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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읽다 
정명환 ㅣ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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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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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page/126*194*34/51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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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0885881/1190885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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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냉철한 지성의 인문학자 프루스트를 이렇게 읽다 망각에서 기억으로, 5년에 걸친 비판적 고찰에서 성찰로의 여정 프랑스 문학과 특히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담론의 장을 마련해왔던, 냉철한 지성의 인문학자 정명환의 『프루스트를 읽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불문학자로서 프루스트의 『잃었던 때를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한 ‘프루스트 읽기와 쓰기’라고 필자 스스로가 소개하는 이 저서는 2016년 초부터 5년여의 세월에 걸쳐 프루스트의 대장정의 세계를 탐사한 혼신을 기울인 독서의 기록이자 시간의 기록으로 180개의 단상으로 꾸며졌다. 필자는 무의지적 기억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시켜 소생과 구원에 가 닿게 되는, 프루스트의 섬세한 심리묘사 등 내밀한 언어세계로 구축된 텍스트에서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된 사랑, 욕망, 질투, 우정, 야망, 기억 등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짚어내며 공감대를 갖는다. 특히 문학과 예술의 본질, 그 기능에 대해서 인문학적 박학의 경험과 비판정신으로 프루스트의 사유의 한계까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에밀 졸라, 도스토옙스키, 앙드레 말로, 보들레르 등의 많은 작가들을 소환시켜 비교 분석의 장을 넓힘과 동시에 프루스트와 자신의 문학적 지향과 사유방식의 차이점에 대한 소회도 명쾌하게 밝힌다. 또한 이 저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예술론을 다룬 마지막 장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로서의 예술론을 강조함과 동시에, 작가의 인생관, 세계관으로 펼쳐지는 요소마다 명주해를 붙여 저자의 과업을 다한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이번 저서는 노학자의 프루스트를 관통한 자기발견이며, 필생의 소명으로 삼았던 문학과 예술, 철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작은 새’가 되어 프루스트를 넘어서서 더 넓은 세계를 내다볼 수 있게 할 명안내서가 될 것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 과거의 재생과 반성적 성찰 프루스트의 소설의 중요성은 단순히 과거의 재생에 있지 않다.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해석하고 평가한다는 점에 있다. 필자 역시 프루스트의 텍스트와 그 텍스트로 인해 재생된 자신의 과거를 교차시키며 자기반성을 이어나간다. 필자가 유독 제일 먼저 손꼽는 것은 『잃었던 때를 찾아서』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마르셀의 잠자리에 들기 전, 어머니의 키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이 이야기에 덧대 자신의 조부모님 기일을 제사 대신에 저녁 식사 전의 기도 형식으로 바꿀 것을 어머니께 권했던 마흔 살 자신의 과거를 되살려내며 ‘어머니에게 최초의 패배로 각인될 것’이었다는 자각과 반성을 어머니에 대한 통렬한 회한으로 공감한다. 나아가 이 소설을 과거의 추억의 재생만으로 읽는 것은 잘못이다. 소년기의 과거로 설정된 허구로 쓰인 이야기의 디테일에서 현재의 허구로 과거를 투영한 이중의 허구일지언정 그 허구성 때문에 소설의 의의가 삭감되지는 않는다. 필자는 “소설을 읽는 뜻은 프루스트 자신의 말마따나 실인생에서는 장시간 걸려 아주 엷어지는 행복이나 괴로움을, 상상력을 통해서 응집적으로 체험하는 데 있”(1/152 참조)으며, “어찌 행복이나 괴로움뿐이랴! 이 소설이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은 섬세하건 거대하건 간에 삶과 세계의 모든 양상의 인식에 있어서 예술이 수행하는 역할을 극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20쪽)라고 진단한다. 국외자로서 누리는 시적 즐거움, 프루스트의 장점이자 한계 프루스트는 소설 곳곳에서 귀족들의 생활과 하층민들의 생활을 심미적 차원에서 감상함과 동시에 그들의 이중성과 비열함을 적시한다. 필자는 프루스트의 이러한 태도는 그의 국외자적 시각에서 비롯되었으며, 그에게 실존적 연대 의식이 부재했으며, 그것이 그의 한계라고 정의 내린다, 계급적 격차, 사회의 문제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있다. 그 유리벽이 언제까지라도 이 야릇한 짐승들의 향연을 보호해 줄 것인지, 그리고 어둠 속에서 탐욕스럽게 그들을 주시하고 있던 무명의 무리들이 수족관 안으로 몰려와 그들을 잡아서 먹어치우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4/69)라는 프루스트의 서술에 필자는 “이 장면을 통해서 엄청난 계급적 격차를 의식한 화자는, 그 가난한 자들이 부유층의 행태를 부러워할 뿐 아니라, 언젠가는 안으로 쳐들어와서 그들을 잡아먹으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고, 그것은 큰 사회적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루스트의 하층계급에 대한 태도는, 그런 막연한 불안으로 그치는 것 같다. 그에게는 동시대의 레옹 블루아L?on Bloy나 에밀 졸라가 보여준 바와 같은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또 가진 자로서의 미안한 감정이나 죄책감에 시달린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바로 이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사회계급의 문제를 넘어서서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 분석과 비판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38-39쪽)라고 말하며 프루스트 문학을 살피고 있다. 상대에 대한 이기적인 소유욕에 있어서도 저자는 거부감을 드러낸다. 프루스트가 그리는 사랑은 이성애건 동성애건 간에 타자 소유의 욕심과 그 욕심에서 연유하는 책략과 질투, 괴로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랑을 계략적이고 타산적이라고 전제한 뒤, 사랑하는 이의 안녕과 순수성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괴테, 도스토옙스키, 토마스 만 소설의 인물들을 그 대척점에 있는 사랑으로 예를 들고 있다. 사랑의 집착 연애에 있어서 상대방의 존재보다 상대방을 소유하려는 욕심과 집착과의...
  • 머리말 06 프루스트를 읽다 15
  • * 오늘 몇 시간에 걸쳐서 제2권에 포함된 프루스트의 음악론을 읽고 있다. 읽고 있다기보다도 한 줄 한 줄을 음미하고 있다. 그러면서 40여 년 동안 음악을 들어온 나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는 점을 부분적으로나마 발견하고는 나의 음악관이 크게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엷은 자기만족을 느끼기까지 했다. 가령 뱅퇴유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두고 한 다음과 같은 말은 필력이 약한 나의 생각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 “마치 태초에, 아직은 지상에 그 둘(바이올린과 피아노)만 있었을 때와 같았다. 아니 그보다는, 그 이외의 모든 것을 향해서는 닫혀 있는 세계, 어떤 창조자의 논리에 따라서 구축된 이 세계에서는 영영 그 둘만 있게 된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그 소나타였다.”(2/267) -25쪽 * 내가 프루스트 읽기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의 하나는, 나 자신의 과거의 체험을 상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정에 관한 이 구절을 읽으면서도 머리에 떠오른 것은 대조적으로 생텍쥐페리와 앙드레 말로의 글이다. 이들에 비하면 프루스트는 진실한 우정을 모르는 외롭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 두 행동주의자에게 있어서 우정이란 어떤 공통적 목표의 추구라는 매개가 있어야 성립하는 것인데, 프루스트에게는 그런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화자는 생루와 문학이나 예술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동감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신도 나와 취미가 같구나’ 하는 정도의 상호 인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대화와 동감은 프루스트의 말마따나 혼자 있을 때 가끔 느끼는 황홀한 순간(가령 어떤 음악이나 상상이나 추억이 가져오는 것)처럼 행복할 수가 없다. 이에 반해서 폭풍우 속에서 취약한 비행기를 몰고 간다거나(생텍쥐페리), 혁명의 대의를 위해서 투쟁하는 경우(앙드레 말로)에는, ‘나’의 존재는 동지의 존재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고, 진실한 우정은 이렇듯 운명 공동체로서 자신을 넘어서는 중에 맺어진다. 이런 일은 프루스트의 문학 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는 그의 글이 무가치하다든가 열등하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모든 문학적 표현에는 그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고, 독자는 그런 상이한 견해와 비전을 대하면서 자신의 이해의 지평을 넓혀 나가게 되는 것이다. -41~42쪽 * 그리운 사람의 음성이 귓전에 들릴수록 그 실체는 더욱 멀리 느껴진다는 이런 장거리전화의 역설을, 나도 어느 정도 체험했다. 1970년대에 파리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프랑스의 통신시설은 한국보다도 더 낙후되어 있어서, 나와 같이 염가의 대학 기숙사에 체재하는 사람으로서는 국제전화가 그렇게 하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금도 비싸거니와 접속이 잘 안 되고 통화 중에 툭 끊어지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만난을 무릅쓰고’ 어머니와 몇 마디 나누고 나면, 위에 인용한 화자의 불안과 흡사한 불안이 엄습했다. “아무 일 없으시죠?” 하는 나의 물음에 어머니는 항용 “아무 일 없다. 너나 잘 있다가 오너라” 하고 대답하셨지만, 멀리 타향으로 공부하러 간 자식에게, 병상에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알리는 어머니가 어디 있겠는가? 또 무슨 일이 돌발해서 내가 쉽게 돌아가기가 어렵게 될지도 모르고, 예정대로 몇 달 후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해도, 그 전에 어머니에게 무슨 나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그 전화의 음성 때문에 절실해졌다. ‘그 음성이 심연에서 들려오는 외침’이라는 절망적인 느낌은 아니었을망정, 내가 전화를 건 지 얼마 후, 서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하여 수화기로 달려가는 순간 나는 두려움에 싸이고, 다시 어머니...
  • 정명환 [저]
  • 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불문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저서로 <한국 작가와 지성>, <졸라와 자연주의>, 문<문학을 찾아서>, <현대의 위기와 인간>, <이성의 언어를 위하여>, <문학을 생각하다>, <젊은이를 위한 문학 이야기>외 푸랑스어로 쓴 (2013)가 있으며, 역서로 <20세기의 지적 모함><문학이란 무엇인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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