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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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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기획선(총96건) 너머의 새 : 강영은 시집     10,800원 (10%↓) 가장 작은 신 : 함태숙 시집     10,800원 (10%↓) 더께 : 김이녘 시집     10,800원 (10%↓) 뿌리의 행방 : 이심훈 시집     10,800원 (10%↓) 봄의 건축가 : 송연숙 시집     10,800원 (10%↓) 오리진 : 원구식 시집     10,800원 (10%↓) 기형도 : 이강 시집     10,800원 (10%↓) 어둠 속에서 라면을 끓이는 법 : 이태관 시집     10,800원 (10%↓) 조울 : 황강록 시집     10,800원 (10%↓) 이방인의 길 : 수현 시집     10,800원 (10%↓) 식물성의 수다 : 김혁분 시집     10,800원 (10%↓) 슬픔의 단어들은 죽는다 : 강준모 시집     10,800원 (10%↓) 가끔 실패하는 미래 : 전명옥 시집     10,800원 (10%↓) 바람이 마두금을 통과할 때 : 정영선 시집     10,800원 (10%↓) 인공위성 : 최병철 시집     10,800원 (10%↓) 물새가 우는 법 : 금지은 시집     10,800원 (10%↓) 버스에 노을을 두고 내렸다 : 이병관 시집     10,800원 (10%↓) 우산들 : 박지우 시집     10,800원 (10%↓) 평면과 큐브 : 김춘리 시집     10,800원 (10%↓) 애초에 하늘을 날던 물고기 : 강혜성 시집     10,800원 (10%↓) 우주 메시지 : 차영한 시집     10,800원 (10%↓) 노래가 날아오른다 : 박재연 시집     10,800원 (10%↓) 파도 소리에 귀를 걸고 : 엄혜숙 시집     10,800원 (10%↓) 오늘 너의 이마에 내 지문을 입혔어     10,800원 (10%↓) 살바도르 달리 표 상상력 공작소 : 김홍조 시집     9,000원 (10%↓) 피어나 블루블루 : 김수예 시집     9,000원 (10%↓) 해저 스크린 : 신명옥 시집     8,100원 (10%↓) 스윙바이     9,000원 (10%↓) 바람의 책력 : 이심훈 시집     9,000원 (10%↓) 대구선 : 이동백 시집     8,100원 (10%↓) 가장 큰 직업으로서의 시인 : 2022 제23회 현대시작품상 작품집     10,800원 (10%↓) 산중의 달 : 이명 시집     9,000원 (10%↓) 풀잎 : 김정옥 시집     9,000원 (10%↓) 새가 가자는대로 갔다 : 김명서 시집     9,000원 (10%↓)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 : 최금녀 시집     9,000원 (10%↓) 구석이 좋을 때 : 황현중 시집     9,000원 (10%↓) 가까스로 내리는 꽃비 : 정연정 시집     9,000원 (10%↓) 장미의 은하 : 박춘석 시집     9,000원 (10%↓) 점멸과 침묵 사이 : 배귀선 시집     9,000원 (10%↓) 탄수화물적 사랑 : 김미옥 시집     9,000원 (10%↓) 해일 : 김추인 시집     9,000원 (10%↓) 꽃 피는 레미콘 : 황보림 시집     9,000원 (10%↓) 아보카도 나무가 있는 정원 : 허정 시집     9,000원 (10%↓) 나를 로스팅하여 너를 추출하다 : 최소연 시집     9,000원 (10%↓)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 김휼 시집     9,000원 (10%↓) 어느 세계에 당도할 뭇별 : 김뱅상 시집     9,000원 (10%↓) 거울 앞에서 : 하미애 시집     9,000원 (10%↓) 맹물은 뜨겁다 : 나영순 시집     9,000원 (10%↓) 모나크 나비처럼 : 한영채 시집     9,000원 (10%↓) 자작나무는 하염없이 하얗게 : 홍지헌 시집     9,000원 (10%↓) 쉬땅나무와 나 : 하보경 시집     9,000원 (10%↓) 맨 뒤에 오는 사람 : 이문희 시집     9,000원 (10%↓) 시간의 만화경 : 이영신 시집     9,000원 (10%↓)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 : 주창윤 시집     9,000원 (10%↓) 2퍼센트 동화 : 김은후 시집     9,000원 (10%↓) 고립낙원 : 한길수 시집     9,000원 (10%↓) 불의 씨 : 황주은 시집     9,000원 (10%↓) 어둠은 밤의 너머에서 뜬다 : 이궁로 시집     9,000원 (10%↓) 사라진 포도월 : 임은주 시집     9,000원 (10%↓) 불기소처분 : 장정희 시집     9,000원 (10%↓) 껌 좀 씹을까 : 조명희 시집     9,000원 (10%↓) 그늘을 담고도 환한 : 박선희 시집     9,000원 (10%↓) 길, 묘연 : 조덕자 시집     9,000원 (10%↓) 모란꽃 무늬 이불 속 : 전인식 시집     9,000원 (10%↓) 크리스털 사막 : 장선희 시집     9,000원 (10%↓) 양치식물 : 김정희 시집     9,000원 (10%↓) 파이디아 : 김영 시집     9,000원 (10%↓) 메모중독자 : 박헌규 시집     9,000원 (10%↓) 브레이크 : 김미순 시집     9,000원 (10%↓) 오프너 : 최승아 시집     9,000원 (10%↓) 나의 구린새끼 골목 : 김양희 시집     9,000원 (10%↓) 시뮬라시옹 : 이현채 시집     9,000원 (10%↓) 한밤의 우편취급소 : 염창권 시집     9,000원 (10%↓) 파이데이     9,000원 (10%↓) 위대한 예측불허     9,000원 (10%↓) 아이스께끼 : 박영녀 시집     9,000원 (10%↓) 빨강 : 이여원 시집     9,000원 (10%↓) 장미릉 : 오주리 시집     9,000원 (10%↓) 검은 나비를 봉인하다 : 이주언 시집     9,000원 (10%↓) 청킹맨션     9,000원 (10%↓) 황천황해     9,000원 (10%↓) 거울뉴런 : 차영한 시집     9,000원 (10%↓) 벤야민스쿨 : 황강록 시집     9,000원 (10%↓) 텔레파시폰의 시간 : 박재연 시집     9,000원 (10%↓) 돈암동 엘레지 : 김대성 시집     9,000원 (10%↓) 게헨나 : 안민 시집     9,000원 (10%↓) 설탕의 아이들 : 박우담 시집     9,000원 (10%↓) 아담의 시간여행 : 아토에서 우주까지 | 이시경 시집     9,000원 (10%↓) 이형기 시전집     40,500원 (10%↓) 내 이름은 구운몽 : 김지율 시집     8,100원 (10%↓) 라그랑주 포인트     8,100원 (10%↓) 줄무늬 바지를 입은 하느님 : 유금옥 시집     8,100원 (10%↓) 얼음의 역사 : 송은숙 시집     8,100원 (10%↓)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 함태숙 시집     8,100원 (10%↓) 여자 k : 정다인 시집     8,100원 (10%↓) 라디오 무덤 : 김제욱 시집     8,100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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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시인이 있다. 그리고 그 곁에 슬퍼하는 한 독자가 있다. 아마도 시인과 그 독자, 이 둘의 관계는 오랫동안 꼭 돈키호테와 산초의 관계와 같아서일까. 돈키호테의 죽음 앞에 산초가 울부짖듯, 시인의 죽음 앞에 독자 또한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 여기엔 시인의 죽음, 시인이 아니라 시인의 죽음이 있다. “아직도 절대 시와 절대 책을 추구”하는 시인,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럼에도 거듭 이를 추구하는 시인. 시인은 이전 시집까지 40년 가까운 시간의 “습작기”를 마치고 “새로운 세계로 갈 것”을 선언했다. ‘시인-돈키호테’는 “세상을 바꿀 단 한 편의 시와 만물의 이론이 적혀 있는 단 한 권의 책을” 위해 “파동으로 가득”찬 세계로 모험을 떠났다.(「비」, 문학과지성사, 2015) 그런데 이번 시집 「오리진」 안에는 뜻밖에도 “현실에서 저 너머로 떠난 것이 아니라, 저 너머에서 현실로 돌아온”(133쪽) 시인의 노래로 가득하다. ‘시인-돈키호테’의 모험은 그 중간과정이 생략된 채 곧바로 결말에 치달은 셈으로, 그간 ‘시인-세르반테스’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이길래 ‘시인-돈키호테’는 ‘상상’과 ‘환상’으로 채워진 모험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득한 기원의 세계를 노래하는가. 혹 여기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인-세르반테스’의 복잡하고 씁쓸한 어떤 고뇌가 담겨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 여기 이곳엔 시인의 고뇌가 만들어낸 죽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독자는 이 죽음의 세계를 통과해 시인의 저 고뇌에까지 닿아야 한다. 만약 돈키호테가 모험을 다시 떠난다면 우리의 슬픔은 잦아들까. 키호티즘(Quixotism)의 좌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우리를 진정 슬프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우리는 ‘시인-세르반테스’의 고뇌에, ‘시인-돈키호테’의 비극에 가 닿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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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말 제1부 바깥들 식사 시간 13 바깥들 16 청춘의 연금술 18 놀란 귀 20 눈꺼풀 22 푸른 당나귀 26 닭똥의 평화 28 방 한 칸 31 밥 32 궤변 35 익사의 꿈 38 한우천국 40 부활_바흐의 시간 43 불멸 46 제2부 물의 생각 불광천 51 물의 생각 54 제3부 칼의 기원 나무의 발 61 시간의 얼굴 62 칼의 기원 64 모멸을 위하여 66 돼지 아파트 69 월세천 72 술독 74 기하학적 애인 76 문방구 소녀 78 불가능한 사랑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81 북위 38도 82 한탄강 87 제4부 신동국정운 시감도 2013 93 마침표 화두 96 꺾쇠에 대하여 100 신동국정운 102 제5부 침대의 기원 열병합발전소와 시간의 기원 111 침대의 기원 116 ▨ 에세이 | 시의 기원 120 ▨ 원구식의 시세계 | 양순모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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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들 최초의 책은 아마도 하늘에서 내려와 돌 위에 새겨졌을 것이다. 일곱 개의 별이 박힌 이 책을 사람들이 무덤으로 삼았으니, 책이 어찌하여 별의 부적이 아니겠느냐? 산 자들이 그 앞에서 죽은 자들을 장사지내고, 열흘 밤 열흘 낮 동안 점을 친다.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나의 애인아. 진정한 삶은 이 세상에 없다. 몽매한 현자들이 점토판의 진흙이 굳기도 전에 쐐기로 제 두 눈을 찌르고, 하늘의 문자를 모방하여 불멸의 책을 구워냈으나, 살아서 돌아온 자가 없다. 그러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색창연한 먼지로 뒤덮인 도서관의 책들을. 형이상학으로 가득한 이 책들은 온통 호명을 기다리는 죽은 아버지들의 이름들뿐! 도둑처럼 날이 저물고, 생각 없는 별이 뜬다. 골짜기의 백합보다 순결한 내 애인이 산 자와 죽은 자를 중개하는 밤이 왔다. 죽음으로 봉인된 책이 열린다. 오, 존재가 사라진 공간 속으로 날아오르는 흑조들. 그 뒤로 죽은 아버지들이 전쟁 포로처럼 돌아온다. 이곳은 ‘바깥’들이 모인 ‘바깥’의 바깥들. 존재 없는 존재자들이 사는 곳. 죽은 자들이 산 자를 낳는 곳. 사물들이 모두 거울이 되는 곳. 나는 흑조를 쫓아 절벽 끝까지 내달린다. 순간 절벽이 나를 비추고 흑조가 나를 비춘다. 번쩍번쩍 비추는 대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내 오늘 밤 저 낭떠러지 아래로 몸을 던져 허공에 떠 유물론자와 물질주의자의 차이를 제법 유치하게 말해줄 수도 있지만, 애인이 서둘러 책을 덮는다. 최초의 아버지들이 미지의 행간 속으로 사라진다. 울지 마라. 모두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도서관엔 아직도 먼지를 털어내며 읽어야 할 책들이 수북하다. 옜다, 너도 한 권 가져다가 저잣거리에서 비린내 나는 생선이라도 한 마리 바꿔 먹으렴. 칼의 기원 경배하라. 신성한 금속은 하늘에서 온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우주의 먼지 속에서 새로운 별이 태어나듯, 하늘에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그러자 대지가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시퍼런 강물이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지구의 맨살을 도려낸 듯 땅이 갈라진 자리, 상처를 치료하듯 붉은 용암이 흘렀다. 그날 이후 길흉화복이 바뀌어 자고 나면 새로운 왕들이 나타나 서로를 헐뜯고 전쟁으로 날을 지새웠다. 세상이 충분히 어지러워지자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사방 천 리 땅이 푹 꺼지고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분화구 아래 하늘에서 온 아주 단단한 금속이 있다는 것을. 이제 세상을 구원할 한 자루의 칼을 만들 때가 되었다. 침대의 기원 어떤 침대는 무덤보다 오래되어서 오르페우스의 하프가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기도 전에 형체도 없이 흩어져 버렸다. 다리가 짧은 난쟁이 목수들이 연장을 들고 은하수를 건너왔다. 그들은 사라진 침대의 점과 선과 면들의 정확한 위치를 연결했다. 복원이 끝나자 숙련된 시계 수리공들이 때를 맞춰 침대에 4차원의 태엽을 감아 주었다. 그러자 제일 먼저 동네의 개들이 몰려나와 짖었다. 멍멍. 이것은 침대다. 그다음, 그리스 철학자들이 틀릴까 봐 매우 조심스럽게 따라 짖었다. 멍머-엉. 이것은 침-대-다. (그리곤 신화의 시대가 끝났다) 최초의 침대는 그보다 오래되어서 공화국에서 추방된 시인들의 후손들이 얼빠진 과장법을 익힐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거대한 운석들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45억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지는 불덩어리로 타올랐다가, 얼음으로 뒤덮였다가, 물속에 잠겼다가, 마침내 솟구쳐 올랐다. 오, 풀이여, 나무여, 물과 화강암과 산소와 생명체여. 화석 속에 종이보다 얇게 접혀진 삼...엽충이여. 암모나이트 조개여. 오, 만물의 침대인 대지여. 자명한 공간이여. 시간의 연금술사인 잠이여. 그 속에 깃든 침대의 몫이여. 죽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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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구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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