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PEN한국본부는 1954년에 창립되고 이듬해인 1955년 6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제27차 국제PEN세계대회에서 회원국으로 가입되었다. 초대 이사장은 변영로 선생이 맡고 창립을 주선했던 모윤숙 시인이 부이사장을 맡았다. 이하윤, 김광섭, 피천득, 이한구 등과 함께 창립의 중심 역할을 했던 주요섭이 사무국장을 맡았다.
6·25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겨우 1년이 되는 시점에 이루어 낸 국제PEN한국본부의 창립은 매우 깊은 의미를 담는 거사였다. 그동안 국제PEN한국본부는 세 차례의 국제PEN대회와 8회의 세계한글작가대회를 개최하며 수많은 국내외 행사를 주최해 왔다. 이에 내년 2024년에는 창립 7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그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PEN 회원들의 작품 선집을 발간하기로 하였다.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진행하지만, 회원들의 주옥같은 작품집을 선집으로 집대성하여 남기는 일은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와 산문으로 구성되는 선집은 우리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족적을 남기는 귀중한 역사 자료로서의 가치를 갖게 되리라고 믿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70주년을 자축하는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게 된다.
비밀 셀프 미션 16
도미노와 칭찬 바이러스 25
아기 참새 34
바닷가 작은 마을 47
담장이 너무 높아요 58
내 이름은 비비 71
멋진 친구 85
엄마의 수선가게 99
분재가 된 곰솔 112
숲속의 사랑둥지 127
두부장수 할아버지 140
성당 앞 천막가게 155
내 이름은 비비
“먹잇감을 구하러 나간 엄마가 언제쯤이나 올까?”
우리 삼 남매가 고개를 쑥 빼어 밀고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할머니, 저게 뭐야?”
통통통 층층계를 올라오는 꼬마 여자아이가 우리집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응, 제비집이구나. 이야, 용타. 저 시멘트벽에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키우다니,”
할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여자아이 등을 살짝 밀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네 화실로 들어갔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워낙 좋아해서 데려왔어요. 소질이 있는지 한번 봐주세요.”
화실 안에서 주고받는 이야기가 우리 삼 남매 귀에는 또렷또렷하게 들려왔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손녀딸이 참 귀엽게 생겼군요. 네 이름이 뭐지? 몇 학년이야?”
“진희요. 초등학교 1학년 손진희”
여자아이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출입문을 살짝 열고 밖으로 나와 한참 동안 우리들을 신기한 듯 올려다보았어요.
할머니와 아저씨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진희는 우리와 벌써 친해졌어요. 우리들이 반갑다고 지지배배 소리를 지르자, 진희도 목을 뒤로 젖히고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여자아이 눈이 사르르 웃으니까 두 볼에 파인 보조개도 예쁘게 따라 웃었어요.
“그래, 얘야, 이리 와서 이 스케치북에 네가 그리고 싶은 걸 아무거나 한번 그려볼래?”
화가 아저씨는 진희를 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한참 동안 화실 안이 조용하더니 화가 아저씨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습니다.
(하략)
최균희 [저]
출간작으로 『라인강의 푸른날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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