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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말들 
백지은 ㅣ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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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2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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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page/139*210*22/496g
  • ISBN
9791191897180/119189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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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평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느 때나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다 [그때 그 말들]은 백지은 평론가의 평론에세이집으로, 42편의 평론과 시평(時評)이 실려 있다. 백지은 평론가는 읽는다. 김경욱과 김병운과 김봉곤, 김숨, 김중혁, 김초엽, 백민석, 백수린, 신해욱, 안보윤, 윤성희, 임성순, 임솔아, 장강명, 장혜령, 전하영, 정소현, 조우리의 소설을 읽고, 김미현의 문학평론집을, 허문영과 남다은의 영화비평집을 읽는다. 드라마(「질투」)도 읽고, 영화(「곡성」)도 읽는다. 예능 프로그램(「아육대」)도, 개그 프로그램(「코미디 빅리그」)도 읽는다. 「우남찬가」도 읽고, 밥 딜런(과 노벨문학상)도 읽는다. 그리고 또한 읽는다. ‘문단 내 성폭력 사건’과 ‘강남역 살인 사건’을, 행정자치부가 만든 ‘대한민국 출산 지도’를 읽는다. ‘개저씨’와 ‘헬조선’을 읽고, ‘구의역 참사 사건’과 안철수의 말을 읽고, 개그 프로그램 「아무 말 대잔치」와 박근혜의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읽는다. ‘가짜 뉴스’와 ‘팩트 체크’와 ‘인터넷에 떠도는 사과문 작성법’을 읽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새누리당의 선거 퍼포먼스, 교육부 정책 기획관 나모 씨의 ‘개돼지 발언’과 어버이연합과 최순실을 읽는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 이정미 재판관의 주문과 ‘촛불집회’를 읽는다. 요컨대 백지은 평론가는 전방위적으로 이 세계의 ‘말들’을 읽는다. 그리고 비평을 쓴다. 그런데 백지은 평론가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읽고 쓰는가? 이유는 명백하다. “더 잘 경험”하기 위해서다. 백지은 평론가는 말한다. “읽기란 무엇보다도 텍스트-말을 경험하는 행위”다. 그리고 “비평은 다양한 관점의 체계 또는 다양한 해석의 공동체 중에서 선택을 하는 행위가 아니다. 비평의 의무는 경험이라는 개별적 지각, 즉 스타일의 자기 체험을 전개할 수 있는 지평을 (선택이 아니라) 발생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경험을 해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더 잘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고, 더 잘 생각하기 위해, 비평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느 때나,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백지은 평론가가 쓴 [그때 그 말들]은 지난 한때의 ‘말들’에 대한 단지 성실한 읽기가 아니라, 바로 ‘그때’ 자신이 그 ‘말들’을 하나하나의 사건으로 ‘경험’한 ‘지평’들을 ‘발생’시킨 결과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이 글쓰기/읽기의 수행으로 이루어진다고 하기보다 글쓰기가 삶의 수행 혹은 삶의 형식”이다. 그리고 “나의 글, 나의 이야기, 나의 쓰기란, ‘나에 대하여’ 쓴 것이 아니라 ‘내가’ 쓴 것이다.” 백지은 평론가가 “내가”를 꼭 묶어 적은 까닭은, 다시 말하는 셈이지만, 읽기와 쓰기의 주체를 재구성하거나 강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기와 쓰기를 통해 새삼 ‘발생’시켜야 할 ‘우리’의 경험의 지평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민중은 개돼지다. 먹고살게만 해 주면 된다”라는 어이없고 참담한 말을 들어야 했던 바로 ‘그때’, 그리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라는 말을 들으며 정말이지 어안이 벙벙해 있었던 바로 ‘그때’, 마침내는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문이 낭독되던 바로 ‘그때’, 잊을 수도 없으며 결코 잊어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이미 다시 반복되고 있는 ‘그때’ ‘그 말들’과 그 경험들의 “텍스트적 운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일” 말이다. 지금 당장 [그때 그 말들]을 읽어야 할 이유다.
  • [책머리에] 협소한 영역에 한정된 읽고 쓰는 생활이지만, 그 미미한 지속에서 나는 ‘문체’라는 말을 ‘문학’보다도 더 굳게 붙잡은 것 같다. 어떤 초심처럼 심중에 두어져 버린 그것은, ‘스타일’이라고 바꿔 말하든 아니든, 나의 함의와 타인의 함의가 일치하지 않아 상호 오해를 유발할 때도 적지 않다. 협소하지 않은 영역에서 두루 쓰이는 단어이므로 이 단어를 붙드는 광범위한 맥락에서 나의 함의는 왜소하거나 편향됐으나 어떤 핵심의 겹침이 감지되는 한에서 놓지 않았다. 내게서 너무 단단해져 버렸을 이 말이, 일상에 뭉쳐진 나의 읽기를 흔들어 보는 데도 내게는 필요했고 또 적절하다고 오랫동안 믿었다. 느낌과 상념이 통과하는 길에 ‘스타일의 자기 체험’이라는 말 외의 것을 불러내지 못했다. 더 잘 경험하려는 시도의 몇몇 조각들을 모아 내놓으며 이제는 이 말이 내게서 풀어지고 흩어지기를 소망한다. 경험이라고 했지만 대개 세상의 말(言)들 주변에 붙박이고 마는 일상의 한계 탓에 나의 쓰기는 임의의 문학 텍스트로부터 촉발되었거나 특정 시점의 내가 불쑥 닿아 버린 텍스트에 빚진 행위가 대부분이고, 이 책의 절반 이상도 그 결과물이다(제1부와 제5부). 바로 그때 만난 그 말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한 편의 글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분량은 절반 이하지만 목록의 길이는 한참 긴 다른 절반쯤은 세상의 흔한 말들에 직면하여 스스로 ‘텍스트적 운동’의 일부가 되기를 기도했던 흔적들이다(제2, 3, 4부). 세상 돌아가는 뉴스가 불편하여 견디기 힘들었던 특정 시기의 마인드가 집중적으로 드러난 그 글들이 이 책의 또 한 표정이 될 것을 생각하면 어색해서 죽을 것 같다. 그때 그 말들과 어느새 5년여의 시간적 거리를 두게 된 것도 난감하다고만 생각했는데, 20대 대선 이후 ‘세상 돌아가는 뉴스로부터 눈과 귀를 최대한 차단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요즘, ‘그때 그 말들’을 환기하는 어떤 기분이 난감함을 뚫고 흘러나와 어색함을 무릅쓰게 만들었다. 냉소인 듯 체념인 듯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라고 중얼대는 주위 친구들에게 같이 푸념이라도 하며 이 기분이 더 이상의 좌절이나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힘내 보자고 말하고 싶은 심정으로 지금 이 책을 세상에 밀어낸다. 어떤 항심으로 밀고 온 나의 글쓰기는, 십수 년 전 시작하는 마음일 때와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고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스타일’이 좀 변했는지도 모르겠다. 읽기(크리틱)와 쓰기(에세이)의 동행에서 발생했을 그 스타일을, 읽기와 쓰기에 다 충실하고픈 바람을 담아 ‘크릿세이’라고 불러 보기로 한다. 아무래도 뚱해 보일 이 책의 표정을 내가 어떻게 책임져 줄 수 있을지는 못내 걱정이다. 다만 이제 나는 쓰기 위한 읽기가 아닌 읽기의 수행성으로 열린 쓰기로써 이 표정을 더 자주 지어 보겠다고, 그리하여 내 손끝에서 ‘크릿세이’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부드러워지길 바란다고, 지금은 그저 이런 다짐과 바람뿐이다.
  • 005 책머리에 크릿세이(critssay)를 향하여 제1부 기어이, 함께 살자는 말 015 빌려 온 시간 속에서 024 우주의 주인공이 되느라-인본주의의 위상 1 030 이토록 유사한 권리의 징표-인본주의의 위상 2 035 이후의 인간을 위하여-김숨의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로부터 047 멜랑콜리 사회학-안보윤의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로부터 058 더 나은 고통이 있을까-정소현의 [가해자들]로부터 064 공생의 밤 제2부 모쪼록, 우리를 지키는 말 075 일탈이냐 탈선이냐 079 우연인가 083 Yes는 Yes, No는 No 088 죽어야 사는 남자 093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하는데 097 지도 말고 의도 102 너도 꼭 너를 지켜 105 추억이 미래를 향해야 할 때 제3부 도무지, 무지한 무시의 말 113 무시와 무지는 하나 118 ‘오만하고 무례하다?!’ 123 자기가 오직 자기여서는 128 좋은 게 좋은 것이 가장 나쁘다 133 웃게 해 달라 138 ‘아무 말’의 해악 143 문해력의 기초 148 팩트 폭력 체크 152 최대한의 지성과 용기를 제4부 어떤 한국에서 2015-2017 159 말솜씨 얘기가 아니다 164 위트 앤 시니컬 168 절박쇼, 최악(질)의 공연 172 누가 개돼지냐 177 계몽을 해 봅시다 181 원래 그런 일은 없...
  • 인류 전체의 공생을 염려하는 것이 너무 거창한 얘기가 아니라는 게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다. 인간을 위협하는 자연(전염병)으로부터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인간끼리의 공생이 아니라 인간 아닌 것(자연)과의 공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은 역설도 아닐 것이다.(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니까.)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라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통탄하거나 변동의 당위를 수긍할 때 우리는 종종 말해 왔지만(지난 몇 년간 우리는 이 말을 얼마나 자주 해 왔던가), 세계의 진행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을 향해 직진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은커녕 오늘 아침으로도 되돌아갈 수 없지만, 우리의 미래가 지속될 수 있는 까닭은 멀리 있는 끝으로 뻗어 나가는 힘이 아니라 언제든 멈춰 서고 뒤돌아보고 선회할 수 있는 능력에 있지 않을까. 빌려 온 시간은 영원하지 않고, 다만 조금씩이라도 갚으며 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라는 말조차 가질 수 없다.(pp.22-23.) 동물은 인간에게 직접 소비될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유의미한 이미지로 인식되고 전시됨으로써 개체와 종을 존속시킬 수 있다. 인간은 모든 동물에게 인간의 필요와 의미를 강조하면서 그들(동물)이 우리(인간)와 유사하다고 상상하고, 우리의 필요와 의미에 장악되지 않는 부분은 배제하면서 그들이 우리보다 열등한 피조물임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오늘날 인간 외의 모든 동물은 그 개체와 종 전체가 인간에게 전적으로 착취당하는 한편 어떤 동물 종이나 개체도 인간보다 우선시될 수 없는 운명 속에서만 살아남아 오직 인간(중심)적인 의미로서만 개체의 생명과 종의 번식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p.25.) 인간의 형상을 한 동물 캐릭터들의 관습적 은유로 된 서사는 동물 상호작용을 인간 상호작용에 등치시키는 환상을 창출한다. 이는 동물의 생명적 질서를 왜곡하는 동시에 인간의 사회적 편견을 자연화할 뿐만 아니라 인간-동물 간 위계에 작동하는 권력과 모순을 은폐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은 인간 지배적인 습관의 징표가 “구조적으로 남성 중심적”이라는 점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동반자로서의 동물에 대한 서사가 인간의 감상적인 자기 투사와 도덕적 우월감을 해소하는 의미화 체계로 작동하듯, 동반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서사가 남성의 감상적인 자기 투사와 도덕적 우월감을 해소하는 관습의 편견을 쌓아 놓은 어떤 현실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pp.31-32.) 오늘날 우리는,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고 지구의 주인, 우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바로 그 이유들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지구상의 무엇으로 되어 갈지를 예측해야 하고, 동시에 우리가 여전히 지구상의 동물임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태계를 황폐화하고 지구의 법칙을 유례없이 바꿔 버린 인간은, 기후변화가 생존 위기로 다가온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주인의 자리를 차지했었는지, 그 자리에서 무엇을 자행해 왔는지를 반드시 물어야만 한다. 최근에 읽은 김숨의 이야기들이 ‘인간’에 대해 유례없는 질문을 갑자기 던진 것은 아닐 것이나, 오랫동안 동물의 신이었고 우주의 주인공이었던 그 ‘인간’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요청이 마치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요건처럼 이미 우리 삶의 매 자리에 깊숙이 퍼져 있었던 게 아닐까.(pp.45-46.) 행복과 행운은 똑같은 뜻이 아닌 줄 아는데, 불행과 불운은 거의 같은 것으로 생각되는 때가 적잖다. (행운이든 불운이든) ‘운’이란 분명한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예측이나 보장이 안 되는 불확실성을 암시하므로, 일시적 요행의 기운이 드리워진 ‘행운’이...
  • 백지은 [저]
  • 문학평론가. 비평집 [독자 시점] [건너는 걸음], 비평에세이집 [그때 그 말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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