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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쪽에서 비롯되었다 : 김재덕 시집
곰곰나루시인선1 ㅣ 김재덕 ㅣ 곰곰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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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2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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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page/129*206*13/308g
  • ISBN
9791197702044/119770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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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즈 도서
곰곰나루시인선(총10건)
우리는 별들 사이로 스쳐가네 : 김은집 시집     8,640원 (10%↓)
나는 왼쪽에서 비롯되었다 : 김재덕 시집     8,640원 (10%↓)
사랑할 땐 섬으로 가자(곰곰나루시인선 14) : 변문영 시집     8,640원 (10%↓)
즐거운 장례 : 박소원 시집     8,640원 (10%↓)
불탄 나무의 속삭임 : 박상봉 시집     8,640원 (10%↓)
  • 상세정보
  • 대구에서 나고(1962) 자라면서 문학과 더불어 살았고, 늦은 나이인 2010년 시인이 된 이후에도 시의 열정을 버리지 않은 김재덕 시인의 첫 시집. 개인의 삶 이면과 사회 현상의 표면에 관계되는 의미망을 감상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적인 감각으로 읽어내는 시편들이 전 4부, 총 56편에 포진돼 있다. 제1부에 이 시의 표제작의 의미를 살린 「왼쪽 곁에 내가 왔습니다」 등 14편, 제2부에 낭만을 묻어버린 시간의 층을 헤집는 「시인통신」 등 14편, 제3부에 잊힐 것을 복원해 내는 언어적 시도를 제시한 「날뫼북춤」 등 14편, 제4부에 자본주의의 몰인간적 정황을 지적 안목으로 투시하는 「중독의 경제학」 등 14편을 각각 실었다.
  • 김재덕의 시는 기억이라는 불가역성의 자리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찾는 시다. 시는 시간의 절대성에 대한 적극적 사유를 의미한다. ‘벗어날 수 없음’의 논리가 시에 이르면 성찰과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확장된 사유로 거듭난다. 기억은 닫힌 현실의 문을 열어 다른 지점을 제시한다. 유년이라든가 시간의 갈피 속에 묻혀 있는 경험들이 재생되는 순간을 시적 개안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기억하는 존재가 시간의 불가역성 속에서 존재론적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자주 일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장면이 김재덕의 경우 매우 흥미로운 접점을 통해 그려진다. 〈전문가의 말〉 김재덕의 이번 시집은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한 제의적 담론으로 읽힌다. 그의 시쓰기란 기억 속에 단단히 박힌 가시와 등 굽은 나뭇가지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 속에 풍화되는 자신을 응시하는 일은 시간을 화해와 용서의 지평에서 새롭게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상처의 가시를 제거하려는 욕망은 “부드러움의 힘”(「낭창한 힘」)을 이해할 때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김재덕 시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현실에 순치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은 무책임한 투항이 아니라, 진정으로 생의 원리와 인간을 이해하는 깊은 각 성을 의미한다. 화해와 용서의 지평에 방금 그가 도달한 것이다. 지금부터 그가 걸어가야 할 생의 저 너머는 어떤 풍경으로 채색될지 기대된다. - 해설 한원균 (문학평론가, 한국교통대 교수)
  • 시인의 말 5 제1부 왼쪽의 곁 곡즉전曲則全 13 왼쪽 곁에 내가 왔습니다 14 가시 16 낭창한 힘 18 별 우물 20 눈물이 나요 22 자목련 24 돼지의 무게 26 갱년기 27 냄새의 말투 28 무반주 첼로 30 이명 32 풍장風葬 34 보이지 않는 것들이 36 제2부 어떤 평화 개심사開心寺 41 사계에서 42 V - Z 실크로드 44 능소화 47 고비 48 시인통신詩人通信 50 숟가락 52 어떤 평화 54 오래된 벽돌 56 겨우살이 58 탕湯 60 버스 안에서 62 관청폭포觀聽瀑布 64 떨켜 66 제3부 왼쪽의 힘 곰배팔이 71 사회선생 72 황제회관 74 양말을 빨며 76 리제 양에게 78 애락원愛樂園 80 배꼽마당 82 1997년식 가난 84 날뫼북춤 86 눈물 속에는 88 발각 90 17번 방 92 나보다 먼저 떠나는 나를 보내는 일 94 어떤 거리距離 96 제4부 새로운 자유 태엽 101 달팽이 102 낙엽의 경제학 104 사다리 경제학 106 풀 뽑는 사내 108 세인트루이스의 흰고래 110 벌레 112 파도고개 114 고통의 경제학 116 구라게임의 경제학 118 새로운 자유 120 플라스틱 시뮬라시옹 122 ...
  • 왼쪽 곁에 내가 왔습니다 봄날 국수 한 그릇 먹고 굽은 느티 어깨 드리운 평상에 앉습니다. 꽃잎 몇 닢 날립니다. 담배 한 모금 낯선 손님처럼 사라지는데 왼쪽 곁에 누가 앉습니다. 어느 봄날 꽃비 내리던 서소문공원에서 세월 참 더럽게 안 간다 먼지 뽀얀 질경이한테 분풀이하던 젊은이군요. 발밑에는 그날 곁에 있었던 그녀 눈물 한 방울 제비꽃으로 피어 있는데 아무 말 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젊은이 날 두고 포로롱 혼자 날아갑니다. 가시 갈치를 바르며 자분자분 당신은 목에 걸린 기억을 뽑는다. 등지느러미 아래 촘촘한 생가시 같은 지난날들. 바싹 구워져 비린내마저 고소하지만 희미한 핏빛은 여전히 어룽. 하얀 이밥 위로 아픔 한 토막 얹다가 다시 뽑는 가늘고 뾰족한 삼십 년. 글쎄, 그때 당신은 절대 내 편이 아니었다니까. 언제쯤 바늘 한쌈 다 뽑고 한입 가득 웃을 수 있을까 당신은. 시인통신詩人通信 굴전 부치는 냄새 번들대는 피마골 목구멍에 시인들 웅크린 토굴 같은 소굴 있었습니다 저녁 해가 뚜벅뚜벅 교보문고 지하도로 내려가고 종로 가득 목마른 퇴근들 쏟아져 나오면 철가면 같은 문을 밀치고 낯익은 얼굴들 들어섭니다 시작은 늘 각자 따로 마른 멸치에 맥주 몇 병 문 밖 족발집이 걸쭉해질 무렵 단골 따라지들 기웃거리며 나타납니다 술 취한 중, 얼치기 문화부 기자, 팔 없는 화가 나중에 시인이 됐다는 주인장 누님은 마냥 신났습니다 한상 한 짓거리로 엉켜 취할 즈음이면 피 판 돈으로 피같이 한잔 한 지게꾼도 오고 비릿한 그의 일갈에 詩는 찌그러졌습니다 먼저가 나가면 나중이 차지하고 밤은 늘 빙글빙글 돌며 오래 취했습니다 몇몇은 낮에 사무실로 돈을 꾸러 오기도 하고 매혈의 지게꾼은 잘나가는 시인이 되어 한잔 걸지게 쏜 후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술자리가 자꾸 좁아지자 누님은 큰 골목으로 나서 우리의 난장은 이층짜리 제대로 술집이 되고 안주가 늘어나더니 아들이 사장이 됐습니다 멀끔해진 소굴은 낯선 젊은이들이 차지가 됐습니다 땡중은 절로 돌아가고 따라지 기자는 길 건너가고 우리도 하나둘 어디론가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 기웃거려 본 피마골엔 흔적도 다 떠나고 詩 혼자 메어진 골목 어귀에 기대서서 바람과 한잔하고 있더군요 중독의 경제학 약간의 투자와 기다림을 필요로 하지만 시작은 어렵지 않습니다. 첫 맛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물론 치밀한 전략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해야 하지만 꼭 달콤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은 의도적 통증으로 도파민을 유도하기도 하니까요. 학습이론에 따르면 인식이 행동으로 일어나기까지 일곱 번 정도의 반복이 필요합니다. 잡고 끌던 손을 놓아도 스스로 다시 찾는 순간이 오면 게임은 끝입니다. 손익분기점을 지나는 거지요. 다른 접근도 가능합니다. 가령 제대로 판을 벌려 싸움을 붙이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편을 나누고 싸우게 하는 겁니다. 이미 구획된 감정의 경계를 이용하면 더 효율적이죠. 준비된 선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장 없어도 판만 벌이면 금세 모을 수 있습니다. 매일 보고 있지 않습니까? 열광하는 습관들. 자기들이 싸우는 것도 아니면서 격하게 피 흘리지요. 이유도 없이. 몇몇만 제대로 띄우면 그들은 재화를 무한 창출하는 신이 되는 겁니다. 현대판 맘몬이랄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수요가 폭발할수록 창조자에 대한 인식은 사라진다는 겁니다. 보이지 않으면서 맘먹은 대로 행동을 생산해내고 의지마저 통제할 수 있는 권능. 전능하신 누군가를 닮았지요. 신기한 것은, 효용이 온전한 고통으...
  • 김재덕 [저]
  • 1962년 대구에서 출생. 한 사십여 년 시를 끼고 살았지만 2010년 이래 이름 없는 문예지 몇 군데서 신인상을 받은 후 세상에 시와 시조를 몇 편씩 내보내고 있다. 공동시집 『무시로 그리워지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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