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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박경환 ㅣ 글항아리 ㅣ Viewed Side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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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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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page/136*196*24/56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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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69090247/116909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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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간 오직 일본을 사유한 도널드 리치의 일본론 20편 역사의 긴 복도를 되돌아보다 일본에는 일본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그들 나라에 대해 글을 써온 외국인의 계보가 있다. 도널드 리치도 그중 한 명으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 이상 일본에 살면서 외국인(특히 서양인)들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가령 오즈 야스지로나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가 서양에 알려진 데에는 그의 영향력이 있었다. 영화평론가이자 큐레이터로서 그는 이 책에서 일본 영화뿐 아니라 도시와 사회, 사람, 정원, 음식, 다도에 관해서 심미적인 정취들을 꿰뚫으면서 일본의 ‘아름다움’을 탐구해나간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옆에서 보아야만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E. M. 포스터) 저자 역시 경계인으로서 옆에서 일본을 오래 들여다봤다. 『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은 도널드 리치가 1960년대부터 50여 년에 걸쳐 쓴 일본에 대한 산문 중에서 20편을 골라 번역한 것이다. 각각 일본의 형태, 일본 영화, 일본 문자, 파친코, 패션, 키스, 무너져가는 내면화, 텅 빈 공간과 시간의 추구, 일본인이 드러내는 친밀함의 이중성, 삶과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등을 다룬다. 50년에 걸쳐 쓴 산문을 한 번에 보여주면 어떤 흐름이 읽힐까.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일본적 특성이 드러난다. 즉 기본적인 전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대의 아름다움은 대부분 화석화되었거나 혹은 통속화되었다. 그의 글 몇몇의 후반부가 회한의 감정을 담고 있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역사의 긴 복도를 되돌아보는 일은 가치가 있다”. 글은 자신이 음미하고 분석하는 대상을 얼마쯤 닮기 마련이다. 일본의 아름다움을 궁구하던 리치의 글은 깊이 있고 정갈하며 미적 경험 속으로 온전히 뛰어드는 글이다. 이 책은 관찰하고,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일본을 이해한다. 일본의 겉모습에서 시작해 나선형으로 걸어가며 그 심부를 산책한다.
  • 일본을 생각한다는 건 형식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라의 모든 틀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나라.’ 저자는 일본을 이렇게 규정한다. 바꿔 말해 “패턴화된 나라”라 할 수 있다. 일본을 경험해보면 알 수 있듯, 그들은 형식에 온 마음을 기울인다. 이 틀로 많은 것이 해석될 수 있다. 일본에는 전화를 거는 마땅한 방법, 차를 마시는 마땅한 방법, 돈을 빌리는 마땅한 방법이 있다. 즉 절대적인 형식이 존재하고 추구된다. 다른 나라라고 이런 게 없는 것은 아니나, 일본에서는 이것이 ‘행위의 예술’이 된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인데, 일본어에서 관용구가 발달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용서를 구할 때, 슬픔을 표현할 때, 화내거나 사랑을 표현할 때조차 쓰는 관용구가 있으며, 이는 패턴화되어 있다. 형식을 극히 중요시하다보니 일본인의 태도는 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반영되어 있다. 저자는 한 나라의 패턴에 입문하려면 공중에서 그곳을 내려다보라고 말한다. 잘 개간된 일본의 땅은 산과 산 사이로 논밭이 뱀처럼 구불구불 펼쳐지는데, 이는 독일의 말끔한 사각형이나 북미의 광활한 체스판과 크게 다르다. 저자는 여기서 자연을 본뜨는 일본인의 태도를 발견한다. 논밭이 이런 모양인 것은 산을 관찰하고 계곡을 따라 논밭을 일궜기 때문이며, 풍경이 펼쳐진 곡선을 따라 집을 만들고, 나무가 있으면 베지 않은 채 두고 오히려 지붕을 뚫었던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인데, 일본인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단지 자연스럽다고 해서 아름다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엔 잠재성만 있어, 거기에 손을 대고 꾸며야 한다. 그러면 형태가 생겨나고 의미가 찾아진다. 일본인이 전통적으로 아름답다 여긴 홀로 선 바위나 한 줄기 대나무 가지를 보라. 도코노마에 놓인,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고 균형 잡고 있는 한 줄기 나뭇가지를 보라. 여기서는 ‘정식으로 균형을 갖춘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이 같은 비대칭의 절묘한 균형감은 일본 정원에서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패턴과 형태, 형식과 디자인이 끊임없이 만들어져 일본을 규정한다고 본다. 사찰이든 기모노든 목수의 톱이든, 어디에나 패턴이 있다. 게다가 현대의 새로운 것들은 대개 옛것의 모양을 띠고 있다. 그리하여 일본인에게 사당을 제대로 짓는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고, 기모노의 허리끈인 오비를 제대로 짜는 방법도 오직 하나밖에 없다(다만 개성의 표출은 장식에서 허용되며, 무수한 창조는 바로 여기서 이뤄진다). 외국인 입장에서 일본 미학의 정수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기능은 떼어놓은 채 사물을 관찰해 시각적 특성을 더 두드러지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속에서 자연법칙을 따르는 디자인뿐 아니라 사회 규율까지 간파해낸다. 그가 일본을 “각각의 모듈로 이루어진 것들의 원조” “최초의 조립식 건물의 땅”이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적게 보여줌으로써 더 많이 느끼도록 이 책에 실린 20편의 글 중 4편은 영화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중 「일본 영화에 대한 어떤 정의」는 서양 영화들과 달리 일본 영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틀을 제공해준다.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저자에 따르면, 서양 영화는 스토리, 플롯, 액션을 중시하는 반면, 일본 영화는 ‘정취 중심의 사실주의’가 특징이다. 특히 일본 감독들은 공간을 제한해 정취를 만들어내곤 한다. 이를테면 도요타 시로의 「묵동기담?東綺譚」은 집 한 채 안에서 거의 모든 내용을 펼쳐 보인다. 한정된 공간을 도구로 사용해 간접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일...
  • 옮긴이 서문_낭만주의자의 거울 1. 일본의 형태(1962) 2. 일본 영화에 대한 어떤 정의(1974) 3. 표지판과 문자(1974) 4. 파친코(1980/1986) 5. 패션의 용어(1981) 6. 일본의 키스(1983) 7. 일본을 말하다(1984) 8. 일본의 리듬(1984) 9. 워크맨, 망가, 사회(1985) 10. 무너져가는 문화적 내면화(1991) 11. 비움으로 채우는 공간(1992) 12. 친밀함 그리고 거리두기: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1993) 13. 일본 영화에 등장하는 열차(1993) 14. 일본: 반세기의 변화(1994) 15. 일본과 이미지 산업(1996) 16. 일본의 자동차 문화에 대한 단상(2002) 17. 경계 넘나들기: 일본의 사례(2004) 18. 사회와 영화에서의 일본 여성(2005) 19. 일본 영화에 등장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2006) 20. 일본 미학 소고(2007) 용어 사전
  • 형식을 극히 중시하는 일본의 태도는 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반영되어 있다. 의례라는 것은 인간에 의해 변형되고, 윤리라는 것은 즉흥성에 의해 훼손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일본에서는 패턴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고, 이름은 글로 써서 읽을 수 있을 때에만 기억된다. 귀로 듣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고 눈으로 보는 것이 확실하다. 일본은 명함과 온갖 광고의 나라다. 아마추어 화가들과 사진가들의 나라이기도 하다. 모두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사진을 찍을 줄 안다. 시각적 감각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아는 것이다. 마치 절대음감과도 같다._18쪽 일본의 전통 영화들을 보면 이들은 현실이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뒷면에 숨겨진 현실이라든가 가치 판단에 대한 고려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인은 개인으로서의 죄책감은 없으나 사회적 수치심은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이와 대조적으로 서양에서는 드러난 현실만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개인적 양심을 강조하고, 뒷면에서 배회하는 현실에 주목한다. 따라서 서양인들은 사회적 수치심을 거의 느끼지 않고 대신 개인적인 죄책감에 훨씬 민감하다._29쪽 이런 조그맣고 공허한 순간들은 오즈의 영화에 숨 쉴 공간을 제공하는 모공과도 같다. 그 공허함으로, 그 존중과 배려로 영화를 규정한다. 오즈의 이런 솜씨를, 일단 플롯의 전개가 끝나면 가차 없이 장면을 끝내버리는 보통의 감독들과 비교해보라. 마치 등장인물이 아니라 플롯 자체에만 관심이 있다는 듯한 태도가 아닌가. 이들은 그렇게 플롯만을 중시하다가 해당 장면의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을 놓쳐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_35쪽 일본인들은 단어의 뉘앙스에 민감한 만큼 단어가 어떤 글씨체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서양에서는 출판업이나 인쇄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글자의 다양한 폰트와 스타일이 주는 영향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뉴스의 헤드라인을 굵은 글씨로 쓴다거나 결혼 청첩장에는 화려하게 굴린 글씨체가 쓰인다는 것을 아는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기계로 인쇄되었거나 화면에 타이핑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손글씨의 섬세한 뉘앙스에 둔감해져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서법이 여전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_54~55쪽 파친코는 다른 모든 주요한 몰입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겉보기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파친코의 진정한 목적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소멸이다. 자기 소멸은 지극한 쾌락의 경지다. 이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그 상태가 무한히 계속된다. 여기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잘 맞는 기계를 찾아야 한다. 그런 기계는 나에게 맞춰 반응해주는 것 같은 조용한 벗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과 기계 사이의 이런 말없는 교감은 당신을 망각으로 이끈다.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행위를 반쯤만 의식하게 된다. 파친코 기계 앞에서 겉으로 행하는 행위의 목적은 의식하고 있지만, 동시에 진짜 이유는 기꺼이 망각해버린다. 파친코 업소에서 나올 때는 기운을 되찾은 새로운 모습으로 나온다._68쪽 다도의 마지막에 손님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가듯, 영화가 끝나가면 의미들이 흘러왔다가 사라진다. 공간이 아닌 시간에 있어서 비어 있음의 풍부함이라고 할 만하다. 소멸의 불멸, 영원의 찰나. 사례는 넘쳐난다. 정성 들여 이어붙인 깨진 찻잔, 손을 타서 변색된 은빛 차항아리, 한순간을 영원히 박제하는 하이쿠. 모두 시간의 작용 그 자체로부터 만들어진 사물들이다._143쪽 이 모든 것...
  • 도널드 리치 [저]
  • 1924년 미국 오하이오 리마 출생. 1947년 연합군 사령부의 군무원으로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 2013년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생활하며 일본 사회와 문화, 영화에 관해 통찰력 가득한 글을 남겼다. 오즈 야스지로와 구로사와 아키라를 영어권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영화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여러 편의 실험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은 저작으로 꼽히는 『내해Inland Sea』는 영화로 각색되어 하와이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어스워치 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1969~1972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영화 큐레이터로 근무했고 2002년에는 부산 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대표 저서로 일본에 관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50년을 기념해 출간된 산문선 『일본 일기The Japan Journals』와 일본 영화사에서 평론가로서 입지를 굳히게 한 『일본 영화 백년사A Hundred Years Of Japanese Film』를 포함해 『오즈 야스지로의 삶과 영화Ozu: His Life and Films』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The Films of Akira Kurosawa』 『일본 미학 소고A Tractate on Japanese Aesthetics』 등이 있다. 2002년 오스트리아에서 영화에 헌신한 리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잠입Sneaking In: Donald Richie’s Life in Film」이 제작되었고, 톰 울프는 그를 “우리 시대의 고이즈미 야쿠모(그리스계 일본 작가)로, 서로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본인과 미국인, 두 문화 사이에서 미혹적일 만큼 또렷한 의식을 보여주는 미묘하고 세련된 영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 영화 발전에 세운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된 가와키타상을 초대 수상했고, 전미 영화비평가협회 특별상 등을 받았다.
  • 박경환 [저]
  • 2002년 회사 일로 한국을 떠나 지난 20여 년간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살았다.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와 문화에 자연스레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일본의 굴레』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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