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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다 
장성효 ㅣ 한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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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2년 0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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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page/152*224*21/58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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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8959595549/895959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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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기록하지 않은 역사는 역사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한 인간의 삶이 위태로운 때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시기이다. 크게는 나라가 존폐의 갈림길에 있거나 없어지거나 전쟁이 벌어지면 그의 삶은 위태롭다. 범위를 좀 더 작은 공동체로 좁히면, 직장이 문을 닫고 학교가 사라지고 집안이 망해서 삶이 흔들린다. 그렇게 보면 지난 100여 년 우리의 근현대사를 관통해 온 한국인들이야말로 가장 격심한 역경의 세월을 살다가 가고, 살아오고 있는 것 같다. 1910년 경술국치 한일합병과 세계 제1차, 2차 대전 시기를 포함한 일제하 36년 그리고 해방 후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은 질곡(桎梏)의 세월 그 자체였다. 여기에 5·16 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 군사정권과 이어진 1980년 신군부정권까지 27년간의 독재를 우리는 온몸으로 견디어왔다.
  • 고희(古稀)를 넘긴 우리 나이로 미루어보면 일본의 조선 침략 시기에 태어난 우리의 조부모 세대가 이런 굴곡의 시대를 가장 많이 경험하며 살아왔다고 생각된다. 부모 세대도 그에 못지않은 인생 역정을 거쳐왔다. 이런 조부모, 부모 세대에 비하면 한국전쟁 무렵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조금은 순탄한 삶을 살아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후대들 앞에는 더 평화롭고 인간다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를 확실히 담보해 주는 것이 여전히 없어 보인다. 그러한 세상을 열어주지 못한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온 그 많은 세월 동안 나 자신이 과연 무엇을 해왔는가 부끄럽고 모자랐음을 자책할 뿐이다. 삶을 살아내는 자들에게 삶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무수한 일을 당면하게 되고, 이를 부단히 해결하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내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모든 시대의 아픔을 헤치며 인간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우리 세대도,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공은 우리 손을 떠난 것 같다. 돌아볼 수 있는 과거는 길어지고 내다볼 수 있는 미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제는 있는 것, 아는 것을 정리해야지 더 벌일 일은 아니다. 기록하지 않은 역사는 역사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겪어온 그 많은 고난이 ‘무엇에 의해 어디서 왜 어떻게 왔는가’를 기록하지 않으면 고난은 되풀이될 것이다. 고난을 야기했던 근원을 잊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앞으로도 닥쳐올 고난에 대처하고 그것을 극복할 동력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이겠기 때문이다. 기록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의 한국사람처럼 등한한 사람들도 드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기록을 잘 안 하는 데다 자신의 기록을 남과 공유하는 일에도 게으르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미국이나 일본의 기업이나 연구소를 한국인이 방문하는 경우, 해마다 오는 사람은 바뀌어도 매번 똑같은 질문을 던져서 그곳 담당자들로부터 “왜 한국인들은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는 일이 많다고 한다.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해서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것 자체에 소홀한 데다 뒷사람도 앞사람의 기록을 살피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기록에 꼼꼼하고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들과는 딴판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과거부터 기록에 이처럼 등한했는가. 아마도 우리 한국인이 겪어온 근세 100년 격동의 세월에 연유하는 바가 크지 않나 생각해 본다. 왕조 시대에서 일제 침략, 한국전쟁, 기나긴 군사독재정권 그리고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겪고 만들어오면서 우리는 쉴 사이 없이 바빴고, 엄청난 진폭의 충격을 관통해 나와야 했다. 정상적 기록문화가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 데다가 있는 기록도 숨기거나 없애야 할 정도로 기록 자체가 위험, 위해시 되는 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 살아온 시대를 생생하게 증언해서 남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더구나 지금은 글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시대도 아니다. 인터넷에 쉽게 올리고, 쉽게 보존해 남길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그 많은 미시사(微視史, microhistory)가 모인다면 보다 온전한 사회사와 역사가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글쓴이의 후손들에게는 자신의 내력을 알고 정체성을 뚜렷하게 인식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유의한 것은 사실이 가감되거나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기억을 더듬어 가능한 한 정확하게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인간의 기억 자체가 때때로 기억...
  • 들어가며_ 4 제1부 유년의 회상(回想) 신당동에서 태어나다_ 15 피란 시절, 부산과 밀양_ 17 전후, 다시 돌아온 서울_ 19 다리를 절다_ 21 이승만 우상화_ 23 제2부 봄날은 간다 전쟁 직후의 국민학교_ 25 전학과 월반_ 28 곳곳에 볼거리, 구경거리_ 31 봇물 터진 교육열_ 34 5·16 쿠데타와 체력장 시험_ 38 효자동 중학교_ 41 5·16 기념 산업박람회_ 44 서울 전찻길 풍경_ 45 혼분식 장려, 쌀 배급_ 48 만화가게, 단체 영화 관람_ 50 6·3 사태 현장_ 55 힘들었던 음악 시간_ 57 제3부 짧은 고교 생활 바뀐 친구들, 다양해진 구성_ 59 경주로 무전여행_ 60 다리 수술, 병상에서의 1년_ 62 검정고시 수석합격_ 64 꿈같은 만남_ 66 막바지 입시 준비_ 67 제4부 민주화 학생운동 유배된 교양과정부_ 69 3선 개헌 반대운동_ 71 후진국사회연구회_ 73 서울의 빈민촌 실태조사_ 75 전태일 분신, 노동운동_ 77 교련반대운동_ 79 선거참관운동_ 81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_ 83 광주대단지 사건_ 87 10·15 위수령_ 90 서울대생 내란 예비음모 사건_ 93 사회여론조사_ 95 동기생과 졸업 여행_ 98 대학로의 추억_ 99 제적 시절_ 103 복학, 다시 ...
  • 아웅산 묘소 폭파 사건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파 사건이 터진 1983년 10월 9일, 편집국은 물론 회사 전체가 긴장과 혼돈에 휩싸였다. 한글날 휴일이었지만 모든 기자에게 출근 명령이 떨어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폭파 사건과 관련해서 편집국에 불확실한 내용의 1보가 전해진 것은 오후 1시 반 무렵이었다. “버마를 방문한 전두환 대통령 일행에게 경호상의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취재가 불가능한 해외에서 터진 이 초대형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사회부 데스크를 중심으로 버마 현지의 대사관과 상사들, 국내 정보기관 등 가능한 모든 곳과 접촉을 시도했다. 정보를 모아본 결과 버마에서 큰 사고로 대통령 일행 중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대통령의 서남아·대양주 6개국 순방길에는 삼성 이건희 부회장이 수행단의 일원으로, 또한 중앙일보의 송진혁 청와대 출입기자가 취재차 동행하고 있었다. 오후 4시 이진희 문공부 장관이 사건을 공식 확인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중앙일보는 ‘전 대통령 수행원 15명 참사’라는 제목으로 첫 호외를 발행했다. 중앙일보의 이 사건 취재에는 당시 회사를 퇴직하고 기업에 가 있었던 김재혁 전 기자가 큰 활약을 했다. 그때 김 선배는 (주)한양 비서실장이었는데 대통령을 수행한 배종렬 한양 회장에 하루 앞서 현지에 도착해 있었다. 밤 10시 무렵 취재진이 김재혁 선배와 통화가 되면서 그의 도움으로 현장 상황과 사건 발생 과정, 부상자의 용태 등을 담아 생동감 있는 기사를 만들 수 있었다. 중앙일보는 이날 세 차례 호외를 발행했다. 밤 11시에 현장의 상보(詳報)를 담은 2차 호외를, 다음 날인 10월 10일 오전 10시에는 전 대통령 일행이 서남아시아 및 대양주 6개국 공식순방계획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라 새벽 3시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는 내용의 3차 호외를 냈다. 부상당한 수행자들도 후송기 편으로 10일 밤 서울에 도착했고, 부상한 송 기자는 국립의료원에 입원해 한 달여 동안 치료를 받았다. (중앙일보, 동양방송 사사편찬위원회《중앙일보 20년사, 附동양방송 17년사》, 1985.9.)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각료들 모두가 대통령보다 앞서서 랑군(현재의 양곤) 아웅산 국립묘소에 도착했는데, 천병득 청와대 경호처장이 묘소를 지키고 있던 버마군 장병들한테 “나팔 불 준비는 됐느냐?”며 손으로 나팔 부는 흉내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버마 장병들이 이걸 잘못 알아듣고 진혼나팔을 불었다. 근처에 잠복해 있던 북한 테러범들이 이 나팔 소리를 듣고 ‘전 대통령 일행의 참배가 시작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미리 설치해 둔 폭발물의 원격조종장치를 누른 것이다. 그래서 수행자들보다 늦게 현장에 온 대통령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웅산 사건 희생자 17명 가운데는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 농림수산부 등 경제부처의 장·차관들이 많아 과천 경제부처들의 분위기는 한동안 어둡고 우울했다. 특히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며 신군부 집권 전반기에 물가 안정, 수입 자유화, 금융 자율화 등을 잘 처리해 와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북한은 1980년대 초반 남한에 이처럼 거칠게 나왔다. 사건 이후 군 등에서 북한에 대한 보복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전두환 대통령이 이를 막았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보복을 전 대통령이 막았다는 게 맞는 말인지, 맞는다면 그 배경은 무엇인지, 여전한 의문 속에 그는 2021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이하 생략〉 - 〈본문〉 중에서 발췌
  • 장성효 [저]
  • 서울에서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49년에 태어났다.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검정고시로 1969년 서울대 문리과대학 사회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 박정희 군사정권의 독재에 저항해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당하고 이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다. 1976년 중앙일보에 기자로 들어가 사회부, 경제부를 거쳐 중앙경제 정경부장, 중앙일보 국제부장, 『월간중앙』부장, 경제2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 뒤 논설위원, 시민사회연구소장, 편집국장대리를 맡았으며 2005년 중앙일보 영어신문 본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이후 동료들과 함께 여론조사회사 디오피니언을 세워 운영했다. 통일을 비롯한 남북문제, 저출산·노령화의 인구 변동, 지방 소멸 같은 사회동태적 과제와 그 해결 방안에 관심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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