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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는 사람들 : 자서전과 이력서로 본 북한의 해방과 혁명, 1945~1950
김재웅 ㅣ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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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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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page/151*223*29/69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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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56121688/11561216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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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9인의 ‘육성’으로 보는 해방공간(1945~1950) 북한 사람들의 생생한 일상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나오는 유명한 테제이다. 다소 과장이 섞여 있을지 몰라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이 명제를 살짝 눙치자면 “과거를 모르고서는 의미 있는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다” 정도가 되겠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 알려면 지나온 과거를 더듬어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어디로 갈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통일을 민족적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사는 단순한 역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ㆍ경제ㆍ군사만이 아니라 북한의 역사를 알아야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향하는 초석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연구서라는 점에서 이 책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가진다.
  • 북한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 제시 국내에서 북한사 연구 분야는 그 역사도 짧고 연구진도 두텁지 못했다. 게다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료 입수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사료 개방정책 덕분에, 중국 당안과 몇몇 러시아 아카이브를 제외하고, 북한 관련 자료의 제한이 대부분 풀렸다. 그에 힘입어 이 책은 결이 다른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학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신선한 사료를 바탕으로 과거를 추적하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북한사를 연구해온 지은이는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 혹은 강화를 위해 개개인들로부터 수합한 879인의 자술서ㆍ이력서 그리고 이에 대한 상급자의 평정서들을 중심으로 북한사의 핵심 이슈들을 흥미롭게 엮어냈다. 이 자료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진주했던 미군이 노획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 중이던 사료들이다. 교수 교사 학생 공직자 간부 노동당원 군인 등 북한의 젊은이들이 생존을 위해 혹은 출세를 위해 털어놓은 그들의 삶은 그만큼 진솔하다. 그러기에 그간 정치사 제도사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북한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참고: 미군이 전시에 북한지역 공공기관에서 탈취한 이 문건들은 그 기관에 근무한 직원들 개개인의 기록물이다. 구체적으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진, 평양공업대학 교수진, 흥남공업대학 교수진, 평양의학대학 교수진, 함흥의과대학 교수진, 청진의과대학 교수진, 평양교원대학 역사과ㆍ지리과ㆍ노어과ㆍ수학물리과ㆍ화학과ㆍ체육과 학생들, 황해도 재령군 내 각 중학교 교사들, 강원도 김화군ㆍ평강군 내 각 중학교 교사들, 함경남도 영흥군ㆍ함주군 내 각 중학교 교사들, 황해도 벽성군ㆍ송화군ㆍ은율군 내 참심원들, 조선인민군 하사관과 병사들, 조선중앙통신사 직원들 등의 자서전ㆍ이력서이다.) 이제까지 연구자들이 주로 활용한 북한 관련 자료는 잡지나 신문처럼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철저한 검열의 전통이 지속돼 왔기 때문에, 북한의 공식 간행물에서 생동감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자서전ㆍ이력서는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집단 경험은 혁명에 착수한 북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아래로부터의’ 진솔한 이야기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일상사 미시사 연구의 활성화는 이를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북한 연구가 통치자나 지도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왔다면, 이 연구는 북한을 살았던 이름 없는 일반인들을 조명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북한 연구가 통치자나 지배층의 시각을 통해 역사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면, 지은이는 대중 또는 민중으로 일컬어지는 일반인들의 관점을 통해 북한사를 재구성함으로써 나름의 성취를 보여준다. 즉 이 책에는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역사”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황해도 송화군에 소련군이 진주했을 때 공산청년동맹과 적위대는 사이렌을 울리며 주민들의 피신을 유도했을 뿐만 아니라, 재산과 부녀자들을 잘 간수해야 한다는 경고도 했단다(124쪽). 한선일이라는 젊은이가 소개한 대목인데, 소련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당시 좌익 단체조차 불신했을 만큼 좋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공식 기록과 다른 민초의 시각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우리가 놓쳤던 역사의 이면들 역사를 읽는 큰 재미 중 하나는 종종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무릎을 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군의軍醫로 타이완에 끌려갔던 황수봉이란 젊은이 이야기가 그렇다. 그는 해방 ...
  • 머리말 서설 김삼돌의 고백 제1부 전략적 글쓰기 집안의 역사 고백 당국을 기만하기 자서전 쓰기의 전략|변명성 글쓰기|허위 기재|의도적 누락 평정서: 개개인을 해부하기 기만적 글쓰기 적발|눈가리개를 하지 않은 평정자들 제2부 해방의 소용돌이 해방의 전조 소련군 참전|수심에 젖은 피란민들 기록으로 포착된 해방의 순간 감격에 젖은 사람들|일본인들 사이에서 맞은 해방|일제의 군병에서 조선의 군인으로 해방의 두 얼굴 민족성 되찾기|혼돈에서 건설로 해방군의 나라 붉은 군대|러시아어 학습 열풍|소련계 한인 서춘식 제3부 대중조직 건설운동 해방기의 혼란 수습 질서유지에 앞장선 학생 치안대원들|임시 치안기구에서 영구 보안기구로|자치기구 결성에 나선 조선인들 북조선 청년층 장악 공산청년동맹|민주청년동맹 인민 장악과 동원의 가교 사회단체 제4부 일제 잔재 청산 공분의 표적 일본인과 친일파 보복 대상이 된 일본인들|친일파 척결 면죄부를 받은 일제시기 공직자들 참회와 속죄|비켜가지 않은 처벌 제5부 반체제운동 좌우 대립 우익을 지지하는 학생들|정치투쟁의 장으로 돌변한 학원사회 우익 기반의 몰락 ...
  • 그는 열두 살 무렵 소작인이 전부 부담하던 비료대를 지주와 절반씩 분담하자고 선동해, 다른 지주들로부터 비난을 당한 반면 농민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이 고백은 그가 “봉건적 착취자”가 아니라는 항변을 통해, 당국으로부터 동정을 얻으려는 전략을 구사했음을 보여준다(58쪽). 평양교원대학 화학과 학생 길성혁(18)의 자서전ㆍ이력서를 검토한 학과장 교수는 “빈농”이라 적혀 있는 그의 출신성분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는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길성혁의 동향 친구 유강을 불러 사실관계를 따졌다. 유강은 그가 빈농의 아들이 아닌, 축출된 지주의 자식이라고 털어놨다(72쪽). 8월 15일, 학교에 나가 담소를 나누던 그들은 오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중대 발표가 예정돼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오기혁은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 이윽고 “천황이 벌벌 떨며” 직접 전한 정오 속보의 요지는 다름 아닌 항복 선언이었다. 그와 동료 교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 부둥켜안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다.”(94쪽) 황수봉은 그들로부터 타이완 남부에 약 400명의 조선인 병사들이 집결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 황수봉은 자신의 주도 아래 창설된 새 부대에 “인민의용군”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 독자적 세를 형성한 인민의용군은 일본군에 맞설 수 있었고, 그들에게 항의하여 식량ㆍ의복과 위생 물자를 나눠 가질 수 있었다. …… 황수봉은 1,300여 명에 달한 인민의용군의 총대장으로 선출되었다. 타이완에 중국국민당 중앙군이 진주한 시점은 1945년 10월 말이었다. 황수봉은 중앙군 사령관과 협상해 일본군 무장해제를 돕는다는 조건으로 귀국 시까지의 편의 보장을 약속받았다(107쪽). 와세다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한 뒤 경성철도국에 취직한 신종립(25)은 “집집마다 조선의 장래를 걱정하며 정치를 논하는” 주변 분위기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수십 수백 개의 군소 정치단체들이 비온 뒤의 버섯처럼 솟아나고, 많은 정객들이 8월의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바삐 돌아다니는” 광경도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118쪽). 소련군이 송화군에 진주하기 시작했을 때, 한선일은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마땅히 그들을 환영할 줄로만 알았던 공산청년동맹과 적위대가 되레 사이렌을 울리며 주민들의 피신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소련군으로부터 재산과 부녀자들을 잘 간수해야 한다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좌익 단체들조차 불신했을 만큼, 해방 직후 소련군은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124쪽). 해방 직후 치안 유지 활동에 가장 적극성을 보인 이들은 학생층이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학도대”나 “학생대”라 불린 조직을 결성했다. 해방을 맞아 “학생대”에 참가한 황해도 해주 동중학교 학생 최광문(16)은 “무기를 들고 농촌과 지방으로 출동”했다(140쪽). 함경남도 함흥시 영생여자중학생 김경옥(17)은 공청이 해체되고 민청이 창설된 뒤, 가입을 촉구하는 교사들과 “상급생 언니들”의 집요한 설득에 시달렸다. …… 1946년 6월 24일 참다못한 담임교사가 가입 원서를 돌리며 작성을 강요하자, 그녀를 비롯한 반 학생들은 마지못해 민청에 가입했다(152쪽). 모든 북한 주민들은 연령, 성별, 직업에 따라 분류된 각종 사회단체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했다. 어린이들은 소년단에, 청년들은 민청에, 여성들은 여맹에, 노동자ㆍ사무원들은 직맹에, 농민들은 농맹에 가입하여 조직생활을 했다(158쪽). 서울 영등포 소화정공주식회사 직원 조성준(23)은 …… 1945년 7월경 고향인 함경남도 신흥군으로 돌아왔다. …… ...
  • 김재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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