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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시선(총133건) 민화 : 성선경 시집     10,800원 (10%↓)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     10,800원 (10%↓) 흰 것 : 박영기 시집     10,800원 (10%↓) 드디어 혼자가 왔다     10,800원 (10%↓) 말하자면 길지만 : 김남호 시집     10,800원 (10%↓) 수어로 하는 귓속말 : 정창준 시집     10,800원 (10%↓) 이파리처럼 하루하루 끝도 없이 : 서광일 시집     10,800원 (10%↓)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심장에 산다 : 최해숙 시집     10,800원 (10%↓) 스콜 : 전호석 시집     10,800원 (10%↓) 몽상가의 팝업스토어 : 주영중 시집     10,800원 (10%↓) 라디오미르 : 류성훈 시집     10,800원 (10%↓) 엔터 더 드래곤 : 서호준 시집     10,800원 (10%↓) 비가 눈이 되고 눈사람이 되고 지나친 사람이 되고(파란시선 125)(파란시선 125) : 이미화 시집     10,800원 (10%↓)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 송희지 시집     10,800원 (10%↓) 나의 해적 : 김해선 시집     10,800원 (10%↓) 언제나 언니 : 박홍점 시집     10,800원 (10%↓) 늦게 오는 사람 : 이잠 시집     10,800원 (10%↓) 너는 아직 있다 : 노춘기 시집     10,800원 (10%↓) 인왕 : 김선미 시집     10,800원 (10%↓) 안녕 안녕 아무 꽃이나 보러 가자     9,000원 (10%↓) 일인조     9,000원 (10%↓) 야생 : 이향지 시집     9,000원 (10%↓) 흰 바탕에 흰말은 무슨 색으로 그리나요 : 정재리 시집     9,000원 (10%↓) 한 사람들로 붐빈다 : 권주열 시집     9,000원 (10%↓)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 이효영 시집     9,000원 (10%↓) 페이퍼돌 : 김지은 시집     9,000원 (10%↓)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 : 김지율 시집     9,000원 (10%↓) 양은 매일 시작한다 : 최지온 시집     9,000원 (10%↓) 하나가 빠졌습니다 : 이은기 시집     9,000원 (10%↓) 비늘무늬 바람 : 백순옥 시집     9,000원 (10%↓) 햇빛 산책자 : 최동일 시집     9,000원 (10%↓) 누군가의 꿈속으로 호출될 때 누구는 내 꿈을 꿀까     9,000원 (10%↓) 세상의 모든 달은 고래가 낳았다 : 이윤정 시집     9,000원 (10%↓) 빛의 이방인 : 김광섭 시집     9,000원 (10%↓)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     8,100원 (10%↓) 이곳의 안녕 : 이병국 시집     9,000원 (10%↓) 천 마리의 양들이 구름으로 몰려온다면     9,000원 (10%↓) 얼굴들이 도착한다 : 금란 시집     9,000원 (10%↓) 피어도 되겠습니까 : 한영수 시집     9,000원 (10%↓) 햇빛거울장난 : 성선경 시집     9,000원 (10%↓) 첫, 시     9,000원 (10%↓) 몽유의 북쪽 : 이정원 시집     9,000원 (10%↓) 가을 근방 가재골     9,000원 (10%↓) 푸른 피 새는 심장 : 김승종 시집     9,000원 (10%↓) 적의의 정서 : 김호성 시집     9,000원 (10%↓) 사육사 : 임후 시집     9,000원 (10%↓) 물과 민율(파란시선 93) : 서요나 시집     9,000원 (10%↓) 밤의 영향권 : 김석영 시집     9,000원 (10%↓) 리에종 : 이원복 시집     9,000원 (10%↓) 절반의 입술 : 이화은 시집     9,000원 (10%↓) 검은 문을 녹이는 : 김연필 시집     9,000원 (10%↓)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 : 박순원 시집     9,000원 (10%↓) 너와 나만 모르는 우리의 세계 : 김유자 시집     9,000원 (10%↓) 우리는 우리가 필요해 : 서춘희 시집     9,000원 (10%↓) 혼잣말이 저 혼자 : 홍미자 시집     9,000원 (10%↓) 만 개의 손을 흔든다 : 송은숙 시집     9,000원 (10%↓) 유루 무루 : 장석원 시집     9,000원 (10%↓) 필 : 채상우 시집     9,000원 (10%↓) 일어날 일은 일어났다 : 김한규 시집     9,000원 (10%↓) 다들 컹컹 웃음을 짖었다 : 김지명 시집     9,000원 (10%↓) 한 사흘은 수천 년이고 : 최동은 시집     9,000원 (10%↓)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 박민혁 시집     9,000원 (10%↓) 중동 건설 : 김해선 시집     9,000원 (10%↓) 그래도 분홍색으로 질문했다 : 이인원 시집     9,000원 (10%↓) 모란이 가면 작약이 온다 : 신은숙 시집     9,000원 (10%↓) 그때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 이서린 시집     9,000원 (10%↓) 나는 불타고 있다 : 손석호 시집     9,000원 (10%↓) 착각물 : 김누누 시집     9,000원 (10%↓) 흑백 한 문장 : 박은형 시집     9,000원 (10%↓) 달콤 중독 : 강은진 시집     9,000원 (10%↓) 달마의 눈꺼풀 : 하재일 시집     9,000원 (10%↓) 메이 : 이태선 시집     9,000원 (10%↓) 소규모 팬클럽 : 서호준 시집     9,000원 (10%↓)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 : 김유미 시집     9,000원 (10%↓) 허물어지는 마음이 어디론가 흐르듯 : 이세화 시집     9,000원 (10%↓) 처음은 처음을 반복한다 : 권주열 시집     9,000원 (10%↓) 지질 시간 : 김백겸 시집     9,000원 (10%↓)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 : 김분홍 시집     9,000원 (10%↓)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 성선경 시집     9,000원 (10%↓) 이름 이후의 사람 : 전형철 시집     9,000원 (10%↓) 보이저 1호에게 : 류성훈 시집     9,000원 (10%↓) 코르크 왕국 : 정연홍 시집     9,000원 (10%↓) 어떤 것은 밑이 희고 어떤 것은 밑이 붉었다 : 김려 시집     9,000원 (10%↓) 외계 행성 사과밭 : 고광식 시집     9,000원 (10%↓) 허튼 노랫소리(산시 모음집) : 황봉구 시집     14,400원 (10%↓) 집밥의 왕자 : 양균원 시집     9,000원 (10%↓) 신들도 당신처럼 외로움을 느낄 때 : 최승철 시집     9,000원 (10%↓)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 : 정진혁 시집     9,000원 (10%↓)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 신미균 시집     9,000원 (10%↓) 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 : 강순 시집     9,000원 (10%↓) 아픈 곳이 모두 기억난다     9,000원 (10%↓) 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 : 오영미 시집     9,000원 (10%↓) 권태주의자 : 김도언 시집     9,000원 (10%↓)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 고주희 시집     9,000원 (10%↓) 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 : 채수옥 시집     9,000원 (10%↓) 다음 달부터 웃을 수 있어요     9,000원 (10%↓)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 : 석민재 시집     9,000원 (10%↓) 스프링 스프링 : 권기덕 시집     9,000원 (10%↓)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 : 신정민 시집     9,000원 (10%↓) 조용한 심장 : 박송이 시집     9,000원 (10%↓) 파이 : 김건영 시집     9,000원 (10%↓) 호랑가시나무는 모항에서 새끼를 친다 : 김영자 시집     9,000원 (10%↓)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 : 최서진 시집     9,000원 (10%↓) 달이 기우는 비향 : 김성철 시집     9,000원 (10%↓) 파헤치기 쉬운 삶 : 정다운 시집     9,000원 (10%↓) 두근거리는 북쪽 : 김남호 시집     9,000원 (10%↓) 비금속 소년 : 정우신 시집     9,000원 (10%↓) 미궁 : 박용진 시집     9,000원 (10%↓)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지 : 권정일 시집     9,000원 (10%↓) 분홍의 시작 : 남길순 시집     9,000원 (10%↓) 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 한영수 시집     9,000원 (10%↓)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 김광섭 시집     9,000원 (10%↓) 얘얘라는 인형 : 이난희 시집     9,000원 (10%↓) 아름다운 자 : 정창준 시집     9,000원 (10%↓) 직박구리의 봄노래 : 홍신선 시집     9,000원 (10%↓) 생환하라, 음화 : 주영중 시집     9,000원 (10%↓) 미영이 : 최원 시집     9,000원 (10%↓) 밍글맹글 : 김병호 시집     9,000원 (10%↓)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 성선경 시집     9,000원 (10%↓) 에르고스테롤 : 박순원 시집     9,000원 (10%↓) 뭔가 해명해야 할 것 같은 4번 출구 : 서광일 시집     9,000원 (10%↓) 기린을 만나는 법 : 오석균 시집     9,000원 (10%↓) 반을 지운다 : 이범근 시집     9,000원 (10%↓)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 정숙자 시집     9,000원 (10%↓) 치명 : 김산 시집     9,000원 (10%↓) 샴토마토     9,000원 (10%↓) 핑퐁핑퐁 : 고찬규 시집     9,000원 (10%↓) 뉴로얄사우나     9,000원 (10%↓) 천사들의 나라     9,000원 (10%↓) 리듬     9,000원 (10%↓)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     9,000원 (10%↓) 프로메테우스     9,000원 (10%↓) 사람이 사람에게     9,000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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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푸르러서 더는 말할 수 없는 꽃잎을 휘날린다” 불현듯 나타나는 불꽃의 언어는 김연필 시인의 시가 생동하는 하나의 방향이다. 시의 언어는 불꽃으로 발생한다. 점등의 언어가 그의 언어이다. 출처를 알 수 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계속 움직이는 언어다. 그의 시는 제품으로서의 언어가 다시 질료화되는 작업장이고, 질료로서의 언어가 물성을 보존하는 정밀한 환경이면서, 무엇보다 물성의 불꽃이 터지는 현장인 것이다. 또한 현장에서 일어나는 언어의 불꽃을 살려 내는 영상이며, 불꽃이 스러져 가는 최후의 순간을 목도하는 동반이다. 따라서 그의 불꽃은 찬란하면서도 서늘해서, 습기를 머금은 불꽃에 가깝다. 창힐이 쓰는 천 편의 현대시는 이 촉촉한 무수한 불꽃을 일으키며 불꽃으로 날아다닌다. 불꽃은 눈앞에서 짧게 타오르면서도 아주 멀리,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까지 흘러가 버린다. 짐작건대 불꽃에서 불꽃으로 옮겨 다니는 창힐의 혼돈은 시에서 시로 도달하기의 까마득한 여정임에 틀림없다. 녹는 언어, 두드려 펴는 언어, 불꽃의 언어로서의 김연필의 시는 언어의 지시성이 거의 예외적으로, 극도로 취소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사의 다양한 언어파적 시도에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춘수나 오규원, 이승훈에서처럼 그의 언어는 언어의 틈으로, 의미로, 실재로 흘러들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앞 세대 시인들의 선구적 모험을 좀 더 언어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현대시의 방향을 계승하고 있다. 그의 시는 언어의 외연에 있다. 아니 그의 언어가 외연이다. 언어의 접촉, 용해, 반복, 변주, 발생은 깊이를 작동시키지 않으며, 언어의 이동과 도약은 단지 언어를 향한 것이다. 언어들은 언어로 녹아들며 늘어나며 미끄러지며 튕겨 나간다. 언어가 대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만나고 있을 따름이다. 이것이 그의 질료적 시 쓰기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언어를 의미와 표현의 첨병으로 우대하기보다 이렇게 물질 상태의 미결정성으로 지속적으로 되돌림으로써 언어 해방이라는 불가능한 가능성을 우리 앞에 새삼 열어 보이는 것이다. (이상 이수명 시인의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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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제1부 혼돈은 어린 시인 정녕 - 11 나의 정원은 영원히 돌고 - 12 로샤의 마지막 공연 - 14 어떤 것이라도 반복하면 우스워진다 - 18 불멸 - 21 구름으로 만든 달 같은 - 22 밤의 정경 - 24 모든 것을 상상하고 난 후 남는 - 26 시계 - 29 비익조 - 32 장면 - 34 곳 - 45 가뭄, 서커스, 배수구 - 46 서정 - 49 느와르 - 52 광장 - 53 제2부 홀로는 서로의 알레고리이다 곳 - 57 벽이 없는 대답 - 58 순치 - 64 건축 - 66 캘리포니아 - 69 그릇을 드러내는 온전한 방식 - 70 영사기 - 72 질투 - 74 구멍 - 75 비행운 - 79 방점의 건축 - 82 곳 - 84 제3부 손등에 쓴 말은 물의 말이다 헤매는 밤 - 87 당신도 어디인지 몰랐잖아요 - 89 봄과 기울어진 새 - 91 보르헤스 - 94 사선서사 - 95 표면순환 - 99 계단 - 100 밤길 - 102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난 뒤에 - 103 노점 - 108 천문 - 109 곳 - 110 제4부 먼바다의 섬에는 마음 없는 짐승이 산다 재와 빨강 - 113 통사 - 114 예초 - 116 물의 표면 - 118 후예사일 - 120 질병 - 122 축제 - 124 시신의 낮 - 125 우산 - 127 푸가 - 128 에덴 - 131 통사 - 133 몸 - 134 제5부 말도 끝에 이르면 말도 끝에 이르면 -... 137 편지 - 138 일지 - 149 죽은 이들을 위한 노래 - 162 해설 이수명 창힐의 천 편의 시 -현대시의 제조 공정을 따라가다 -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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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 시집 속의 시 세 편 정녕 너의 손등을 간지럽힌다. 네가 잠든 동안. 너의 손등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은 지워지지 않는다. 너의 손에 말을 적으면 너는 조금씩 말을 시작하고. 너의 그림은 조금씩 흔들린다. 나는 흔들리는 너를 안아 본다. 흔들리는 너를 간지럽힌다. 너는 웃고. 그러다 보면 검은 돌들이 우리를 둘러싼다. 손등에 그린 그림은 돌의 그림이다. 손등에 쓴 말은 물의 말이다. 물이 너의 손등을 간지럽히고. 나는 웃는다. 웃음이 자꾸만 돌 속에서 흐르고. 나는 너의 손등에 그린 그림이다, 너의 뺨이다, 물에 적신 너의 어떤 곳이다.?어떤 곳에 어떤 그림 그린다. 너는 계속 웃는다. 나는 계속 우습다. 나는 흔들리는 것들을 본다. 돌아가는 것들을 본다.?우스운 것들에 다가간다. 너의 뺨에는 구멍이 많다. 너에게 물이 스미고.?너는 발화한다. 계속되는 발화 속에서 흔들리며 돌아가는 것을. 너의 손등이 지워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린다. ■ 당신도 어디인지 몰랐잖아요 슬픈 상자는 슬픕니다. 뒤집혀서 슬픕니다. 뒤가 어디인지 모르는데. 오늘은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나무의 뒷면입니다. 슬픈 상자는 상자만큼 슬픕니다. 슬픈 나무도 있습니다. 슬픈 나무는 뒤집혀서 슬픕니다. 뒤가 어디인지 알 것도 같은데. 오늘은 나무에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나무가 나무를 올려 주지 않아서. 나무는 나무를 올려 주지 않아서. 나무는 슬픕니다. 나무를 올릴 수 없어서. 나무를 올리면 부러져서. 부러지고 싶은데, 부러지는 게 무서워서. 올라간 나무가 부러워서. 나무는 웁니다. 슬픈 상자처럼 웁니다. 눈물도 흘리지 않고 슬픔도 흘리지 않습니다. 슬픈 나무는 슬퍼서 슬픕니다. 슬픈 나무 위에 슬픈 다람쥐가 올라갑니다. 슬픔의 껍질을 둘러싸고 올라갑니다. 볼에 슬픈 종자가 잔뜩입니다. 모두 슬픈 종자라 슬픕니다. 언제까지 볼에 잔뜩 알갱이를 넣고 올라가야 할까요. 언제까지 볼에 잔뜩 슬픔을 담고 올라가야 할까요. 슬픈 다람쥐는 슬픕니다. 다람쥐라 슬픕니다. 다람쥐지만 슬픕니다. 나는 처음 등장합니다. 상자를 보았습니다. 뒤집어 보았습니다. 뒤가 어디인지 모르는데. 오늘은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나무의 뒷면입니다. 나무의 뒷면을 모릅니다. 나무를 뒤집고 싶습니다. 슬픈 다람쥐 한 마리를 봤습니다. 나무에서 봤습니다. 줄무늬가 슬픕니다. 꼬리가 슬픕니다. 꼬리를 꼬리꼬리 눌러 봅니다. 슬픈 꼬리 하나가 떨어집니다. 슬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데. 오늘은 나무에 올라갔습니다. 나는 등장하지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는 일인칭이 슬픕니다. 상자도 일인칭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은 슬픕니다. 오늘은 나무가 슬퍼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는 슬픈 가지입니다. 모두 나를 익히려고 합니다. 생으로 먹으면 아플 것 같아서. 등장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너무 힘든 이미지지만. 슬픈 가지는 슬픕니다. 아무렇지 않아서 아무렇지 않게, 뒤가 어디인지 모르는데. ■ 질병 푸른 꽃이 떨어지고 우리는 비탄에 잠겼다 꽃이 떨어지며 떨어진 모든 것들이 우리의 비참을 깨우고, 우리의 비참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다 밤공기를 나눠 마시며 걸어도 조금도 비참해지지 않았다, 푸른 꽃이 떨어졌는데, 모든 것이 떨어졌는데, 모든 것이 떨어지고 난 뒤에도 조금도 비참하지 않은 이상한 우리는 우리의 비참 속에서 걷고 있었다 비참에서 나오는 푸른 꽃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우주에서 푸른 꽃이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더 이상 걸어갈 곳이 없어 더는 걸어갈 수 없음을 깨달을 때쯤 우리는 우주 속에서 슬픔을 경험하고 모든 것이 우리 속에 잠...겨 간다 모든 것이 떨어진 후에도 우리는 모든 것이 잠기도록 끝없는 물을 내린다 우리는 물로 만든 짐승이다 물이 다 빠지고 나면 우리는 푸른 꽃이 될 것이다 푸른 꽃이 되어 멀리 떠날 것이다 멀리 우주 너머에 너무 아픈 꽃이 있다 꽃나무가 있다 푸른 꽃이 피고 푸른 희망이 피고 푸른 비참과 절망의 씨앗이 자라고 모두 푸르러서 더는 말할 수 없는 꽃잎을 휘날린다 더 많은 위성으로, 성운으로, 빛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마른 수면으로 아프다고 해도 아프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고, 우리는 우리의 멸종을 부르는 날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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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필 [저]

• 1986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시와 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검은 문을 녹이는〉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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