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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EPIIC (계간) #01 - 창간호 : 2020.10.11.12 (전1권)
차경희 ㅣ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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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0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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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page/170x240
  • ISBN
9772733807003/273380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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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한국은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말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5년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한국의 연령표준화자살률은 24.6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 11.3명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한 명의 자살자가 생기면 많게는 10명 넘게 유가족이 생긴다. 그러나 ‘자살’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터부시되는 주제다보니 자살 유가족들에겐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을 기회가 없다. 그러므로 유가족들은 가족의 자살을 대체로 숨기게 되어 고인에 대한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에픽 #01》의 커버스토리 ‘i+i’의 크리에이티브 논픽션 「지극히 남은 사람의 마음」을 쓴 소설가 정지향은 이렇게 ‘어디론가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 있는 애도들 결국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 글은 작가가 KU마음건강연구소 자살유족자조모임 리더인 심명빈을 만나 새롭게 생성된 세계에 대한 내밀한 기록이다.
    ‘자살’로 인해, 남편을 잃은 한 사람과 오빠를 잃은 한 사람이 만나 만들어진 작은 세계. 그곳엔 어떤 이야기가 놓여 있을까. 작가는 그곳에서 얻은, “한때 우리를 죽고 싶도록 괴롭게 하는 것이, 또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에픽 #01》의 시작에 놓인 ‘i+i’. 하나의 ‘i’가 또 하나의 ‘i’를 만나는 곳에서 진정한 문학의 울림이 태어난다고 우리는 믿는다.
    내러티브 매거진 《에픽》은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신개념 서사 중심 문학잡지다. 기존 문학이 갖고 있던 근엄성에서 탈피해 픽션/논픽션 간, 소설/에세이 간, 순수문학/장르문학 간의 장벽을 허물고 새롭고 산뜻한 문학의 장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는 것. 이것이 《에픽》의 탄생한 이유다.
    ‘에픽(epic)’이라는 단어는, 명사로는 ‘서사시, 서사문학’, 형용사로는 ‘웅대한, 영웅적인, 대규모의, 뛰어난, 커다란, 광범위한’ 같은 뜻을 지녔다. 우리는 이 ‘epic’의 모음 ‘i’에 ‘i’ 하나를 덧붙였다. 이야기란, 서사란, 하나의 내[i]가 다른 나[i]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논픽션 중심의 part 1에서는 네 편의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을 만난다. 커버스토리 ‘i+i’와 더불어 ‘고스트라이터’를 주제로 한 김민섭의 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길보라의 글, ‘코로나19 시대의 삶’에 대해 다룬 김순천의 글을 실었다. 픽션 중심의 part 3에서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그래픽노블을 만난다. 김혜진, 이기호, 정지돈의 신작뿐만 아니라, 남다른 SF적 상상력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이산화의 신작,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신예 작가 서장원의 신작을 실었다. 또한 그래픽노블에서는 만화가 의외의사실의 연재를 만난다.
    논픽션과 픽션이 만나는 part 2에서는 버추얼 에세이 ‘if i’와 세 편의 리뷰를 만난다. 가상의 누군가를 만난 자리에서 쓰여진 ‘if i’는 논픽션과 픽션이 결합돼 새로운 장르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리뷰 역시 한 권이 아닌 서로 연결된 두 권의 책(논픽션+픽션)을 1+1 방식으로 소개한다. 창간호의 ‘if i’는 소설가 유재영의 글로, ‘1+1 리뷰’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손지상의 글과 문학평론가 오혜진, 한설의 글로 채워졌다.
  • 에픽 #01: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에픽(epic)’이라는 단어는, 명사로는 ‘서사시, 서사문학’, 형용사로는 ‘웅대한, 영웅적인, 대규모의, 뛰어난, 커다란, 광범위한’ 같은 뜻을 지녔습니다. 우리는 이 ‘epic’의 모음 ‘i’에 ‘i’ 하나를 덧붙였습니다. 이야기란, 서사란, 하나의 내[i]가 다른 나[i]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고 싶은 《에픽(EPiiC)》은 바로 이 두 겹의 세계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를 만나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다루는 이너 내러티브 ‘i+i’를 시작으로, 전통적 의미의 서사인 픽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져온 크리에이티브 논픽션(creative nonfiction)을 두루 다루고자 했습니다. 이 논픽션에는 르포르타주(reportage), 메모어(memoir), 구술록(oral history) 같은 여러 세부 장르가 포함됩니다. 책 리뷰 역시 한 권이 아닌 서로 연결된 두 권을 다루는 1+1 방식으로 소개되며, 가상의 누군가를 만나는 버추얼 에세이 ‘if i’도 마련됩니다. 픽션 파트에서는 기존의 문단 중심 단편소설뿐 아니라 장르문학을 편견 없이 함께 다루고, 책 말미에는 그래픽노블을 통해 각 권의 제호에서 비롯된 또 다른 상상력을 살펴보기도 할 것입니다.

    창간호의 제호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는 18세기의 프랑스 소설가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왔습니다. 대화체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제목 그 자체입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Ceci n'est pas un conte).’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일까요? 아니, 소설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허구로 쓰인 재미있는 이야기, 그게 전부일까요?

    질문에 대한 답은 영국의 소설가 J. G. 밸러드(James Graham Ballard)의 말에서 찾는 편이 좋겠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소설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작가에게 있어, 소설의 허구적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은 점점 더 불필요하다. 소설은 이미 거기에 있다. 작가의 임무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모든 종류의 소설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 이미 살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임무는 소설(fiction)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현실(reality)을 발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야기는 ‘이미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가지고 와서 나의 세계와 만나는 어떤 중층의 세계를 만든 다음,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일일 것입니다.

    《에픽》에 실린 글들은 픽션이면서 픽션이 아닙니다. 논픽션이면서 논픽션이 아닙니다. 이것은 이야기이며, 새롭게 발명한 현실이며, 그러므로 끝내 어떤 이야기로 남을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입니다. 디드로의 문장 하나를 빌려, 두 겹의 세계가 만들어내는 ‘에픽’의 중력장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epigraph
    문지혁 · 이미 거기에 있는 004

    part1

    i+i

    정지향 · 지극히 남은 사람의 마음 023

    creative nonfiction
    김민섭 · 연구실의 공모자들 051
    이길보라 · 할머니, 베트남전쟁, 그리고 나 075
    김순천 · 이끼, 벌레, 바이러스, 인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 101

    part2

    virtual essay
    if I

    유재영 · 둘은 하나의 단단한 단위 135

    1+1 review
    손지상 · SF를 읽기 전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 145
    오혜진 · 삼켜진 문장들, 곱씹어진 행간들 155
    한설 · 환생의 선(線) 163

    part3

    fiction

    김혜진 · 목화맨션 173
    서장원 · 해피 투게더 197
    이기호 · 중족골은 어디인가? 217
    이산화 · 관광객 문제와 그 대책 247
    정지돈 · 그 아이는 아주 귀여웠고 어렸기 때문에 인형을 보면 눈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해 눈알을 빼려고 했다 269

    graphic novel
    의외의사실 ·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300
  • 한때 우리를 죽고 싶도록 괴롭게 하는 것이, 또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퍼부어도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의 좌절이, 반드시 성취해 내보이고 싶었던 간절한 목표가, 사람들 속에 섞여들고 싶다는 아득한 외로움이, 돌아보면 내게도 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도록 버거운 마음이다가 살아갈 동력이다가 했다. 그것은 묵직한 양날의 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바람이 불 때마다 포르르 돌아가는 바람개비 같았다. 미풍도 불어오지 않는 날에는 영원처럼 지루하게 멈추기도 하는.
    ( '정지향_지극히 남은 사람의 마음' 중에서)

    오늘 내가 쓰는 존재는 누구인가.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써가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쓴다고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단순히 글이 아니더라도, 어느 역할을 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가 그럴 것이다.
    ( '김민섭_연구실의 공모자들' 중에서)

    “네가 전쟁에 대해 뭘 알아?” “어리고 군대도 안 가는 네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작아졌다. 어린 나이이고 여성이면 전쟁에 대해 말도 꺼낼 수 없는 걸까. 그럼 나는 전쟁에 대해 평생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건가. 어째서?
    ( '이길보라_할머니, 베트남전쟁, 그리고 나' 중에서)

    어떻게 보면 내가 만들어낸 병인 것 같아요. 무지했고 무관심했고 나만 알면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 병이 생긴 것 같아요.
    ( '김순천_이끼, 벌레, 바이러스, 인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 중에서)

    그것이 만옥을 두렵게 했다. 금방 허물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이 집이 지금껏 이렇게 건재하다는 사실. 재개발을 기다리며 허비한 시간이 5년에 달한다는 사실. 자꾸만 되살아나고 번듯해지는 이 집과의 싸움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는 사실. 다시금 많은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 '김혜진_목화맨션' 중에서)

    “너네는 재밌겠지. 장국영 팬이니까.” 민형은 다시 말했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그래. 저렇게 쪼다가 될 필요는 없었다는 거지.” 화면 속에서 과하게 볼터치 분장을 한 장국영을 보고 한 말이었다. 이후 나는 해주 부부와 한동안 거리를 두고 지냈다. 민형이 한 말이 내게 모욕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민형이 너무 변했다고 느꼈던 것도 같다.
    ( '서장원_해피 투게더' 중에서)

    내가 먼저 그 경사로를 오르다가 힘이 빠져 중간에 멈춰 서자, 뒤에 있던 홍성곤 씨가 말했다. “앞을 보지 말고 휠체어를 빙 돌려서 후진으로 올라가요, 후진으로. 뒤를 보면서 올라가야 힘이 생겨요.” 그러면서 그는 능숙하게 내 옆을 지나 올라갔다. 그는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 '이기호_중족골은 어디인가?' 중에서)

    굳이 인위적으로 손을 대지 않아도 그날 본 광경은 충분히 지구 바깥의 세상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게 “과거 초석 광공업 시절의 흔적”이라는 네라의 말이 얄팍한 변명처럼 들릴 정도로. 어떻게 이런 곳이 가이드북엔 하나도 안 나올 수가 있지?
    ( '이산화_관광객 문제와 그 대책' 중에서)

    지수와 지수는 파리 일정이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다음 해에 세상이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내년에 세상이 망한다는 사실을 누가 믿겠어? 매년 수십 편씩 만들어지는 종말 취향의 서사적 픽션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걱정 마. 종말: 종말을 필요로 하는 문화적 투쟁.
    ( '정지돈_그 아이는 아주 귀여웠고 어렸기 때문에 인형을 보면 눈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해 눈알을 빼려고 했다' 중에서)
  • 차경희 [저]
  • 문학서점 '고요서사' 대표. 문예지 팟캐스트 [요즘 소설 이야기]를 공동기획하고 진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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