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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에 묻다 : 다르게 보기의 젠더 정치학
박인영 ㅣ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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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1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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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page/152*225*24/54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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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8964361955/896436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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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여성, 영화에 묻다』는 〈그 여자는 어디에 있는가〉, 〈모성 탐구 생활〉, 〈오빠들의 여성/영화〉를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 여성의 눈으로 들여다본 영화세상, 새로운 상상력을 간절히 기다린다 『여성, 영화에 묻다 - 다르게 보기의 젠더 정치학』은 영화를 오래 연구해온 저자의 글 17편(서론과 에필로그는 포함하지 않은 숫자)을 묶은 책이다. 그 규모와 내용의 깊이에서 학술 논문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글들이지만, 통상적인 논문의 틀과 문체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 자유로움을 간직한 점을 눈여겨보면 영화 평론-에세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글들이 모여 있다. 이 글들은 각기 다른 영화 텍스트를 다룬 독립적인 글들이면서 서로 강한 결속력을 지니고 서로에게 또렷한 메아리를 전한다. “남성 중심적인 지식 체계”(5쪽)를 벗어나 여성의 눈으로, 여성으로서의 삶의 경험과 지식과 감각에 바탕을 두고 영화세상을 들여다본다는 저자의 의도가 일관되게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그 까닭일 것이다. 여성의 시선으로 영화에 접근할 때 저자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영화, 특히 한국 영화 속에서 여성 인물이 아예 부재하거나 서사의 도중에 홀연 사라지는 현상이다. 여성의 부재와 관련하여 저자는 ‘벡델 테스트’라는 기준을 참조한다. 영화에 이름을 갖는 여성이 둘 이상 등장하는지, 그 여성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지, 그 대화의 주제가 남성에 관한 것이 아닌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저자는 예컨대 2017년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0위권에 든 영화들 중에 이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국 영화산업에서 여성이 어느 정도로 배제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여성 배제의 현실은 영화 속에서 여성들이 필연적인 맥락 없이 사라지는 현상으로도 나타난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예를 들어 봉준호의 영화 〈괴물〉과 〈기생충〉에서 주인공의 딸들이 갑자기 죽음을 당해야 하는 이유를 그는 납득하지 못한다. 또 이창동의 〈버닝〉에서 초반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던 여성 인물이 두 남자 인물에게 서사의 전개를 내맡겨두고 돌연 텍스트에서 사라지는 것을 수긍하기 어려워한다. 여성을 배제하거나 주변화하고 여성의 목소리와 형상화의 자격을 박탈해온 사회적·영화적 관습에 영화 창작자들이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복종한 결과가 아닌가, 저자는 묻고 있는 것이다. 여성 배제의 영화적 관습 중에 특별히 오랜 연원을 자랑하는 것은 ‘성녀 대 창녀’, ‘좋은 모성 대 나쁜 모성’이라는 이분법이다. 저자가 보기에, 실재하는 여성들의 삶의 다채로운 양태와 차이에 유의하지 않은 채 남성의 기준에 따라 손쉽게 여성의 삶을 도식화하며 저 이항대립의 뒷항에 속한다고 분류된 여성들에게 영화 속에서 (부당한) 응징을 가하는 전통은 오늘에도 면면히 계승되고 있다. 예컨대 이창동의 〈박하사탕〉에서 여성 주인공 순임(문소리)은 ‘순수함’의 화신, 즉 성녀에 가깝게 그려진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구체적인 삶의 결과 실감을 상실한 납작한 인물로 나타나는 영화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반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에 등장하는 여자 킬러는 ‘좋은 엄마’이자 신실한 아내의 남편을 유혹했다는 이유로 플롯의 큰 줄기와 무관하게, 다시 말해 뜬금없이, 나체를 드러낸 채 총에 맞아 죽는 응징을 당한다. 정지우의 〈4등〉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수영 특기생으로 만들기 위해 아들이 코치에게 매를 맞는 것마저 감수하는 엄마는 정작 폭력의 가해자인 코치보다 더 나쁜 존재로 부각되며 그로 인해 관객의 비난을 한몸에 받기에 이른다.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혁신적인 영화 기법으로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미국 영화 〈서치〉...
  • 머리말 들어가며: 〈버닝〉과 〈기생충〉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1부 그 여자는 어디에 있는가 물리적 부재와 상징적 소멸 〈살인의 추억〉,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 〈박하사탕〉, 〈뮌헨〉의 ‘성녀와 창녀’ 〈박하사탕〉과 〈봄날은 간다〉 다시 쓰기 총을 든 여자들 〈윈드리버〉,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공동경비구역 JSA〉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낯선 얼굴 〈한공주〉, 〈여자, 정혜〉 소녀들의 죽음 〈동전 모으는 소년〉, 〈마더〉, 〈죄 많은 소녀〉 〈아이 엠 러브〉, 그 여자의 집은 어디인가 2부 모성 탐구 생활 어디에나 있-다-는 모성 〈가족의 탄생〉, 여자들만의 집 “엄마 나빠!”, 〈4등〉과 가해자-모성 혁신, 혹은 고색창연함 242 〈서치〉, 〈그래비티〉 3부 오빠들의 여성/영화 〈더 포스트〉와 ‘가부장제의 유령’ 〈로마〉의 자매애, 무모순적인 판타지? 그 풍경이 나를 울리네, 〈위로공단〉 〈스토커〉는 왜 〈인디아〉가 아닌가? 아버지의 ‘귀가’, 〈바닷마을 다이어리〉 에필로그: ‘여성 서사라는 현실’ 찾아보기
  • -그러니 그저 꿈 같은 건 꾸지 않더라도, 혹은 꿈을 이루는 데 처절히 실패하더라도, 이승이라는 개똥밭을 구르며 살아가는 여성, 생생한 호흡과 뜨거운 체온을 느끼게끔 하는 ‘그저 여성’을 보고 싶다는 관객의 꿈, 물리적이든 상징적이든 ‘사라지지 않고’ 스크린에 버티고 선 여성을 꿈꾸는 것은 어쩜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16쪽) -늘 예민하게 젠더적 감수성이 작동되는 영화 관람은 쓰라린 배제와 박탈의 감각, 분노의 감정 등을 불러오는 타자성의 체험이 되곤 한다. 그리고 여성 관객으로서 영화 관람의 개인사는 치열한 경합과 투쟁의 맥락으로 재구성될 수밖에 없다. 남성 중심의 시선을 바탕으로 남성적 언어로 서술되는 영화 미학적 학습과 내면화로부터 여성 중심의 영화 보기와 읽기의 맥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종전까지 영화를 이해했던 고정적 패러다임이 해체되며 새로운 보기의 방식으로 대체된다. 거의 혁명적인 이러한 경험을 거치며 영화는 전혀 낯선 얼굴로 다가온다. (36쪽) -만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새삼 환기시키고 국가적 이슈로 만드는 데 성공한 걸출한 장르 영화 제목이 〈살인의 추억〉이 아니고 다른 이름이었다면. 마지막 스크린을 채우는 클로즈업이 가해자를 뒤쫓던 남성 형사가 아니고 가령 〈시〉에서처럼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피해자-여성이었거나, 애도의 메시지를 발화하고 함의하는 다른 이미지였다면 무언가, 조금쯤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오랜 세월 끝에 비로소 진범이 나타나고,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던 피해자들의 고통에 다시 한 번 시선이 모일 법도 했지만 여전히 죽이던 남/자, 뒤쫓던 남/자의 클로즈업만 또렷할 뿐 피해자-여성들의 못다 한 삶에 무관심하며, 그 안타까운 부재를 궁금해하지 않는 세상은 조금은 다른 것이 될 수 있었을까. (73쪽) -나는 지금 당장 영화적 재현의 장에, 특히 한국 영화에 필요한 많은 것들 중에서 시급한 것이, 무엇보다도 10대들에게 삶을 허락하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들을 살아가게/살아남게 하는 것. “아빠, 나도 같이 살고 싶어!”, 괴물에 잡혀가면서, 괴물 뱃속에서 마지막 숨을 삼키던 순간까지 현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그게 아니었을까. 긴 생머리 소녀와 아정,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죽음들 앞에서 다양한 미사여구와 현란한 수사들은 그만 거두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173쪽) -헌신적으로 역할에 투신하는 능력 있는 여배우들을 데리고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의 풀은 좁기만 하다. 그래서 이제 다른 얼굴, 다른 엄마, 다른 여성에 대한 흥미롭고 전복적인 영화적 탐구와 모험적 시도를 만나고 싶다는 갈망은 더욱 갈급해진다. “모성애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여성 캐릭터에 어머니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면 할 이야기가 없나? 그런 생각을 했죠.” 영화 〈미옥〉(이안규, 2017)과 관련한 배우 김혜수의 말에서 그러한 갈망이 충족되지 못한 중견 배우의 깊은 공허가 느껴진다. (209쪽) -여전히 여성 서사는 영화세상의 중심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인다. 그렇게 서성이는 무리들의 형상이 좀 더 거대해지고 있으며 발소리가 점차 웅장해지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지만, ‘현실은 변화하고 있으며 좋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적는 건 그러니 성급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삶의 경험과 감각을 존중하는 상상력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격려를 전하는 ‘여성 서사라는 현실’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음’의 단단함으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354쪽)
  • 박인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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