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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파인 :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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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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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1년 03월 08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272page/151*200*21/442g
  • ISBN
9788963723471/89637234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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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우리가 만나 이렇게 함께 오늘을 살아간다 스물넷 자폐인 아들과 엄마가 걸어 온 나날들 스물네 살 자폐인 김상현 씨가 걸어온 하루하루. 귀를 막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아이가 자라 스물넷 청년이 되었다. 요즘은 매일 여행하듯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보통의 세계’에 적응하며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김상현 씨의 엄마 이진희 씨는 십수 년간 아들이 써 온 일기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지난날을 떠올린다. 연필을 꼭꼭 눌러쓴 일기장에서 엄마는 그때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과 그때는 맞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명백히 잘못이었던 자신의 행동을 발견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저지른 실수와 경험 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나누고 싶다.”
  • 보통이라는 낯선 세계에 온 아이 아이는 높은 곳에 있기를 좋아했다. 에어컨 위든 선반 위든 높은 곳에 올라가 슈퍼맨 자세를 하거나 앉아 있었다. 밖에 나갔을 때 손을 잠깐이라도 놓치면 용수철이 튕겨 나가듯 인도든 차도든 상관없이 달려들었다. 맨발로 집을 나가 버릴 때도 있었다. 한동안 아이 손이 닿지 않는 현관문 안쪽 높은 곳에 자물쇠를 채워 두고 지내야 했을 정도였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반 교실에 가서 앉아 있었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출근을 한다. 자동차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구팀 명함을 달고. 혼자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에 가서 컴퓨터를 켜고 업무 지시를 받고 일을 한다. 집중력이 좋아 오차가 거의 없고, 요즘엔 다른 직원이 작업한 것을 검수하는 업무도 병행한다. 주말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를 관람하며 평범한 날들을 보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시절, 엄마는 아이에게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나날이 오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어른이 된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두려웠고, 아이의 장애가 자기 때문인 것만 같아 괴로웠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걷어내고 마주한 이십삼 년의 일상은 마냥 불안한 것도,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아이는 하늘 보는 것도 좋아하고,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을 보며 행복해했다. 영화를 볼 때면 인형을 옆에 줄줄이 앉혀 놓고 함께 보았고, 책을 보고 나면 큰 손으로도 작고 귀여운 것들을 그려냈다.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아이가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붙잡았다. 이 책에는 상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일기가 실려 있다. 자폐에 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부모지침서도 있고, 자폐인을 양육하며 쓴 에세이도 있다. 그러나 자폐인이 직접 쓴 일기는 쉽게 볼 수 없다. 엄마는 상현이가 그동안 써 온 열다섯 권의 일기장에서 백사십육 개의 일기를 고르고, 그날 그 순간에 느꼈던 것들을 적어 넣었다. 미처 풀지 못했던 아이 마음이라는 퍼즐 조각을 이해하고 맞추려고 애쓰면서. 그러는 동안 엄마는 아이의 행동에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아이 역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함께한 여러 선생님들과 봉사자분들, 친구들, 직장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이에게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렸을 때 아이는 자기 생각을 대답하지 못하고 상대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할 줄밖에 몰랐다. “점심에 뭐 먹었어?” 물으면 아이는 똑같이 “점심에 뭐 먹었어?” 하고 답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에게 듣고 싶은 답까지 말하기로 했다. “밥, 미역국, 콩나물 먹었어요.” 아이가 따라 말했다. “밥, 미역국, 콩나물 먹었어요.” 질문에 아이가 답하지 못하면 엄마는 몇 가지 보기를 주고 고르라 하고, O나 X로 답하라 하기도 했다. 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땐 노트에 보기를 적어 두고 소리 내어 역할을 나누어 읽어 보았다. 노트가 너덜너덜해질 무렵, 아이는 노트에 적힌 답변을 기계처럼 말하게 되었고, 차츰 노트에 적혀 있지 않은 다른 이유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와 이렇게 의사소통 방식을 마련하고 연습하며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익혔다. 아이는 감정을 몇 가지밖에 느끼지 못했다. 책과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스토리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그저 도망가고 엎어지고 자빠지는 유치하고 자극적인 장면을 좋아했다. 그러나 모두가 슬퍼하는 대목에서는 무덤덤했다. “엄마는 슬퍼했지만 나는 슬프지...
  • 프롤로그 1. 대충이 없는 세계 2.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3. 우리 엄마들에게는 건강한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4. 우리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5. “엄마는 슬퍼했지만, 나는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 장애가 낫는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7. 12년, 참 열심히 살았는데도 황량한 벌판에 아이와 단둘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에필로그 2000년 초겨울 짙은 안갯속에서 길을 잃은 내게
  • 2006년 9월 19일 화요일 〈잡채〉 급식실에서 울었다. 잡채가 먹기 싫어서 울었다. 조금 창피했다. 튼튼한 어린이가 되려면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했다. 자폐 성향이 심했던 만큼 편식도 심했던 상현이는 손톱이 쪼그라들 정도로 영양결핍이었다. 새로운 음식은 먹어 볼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고 치료사 선생님들께서는 편식 습관이 없어지는 현상이 참 좋은 징조라고 하셨다.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여는 일이라고, 계속 도전하라셨다. 고기를 먹지 않던 아이가 고기도 먹고, 피자도 먹고……. 신나서 마구 먹였다. 그 가운데서도 유난히 떡볶이를 좋아해서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자주 해 먹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매웠던지 119에 신고하고 말았다. 자기 입에 불이 났으니 꺼 달라고……. 소방서에서 다시 전화가 와서 사정 이야기를 하니 조심시켜 달라고 하셨다. 소방관분들께는 너무 죄송한데 사실, 그 상황이 너무 귀여워서 조금만 혼냈다. -33쪽 2013년 7월 19일 금요일 〈회색 양떼구름〉 하늘을 봤더니 너무 멋있어서 옥상에서 구경했다. 양떼구름이라고 엄마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하얀색이 아니고 회색이였다. 정말 신기했다. 구름 뒤에는 주홍색이랑 노랑색이였는데 파도처럼 보였다. 하늘이 참 색깔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노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한강에 나가 해 질 녘 풍경을 감상하고, 여의치 않으면 아파트 옥상에서 구경하기도 한다. 이 시간이 아이도 나도 참 행복하다. 말없이 고요한 시간, 아이와 내가 같은 것을 보고 있다. 상현이도 나와 같은 것을 느낄까? 아이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어도, 같은 하늘을 보고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110~111쪽 발달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의 포트폴리오는 다른 그것과는 다르다. 내 뒤를 이어 아이를 보살펴 줄 그 누군가에게 전하는 부탁의 편지와도 같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보시기에 우리 상현이가 지금은 아저씨 같지만 어릴 때는 이렇게 엄청 귀여웠어요. 이렇게 엉뚱한 장난꾸러기였답니다” 하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햇볕 알레르기가 있어서 햇볕이 강해지는 6월 즈음이면 목과 팔다리에 선크림을 발라 주어야 해요”라는 정보도 드려야 하고, 책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고, 천둥 번개를 유난히 무서워하고……. 이 글을 보고 나면 그 고마운 누군가가 우리 상현이를 조금은 더 고운 마음으로 봐 주지 않을까? 조금은 더 수월하게 아이와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마음에서 기억을 더듬고, 아이의 일기를 다시 읽어 나갔다. -260~261쪽 〈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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