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때 철학자 정호(程顥)는 ‘붕우강학(朋友講學)’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벗과 더불어서 배움을 강구한다.” 배움은 학문적 연구를 뜻한다. 연구는 혼자서 이룰 수 없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발전한다. 혼자 골똘히 생각하면 삼천포로 빠지는 수가 있다.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철학자가 된 이유는 그의 제자들과 끊임없이 토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르치는 것이다. 가르침도 일방적인 주입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처럼 끊임없이 묻고 따지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선생이 학생을 지도하지만, 반대로 학생이 있기 때문에 선생이 있다. 선생이 훌륭한 학생을 만들지만, 학생이 똑똑한 선생을 만든다.
여기에 실린 거의 모든 논문은 손영식과 함께 한 작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발표하는 이론이며,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는 정년을 맞이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루카치는 대략 이렇게 말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하늘의 별빛만 보고 항해할 때,
그때가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제 철학은 한국에서 사양 산업이 되었다. 대학들은 앞다투어 철학과를 없애고 있다. 철학은 강자들이 가져야 하는 학문이지만, 약자들에게도 빛이 된다.
하늘의 별빛도 희미해진 시대에, 작은 불빛을 만들고자 한다.
머리말
제I부 논문
중국의 운명: 힘에 중독된 중국의 정치 체제와 국제 갈등 _ 손영식
한국의 국가적 정체성 _ 손영식
중국 예술의 질곡 _ 손영식
혜시의 역물 10사의 증명
한글 전용의 이념 _ 손영식
신유학 3파의 새 이름을 제안함: 이진상의 통찰을 바탕으로 _ 정원재
패러다임을 바꾸는 묵자의 계약론적 국가론 _ 김지영
노자의 기본 사상: 도와 덕 _ 강대용
불교 철학에서 상(相) 개념의 변천과 해석에 관한 연구: 니미타와 락샤나를 중심으로 _ 홍종욱
로고테라피와 유식(唯識) 사상의 비교 연구 _ 김미경
니체에게 있어서 ‘자유 의지’와 ‘자기 조형’의 양립 가능성 _ 김남호
니체 사상의 소피스트적 기원 _ 김상곤
니체의 삶의 예술의 철학과 그 현재적 적용 _ 박재율
장자의 철학 사상의 리더십에의 적용 가능성 _ 박경석
제II부 회고
손영식 선생님에 대한 세 가지 추억 _ 조남호
철학과에서 ‘묵자 학당’으로 _ 김지영
검객과 무사: 손영식 교수님과의 추억 _ 강대용
일송정 푸른 솔 _ 송지영
답사와 지리산 종주: 손영식 교수님을 그리워하며 _ 이영칠
울산을 품기: 손영식 교수님 퇴임을 맞이하여 _ 박은정
정년 퇴임에 삶을 되돌아보며 _ 손영식
손영식 [저]
서울대학교 철학교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울산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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