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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 : 이주한 1인가구 여성청년들이 살아가는 세계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1 ㅣ 장민지 ㅣ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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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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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page/140*210*22/37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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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0893923/119089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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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해 왔으며, 혼자 살아가는 이들 열두 명에게서 들은 ‘집’에 관한 이야기 누구나 집을 소유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집이 편안한 공간이 아니듯이, 집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집이 차지하는 위상은 압도적이다. 집은 어떤 사람이 살아가는 물리적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다. 집은 (거기 살든 살지 않든) 어떤 사람이 얼마나 부유하거나 빈곤한지를 보여주며, 집이 위치한 공간은 그가 접할 수 있었던 교육, 문화 등을 설명해준다. 집은 때로 고향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며(우리가 더 이상 살지 않는 고향 집을 으레 ‘본가’라 부르듯이), 때로는 가족 자체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집에 일이 생겼다’고 말하듯이). ‘집밥’이나 ‘단골집’ 같은 단어들이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그러하듯이, 집은 흔히 따뜻하고 친밀한 공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한곳(이를테면 고향)에 붙박여 있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공간, 떠나서도 향수를 느끼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 남성적 공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배양하는 공간으로서 ‘집’ 그렇지만 이러한 집의 의미는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중산층, 그중에서도 남성 가장에 국한된 것이다. 노숙자나 집시처럼 거처가 불분명하고 정박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집이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설령 함께 거주하는 가족 구성원이라 해도 집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집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려면 다른 누군가는(대개 여성이다) 집이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쓸고 닦아야 한다. 끼니때마다 음식을 내오고 치워야 하며, 홀로 아이를 돌보고 얼러야 한다. ‘집밥’이 집에서 먹는 따뜻한 끼니만이 아니라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의미하는 데서도 드러나듯이, ‘집’이라는 공간에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다시 말해 젠더 편향적인 성격이 내재해 있다. 전통적으로 집은 일work이라는 공적 공간과는 대조적인 사적 공간이자 여성에게 적합한 공간으로 여겨져왔고,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여성을 억압함을 줄곧 비판했다. 남성에게는 바깥에서 일을 해 가족을 부양한다는 서사를, 여성에게는 집안일을 도맡는 서사를 부여하는 이성애 중심적 가족 제도는 젠더 역할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가족생활을 통해 자녀들에게 각인되어, 전형적인 여성성을 집에서부터 재생산한다. 이 책이 던지려는 질문은 여기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여성청년들에게 집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청년 세대 담론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디인가 최근 한국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지적하는 일부 대중 담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견해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집 본연의 가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 속에서 청년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혹은 구직을 위해 본래 주거지를 벗어나 수도권 일대로 이동하면서 하숙, 원룸,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 공간에 내몰린 사회적 약자로 묘사된다. 특히 고시원 같은 획일적인 공간으로 대표되는 청년 주거 공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그 원인으로 경제적 소득 불균등 및 세대 간 갈등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물리적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청년 주거 공간에 대한 논의는 주로 청년층의 빈곤한 주거 환경을 신자유주의 논리로 읽어내려는 방식 안에서 이루어졌으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겪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집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집이 사랑의 공간, 휴식의 공간이 될 때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이나 가사노동을 떠맡은 여성이 보이지 않듯이, 집을 세대나 계급 문제로 치환하면 이 공간에 얽힌 다양한 젠더 문제가 가려지고 만다. 가령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열악한 청년 주거 공간을 지적하는 담론들에서 젠더는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가? 성별 임금 격차가 30%를 넘나들며 26년째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주거비용은 높은 반면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곧 여성이 주거에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남성에 비해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에게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비용을 넘어 실제적인 위협으로 닥칠 수 있다. 수많은 청년 세대 담론 속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디인가? 여성청년에게 이주는, 집은 어떠한 의미인가: 여성청년들 각자의 ‘자기만의 집’ 여성청년에게 집이 어떠한 의미인가를 묻는 질문은 또 다른 질문, 왜 그중에서도 ‘이주를 경험한 1인가구’ 여성청년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이주는 여성에게 보편적인 경험이 아니었다. 여성에게 이주한다는 ...
  • 들어가면서 1부 이주민의 탄생 - 여성청년은 누구인가 왜 이주를 경험한 1인가구 여성청년인가 │ 인터뷰 과정 - 집을 떠나며 공간, 장소, 장소화 │ 남성적 장소로서의 집 │ 여성 주체적 ‘이동’의 상상 │ 주체적 장소 만들기의 가능성 - 이주민과 도시 1) 진입하기 │ 2) 회귀하기 │ 3) 정착하기 2부 집이란 무엇인가 - 유동적 공간 1) 경제적 요인에 의한 이동 │ 2) 주거 환경으로 인한 이동 │ 3) 다른 공간과의 위치-관계성 - 해방된 공간 여성-노동에서의 해방 │ 섹슈얼리티 해방 │ 부분적 해방으로서의 소비 3부 나의 집 - 새로운 억압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수사와 공적 가부장제 │ 부정적 정서의 억압 │ 자기 감시와 통제 - 주체적 장소의 생산 유사가족 만들기 │ ‘집’ 밖의 ‘집’ 만들기 │ 미디어 수행을 통한 ‘장소’ 만들기 │ 미디어적 일상과 미디어-장소성 나가면서 부록: 인터뷰 참여자의 자기 집 그리기 참고문헌
  • 따라서 이 책은 당시에는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이야기’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누구나 한 번쯤 토로해본 적 있는’ 여성의 사적 경험을 다루고 있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페미니즘은 실로 많은 것을 이루어냈고, 그중 하나가 바로 개념의 대중화일 것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젠더 감수성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여전히 비어 있음에 불편함을 토로한다. 실제로 이 연구를 끝낸 뒤 나는 30대 후반의 직장인이 됐는데, 주변의 20, 30대 여성청년들로부터 접한 경험담을 통해 그들의 일과 결혼에 대한 태도, 이성애 중심적인 연애관 등이 많이 변화했음을 목도했다. 내가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굳이 계급 이야기를 제외하고 젠더에 집중한 것은 이러한 연구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 _8쪽 역사적으로 여성청년을 호명하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신여성’, ‘모던 걸’, ‘여대생’, ‘젊은 여성’, ‘아가씨’, ‘청춘 여성’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는 ‘여성’이라는 젠더 정체성에만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청년’이라는 용어가 가진 정치적 성향은 남성적인 것으로 구조화되었고, 때문에 여성청년들은 자신을 개인으로 자각하고 ‘청년’으로 서술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역사적·사회적 ‘청년’ 개념을 고찰하여 이 책에서는 20, 30대 여성들을 ‘여성청년’이라 부르고자 한다. 하지만 이 연령 범주는 느슨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이는 유동적으로 경계 지어지는 생애주기를 반영한 것이다. _22쪽 청년을 젠더적으로 이분하는 것은 다분히 위험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여성청년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것은 현재 청년 담론 생산에 유의미한 일이다. 청년을 설명하는 데 배제와 포섭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계 중 하나가 젠더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청년을 정의할 때 포섭되지 못하거나 포섭되지 않는 여성청년이라는 존재는 분명 같은 사회 구조적인 맥락 아래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화되지 못했다. 이는 청년 내부의 여성이라는 존재를 암묵적으로 승인하고 있으면서도 언제든 배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_23쪽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청년의 ‘이주’는 -이전까지 역사적으로 서술되었던 여성 이주와는 달리 -사회 구조적인 힘과 개별적인 경험이 복합적으로 경합하고 있다. 이동의 주체가 집단에서 개별 청년으로 옮겨 가고, 이로 인해 여성청년은 사회 구조적인 힘 혹은 개인적인 욕망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전통적인 가족의 틀을 벗어나 독립적인 이주 주체성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맥락은 이동/이주하는 여성청년들이 전통적인 관계 정착에 대한 바람을 버렸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족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억압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상황 및 현상을 포착하기 위해 우리는 이동/이주하는 여성청년을 가시화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그들의 일상생활, 공간, 경험 등을 그들 자신의 목소리로 서술할 필요가 있다. _33쪽
  • 장민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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