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한 서정성으로 삶의 상저를 애잔하게 노래해온 김태정 시인의 작품집. 1991년 《사상문예운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지 13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다. 시인은 자본주의와 물질세계로의 편입을 완강히 거부하며, 중심(자본)에서 소외된 채 주변부의 일상을 견뎌내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보여준다. 잔잔하게 물결치는 음악성을 가진 그의 시들은, 특히 30행이 넘는 긴 시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만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또한 여러 시편들에서 아름답게 변주되는 신산한 삶의 고통은 우주의 끝에 다다를 듯 유장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순정한 서정성으로 삶의 상처를 애잔하게 노래해온 김태정 시인이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을 창비에서 간행했다. 1991년 『사상문예운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다.
- 김태정 시인은 중심을 거부하고 주변부의 삶을 선택한 자의 고독과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인이다.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서울내기 같지 않은”(정우영) 삶을 살았다. 시인은 “산그늘 허물어지는 정거장”에 내려 “가풀막진 그림자 허방지방 올”라야 도착하는 「까치집」에 살면서 “휘이청 기울어지는 한세상을 돌아 다시 어깨를 마주하는 낮은 지붕들”(「낯선 동행」) 아래에서 노래를 지었다. 이런 신산한 삶의 고통을 체험하면서도 시인은 자본주의와 물질세계로의 편입을 완강히 거부한다. 시인에게 가난은 궁핍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나의 조력자”가 되어 “글을 쓰게 하”고 “나를 살게 하”(「궁핍이 나로 하여」)는 힘이 돼준다. 이렇듯 중심(자본)에서 소외된 채 주변부의 일상을 견뎌내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은 「해창물산 경자언니에게」 「사방연속꽃무늬」 같은 시들에서 아름답게 변주되고 있다.
중심에서 살면서도 ‘이미 중심을 떠난’ 시인의 마음은 급기야 서울을 떠나 해남 땅끝 마을로 향한다. 현재 시인이 머무는 곳이 그곳이다. 해남에서 씌어진 일련의 시편들은 서울살이의 안간힘을 보여주는 시들과는 달리, 태곳적 고요의 아름다움으로 충일하다. 시인은 “여덟 남매를 낳으셨다는 할머니/ 애기집만큼 헐거워진 뒤란에서/(…)/시간도 마음도 놓아버리고 웅크려 앉아/ 차랍차랍 누렁이 밥 먹는 소릴 듣”(「달마의 뒤란」)는다. 또한 ?미황사?에서 “그리운 이의 한 생애가/ 잠시 내 손등에 앉았다가 포르르,/새처럼 날아간 거라고” 노래함으로써 어머니의 죽음에서 받은 상처가 그곳에서 치유되었음을 암시한다.
무엇보다 김태정의 시는 요즘 시답지 않게 잔잔하게 물결치는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30행이 넘는 긴 시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유장한 가락은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만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강 건너 들판에서 매포한 연기 건너온다/ 이맘때쯤 눈물은 뜨락에 널어놓은 태양초처럼/ 매움하니 알큰하니 빠알가니/ 한세상 슬픔의 속내, 도란도란 익어가는데”(?가을 드들강?) 아름다운 서정을 술술 뽑아낸 이런 구절들은 우주의 끝에 다다를 듯 유장하여 긴 여운을 남긴다.
- 노향림 시인은 “그의 시는 아무리 긴 시라도 짧은 듯 끝까지 놓지 않고 읽게 만든다”면서 “삶의 안간힘 끝에 문득 찾아오는 환하고 쓸쓸한 꽃바구니 같은 시”라고 평했다. 시인의 오랜 문우이기도 한 정우영 시인은 김태정의 시에서 돋보이는 순정성에 주목하면서 “그의 시를 계속 읊조리다 보면 어느덧 시에 동화돼 순정해진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 제1부 ]
호마이카상 / 슬픈 싼타 / 나의 아나키스트 / 시의 힘 욕의 힘 / 오늘밤 기차는 / 겨울산 / 울어라 기타줄 / 눈물의 배후 / 물푸레나무 / 최초의 성찬 / 미황사(美黃寺) / 월광(月光), 월광(月狂) / 가을 드들강 / 사방연속꽃무늬 / 부업 / 혀와 이 / 샤프로 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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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부 ]
어란, 리미 / 달마의 뒤란 / 서정저수지 / 동백꽃 피는 해우소 / 별밭에서 헤매다 / 해남시외버스터미널 / 봄산 / 동백나무 그늘에 숨어 / 내유리 길목 / 하행선 / 멸치 / 배추 절이기 / 향기를 피워올리는 꽃은 쓰다 /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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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부 ]
내 손바닥 위의 숲 / 군자란... / 까치집 / 낯선 동행 / 북한산 / 해창물산 경자언니에게 / 세상의 불빛 한점 / 거식증 / 물 속의 비늘 / 산 / 역마 / 봄날 저녁 / 궁핍이 나로 하여 / 배부른 아홉시에는
- 해설 : 정우영
- 시인의 말
김태정 [저]
1963년에 태어나 지금은 어린이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개똥참외], [아빠의 얼굴], [자루속에 빠진 꼬마 제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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