사랑 23. 영처?處의 미학 24. 매화의 미학 25. 나의 스승 나의 벗 박지원 26. 시를 많이 짓지 않은 박지원 27. 누구나 시를 지을 수 있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28. 소설은 구조의 문학, 시는 직관과 감각의 문학 29. 담담함과 읊조림 30. 산문 같은 시, 시 같은 산문 31. 풍속화와 풍속시 ...
  • 과천 가는 길에 밭 사이 가을 풍물, 눈이 온통 즐겁고 田間秋物眼堪娛 완두는 가늘며 기다랗고 옥수수는 거칠고 굵네 豌豆纖長?黍? 아구새 서리 맞아 반질반질 빛이 나고 鴉舅受霜光欲映 기러기 추위 피해 그림자 늘어뜨렸네 雁奴辭冷影初紆 소나무 장승 무슨 벼슬 얻어 머리에 모자 썼나 松?何爵頭加帽 돌부처 사내인데 입술 붉게 칠했구나 石佛雖男口抹朱 저녁노을 질 때 절뚝거리는 나귀 재촉하니 催策蹇蹄斜照斂 외양간 앞 남쪽 밭두렁이 바로 큰길이네 牛宮南畔是官途 - 『아정유고 2』 18세기 조선을 ‘진경시대’라고 부른다. 진경시대의 문화 예술을 장식한 양대 축은 진경산수화와 진경시문이었다. 진경산수화가 조선의 산천山川과 강호江湖의 실경을 그림으로 묘사했다면 진경시문은 언어로 표현했다. 그래서 진경산수화와 진경시문은 마치 한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처럼 닮았다. 더욱이 진경산수화를 그린 화가와 진경시문을 지은 시인은 마음을 함께하는 벗처럼 친밀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겸재 정선이다. 그렇다면 진경시문의 대가는 누구였을까? 먼저 겸재 정선의 절친인 사천 이병연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사천 이병연의 뒤를 이은 진경시문의 대가로는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등 ‘백탑파’ 시인이 있다. 이런 까닭에서일까? 이서구는 이덕무의 시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진경眞景을 묘사하여 시어詩語가 기이하다.” 자기 주변의 일상을 소품문(에세이)으로 표현하는 데 뛰어났던 최고의 에세이스트 이덕무는, 또한 시적 언어를 통해 일상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에도 탁월했던 최고의 시인이었다. _「진경산수화와 진경시」(35쪽) 중에서 좋은 시를 찾아 모으는 일을 즐거워했던 이덕무는 박지원의 시가 많지 않다는 점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덕무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박지원은 시를 많이 짓지 않았을까? 그 까닭은 박지원이 시는 격식과 법칙, 운율과 성률에 구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데 크게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와 산문에 대한 박지원과 이덕무의 태도는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달랐을까? 박지원은 ‘산문의 시대’를 주도할 문장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시를 버리고 산문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반면 이덕무는 산문은 물론 시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시와 산문 모두에 몰두했다. 이 때문에 이덕무는 비록 산문에서는 박지원을 뒤따랐지만, 시에서만큼은 박지원도 따라올 수 없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독보적인 경지를 이룩할 수 있었다. _「시를 많이 짓지 않은 박지원」(84쪽) 중에서 “내 집 안에 있는 물건 중 가장 좋은 것은 다만 『맹자』 7편뿐인데, 오랫동안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돈 200닢에 팔아버렸네. 밥을 배불리 실컷 먹고 희희낙락하며, 유득공의 집으로 달려가 크게 자랑했네. 그런데 유득공 역시 오랫동안 굶주려온 터라 내 말을 듣더니 그 즉시 『춘추좌씨전』을 팔아버렸네. 그리고 술을 사와 서로 나누어 마셨는데, 이것은 맹자가 손수 밥을 지어서 내게 먹이고, 좌구명(『춘추좌씨전』의 저자)이 친히 술을 따라서 내게 권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나와 유득공은 서로 맹씨와 좌씨를 한없이 높여 칭찬하였네. 우리 두 사람이 일 년 내내 이 책을 읽는다고 한들 어찌 굶주림을 조금이나마 모면할 수 있겠는가? 진실로 글을 읽어 부귀영화를 얻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우연한 행운을 바라는 술책일 뿐이니, 당장에 책을 팔아서 한때나마 굶주림과 술 허기를 달래는 것이 더 솔직하고 거짓 꾸밈이...
  • 이덕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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