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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 
주디스 바니스텐달, 김주경 ㅣ 바람북스 ㅣ Las dos vidas de Pen?l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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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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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page/192*256*18/688g
  • ISBN
9791162101162/116210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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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 여행가방을 풀자, 죽은 소녀가 나왔다 아주 오랫동안 남자들이 세상을 떠도는 동안 집을 지키는 것은 여자들의 몫이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도 남자들은 모두 집을 떠나 있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신의 노여움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자, 아들인 텔레마코스도 아버지를 찾아 집을 떠난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 주위에 몰려든 구혼자들 역시 따지고 보면 제 집이 아닌 곳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페넬로페는 남편과 아들이 없는 집에서 온갖 유혹에 시달리며 꿋꿋이 버티는 인물이다. 여자들이 어머니나 아내로 형상화되고 집과 고향에 붙박인 존재로 여겨진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집밖으로 나와 자기 몫의 직업과 재산, 명예를 갖게 된 여성이란 지극히 현대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벨기에 작가 유디트 바니스텐달의 그래픽노블 『페넬로페: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는 그리스의 서사시를 뒤집어 현대적인 버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작품에서 집을 떠나는 사람은 여자이자 엄마인 페넬로페다. 인도주의 의료단체에서 일하는 외과의사 페넬로페는 수시로 폭격이 일어나는 시리아에 머물며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휴가 기간에만 얼마간 집으로 돌아가 남편과 딸을 만난다. 폭격을 맞아 피를 흘리는 시리아 소녀는 시를 쓰는 다정한 남편이나 이제 막 사춘기에 이른 귀여운 딸만큼이나 페넬로페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 페넬로페에게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의사로서 자아실현을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인류를 위해 이바지한다는 좀더 고귀한 삶의 목표와 의미에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비록 중동 지역의 분쟁은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요원하고, 수술에 실패해 어린 소녀의 죽음을 보는 일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지만 페넬로페는 자기 일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벨기에 집으로 돌아와 평화롭고 세속적인 일상을 맞닥뜨리는 순간, 페넬로페의 삶은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과연 진짜 내 자리는 어디인가.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동안 페넬로페가 겪는 혼란과 불안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벨기에 집으로 돌아와 짐을 풀자 가방 안에는 페넬로페가 치료하다 결국 죽어버린 시리아 소녀가 들어 있다. 물론 페넬로페는 죽은 소녀가 실재할 수 없으며, 부부의 침대 속까지 따라와 눕는다는 게 현실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심리 상담을 해봐도 딱히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시리아 소녀는 페넬로페가 마음 편히 느긋하게 휴가를 보내는 걸 바라는 것 같지 않다. 페넬로페는 소녀를 옆에 둔 채 벨기에에서 보내는 안온한 삶을 미심쩍게 바라본다. 그저 길을 걷다가도 폭탄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위태로운 소녀에게 라틴어 시험과 남자친구 문제로 고민하고 새 외투를 사러 엄마와 함께 외출하는 벨기에 십대 소녀는 얼마나 먼 존재였을까. 크리스마스 트리와 와인에 대해 고심하고 밤새 책상 앞에 앉아 시를 쓰는 태평한 삶이란 이미 죽어 버린 시리아 소녀에게 얼마나 아득한 일이었을까. 페넬로페는 이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유럽 지식인으로서 두 세계의 간극과 거리를 예민하게 감지하며 괴로워한다. 말하자면 페넬로페에게 진득하게 따라붙는 시리아 소녀의 환영은 페넬로페가 짊어진 죄의식인 셈이다. 이때 페넬로페가 느끼는 죄의식은 오래전 유럽 제국주의가 피식민지에 저질러놓은 악에 대한 원죄 같은 것이다. 이 도저한 죄의 대가를 어떻게 치를 수 있을까.
  • 페넬로페가 머물 곳은 어디인가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끝없이 바다 위를 헤맨 것은 신들의 분노라는 외부적 힘 때문이다. 『페넬로페: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의 페넬로페는 자의에 의해 집을 떠났으나 끝없이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청에 시달린다. 요행히 가정적인 남편이 집을 지키고 딸아이를 키우지만 늘상 집을 떠나 있는 페넬로페에게는 예의 불편하고 까칠한 시선이 따라붙는다. 아이는 누가 키우느냐는 질문은 남자 동료들은 결코 받지 않을 종류의 것이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엄마에 대해 원망과 안타까움이 섞인 잔소리도 예사로 쏟아진다. 왜 집에 머물러 있지 않느냐는 질문은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압박이며, 인류애에 이바지하는 외과의사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벨기에 집으로 돌아온 페넬로페는 결코 편하지 않다. 한번 쓰고 버려질 플라스틱 장식품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시장과 어둡고 축축한 시리아 소녀의 환영, 부재중인 엄마에 대한 유형무형의 비난이 뒤죽박죽인 크리스마스 파티란 따뜻하고 안락한 삶의 자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페넬로페를 딱하게 바라보는 언니는 자신의 삶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 강한 모성이라기보다 아이들을 위해 바람 피는 남편을 무력하게 바라보는 텅 빈 존재다. 엄마의 삶이란, 여자의 삶이란 어떻게든 위태로울 수밖에 없으며, 공허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페넬로페의 불안과 슬픔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페넬로페: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는 겉으로 보기에 성공한 외과의사로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는 페넬로페가 겪는 혼란을 펼쳐놓음으로써 현대 여성이 겪는 다양한 방면의 고통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페넬로페의 ?F은 휴가 기간을 통해 이러한 고통이 페넬로페 한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는 것, 문제가 한없이 복잡한 만큼 손쉬운 해결책 역시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선을 문제로부터 거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이야기의 마지막에 페넬로페는 다시 여행가방을 싼다. 시리아 소녀와 함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폭탄이 쏟아지고 피 흘리는 소녀들이 있는 그곳으로. 아무래도 페넬로페가 머물 곳은 집이 아닌 것이다. 유디트 바니스텐달은 벨기에의 만화작가이자 일러스트 작가로, 그의 첫 작품 『소녀와 흑인 소년』이 정치망명 난민인 아프리카 토고의 청년과 벨기에 여대생의 사랑을 그린 데서 알 수 있듯이, 국제분쟁과 인종차별, 난민 문제 등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수혜자로서 유럽인이 가져야 할 책임의식에 대해, 개발도상국 시민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국은 보다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작가다. 유디트의 작품들은 유연한 그림과 장면 전환, 내레이션과 인물 간 대화가 리드미컬하게 전개되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감상할 수 있다. 이 진중한 작가는 유럽문학의 무거운 주제를 컷 분할된 만화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이 묵직한 주제에 보다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최근 벨기에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래픽노블 작가라 할 만하다. 그래픽노블은 텍스트로 가득한 소설보다 금세,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책장을 덮은 다음 다시 앞으로 펼쳐보았을 때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페넬로페: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는 여러 번 읽을수록 행간에 놓은 다양한 메시지와 질문들이 반짝거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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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디스 바니스텐달 [저]
  • 1975년생, 벨기에 만화작가이자 일러스트 작가. 정치망명 난민인 아프리카 토고의 청년과 벨기에 여대생의 사랑을 그린 첫 작품 〈소녀와 흑인 소년〉으로 단번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권으로 된 이 이야기는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서 두 번이나 대상 후보에 올랐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2012년에 출판된 그래픽 노블 〈다비드, 여자들 그리고 죽음〉은 출판되자마자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세 번이나 아이스너 상의 후보로 지명되었다. 주디스는 아이들을 위한 책의 삽화들도 그리고 있다.
  • 김주경 [저]
  • 이화여대 불어교육학과, 연세대학교 대학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리용 2대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1,2,3', '흙과 재', '성경', '교황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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