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령하여도 에코우(echo)가 없는 무인지경(無人之境)은 딱하다'

한 일간지에 시(詩)「오감도」를 연재하던 중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게재를 중단하게 되자 연재 중단을 알리는 이상(李箱)의 글 가운데 한 표현이다. 일반이라는 집단의 이해와 기준에 벗어난 자를 향한 비난에 숨죽이지 않으면 안되었던 비범한 소수의 처지를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표현이 있을까. 자신의 재능을 "병든 뇌의 기형(畸形)"라는 식의 혹평으로 되받았던 실레 또한 그 무인지경 속을 헤매이며 살다 갔다. 짧은 삶의 끝자락에 얻은 성공은 그래서 더욱 덧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외침을 자신 밖에 들어줄 이가 없었던 불우한 천재 이상처럼 실레 역시 집단 바깥에서 자신만을 마주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 책은, 실레 자신과 세계가 엇갈리는 데서 오는 고통의 '비틀림'을 예술로 끌어낸 과정을 담담하게 쫓는다.

'호령하여도 에코우(echo)가 없는 무인지경(無人之境)은 딱하다'

한 일간지에 시(詩)「오감도」를 연재하던 중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게재를 중단하게 되자 연재 중단을 알리는 이상(李箱)의 글 가운데 한 표현이다. 일반이라는 집단의 이해와 기준에 벗어난 자를 향한 비난에 숨죽이지 않으면 안되었던 비범한 소수의 처지를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표현이 있을까. 자신의 재능을 "병든 뇌의 기형(畸形)"라는 식의 혹평으로 되받았던 실레 또한 그 무인지경 속을 헤매이며 살다 갔다. 짧은 삶의 끝자락에 얻은 성공은 그래서 더욱 덧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외침을 자신 밖에 들어줄 이가 없었던 불우한 천재 이상처럼 실레 역시 집단 바깥에서 자신만을 마주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 책은, 실레 자신과 세계가 엇갈리는 데서 오는 고통의 '비틀림'을 예술로 끌어낸 과정을 담담하게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