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집권시대의 풍운아, 이규보
본서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의 일생을 그의 문학활동 위주로 고찰하고, 아울러 그의 시詩 작품의 특징과 그가 도달한 정신세계가 시를 통해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를 살펴보면서, 그가 어떻게 고려 후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올라섰고, 그의 시가 우리나라 문학사상으로는 어떤 의의를 지니고 후세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등을 살펴본 것이다.
백운은 무신집권시대에 생生을 영위하면서, 당대에 자신이 최고의 문인이 되도록 이미 운명이 지어졌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명감 때문에 모든 전적을 두루 섭렵하며 어떤 종류의 문장이건 남보다 뛰어나게 지을 수 있도록 자신을 철저히 탁마하였다.
황려(현 여주) 지방의 향리에 불과했던 백운의 가문이 무신의 집권을 계기로 하여 그의 부친 대부터 중앙으로 진출하였는데, 이러한 진취적인 가풍의 영향을 받아 백운은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성정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성정이 당시 씩씩하고 활달한 기상을 숭상하는 무신집권기의 사회기풍과도 합치하는데다가, 바로 이러한 경향의 시를 즐겨 지었던 송 소동파의 시풍이 시대 풍조와 어우러져서 크게 유행하게 되었으며, 바로 백운이 이런 시풍을 선도하였다. 본서에서는 이러한 백운의 문학적 인생을 직접 백운이 쓴 시와 문을 통하여 드러내고, 저자의 견해나 해설은 최소화하고자 유념하였다.
백운 이규보의 문학생애
이 책은 이규보의 문학생애를 네 시기로 구별하였다. 탄생 이후 진사시에 급제한 22세까지인 수학기修學期에 이규보는 하늘이 낸 특출한 인물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문학 공부에 전력을 다하여 이미 문단에 명성이 자자하게 되었다.
그 후 23세부터 39세까지의 17년인 방황기彷徨期에는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도피하여 환상적인 완전자유를 누리려는 노장사상에 침잠하기도 하였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구환求宦에 노력하기도 하면서 방황했던 기간이다. 이 기간이 그에게는 큰 시련기였지만, 그의 일생 가운데 생활이나 직무에 얽매임이 없이 독서와 시와 술로 소일하면서 탁월한 문학작품을 대량으로 창작하여, 문인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한 기간이기도 하다.
이어서 직한림원에 권보權補된 40세부터 치사한 70세까지를 사환기仕宦期에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시련에 봉착하면 청산백운 속으로 들어가 은둔할 생각을 품기도 하였으나, 대체로 문신으로 사는 데 보람을 느꼈던 시기이다.
마지막 치사기致仕期는 70세로 치사한 후 74세로 사망하기까지 3년 9개월간이다. 이 시기는 불교의 기본 철리와 수선법修禪法의 요의를 해설한 선종의 대표적 경전인 《능엄경》과, 노장의 무위자연사상의 정수를 드러낸 《열자》와, 가장 심오한 유가사상을 나타낸 철리서인 《주역》을 즐겨 읽어서, 유불도 삼교를 융합한 근본 철리를 즐기며 안한安閒한 생활을 영위했던 시기이다.
한편 〈백운의 문학관〉과 〈백운의 시 세계〉에서 백운이 문학의 가치와 효용에 대하여 직접 기술한 견해와 그의 시문에 나타난 문학에 대한 인식을 고찰하여 백운의 문학을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였고, 백운의 삶과 시를 아울러 살핀 것이 본서의 큰 미덕이다. 또한 그의 장편 서사시인 〈동명왕편東明王篇〉을 주까지 함께 번역하여 실었다.
간행사
서언 序言
일러두기
제1장 백운의 문학인생
1. 이미 이름을 떨치다 [수학기修學期 1~22세] / 15
2. 어둠이 짙을수록 꽃은 환하게 피네 [방황기彷徨期 23~39세] / 29
3. 자리 따라 마음도 들쑥날쑥 [사환기仕宦期 40~70세] / 58
4. 시인으로 살다 서거하다 [치사기致仕期 71~74세] / 85
제2장 백운의 문학관
1. 문학본질론 / 128
1) 의본문말론意本文末論 / 128
2) 의ㆍ기론意ㆍ氣論 / 138
2. 작시론 / 148
1) 작시단계론 / 148
2) 신의론新意論과 용사론用事論 / 152
3. 문학격조론 / 156
제3장 백운의 시 세계
1. 백운의 삶과 시 / 169
2. 동명왕편東明王篇 / 181
제4장 백운 문학의 역사적 위치 / 217
[부록]
1. 참고문헌 / 221
2. 도판목록 / 225
백운이 활약했던 12세기 후반과 13세기 전반은 무신武臣의 난亂(1170) 이후 30년 가까이 문화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그때까지 문단을 주도했던 벌족문신들이 몰락하였고, 최충헌崔忠獻이 집권하면서 신흥 문신들을 대거 등용하자, 문신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이때에 한미한 황려黃驪의 향리 출신 가문이었다가 이러한 시류를 타고 중앙으로 진출하여 고려 후기의 대표적 시인으로 부상한 인물이 바로 백운 이규보였다. (…) 백운도 이런 시풍을 따랐을 뿐 아니라 이를 선도하는 중심인물이 되었고, 시뿐만이 아니고 각종 문文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문학의 제체諸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송宋에서 새로이 유행하던 사詞도 지어서 현전하는 최고最古의 사詞작품 12편을 남겨놓았으며, 당시에 새로이 유행하던 가전假傳도 두 편을 지어서 이 분야 문학의 선단先端을 열었다.
백운 이전의 시인들은 개인적인 불운이나 인고를 시로 읊기는 하였으나, 사회의 비리나 부정을 비판하고 풍자하며 백성들의 곤고에 연민의 정을 표시한 사회시社會詩는 백운에게서 비롯되었다. 즉 우리나라의 사회시는 백운을 통해 개단開端되어, 그 후 우리 문학사에 연면히 이어오는 하나의 맥락을 이루게 된 것이다.
신용호 [저]
공주대학교 명예교수 전통문화연구회 전 이사
著書 및 譯書 著書 ≪이규보의 의식세계와 문학론 연구≫, ≪선현들의 자字와 호號≫, ≪한시형식론≫ 등 共譯 ≪당송팔대가문초 왕안석≫, ≪고문진보 산문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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