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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시인선(총179건)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 박연준 시집     10,800원 (10%↓) 꿈속에서 우는 사람     10,800원 (10%↓) 그림 없는 그림책 : 남지은 시집     10,800원 (10%↓) 우리 그때 말했던 거 있잖아 : 류휘석 시집     10,800원 (10%↓)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 변윤제 시집     10,800원 (10%↓) 투명한 것과 없는 것     10,800원 (10%↓)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10,800원 (10%↓)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 한여진 시집     10,800원 (10%↓) 샤워젤과 소다수 : 고선경 시집     10,800원 (10%↓) 오믈렛 : 임유영 시집     10,800원 (10%↓) 희귀종 눈물귀신버섯 : 한연희 시집     10,800원 (10%↓)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 천서봉 시집     10,800원 (10%↓)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 황인찬 시집     10,800원 (10%↓)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 문보영 시집     10,800원 (10%↓)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 정영효 시집     10,800원 (10%↓)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 백은선 시집     10,800원 (10%↓) 여름 외투 : 김은지 시집     10,800원 (10%↓)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 김상혁 시집     10,800원 (10%↓) 모두가 첫날처럼 : 김용택 시집     10,800원 (10%↓) 작은 신 : 김개미 시집     10,800원 (10%↓) 오직 사람 아닌 것 : 이덕규 시집     10,800원 (10%↓)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 육호수 시집     10,800원 (10%↓)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 안미옥 시집     10,800원 (10%↓)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 양안다 시집     10,800원 (10%↓)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9,000원 (10%↓)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 고명재 시집     9,000원 (10%↓)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 김상미 시집     9,000원 (10%↓)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 박서영 시집     10,800원 (10%↓) 처음인 양 : 심언주 시집     9,000원 (10%↓) 회복기 : 허은실 시집     10,800원 (10%↓)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 손택수 시집     10,800원 (10%↓) 바람 불고 고요한 : 김명리 시집     9,000원 (10%↓) 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 : 정화진 시집     9,000원 (10%↓)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 김형수 시집     9,000원 (10%↓) 가능주의자 : 나희덕 시집     10,800원 (10%↓) 감에 관한 사담들     9,000원 (10%↓) 감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 박승열 시집     9,000원 (10%↓) 거짓말의 탄생 : 정한용 시집     7,200원 (10%↓)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 이승희 시집     10,800원 (10%↓)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 장석남 시집     10,800원 (10%↓) 관목들 : 곽은영 시집     9,000원 (10%↓) 구구 : 고영민 시집     9,000원 (10%↓)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 박지웅 시집     10,800원 (10%↓)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 장옥관 시집     7,200원 (10%↓) 그 일 말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김유태 시집     9,000원 (10%↓)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 김참 시집     9,000원 (10%↓) 그녀에서 영원까지 : 박정대 시집     9,000원 (10%↓) 꼭 같이 사는 것처럼 : 임현정 시집     9,000원 (10%↓)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 : 이희중 시집     7,200원 (10%↓)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 서효인 시집     10,800원 (10%↓)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 : 박판식 시집     9,000원 (10%↓) 나는 네 번 태어난 기억이 있다     9,000원 (10%↓)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 홍일표 시집     9,000원 (10%↓)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 권대웅 시집     10,800원 (10%↓)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 남진우 시집     9,000원 (10%↓) 나는 커서 : 김현서 시집     7,200원 (10%↓)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가 있고 : 이동욱 시집     9,000원 (10%↓) 나비가면 : 박지웅 시집     9,000원 (10%↓) 나의 9월은 너의 3월 : 구현우 시집     10,800원 (10%↓)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 : 이용한 시집     9,000원 (10%↓)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 : 김정환 시집     9,000원 (10%↓) 내가 나일 확률     10,800원 (10%↓)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 문태준 시집     10,800원 (10%↓) 내간체를 얻다     9,000원 (10%↓) 내간체를 얻다(일반판)     7,200원 (10%↓)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기념 티저 시집     10,800원 (10%↓) 놈이었습니다 : 이덕규 시집     9,000원 (10%↓) 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 이윤설 시집     9,000원 (10%↓) 눈과 오이디푸스 : 서상영 시집     7,200원 (10%↓) 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 : 황성희 시집     9,000원 (10%↓) 눈부신 꽝 : 김연숙 시집     7,200원 (10%↓)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 김현 시집     9,000원 (10%↓)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 김상혁 시집     7,200원 (10%↓) 다정한 호칭 : 이은규 시집     10,800원 (10%↓)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 김이강 시집     10,800원 (10%↓) 당신은 첫눈입니까 : 이규리 시집     10,800원 (10%↓)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시집     10,800원 (10%↓) 대답이고 부탁인 말 : 이현승 시집     10,800원 (10%↓)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9,000원 (10%↓) 라이터 좀 빌립시다 : 이현호 시집     10,800원 (10%↓)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 김충규 시집     9,000원 (10%↓) 레몬옐로 : 장이지 시집     9,000원 (10%↓) 매듭법 : 채길우 시집     9,000원 (10%↓) 혈색이 돌아왔다 : 임성구 시집     8,100원 (10%↓) 명랑의 둘레 : 고진하 시집     7,200원 (10%↓) 못 속에는 못 속이는 이야기 : 김박은경 시집     10,800원 (10%↓) 무기와 악기 : 김형술 시집     7,200원 (10%↓) 무릎이 무르팍이 되기까지 : 이문숙 시집     7,200원 (10%↓) 무명시인 : 함명춘 시집     7,200원 (10%↓)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 박시하 시집     10,800원 (10%↓)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 서윤후 시집     9,000원 (10%↓) 반복     7,200원 (10%↓) 발 달린 벌 : 권기만 시집     9,000원 (10%↓)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 장혜령 시집     10,800원 (10%↓)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 문성해 시집     9,000원 (10%↓) 방독면     9,900원 (10%↓) 방독면(일반판)     9,000원 (10%↓)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 : 서대경 시집     9,000원 (10%↓) 버들치 : 최서림 시집     7,200원 (10%↓)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 권민경 시집     9,000원 (10%↓)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 정끝별 시집     9,000원 (10%↓) 북항 : 안도현 시집     9,000원 (10%↓) 불안할 때만 나는 살아 있다 : 안주철 시집     9,000원 (10%↓) 불한당들의 모험     10,800원 (10%↓)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 신용목 시집     10,800원 (10%↓)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일반판)     10,800원 (10%↓)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 최현우 시집     10,800원 (10%↓)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 : 홍지호 시집     9,000원 (10%↓)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 김륭 시집     10,800원 (10%↓) 생물학적인 눈물 : 이재훈 시집     9,000원 (10%↓) 서봉씨의 가방 : 천서봉 시집     7,200원 (10%↓)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 유용주 시집     9,000원 (10%↓)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 장수양 시집     10,800원 (10%↓)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 천수호 시집     9,000원 (10%↓) 숙녀의 기분 : 박상수 시집     9,000원 (10%↓) 스스로 웃는 매미 : 장대송 시집     7,200원 (10%↓) 슬픔도 태도가 된다 : 전영관 시집     9,000원 (10%↓)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 : 한영옥 시집     9,000원 (10%↓) 시 창작 스터디 : 이다희 시집     9,000원 (10%↓) 쌍칼이라 불러다오 : 윤성학 시집     9,000원 (10%↓)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 리산 시집     7,200원 (10%↓)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 김민정 시집     10,800원 (10%↓) 아메바     9,000원 (10%↓) 아메바(일반판)     9,000원 (10%↓)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9,000원 (10%↓)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 정재학 시집     9,000원 (10%↓)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 송재학 시집     9,000원 (10%↓) 양이나 말처럼 : 류경무 시집     7,200원 (10%↓)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 강신애 시집     9,000원 (10%↓) 어른스런 입맞춤     9,000원 (10%↓) 어른스런 입맞춤(일반판) : 정한아 시집     9,000원 (10%↓)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 김희준 시집     10,800원 (10%↓)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 : 김향지 시집     9,000원 (10%↓) 엔딩과 랜딩 : 이원석 시집     9,000원 (10%↓) 여름 키코     9,000원 (10%↓) 연꽃의 입술 : 장이지 시집     7,200원 (10%↓) 열두 겹의 자정 : 김경후 시집     9,000원 (10%↓) 영원한 귓속말 : 문학동네 시인선 기념 자선 시집     9,000원 (10%↓) 오렌지 기하학 : 함기석 시집     9,000원 (10%↓) 오빠생각 : 김안 시집     9,000원 (10%↓) 오빠생각(일반판) : 김안 시집     9,000원 (10%↓) 요즘 우울하십니까(일반판)     10,800원 (10%↓)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 심재휘 시집     9,000원 (10%↓)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오은 시집     10,800원 (10%↓)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 박시하 시집     9,000원 (10%↓) 우리의 야생 소녀 : 윤진화 시집     7,200원 (10%↓) 우리의 죄는 야옹 : 길상호 시집     9,000원 (10%↓)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     9,000원 (10%↓) 유고 : 조연호 시집     9,000원 (10%↓) 음시 : 함기석 시집     9,000원 (10%↓)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 유계영 시집     10,800원 (10%↓)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 황규관 시집     9,000원 (10%↓)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 이병률 시집     10,800원 (10%↓)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 조말선 시집     9,000원 (10%↓)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 : 김경인 시집     10,800원 (10%↓)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     9,000원 (10%↓)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일반판) : 성미정 시집     9,000원 (10%↓)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 김개미 시집     9,000원 (10%↓) 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 : 김기형 시집     9,000원 (10%↓)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 이사라 시집     10,800원 (10%↓)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9,000원 (10%↓)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이원하 시집     10,800원 (10%↓)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 고형렬 시집     9,000원 (10%↓)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시집     10,800원 (10%↓) 초자연적 3D 프린팅 : 황유원 시집     9,000원 (10%↓)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 이규리 시집     10,800원 (10%↓) 친애하는 사물들 : 이현승 시집     9,000원 (10%↓) 카니발 : 조동범 시집     9,000원 (10%↓) 카니발(일반판) : 조동범 시집     7,200원 (10%↓) 킬트, 그리고 퀼트 : 주민현 시집     9,000원 (10%↓) 터미널     9,000원 (10%↓) 터미널(일반판)     7,200원 (10%↓) 토이 크레인 : 조영석 시집     7,200원 (10%↓)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 윤제림 시집     9,000원 (10%↓) 포이톨로기 : 김병호 시집     7,200원 (10%↓) 해녀들 : 허영선 시집     9,000원 (10%↓) 훗날 훗사람 : 이사라 시집     9,000원 (10%↓) 희망은 사랑을 한다 : 김복희 시집     10,800원 (10%↓) 희망이 외롭다 : 김승희 시집     9,000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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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단어였어.” 일상에 깃든 불안을 닦아내어 거울처럼 ‘나’의 얼굴을 비추는 시 문학동네시인선 182번으로 심언주 시인의 세번째 시집을 펴낸다. 2004년 『현대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심언주는 첫 시집 『4월아, 미안하다』(민음사, 2007)에서 세밀한 감수성과 언어 의식이 돋보이는 시세계를 보여주었고, 두번째 시집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민음사, 2015)를 통해 “시적인 소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가다듬게 한다”(시인 김언)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는 나비와 꽃, 식빵과 우유, 치과와 동호대교처럼 일상적인 배경과 사물들이 등장한다. 특징적인 점은 이것들을 심상한 일상의 풍경으로 관망하지 않고 오래도록 응시하며 그 대상의 이름을 여러 번 곱씹음으로써 일상 속에 깃든 불안이나 위험, 슬픔 같은 감정들을 발견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어둠을 응시하면서도 우울로 빠져들지 않는다. “입술이 굳어가고/ 턱이 굳어”가는 상황에서도 “큰 소리로 말”(「헌터」)하려 노력하고, “아맘니, 아맘니” 중얼거리며 “검게 칠해도 빈틈을 비집고”(「다음 도착지는 암암리입니다」) 뜨는 별빛을 찾아낸다. 특히 시인은 언어유희를 통해 무겁지 않게 상황을 풀어내는데, 같은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거나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풍성한 말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멸치는 사투를 벌이고/ 나는 화투를 친다”(「사투와 화투」), “하양에게선 히잉 히잉 말 울음소리가 들린다”(「마스크」), “오요 우유 모음을 모으며”(「과거도 현재도 주성분이 우유입니다」), “수북하던 수국이 졌다”(「수국 아파트」) 같은 시구들을 읽다보면 우리는 눈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히 입으로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잠들기 전 머리맡 종이를 당겨 글씨 위에 글씨를 씁니다 헝클어진 생각은 봉두난발이지만 아무리 검게 칠해도 빈틈을 비집고 별이 뜹니다 아맘니, 아맘니 입술 부딪히며 암암리에는 밤새 덜 마른 생각이 반짝거립니다 _「다음 도착지는 암암리입니다」 부분 이렇듯 삶과 가까이 있는 사물에 대해 곱씹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심언주는 불안이나 슬픔 같은 어두운 감정을 발견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감정의 주체인 자기 자신을 조망한다. 이번 시집에 유독 ‘나는 ~이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당신의 가장자리”(「수평선」), “나는 올리브를 지키는 사람”(「올리브, 유」), “나는 보츠와나 초원의 코끼리”(「헌터」), “나는 염치읍민입니다”(「염치읍민입니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시의 화자는 여러 상황과 관계 속에서 ‘나’의 모습을 다양하게 정의 내리며 ‘나’라는 것이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 속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에서 바라보았을 때, 마지막에 놓인 「묻지도 않고」에서 반복되는 “나는 살아간다”는 말은 치열한 자기 인식을 통해 ‘나’의 여러 모습을 받아들인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처럼 느껴진다. 나는 살아간다.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생각하지 않아도 살아간다. 생각하다가 불을 끄지 않고 살아간다. 가스불을 끄지 않아 출근길을 되돌아간다. 불 끄러 갔다가 불이 꺼져 있어서 살아간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서 조금 늦게 도착하면서 살아간다. 불을 끄면 생각이 켜진다. 생각. 생각. 생각. 생각을 품은 채 잠이 들고 생각을 끌어안은 채 살아간다. 생각은 생각을 키우고 생각에 곰팡이가 필 때까지 꺼지지 않...는 생각에 발목이 잡혀 살아간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길 끝에 집이 매달려 있고 내 생각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흔들리면서 살아간다. 생각을 잡지 않고 살아간다. 네 생각을 묻지도 않고 살아간다. 생각을 닫지 않고 살아간다. 생각 없이 앞만 보며 간다. 아무데나 생각을 쏟아내다가 내가 쏟아지면서 살아간다. 생각이 싹트는 걸 보면서 간다. 다시 생각하면서 간다. 살아 있으면 간다. 나는 살아간다. 나는 살아서 어딘가로 간다. _「묻지도 않고」 전문 시시각각 변하는 ‘나’의 얼굴을 아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어떤 얼굴의 내가 비칠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의 내가 나타날 수도 있다. 표제작인 「처음인 양」에서 ‘나’가 그동안 딸에게 “양털 이불도 덮어주고, 양떼구름도 보여줬는데” “양은 처음” 본다고 말하는 딸을 통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양이 처음 보는 동물처럼 느껴졌듯이, ‘나’의 얼굴 역시 그렇게 낯선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얼굴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간 자신이 딸에게 “양은 안 보여주고 양 주변만 맴돌게 했”(「처음인 양」)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아무 일 없이 잘 지”(「최소한의 여름」)낸다는 자조적인 고백을 해야 한다. 이처럼 심언주는 끈질기게 내가 누구인지 물음으로써 ‘나’라는 모습을 다양하고 정직하게 그려내 보인다. 그리고 이 시집을 읽는 우리 역시 자신의 낯선 얼굴을 ‘처음인 양’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 양은 처음 보아요. 처음이라 말하는 순간 처음은 사라집니다. 양이라 말하는 순간 양은 사라집니다. 양이 사라진 풀밭에서 양이 풀을 뜯습니다. 양양에도 대관령에도 딸을 데리고 갔는데, 양떼 목장에 가긴 갔는데 양이 사라진 풀밭에서 눈썰매만 탔습니다. 갈대를 뭉쳐놓은 듯 몰려다니는 양은 안 보여주고, 새하얀 양만 그리게 했습니다. 번제를 올리느라 화면에서 양이 피를 뿜을 때 딸의 눈을 가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양은 안 보여주고 양 주변만 맴돌게 했습니다. _「처음인 양」 부분 시집을 거듭 읽는 동안 자화상을 예술의 방법이자 인식의 틀이며 존재의 근거로 사유하는 것이 특정 화가만의 방식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나 역시 나를 ‘처음인 양’ 마주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 명의 ‘나’를 알면서도 흩어진 ‘나’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지금 ‘나’의 자기 인식이며, 우리는 모두 자신에 대해 그와 같은 상태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의 자화상은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자기 인식을 향한 시인의 뜨거운 의지가 어느새 나에게로 전이된 것 같다. 이 확진된 열병을 시라고, 또 예술이라고 부른다는 오래된 진실이 낯설게 반짝인다. _박혜진,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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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꽃에 다다르는 병 점점점/ 나비가 쓰고 남은 나비/ 정형외과/ 백야/ 파종/ 피고인/ 다음 도착지는 암암리입니다/ 그늘/ 식빵을 기다리는 동안/ 수평선/ 다닥다닥 빨강/ 꽃병/ 수국아파트 2부 뭉치면 한 마리, 흩어지면 백 마리 그래그래/ 올리브, 유/ 인터뷰는 사양할게요/ 과거도 현재도 주성분이 우유입니다/ 정말을 줄까 말까/ 방치/ 우기/ 계단이 오면/ 처음인 양/ 선두를 존중합니다/ 먼지 고양이/ 기우뚱하면 안 되니까/ 아무렇게나 엉키고 쉽게 끊어지지만/ 괜찮아요, 좀 늦긴 했지만/ 마스크/ 오후 혼자서 3부 둔부도 없으면서 두부는 서 있다 몽상가/ 돌이켜보면 모두 파랑/ 헌터/ 이기려고 두부가 되는지 져서 두부가 되는지/ 봄날/ 밤마다 감자/ 벚꽃 습관/ 노랑/ 극단적 선택/ 동호대교/ 최소한의 여름/ 발레리나/ 나는 나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자욱해질 때/ 사람이 될 듯 말 듯/ 복어는 로또 공처럼 4부 내 울음은 내다 걸지 못합니다 비눗방울로 메아리를 낳자/ 염치읍민입니다/ 불면/ 남의 일처럼/ 사투와 화투/ 새를 끄고 싶다/ 그도 염치읍민입니다/ 돌로 사는 법/ 숲, 숲 부르면 쉿, 쉿/ 양면성/ 주의 사항/ 쓸데없는 책임감/ 파닥파...닥이 지치면 바닥이 된다/ 속옷 빨래라서/ 묻지도 않고 해설_나를 닮은 시, 시를 닮은 나 박혜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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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초마다 눈을 깜빡이고, 일 초마다 줄어들면서 촛불은 어둠에 둘러싸인다는 걸 알기나 할까요 잠들기 전 머리맡 종이를 당겨 글씨 위에 글씨를 씁니다 헝클어진 생각은 봉두난발이지만 아무리 검게 칠해도 빈틈을 비집고 별이 뜹니다 아맘니, 아맘니 입술 부딪히며 암암리에는 밤새 덜 마른 생각이 반짝거립니다 _「다음 도착지는 암암리입니다」 부분 엄마, 양은 처음 보아요. 처음이라 말하는 순간 처음은 사라집니다. 양이라 말하는 순간 양은 사라집니다. 양이 사라진 풀밭에서 양이 풀을 뜯습니다. 양양에도 대관령에도 딸을 데리고 갔는데, 양떼 목장에 가긴 갔는데 양이 사라진 풀밭에서 눈썰매만 탔습니다. 갈대를 뭉쳐놓은 듯 몰려다니는 양은 안 보여주고, 새하얀 양만 그리게 했습니다. 번제를 올리느라 화면에서 양이 피를 뿜을 때 딸의 눈을 가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양은 안 보여주고 양 주변만 맴돌게 했습니다. _「처음인 양」 부분 생각에게 관심을 주니까 생각이 계속 자란다. 생각이 나아가게 내버려둔다. 멈추지 않고 비닐봉지가 이리저리 구르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를 잃은 것 같아 우체국에 가서 물어본다. 여러 골목을 지나서 도착하는 내 생각을 누가 마중나올까? 궁금해하며 다음 신호를 기다린다. _「오후 혼자서」 부분 어디 숨겼는지 언제 저질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잘못들이 몰려나와 꽃으로 웃고 있어서 혼낼 수 없는 봄날엔 괜찮아, 잘했어, 저지르지 않은 잘못까지 용서해준다. 이름이 뭐지? 기억도 못할 거면서 마주칠 때마다 이름을 물어본다. _「봄날」 부분 파랗게 불꽃을 일으켜 강물을 데워놓아도 강물엔 당신의 어제와 나의 오늘이 흘러가니 만나긴 어렵겠지 강물은 초점이 잘 맞질 않는다니까 물결 따라 곱씹으면서 쓰다듬으면서 좋은 게 좋은 걸까 생각은 흘러가지 뛰어드는 건 쉽지 않아 수면에 돌을 던지며 빙빙 돌려 말하는 널 견디는 건 양파 자루에 입장하는 것 같거든 거스를 수 없다면 흘러가는 수밖에 _「동호대교」 부분 무더위로 계란을 굽고, 아스팔트를 태우고, 남은 햇빛을 냉동실에 넣어도 얼지 않아서 아프리카에 버렸습니다. 버린 햇빛을 웅덩이가 먹고, 일주일이 먹고,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목이 멥니다. 목놓아 울 일은 없는 것 같아 매미를 방충망에서 쫓아버립니다. 더위 혼자 미끄럼을 탑니다. 더위 혼자 건널목을 건넙니다. 내 더위를 어떻게든 식혀보려 물컵이 탁자 위에서 진땀을 흘립니다. 가까이 오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당신. 나는 며칠째 똑같은 반찬을 먹으면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아무 일 없이 잘 지냅니다. _「최소한의 여름」 부분 나한테 울지 말라면서 촛불이 밤새 울고 있다. 죽은 사람이 없는데 촛불이 울고 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보면 눕는 게 소원이 되고 눈을 감는 게 소원이 된다고 촛불이 말한다. (……) 흘러내리는 게 치마인지 살결인지 모르지만, 몸을 낮추며 촛불은 내게 집중한다. 불꽃을 세우면서 주저앉는 걸 숨긴다. _「불면」 부분 봄이라는 확진 때문에 바람만 불어도 꽃나무에 열꽃이 폈다. 오도 가도 못한 채 상비약인 꽃잎만 삼키라 했다. 안 볼 건 봐야 하고 볼 건 못 보는 이상한 편집이 계속되었다. 눈물이 동나 인공 눈물의 힘을 빌려야 했다. 비빌수록 일어나던 꽃들이 거품처럼 맥없이 빗물에 씻겨갔다. 봄이 혼자서 오고 혼자서 갔다. 생각은 자라지 않았고, 잘 뒤집히지도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쓸 때 가장 근사한 돌이 되었다. 발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큰 돌 속에 작은 돌을 채우면서 단단해진 감자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땅속. 닳지 않고 깎이지 않...고 몸을 덮는 것만으로 돌이 된다면 깨어나지 않고 그대로 돌이 되어도 좋았다. _「돌로 사는 법」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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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언주 [저]

•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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