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자연에서 직접 관찰해야 해!”
자유롭게 뛰노는 야생 기린에게 다가간 인간
앤 이니스 대그는 세 살 때 동물원에서 처음 본 기린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 만남은 운명적으로 앤을 동물학자의 길로 이끌었다. 앤은 기린을 그저 신기한 동물이라고 여기지 않고 알고 싶고, 다가가고 싶고, 행동과 습성을 살펴보고 싶은 새로운 ‘종’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동물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기린이 아니라 본연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기린을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는 선택도 주저하지 않았다.
앤에게 있어서 기린이나 아프리카는 가슴이 설레는 만남이었고, 연구를 위해 어떠한 변화나 자극도 주지 않으려 찜통 같은 차 안에서 수백 시간을 보냈다. 기린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인간은 침입자에 가까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앤은 자신의 편의를 포기하고 기린의 삶을 존중하며 서서히 다가가 친구가 되려 한 것이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며 지구에서 인간이 다른 종에 비해서 가장 우월한 것이 아니다. 그런 점을 가장 잘 알고, 다른 종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앤 이니스 대그이다.
“앤 이니스 대그는 누구일까?”
★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 기린의 습성을 연구한 동물학자
★ ‘늙은 동물의 사회적 행동’이란 흥미로운 주제를 탐구한 동물학자
★ 학계의 성 불평등을 뛰어넘은 여성 동물학자
★기린이라는 동물 자체가 어려움을 준 적은 없었다.★
기린은 그저 그곳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관찰할 자세만 되어 있으면,
그들은 오히려 보물과 같은 진귀한 이야기들을 펼쳐 주었다.
━ 김산하 (야생 영장류 학자,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나는 커서 뭘 할지 뚜렷한 계획이 있었어요.”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용기, 노력, 의지를 갖춘 동물학자
앤 이니스 대그는 어린 시절 시카고의 브룩필드 동물원에서 기린을 처음 만나, 그 우아한 자태에 마음을 빼앗겼다. 앤의 부모님은 기린을 향한 앤의 열정과 사랑이 사그라질 거라고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대해 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동물 책, 퇴원 선물로는 기린 인형을 주었고, 기린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하자 직접 연구해 보라고 조언했다. ‘네 꿈을 좇으라’라는 어머니 말씀을 원동력 삼아 대학에서 생물학과 유전학을 공부한 앤은 박물관에서 코끼리 두개골의 먼지를 터는 일도 하면서 아프리카로 떠날 자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여자 혼자서는 연구 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이유로 앤은 수많은 거절을 당했고, ‘앤’이라는 이름을 ‘A'로 표시하는 재치를 발휘한 끝에 1956년 아프리카의 오지로 떠날 수 있었다. 앤은 행동 습성이 바뀔 수밖에 없는 동물원 속 기린이 아니라 자연 상태의 기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기를 원했고, 결국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 평원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야생 기린을 관찰하고 연구한 동물학자가 된다.
“아프리카 대지에서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기린을 보고 싶어요.”
기린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향한 ‘기린의 어머니’
앤 이니스 대그는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동물행동학자인 제인 구달이 침팬지를 연구하기 4년 전에 이미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러나 기린은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동물이 아니었기에 앤의 연구 역시 주목받지 못했다.
기린들을 방해하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더운 날씨를 견디며 차 안에 몸을 숨기고, 5분마다 기린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것을 노트에 적었다. 앤은 인내심과 관찰력을 발휘해, 기린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정확하게 보고 기록했다. 그 덕분에 브룩필드 동물원에서 기린 두 마리가 죽은 이유가 추위 때문이라는 사실과 다 자란 수컷 기린은 하루에 30킬로미터가 넘는 잎사귀를 먹고, 21리터 정도의 물을 마시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도 탈수증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차에 치인 기린 사체를 들여다보며 긴 목을 지나 뇌까지 혈액을 보낼 수 있는, 땅 위에 사는 동물 가운데 가장 큰 심장을 가진 동물이라는 사실도 확인했고, 아름다운 춤 동작처럼 보이는 수컷 기린들의 놀라운 싸움 광경도 목격했다.
“기린이 멸종 위기종이라고?”
우리에겐 동물과 함께 공존해 나갈 의무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동물원에서 기린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아프리카의 기린은 개체 수가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던 100만 마리의 기린은 2010년대 말 7만 마리가 채 되지 않았고, 기니,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에서는 기린이 완전히 멸종되었다.
이처럼 기린의 개체 수가 감소한 것은 무분별한 포획과 도로나 철도, 송유관 등의 건설로 기린의 서식지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기...린이라는 동물 한 종의 멸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다음 차례는 인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은 모두 자신의 역할이 있다.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낼 때 생태계는 올바르게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 종의 생물이 멸종해 버리면 영향을 받는 종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생태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고, 인간도 언젠가 그러한 영향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앤 이니스 대그처럼 기린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대한다면 미래 세대도 책이나 영상 속이 아니라 자연에서 뛰노는 동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하는 글 _ 기린은 잊혀질 친구인가요?
여는 글 _ 첫눈에 반한 기린
# 첫 번째 장면 _ 기린에 대해 연구할 거야
# 두 번째 장면 _ 아프리카 기린 서식지에 가서
# 세 번째 장면 _ 내 운명은 아프리카야
# 네 번째 장면 _ 아흔다섯 마리 야생의 기린이 뛰노는 아프리카
# 다섯 번째 장면 _ 기린에게 이름을 지어 주다
# 여섯 번째 장면 _ 모험이 끝나고
# 일곱 번째 장면 _ 세계 최고의 기린 동물학자가 사는 법
닫는 글 _ 영화가 된 기린과 앤의 이야기
부록 _ 장면 밖 이야기 : 인물과 만나다 / 7가지 사회 키워드로 보는 앤 이니스 대그의 삶
아리안나 디 제노바 [저]
김배경 [저]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스털링대학교에서 출판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교계신문 취재 기자를 거쳐 출판사 편집자를 지내고, 어린이 청소년 책을 우리말로 옮긴다. 『우리가 만든 나라 이름은 ‘전쟁’』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 『위대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하루』 『진실을 보는 눈 -기록하는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다니엘라 티에니 [저]
이탈리아의 그림작가다. 로마예술대학(RUFA)에서 공간 연출 디자인을 공부한 뒤, 미술 치료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잡지와 여러 종류의 책에 그림을 그리고,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세 차례나 선정되었다. 연극, 영화, 보석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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