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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헬름 라이히의 일생을 다룬 전기. 라이히는 프로이트의 촉망받는 제자이자 1920년대 공산당의 일원으로 성정치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성격구조 전반에 초점을 두는 정신분석체계를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라이히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저자는 라이히의 개인적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그의 업적을 분석함으로써 분노의 열정으로 타오른 이단자의 면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프로이트의 총아이자 주목받는 정신분석가로서 편한 길을 갈 수 있었던 빌헬름 라이히. 그런 그가 타협할 줄 모르는 완고함과 지칠 줄 모르는 삶에 대한 열정으로 순간순간 계속 어려운 길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라이히의 일생을 편견 없이 따라가며 라이히의 정신의학 이론과 기술, 과학 실험과 주장들에 대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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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잡한 과학의 협잡꾼인가, 1세기를 앞서간 시대의 천재인가
  1957년 11월 3일, 빌헬름 라이히가 펜실베이니아 루이스버그 연방교도소에서 사망했을 때 <타임>은 “한때 저명한 정신분석가였으며 프로이트의 동료이자 추종자였으나, 최근에는 성과 에너지에 대한 이단적인 이론으로 더 잘 알려진 라이히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간단하게 언급했다. 이 짧은 기사는 최근까지도 많은 문헌에서 인용되며, 당대에도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라이히의 삶을 극명하게 나타내준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난 라이히는 프로이트의 촉망받는 제자이자 1920년대 공산당의 일원으로 성정치 운동을 전개했으며, 성격구조 전반에 초점을 두는 정신분석체계를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독일 등에서 추방당하고 종착지인 미국에서는 수감되기에 이른 라이히의 삶은 분노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영화감독 두산 마카베에프는 빌헬름 라이히를 추모하며 만든 다큐멘터리 방식의 영화 에 관한 인터뷰에서 “성적인 억압과 성적인 자유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개인적 자유에 대한 정치적 만족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바로 비논리와 모순으로 가득 찼던 라이히의 삶과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에게 섹스광쯤으로 치부된 라이히가 실제 이루고자 한 것은 실질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획득하는 일이었다. 세계는 이를 억압했고 라이히는 도전했다.
  라이히가 실제 추잡한 사기꾼이었는지 아니면 혁명적 발견을 한 선구자였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아직까지 세계 각국에서 라이히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자유로운 움직임과 성적 표현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모든 치료기술이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라이히의 주요 저서 《강제적 성도덕의 출현》《문화적 투쟁에서의 성》《성혁명》《파시즘의 대중심리》《성격분석》등은 성정치학과 정신분석학에 관련된 수많은 문헌에서 인용되고 있다. 라이히는 적수들에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역설했으며, 자신의 연구기록을 사후 50년 동안 공개하지 말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사실을 위조하고 파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이제 2007년으로 다가왔다.
  라이히는 자신처럼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의 운명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진리는 하나의 규범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창조성, 그리고 은폐된 진실 속에 숨어 있다는 것과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이다. 저자 마이런 섀라프는 라이히의 제자이자 동료로서 이렇듯 분노의 열정으로 타오른 이단자의 면면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낸다. 제3자의 거리가 느껴지는 차가운 전기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며 꿈틀대는 살아 있는 전기인 것이다.
  프로이트의 총아로서 주목받는 정신분석가로서 편한 길을 갈 수 있었던 빌헬름 라이히, 그가 타협할 줄 모르는 완고함과 지칠 줄 모르는 삶에 대한 열정으로 순간순간 계속 어려운 길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길을 편견 없이 따라가 보는 데 이 책은 훌륭한 안내자가 될 것이다.
  
  프로이트에게 촉망받은 정신분석가
  라이히는 정신분석가였다. 그것도 프로이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처음부터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의 법과대학에 등록했다. 하지만 법학이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있다는 데서 회의를 느끼고 곧 학업을 중단하고는 의과대학을 들어갔다. 하지만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 등 그의... 법학적 성향은 이후에도 줄곧 지속되었다.
  한편 당시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들은 대부분 빈 출신이었는데, 이는 이후 라이히가 정신분석학을 만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그는 프로이트의 유아성욕 개념, 그리고 더 넓게는 프로이트가 성을 다루는 방식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당시까지는 정신분석학이 기존 의학계로부터 약간의 조롱을 받던 시기라 그가 빈 의과대학 시절 정신분석학적 견해를 자신의 수업이나 논문에 포함시킬 여지는 없었다. 전기가 마련된 것은 빈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난 라이히는 프로이트의 촉망받는 제자이자 1920년대 공산당의 일원으로 성정치 운동을 전개했으며, 성격구조 전반에 초점을 두는 정신분석체계를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독일 등에서 추방당하고 종착지인 미국에서는 수감되기에 이른 라이히의 삶은 분노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영화감독 두산 마카베에프는 빌헬름 라이히를 추모하며 만든 다큐멘터리 방식의 영화 [W.R. : 유기체의 신비]에 관한 인터뷰에서 “성적인 억압과 성적인 자유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개인적 자유에 대한 정치적 만족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바로 비논리와 모순으로 가득 찼던 라이히의 삶과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에게 섹스광쯤으로 치부된 라이히가 실제 이루고자 한 것은 실질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획득하는 일이었다. 세계는 이를 억압했고 라이히는 도전했다. 　 라이히가 실제 추잡한 사기꾼이었는지 아니면 혁명적 발견을 한 선구자였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아직까지 세계 각국에서 라이히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자유로운 움직임과 성적 표현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모든 치료기술이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라이히의 주요 저서 《강제적 성도덕의 출현》《문화적 투쟁에서의 성》《성혁명》《파시즘의 대중심리》《성격분석》등은 성정치학과 정신분석학에 관련된 수많은 문헌에서 인용되고 있다. 라이히는 적수들에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역설했으며, 자신의 연구기록을 사후 50년 동안 공개하지 말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사실을 위조하고 파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이제 2007년으로 다가왔다. 정신분석 종합병원이 설립되면서부터이다. 그는 1925년 자신의 전공논문이자 첫 책 《충동적 성격》을 출간했다. 그는 충동적 성격을 신경증에서 정신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로 보았다. 이 책은 프로이트와 동료들에게 상당한 인정을 받았다. 프로이트는 당시 정신분석학계에서 핵심인물 중 하나였던 페더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논문에 “귀중한 내용이 가득하다”고 극찬했다.
  라이히의 성격분석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는 프로이트와 동료들로부터 연구그룹의 리더로 거론되기까지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페더른과 선배 분석가들로부터 적잖은 시기를 받는다. 주변의 질시와 알력이야 어찌 되었든 당시까지만 해도 라이히는 가장 촉망받는 신진 정신분석가였다. 문제가 생긴 것은 그의 오르가즘 능력 이론이 대두되면서부터였다. 《오르가즘의 기능》이라는 책을 통해 구체화된 이 이론은 개인에게는 오르가즘에 이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이에 도달한 사람만이 건강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반드시 신경증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극단적인 주장은 이제 동료들뿐 아니라 프로이트의 심기를 몹시 불편하게 했다. 여전히 그의 저술과 세미나, 임상기술 등이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었음에도 유력 분석가들은 그를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고, 프로이트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그의 글에 대해 크게 지지해주지 않게 되었다.
  프로이트가 라이히의 오르가즘 이론과 성격분석 기술에 점차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동안, 그는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지났다. 동생이 죽었고,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겼으며, 자신은 결핵에 결려 요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의 질병은 상당 부분 프로이트와의 불화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 시기 이후 분명 라이히는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질병이 완치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유능하고 학생들로부터 가장 인기 있는 분석가 중 하나였다. 이는 부분적으로 그가 성 능력, 특히 청소년과 젊은 층의 성 능력을 존중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성적 자유를 주장하는 이런 입장은 그의 이후 성정치적 급진주의로 이어졌다.
  
  성정치학과 급진주의
  오르가즘 능력에 대한 이론을 공표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라이히의 사회비판 의식은 초보단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1927년 7월 15일 빈에서 발생한 노동자들과 경찰 공권력의 물리적 충돌에 참가한 이후 그의 사회의식은 급진주의로 기울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라이히는 정치적인 위기의식을 매우 많이 느꼈고, 또한 사회민주당원들이 보수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격분석을 통해 개인은 내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흐름을 방출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라이히는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들과 공산당원들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외적인 억압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연스러운 사회적 조화, 즉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약간 다르게 표현하면 정치적 좌익이 강력한 행동을 해주길 바라는 라이히의 소망은 급속한 개인적 변화를 일으킬 조치들을 찾고자 하는 그의 임상적인 노력과 병행되었다. 임상적인 희망과 사회적인 희망의 통합이 이 시기에 라이히가 벌인 노력의 핵심이었다.
  라이히는 정치적 시위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자신의 정신분석학적 성향으로 혁명적인 사회운동에 특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일반인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신분석학에 대해 강연을 했다. 그는 적극적 관심과 자극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신분석학의 이론적인 면을 사람들의 성생활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들로 바꾸고자 했다. 이때부터 그는 ‘성정치 운동’을 시작했다.
  라이히는 노동자들과의 교분을 통해 일종의 정신의학 공동체를 설립하고, 낮에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성적 정보가 실린 팸플릿을 나누어주며 성에 관한 상담을 해주었으며, 밤에는 성정치적 강연을 계속했다. 거기에는 젊은이들이 성적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산아제한과 낙태를 합법화시켜야 한다는 것 등 급진적인 사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사회민주당 지도부로서도 회피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자칫 사회주의가 성 해방과 방임을 주장하는 집단으로 오인받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주의 전체 노선이 대중들에게 잘못 인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히는 《파시즘의 대중심리학》에서 개인적인 성생활과 더 큰 정치적 관심사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러나 어쨌든 가장 핵심적인 쟁점인 낙태 문제는 가톨릭 신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지도부의 우려로 표면화되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산아제한과 같은 문제가 사회체제의 근본적 변혁이라는 진짜 문제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킨다는 마르크스의 입장도 영향을 주었다.
  이후 라이히는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 지도부의 우유부단한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다가 결국 제명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정치 참여는 중단되지 않았다. 독일로 옮겨 갔으며, 거기서 독일 공산당에 가입하여 성정치적 주제에 집중했다. 직접 성정치 출판사를 만들어 청년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관련서를 출간했고, ‘청소년의 성을 인정하는 결의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공산당 내부에서는 그런 결의안이 자신들의 임무를 ‘시궁창’ 수준으로 만든다며 결의안의 주동자를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는 동안 독일 내에서는 히틀러의 독재가 시작되었고, 라이히도 독일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르곤 에너지
  라이히는 점차 단순한 이론적 정신분석학이나 현실 정치 참여가 아닌 ‘새로운 과학’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1934년경부터 라이히는 치료 연구에서 생리학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했다. 즉 신체 내부의 에너지의 흐름에 주목했으며, 이 개념들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일련의 생체전기 실험을 통해 피실험자가 쾌감, 불안, 통증 등을 느낄 때 에너지의 흐름과 반응을 연구했다. 여기에는 남녀 피실험자들이 서로 성적 유희를 할 때 흐르는 에너지의 연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곧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 이후 그가 미친 난교 파티 같은 실험을 했다는 꼬리표는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았다.
  노르웨이 시절, 그의 실험연구는 생체전기 실험뿐 아니라 바이온이라는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형태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그에게 바이온은 맥박, 번식, 성장 등 생명체로서 여러 특징을 보여주었다. 그의 관찰결과는 물론 과학계로부터 빈축을 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이온의 사실 여부보다 그가 이 시점부터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후일 ‘오르곤 에너지’ 연구로 이어졌다. 여하간 그는 독특한 치료 행위(예를 들어 생체전기 실험)와 바이온 연구로 노르웨이에서도 점차 입지를 잃어갔고 결국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그의 연구는 바로 오르곤 에너지 축적기를 만든 것이다. 라이히는 최초에 바이온 배양액이 보관된 방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방출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관찰했고, 다음으로 바이온이 없는 상태에서도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이 연구하는 에너지가 사방에 존재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른바 ‘오르곤 에너지’였다. 그에 따르면 유기체는 오르곤 에너지를 끌어당기고 흡수하면 이를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 따라서 이 에너지를 축적해 흡수한다면 많은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르곤 에너지의 발견과 축적기의 발명은 분명 라이히의 일관된 소망과 연결되어 있었다. 정신분석, 성정치학, 오르곤 에너지, 이들은 모두 근본적인 건강과 행복의 획득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부분에서 스스로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그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들이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라이히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아인슈타인의 이해와 지지를 받으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FDA는 지속적으로 라이히를 공격한 끝에 결국 오르곤 에너지 축적기 유통과 치료 행위를 금지하기에 이른다. 지지자들의 증언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험은 사이비 과학행위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라이히는 금지명령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법정에서 실형을 언도받고 말았다. 라이히의 오르곤 에너지 축적기는 모두 파기되었고, 이와 관련된 문서 역시 화형에 처해졌다.
  
  추방과 죽음
  라이히는 금지명령 모독에 대한 죄로 수감되었다. 정확히 말해 FDA는 라이히의 오르곤 에너지 연구나 치료행위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그는 미국에서도 사실상 추방당한 셈이었으며, 출감하기 전에 사망함으로써 지구상에서 영원히 격리되었다.
  라이히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가자 점차 약간의 과대망상증에 시달렸다. 예를 들어 일종의 ‘음모론’을 제기하며 미국 정부에 자신을 제거하려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일련의 무리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과대망상은 아마도 자신의 신념과 진실이 수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분노의 우회적 표출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섹스광’이나 적어도 성에 관련된 사이비 과학자로 냉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라.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용기 있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말했을 때, 적어도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는 귀 기울여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라이히의 연구와 사람됨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문제는 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무엇보다 그가 연구했던 것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우리 자신의 성향에) 있다.”
  라이히는 어쩌면 프로이트의 총아로서, 유명한 정신분석가로서 얼마든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쉬운 길을 놔두고 힘든 길만 골라 너무나 진지한 자세로 그 길을 따라가는 그의 모습은 아둔하고 희극적으로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세상과, 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않은 채 자기 고유의 비전과 체계를 구축하려는 그의 시도는 돈키호테적인 진지함과 비극적 주인공의 장엄함을 풍긴다. 세상에 대한 분노의 이면에 죽을 때까지 세상 사람들에게 러브레터를 썼던 라이히의 열정은 그의 표현을 삘리면 ‘정서적 전염병’ 시대에는 끝내 사랑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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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관찰자의 시점 2부 유년기와 청년기 3부 정신분석가의 길 4부 라이히의 급진화 5부 해방과 거부 6부 스칸디나비아에서의 실험연구 7부 오르곤 에너지 연구 8부 죽음으로의 길 　 에필로그 　 주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 지칠 줄 모르는 삶에 대한 열정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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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런 섀라프 [저]

• 1948~1954년까지 라이히의 환자이자 제자였으며 조수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정신의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스턴 지역에서 심리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 여러 강연과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 이미선 [저]

•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연을 쫓는 아이], [프랭크 바움], [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 [우정의 요소], [도둑맞은 인생], [프랑켄슈타인], [빌헬름 라이히], [욕망 이론: 자크 라캉](공역), [자크 라캉], [무의식] 등이 있다. 저서로는 [라캉의 욕망 이론과 셰익스피어 텍스트 읽기]가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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