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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진은영 시집
문학과지성 시인선1 ㅣ 진은영 ㅣ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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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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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page/131*206*11/33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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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8932040448/893204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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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우리 삶 속에 상실과 슬픔을 끌어안는 사랑의 공통감각 십 년을 기다려온 단 하나의 온전한 고백 누추한 현실에서 불현듯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 10년 만의 신작 시집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 『우리는 매일매일』(2008), 『훔쳐가는 노래』(2012)를 차례로 선보이며,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낡고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하는 한편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내온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신작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2022)를 펴냈다. 시(인)의 사회적 위치와 기능을 묻는 한 강연에서 “시인은 침묵함으로써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진은영은 말한 바 있다. 공동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와 다양한 삶의 문제들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가시화하는 일, 그 어렵고 힘든 일을 이번 시집에 묶인 42편의 강렬하고 감각적인 시들이 저마다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결핍으로 가득 찬 과거와 불안하고 비탄스러운 현실 속의 우리는 진은영의 시와 함께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 속을”(「어울린다」) 걸어 미래로 나아간다. 고통의 쓴잔을 나눠 마시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사랑의 힘으로. “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고 이 시집 전체가 작게 말하고 있을 뿐, 어떤 시도 직접적으로 크게 말하고 있진 않다. 진은영의 정련된 이미지들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유와 감정이 들끓고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사유와 감정이 하나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 가졌다.” -신형철,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에서
  • 낡고 익숙한 단어와 감각의 재배치로 새롭게 태어나는 일상들-인식들 그러니까 시는 제법 볼륨이 있는 분노, 그게 나다! 수백 겹의 종이 호랑이가 레몬 한 조각에 젖는다 -「그러니까 시는」 부분 흔히 좋은 기사의 기본을 왜곡 없이 명징한 사실 보도에 두듯, 좋은 문학의 가능성을 상황과 관계를 단순화하지 않고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한 이해를 허락하는 데서 찾곤 한다. 그리고 그 좋은 예를 우리는 진은영의 시와 더불어 경험해왔다. 일찍이 낯선 은유와 아포리즘, 철학적 알레고리가 가득한 시들로(“혁명/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편협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조금씩 젖어드는 일/내 안의 딱딱한 활자들이 젖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게/점점 부풀어오르게/잠이 잠처럼 풀리고/집이 집만큼 커지고 바다가 바다처럼 깊어지는 일/내가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내 안의 붉은 물감 풀어놓고 흘러가는 일”(「물속에서」, 『우리는 매일매일』)의 복판에서 우리 마음의 무늬를 읽게 하는 순간이 그의 시집 어디를 펼쳐도 가능했다. 길지 않은 시에 “긴 손가락”의 이야기를 몇 겹의 의미로 감추는 데 여전히 능한 그 덕분에(「아르스 포에티카」) 우리는 이번 시집 곳곳에서 풍부하고 아름다운 ‘생의 시간’을 속도감 있게 마주한다.(“어린 시절이 숨어 있던 은유의 커다란 옷장에서/나를 꺼내 데려가주세요/얇은 잠옷 차림으로 창문 너머 별을 타고 야반도주하는 연인들처럼 가볍게/들판의 귀리 싹이 몇 인치의 초록으로 땅을 들어 올리듯/차력사인 봄을 불러다 주세요/붉은 담쟁이 잎이 잔 속에서 피어나고 흰 양털 장화 속이 축축해지도록 눈 내립니다/별과 알코올을 태운 젖은 재들 휘날립니다//내가 고백할 수 있도록”-「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찢기거나 부서지고, 헝클어지고 녹아내리는 마음 너머의 사실들 낯선 폐품 더미 속에서 잠시 혼이 나간 아이처럼, 도무지 쓰임을 알 수 없는 이상하고 망가진 물건들 사이에서, 또한 모든 이가 어느 다락방에 쌓인 낡은 몰락의 일종이었음이 문득 자연스러워지는 오후 한때 -「일대기」 부분 진은영의 시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몇 겹’의 사실/이야기를 품으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얼마나 많은 것이 내 단순함의 칼날에 잘려 나갔을까?”(뒤표지 시인의 글) 하는 시인 자신을 향한 경계와 반성이 수시로 작동하는 탓이다. 진은영 시에서 익숙한 시(인)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다수의 명명들은 대개 미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 사이에 발생하는 “구조적 긴장”과 “팽팽한 경쟁의 감미로움”(신형철 해설)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별들이 움직이지 않는 물 위를 고요가 흘러간다는 사실/물에 빠진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오늘 밤에도 그 애가 친지들의 심장을 징검다리처럼 밟고/물을 무사히 건넌다는 사실”-「사실」). 삶-일상에 문학을, 철학을, 그리고 정치(적 용어)를 들이고 콜라주하는 일에 오래 골몰해온 그의 시들을(“자면서 벌어진 입술로 새어 나오는 잠꼬대 같은 진실들/그런 걸, 믿으라는 말인가/나는 오랫동안 묻곤 했습니다//믿음으로/ 믿음을 지우면서/ 당신은 스스로 답했습니다:/나는 세상의 빛이다/[그러나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죠/ 한낮이 아니라/별들이 아니라/용접기 불꽃이 만든/한 개의 반짝이는 구리 반지를/벽보 속에, 슬픔 속에, 한 노동자의 얼굴 속에 넣어뒀...
  • 시인의 말 Ⅰ. 사랑의 전문가 청혼 그러니까 시는 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어울린다 사랑합니다 봄에 죽은 아이 모자 카살스 사랑의 전문가 조직생활자 파울 클레의 관찰 일기 생일 남아 있는 것들 종이 봄의 노란 유리 도미노를 Ⅱ. 한 아이에게 우주의 옷장 속에서 올랜도 그날 이후 뱀 이야기 단조로운 시 천칭자리 위에서 스무 살이 된 예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빨간 풍선 나는 도망 중 아빠 언제나 봄여름가을겨울의 모놀로그 시인 만세 한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Ⅲ. 사실 봄여름가을겨울 월요일에 만나요 사실 스타바트 마테르 아뉴스데이, 새뮤얼 바버 일대기 죽은 마술사 라푼젤, K를 기다리다 방을 위한 엘레지 죽은 엄마가 아이에게 아르스 포에티카 쓰지 않은 것들 빨간 네잎클로버 들판 시를 쓰며 참고한 것들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 · 신형철
  • [시집 속으로]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청혼」 전문 빨간 풍선은 높이 올라갔지 내 심자으이 꼭 쥔 주먹이 종이처럼 스르르 펼쳐졌을 때 너는 얼마나 멀리 날아갈까 네 몫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빨간 풍선」 부분 나는 엉망이야 그렇지만 너는 사랑의 마법을 사랑했지. 나는 돌멩이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건드리자 가장 연한 싹이 돋아났어. 너는 마법을 부리길 좋아해. 나는 식물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부러뜨리자 새빨간 피가 땅 위로 하염없이 흘러갔어. 너의 마법을 확신한다. 나는 바다의 일종. 네가 흰 발가락을 담그자 기름처럼 타올랐어. 너는 사랑의 마법사, 그 방면의 전문가. 나는 기름의 일종이었는데, 오 나의 불타오를 준비. 너는 나를 사랑했었다. 폐유로 가득 찬 유조선이 부서지며 침몰할 때, 나는 슬픔과 망각을 섞지 못한다. 푸른 물과 기름처럼. 물 위를 떠돌며 영원히 -「사랑의 전문가」 전문 아침의 기슭엔 면도한 얼굴로 말끔하게 희망이, 오후가 되면 거뭇거뭇 올라오는 수염 같은 절망이 남아 있고 또다시 아침, 부서질 마음의 선박과 원자로들이, 잘 묶인 매듭처럼 반드시 풀리는 나의 죽음이 남아 있고 -「남아 있는 것들」 부분 우리가 절망의 아교로 밤하늘에 붙인 별 그래, 죽은 아이들 얼굴 우수수 떨어졌다 어머니의 심장에, 단 하나의 검은 섬에 그러니까 시는 제법 볼륨이 있는 분노, 그게 나다! 수백 겹의 종이 호랑이가 레몬 한 조각에 젖는다 성냥개비들, 불꽃 한 점에 날뛴다 그러니까 시는 시여 네가 좋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시는 여기 있다 유리빌딩 그림자와 노란 타워크레인에서 추락하는 그림자 사이에 도서관에 놓인 시들어가는 스킨답서스 잎들 읽다가 덮은 책들 사이에 빛나는 기요틴처럼 닫힌 면접장 문틈에 잘려 나간 그림자에 뒤덮여서 돋아나는 버섯의 부드러운 얼굴 그러니까 시는 돌들의 동그란 무릎, 죽어가는 사람 옆에 고요히 모여 앉은 한밤중 쏟아지는 폐병쟁이 별들의 기침 언어의 벌집에서 붕붕대는 침묵의 말벌들 이 슬픔의 앙상한 다리는 어느 꽃술 위에 내려앉았나 내 속에 매달린 영원히 익지 않는 검은 열매 하나 -「그러니까 시는」 전문 아빠 아빠 나는 슬픔의 큰 홍수 뒤에 뜨는 무지개 같은 아이 하늘에서 제일 멋진 이름을 가진 아이로 만들어줘 고마워 엄마 엄마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 중 가장 맑은 노래 진실을 밝히는 노래를 함께 불러줘 고마워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그날 이후」 부분 사라지고 꺼지는 것들로 잠시 환해지는 관념의 모서리 방은 눈을 녹이는 뜨거운 손을 닮았다 방은 죽음을 쫓아 달리는 커다란 개다 겨울이 죽고 봄이 죽고 죽음은 항상 너무 ...
  • 진은영 [저]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니체 철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나는 건망증이 심하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사물을 응시할 때마다 깊은 감동을 받고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것들을 금세 잊는다. 마르께스는 늘 새벽에 일어나 '손이 식기 전에' 글을 쓴다고 했다. 나도 나를 건드린 사물들, 사람들, 그리고 책에 대한 기억이 내 손에서 식기 전에 뭔가 써보고 싶다. 나는 쓰는 일을 통해, 사라진 사물들과 시간 속에 거주한다.나는 오랫동안 아름다운 시들을 읽었고 스피노자, 칸트, 니체의 철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맑스와 용수(나가르주나)와 들뢰즈를 내게 가르쳐 주고 함께 읽었던 이들을 사랑한다. 그 소중한 시간들에 대한 기록으로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과 칸트에 대한 책,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2004)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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