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가 밝혀지지 않은 죽음과 환생의 시 '천의 바람이 되어'의 지은이를 찾아가는 독특한 내용의 그림책. 이 책의 저자는 9·11 테러 사건을 추모한 모임을 비롯한 수많은 장례식에서 낭독된 시 '천의 바람이 되어'의 탄생한 비화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생애에서 찾았다. 따라서 시의 탄생을 추리함과 동시에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강제 이주, 그리고 남은 원주민들의 극한 고통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소개되었다. 다시 자신들이 살던 땅으로 돌아가게 된 나바호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이 책의 주인공 우파시와 레이나는 다시 재회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레이나가 출산 후 죽음을 당하자 자신도 따라 죽으려던 우파시에게 친구 츄이라타가 들려준 시가 바로 '천의 바람이 되어'라는 시라는 것. 죽었지만 영원히 곁에 남아 있다는 이 시는 읽는 이에게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한다.
〈세계인의 가슴을 파고든 시〉
여기 불가사의한 시 한 편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 시가 이미 제법 알려져 있는데,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77년 영화감독 하워드 혹스 장례식에서 배우 존 웨인이 〈천의 바람이 되어〉를 낭독했습니다.
1987년 워싱턴에서 치른 마릴린 먼로 25주기 추도식에서 〈천의 바람이 되어〉가 낭독되었습니다.
1995년 영국군 병사 스물네 살의 청년 스테판이 아일랜드공화군(IRA)이 가한 테러에 희생되었습니다. 스테판이 입대하기 전에 부모님에게 남긴 편지에 〈천의 바람이 되어〉가 들어있었습니다.
2001년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질 때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1주기에서 〈천의 바람이 되어〉가 낭독되었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시이지만, 어디에 사는 누가 쓴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시를 쓴 지은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19세기 말에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인 남성이라는 설, 메리 E. 프라이라는 영국여성이 1932년에 썼다는 설, 마리안 라인하르트라는 미국여성이 썼다는 설, 미국에 사는 원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왔다는 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이 책을 쓴 아라이 만은 우연히 〈천의 바람이 되어〉라는 시를 접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친구의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부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추모문집을 발간합니다. 그 추도문집에서 〈천의 바람이 되어〉라는 시를 아라이 만이 발견합니다. 〈천의 바람이 되어〉를 보고 감동한 아라이 만은 〈천의 바람이 되어〉를 쓴 지은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천의 바람이 되어〉를 쓴 지은이가 누구인지, 지은이의 국적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라이 만은 죽은 친구부인을 위해 〈천의 바람이 되어〉라는 시를 노래로 만들면서 지은이의 얼굴과 지은이가 이 시를 쓴 의도를 생각해 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아라이 만이 〈천의 바람이 되어〉를 번역하는 과정, 〈천의 바람이 되어〉를 쓴 지은이의 생각을 찾아가는 과정, 〈천의 바람이 되어〉를 노래로 만드는 과정, 그리고 〈천의 바람이 되어〉가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과정은 정말 감동입니다.
〈죽음과 환생의 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살아갈 의욕도 상실하게 되고, 이 세상이 끝나버린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다시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게 됩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인간이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삶의 이치입니다.
헤어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소유욕이 탄탄하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소유욕은 물질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의에서 작용하는 모든 삶의 행위에도 나타납니다. 이런 소유욕에 우리가 익숙해지는 방법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편안한 생각입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동물이나 식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 주의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생명이란 것은 죽음을 동반합니다. 생명을 부여받는 순간 죽음도 같이 부여받습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은 우리 인간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요원한 일입니다.
〈천의 바람이 되어〉는 우리가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죽음을 맞이하는 편안한 방법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습...니다. 우리 산 사람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죽은 사람을 위해 우리는 영원히 슬퍼할 수도 없고 영원히 기억할 수도 없습니다. 죽는 사람도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산 사람도 죽는 사람을 편안하게 보낸다면 죽음이 그리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누가 쓴 시인지는 모르지만, 〈천의 바람이 되어〉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바람이 되어 하늘을 떠돌다가 나무나 풀이나 짐승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생명의 순환을 말합니다.
나는 비록 먼저 죽지만, 살아있는 사람들도 곧 죽을 것이므로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죽은 나를 위해 슬퍼하지 말고 남은 사람들과 열심히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지 않겠습니까?
〈옮긴이의 말 중에서〉
죽음에 대한 태도나 관념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남은 사람에게 주는 영향도 크다. [천의 바람이 되어]는 이런 주제에 대하여 인류가 가질 수 있는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가 가지고 있던 하나의 건전한 관념 또는 태도를 다룬 작품이다.
아라이 만 [저]
1946년생. 일본 니가타에서 출생.
작가, 작사가, 작곡가, 사진작가, 환경비디오 프로듀서, 나가노올림픽 이미지감독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 중.
조치(上智)대학 법학부 졸업 후 덴츠(電通)에 입사.
1987년 <벡사시옹>으로 노마문예 신인상 수상.
1988년 <찾는 사람의 시간>으로 아쿠타가와상 수상.
2003년에 발표한 <천의 바람이 되어>가 사진시집, 싱글 앨범, DVD, 그림책 등으로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다.
현재 일본 펜클럽 상무이사로 평화와 환경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노경실 [저]
중앙일보 소년중앙문학상 중편 소년소설 부문에 [누나의 까만 십자가],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오목렌즈]가 당선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고 풍부한 생각으로 자신을 펼칠 수 있도록 인문학을 함께 나누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상계동 아이들] [어린이 인문학여행 전 3권] [우리 아빠는 내 친구] [복실이네 가족사진] 등이 있습니다.
사타케 미호 [저]
1957년 일본 도야마에서 태어나 디자인을 공부한 뒤 삽화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SF나 판타지 작움에 그림을 많이 그리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지금 일본에서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삽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작품으로는 [천의 바람이 되어], [너는 나의 보물이야!], [이어위그와 마녀], [생글생글 바이러스], [나눔 숟가락이 된 올챙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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