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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할 자유 : 나치즘에서 건져 올린 현대 매니지먼트의 원리
요한 샤푸토, 고선일 ㅣ 빛소굴 ㅣ Libres D'Obeir - Le Management, Du Nazisme A La R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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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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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7537523/11975375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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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이토록 자유롭고 민주화된 시대에 인간을 불안에 떨게 하는 노동을 감내하는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매니지먼트의 기본 원리에서 나치즘의 흔적을 발견하다 나치 친위대 장군이자 나치즘의 핵심 이데올로그에서 독일 경영학의 원로가 된 라인하르트 혼, 그의 머릿속을 추적한 역사 르포르타주 나치. 그들의 잔혹한 폭력성은 20세기 중반 이후의 인류에 쓰디쓴 자성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치가 충격적인 이유는 인류를 학살한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 아니다. 나치 이전에도 분노로 점철된 민족·인종 청소는 있어 왔다. 그럼에도 다른 사례에 비해 유독 나치가 지금까지도 더 많이 회자되는 까닭은 그 체제의 구성원들이 나름의 확고한 이념적·법적·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학살을 행했다는 데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독일 민족과 인류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믿었다. 바이마르 민주 공화국의 시민들을 나치, 또는 나치에 협력하는 전사로 만든 것은 인종주의, 우생학, 사회적 진화론, 레벤스라움처럼 상아탑에서 개발한, 가장 세련된 형태의 이론들이었다. 그 사상들이 뒤를 받쳐주었기 때문에 아이히만은 고도의 효율성과 냉정함을 발휘하여, 숱한 유대인을 죽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 인류는 혐오스럽지만 탄탄한 논리를 갖춘 그 이론들의 주조자들을 연구해야 한다. 그런 이데올로그 중 라인하르트 혼이 있다. 그는 나치 친위대 산하 보안대의 장군이었다. 법학자였던 그는 전체주의의 핵심이었던 '공동체'를 집요하게 파고든 인물이다. 그는 왜 개인은 공동체에 헌신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나치의 대답을 만들었다.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이 아주 아이러니하다. 공동체에 헌신, 복종하는 개인은 자유롭다. 개인은 공동체에 복종하고, 그것의 수족이 될 때에야 비로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개인은 공동체의 기계부품이 아닌 살점이고 혈액이고 뼈이기 때문에, 공동체와 완전히 하나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정한 존재의 이유를 획득한다. 손톱과 발톱이 인체라는 공동체 없이 독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나치는 오랫동안 지리멸렬하게 흩어졌던 독일 민족, 1871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프로이센에 의해 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던 독일 민족에게 강력하게 호소했다. 복종하라, 자유를 누리리라. 물론 이러한 공동체 개념을 정립하고 발전시킨 데에는 간계가 숨어 있다. 이는 독일 민족 구성원들의 노동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착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방의 적들과 대규모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독일 민족 구성원은 일당백의 효율을 발휘해야 했다. 도덕적 망설임, 자아 고찰 따위의 비생산적인 행위에 탄환을 만들 시간을 빼앗겨서는 안 될 노릇이다. 세상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한다. 강대국 틈에서 독일 민족이 살아남으려면 인종적 우월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오로지 생산에 투입해야만, 적들에게 대항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독일 민족은 유기체처럼 한 몸이 되어 최대의 효율성을 발휘해야 했다. 하지만 나치는 패배했다. 종전 이후 우여곡절 끝에 매니지먼트 학자로 변모한 나치 장군 라인하르트 혼은 나치가 패배한 이유를 충분히 '나치답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즉 그가 주조한 나치즘을 현실에서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니지먼트학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서며 그는 군 조직의 역사를 고찰한다. 그의 시선으로 기업체는 현대사회의 군대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프로이센의 부흥기를 이끈 개혁가들, 특히 샤른호르스트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나치 시대부터 쭉 이어온 그의 나치즘 공동체 사상에 더해 샤른호르스트의 가르침을 얹...
  •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었다.?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보고 사업자는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한 것에 반해 새로 시행된 법은 법인과 함께 사업주 역시 형사상 책임을 묻는 대상으로 규정한다. 지난 2020 년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많은 이가 환영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기업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어 기업 활동을 위축 시킬 것이라는 염려가 담긴(또는 협박으로도 들릴 수도 있는) 입장을 발표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이런 물음을 던지기도 했으리라. ‘사업주가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직접 지시한 것도 아닌데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하지 않아?’ 과연 그럴까. 노동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죽어 왔다. 공장에 불이 나 죽고 아파트가 무너져 죽고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고 지하철 선로에서 죽었다. 그뿐만일까? 상사의 끊임없는 갑질과 공포 분위기 조성에 따른 따돌림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는 얼마나 많은가?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위법을 일삼았던 사업주들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지시받은 임무를 어떻게든 이행하려 했던 일선 노동자들은 죽었다. 노동자를 위험천만한 작업에 투입했던 현장 간부들은 죄책감과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한 발 뒤가 낭떠러지라는 생각에 외려 냉혈적이고 무감각한 인간이 되어야만 했다. 비겁한 인간이 되어야만 했다. 질문을 던진다. 제품 기준치에 못 미치는 불량 콘크리트를 구매하는 문서에 서명을 한 이는 누구인가? 아니면 그런 콘크리트를 사게끔 '압박한' 이는 누구인가??콘크리트 아래에서 죽음을 맞은 노동자일까? 그에게 작업 할당을 내린 현장 간부? 아니면 구매 기안을 올린 구매부 직원인 걸까... 우리는 알고 있다. 누가 그 콘크리트를 사게끔 했는지, 누가 소화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작업장에 노동자들을 밀어 넣었는지, 누가 5분 후 지하철이 들이닥칠 선로에 노동자가 선뜻 내려가게끔 했는지. 우리는 매니지먼트 이론의 위력을 과소평가한다. 오히려 상사의 호통과 잔소리를 더욱 겁낸다. 그것은 바로 눈앞에 실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념과 원리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잔혹하고 파괴적이다. 우리가 책임 있는 자리에 올랐을 때, 아무렇지 않게 하위 노동자를 인격체라기보다는 도구로 대하는 까닭은 매니지먼트라는 가치중립적인 원리가 면죄부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중립적인 학문, 이론으로만 여겼던 매니지먼트의 중요한 한 원리가 어떻게 나치즘에서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준다. 한나 아렌트는 성실하고 유능한 나치 실무자 아돌프 아이히만에게서 '악의 평범성'을 엿보았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자신은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항변하는 것을 보며,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스스로 분별하지 않는 것은 악이라고 말했다. 즉 사고의 무능성이 악과 연결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수많은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차디찬 작업장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있다. 죽은 사람은 있지만 정작 살인죄에 버금가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악이 생각보다 평범한 곳에 숨어 있음을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 머리말 1장 대독일 제국의 행정을 재고하다 2장 이제는 국가와 결별해야 하는가? 3장 ‘게르만의 자유’ 4장 ‘인적자원’ 관리 5장 나치 친위대에서 매니지먼트로: 라인하르트 혼의 경영자 아카데미 6장 전쟁의 기술 (또는 경제 전쟁의 기술) 7장 바트 하르츠부르크 방식: 복종할 자유, 성공할 의무 8장 신의 몰락 맺음말
  • 국가 기관이나 제도는 어디까지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게르만 민족이 발전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머물러야 하는데, 전문화된 행정조직이 구성됨으로써 법이나 국가를 목적 그 자체로 만들어버리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아돌프 히틀러는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 연설에서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국가는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가 국가에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국가가 우리를 탄생시킨 게 아닙니다. 우리가 국가를 탄생시켰습니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국가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며, 그 목적이란 행정적이거나 추상적인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구체적이고 생물학적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민족의 역량을 강화하고 민족을 영속화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이처럼 이론상으로 아주 명백했다. 놀랍게도 나치는 확신에 찬 반反국가주의자들이었던 것이다. 〈37페이지〉 … 라인하르트 혼은 나치 시대의 경력을 전혀 부인하지 않았다. … 그의 판단으로는 제3제국이 패배한 까닭은 충분히 ‘나치답지’ 못했기 때문에, ‘게르만의 자유’, 에이전시와 그 요원들의 유연성과 융통성, 그리고 ‘탄력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32페이지〉 독일 경제계는, 샤른호르스트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도 훨씬 더 경직된 군대 계급 제도의 영향을 받아 우스꽝스러운 수준의 위계 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 하물며 1936년부터 1945년까지의 전시경제 아래 독일은 훨씬 더 가혹하고 엄격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그 세계에서는 ‘생각이라는 것은 말들이나 하는 것. 말이 우리 인간보다 머리통이 훨씬 더 크지 않는가?’라는 오래된 군대 격언이 진리인 양 행세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하르트 혼은 선구자 또는 예언가, 아니면 혁명가처럼 보였을 것이다. 〈141페이지〉 1990년대 들어 라인하르트 혼은 더 이상 강단에 서지 않았으며, 자신의 저서 중 일부를 재출간하는 일에 전념했다. 91세가 되던 1995년에 그의 생애 마지막 책이 출간되었으며, 2000년에 만 96세를 얼마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독일 언론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기사에서 천재적인 매니지먼트 이론가, 능력 있는 교육자, 지칠 줄 모르는 학자라고 그를 칭송했다. 〈157페이지〉 기계 중의 기계, 즉 탁월한 기계인 우리 인간은 스포츠센터에서 신체를 강철st?hlern처럼 튼튼하게 단련해야 하는가? 우리는 ‘싸워야’ 하고 ‘전사’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의 삶을, 사랑을, 감정을 ‘관리’함으로써 경제 전쟁에서 승리라는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가? 이러한 사고는 자아, 타자, 세계의 물상화, 다시 말해 모든 존재들을 ‘사물’ 또는 ‘요소’(예를 들어 ‘생산 요소’)로 환원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며 결국에는 탈진 및 피폐에 이르게 한다. 〈173페이지〉
  • 요한 샤푸토 [저]
  • 파리 제1대학을 거쳐 퐁트네생클루 고등사범학교, 파리정치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현재 파리 소르본대학 현대사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치 문화사, 현대 정치 및 문화사 전문가로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 『피의 법칙: 나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La Loi du sang. Penser et agir en nazi』(2014)로 2015 에밀 페로-소신 정치철학 부문, 2015 야드바?? 국제 도서상 홀로코스트 연구 부문, 2015 피에르시몽 '윤리와 성찰' 부문을 수상했다. 『바이마르 살인Le Meurtre de Weimar』(2010)으로 2011 프랑스 아카데미 외젠-콜라 상을 수상했다.
  • 고선일 [저]
  •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꽃가루받이 경제학』, 『자발적 고독』 등이 있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번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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