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한 조현상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자연 서정과 민족 분단의 현실 비판이 함께 어우러진 시조집
세상에 정답 없는 시험이 어디 있담
백지장에 날밤 새워 머리를 쥐어짜면
호랑인
아니더라도
고양이는 그려질까.
마음이라는 호수에 조약돌 하나 던져
물 위에 담방 담방 파장을 일으키듯
없는 길
날아야 하는
물수제비 돌처럼.
새벽이 아침 햇살 값없이 뿌려주듯
내 마음에 번지는 모난 돌 곱게 갈아
꽃 이슬
반짝거리는
말 구슬 꿰고 싶네.
- 시인의 말 중에
시인의 말 05
제1부 가을 단상
가는 세월 15
가방 16
가을 단상 17
가을 붉은 소리 18
갈등 19
감 20
감자 꽃 21
거울의 눈 22
걱정된다 23
검버섯·1 24
검버섯·2 25
겨울비·1 26
겨울비·2 27
견공犬公의 넋두리 28
군사 분계선 29
귀신고래 춤 30
그게 아니야 31
금낭화 32
길 위에 산다 33
꽃필 무렵 34
나무 나라 35
나이테 36
나무의 말 37
제2부 눈꽃 사랑
낙과落果 41
낙엽 42
너무 하십니다 43
노을 44
노적봉 45
눈꽃 사랑 46
단오절 사계 47
단풍 48
도봉 삼 봉 49
도토리 50
독거노인 품은 달 51
돌 거리 52
동짓달 53
두꺼비집 54
두 여인 55
딱따구리 56
뛰는 놈 나는 놈 57
마구령馬駒嶺 58
마스크 60
마음의 눈 61
말복 무렵 62
말씨, 말을 타다 63
매미·1 64
매미·2 65
매미·3 66
매미·4 67
제3부 산수령傘壽嶺
명태의 변신 71
모기 72
못다 한 유채 꽃사랑 73
미세먼지 74
바람, 풍경을 타일러 75
박달나무의 후회 76
방면放免 77
베티고지 전투 78
백일홍꽃 80
변명 81
별 82
봄꽃·1 83
봄꽃·2 84
비의 랩소디 85
부석사浮石寺 86
빈 장독 88
빈 항아리 89
삐걱삐걱 90
사계四季 91
사설시조 92
산수령傘壽嶺 93
산수유 94
상수리나무 95
삶 96
샛별... 97
제4부 어부바, 세월아
세월 101
섣달, 기다리는 마음 102
설 103
설 삼중주 104
순라군 105
숭의전崇義殿* 106
스마트폰 108
시를 쓴다는 거 109
시작詩作 노트 110
시침이 111
12 112
싸리 꽃 피는 113
아침 햇살 114
아카시아 115
얘기꽃 한 섬 116
어둠 117
어부바, 세월아 118
여든 즈음에 119
역고드름 120
연둣빛 그대 121
오메, 알런가 몰라 122
옹달샘 124
옹이 125
용서容恕란 126
우주여행 127
제5부 초원의 눈빛
의자 131
인생 사계四季 132
임진강臨津江 133
잉태 134
자벌레, 달빛을 재다 135
자화상 136
재인폭포 137
지하철 138
첫눈 140
청설모 141
초원의 눈빛 142
촛불 143
축복의 손 144
코로나 19 145
탁류 146
탐욕 147
폭설 148
풍경 149
한탄강漢灘江·1 150
한탄강·2 151
한탄강·3 152
할미꽃 153
호롱불이 그리운 건 154
황금 트럼펫 155
가는 세월
아직 내 맘 초봄인데 어느새 산수령傘壽嶺에
무서리에 단풍 들듯 흰머리 성긋성긋
간 세월
보듬어 보니
무상한 뜬구름 같네.
몸이 좀 허룩해졌다고 속 끌인들 뭔 소용
아련한 사랑과 미련 아쉬운 청운의 꿈도
비움의
황혼빛 정원
느릿느릿 가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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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우리 집 앞마당 섶 감나무 비만이다
잔가지마다 부러질 것 같이 매달려 휘청거리는 잘 익은 감, 은은한 누이의 민얼굴처럼 뽀송뽀송하다. 심술궂은 바람 등쌀에 나뭇가지 틈새로 누렇게 질려 끙끙 몸을 추스르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자애로운 수박 등이다 내가 좋아하던 단발머리 소녀에게 뚝 따주고 싶기도 하고 두 손 모아 소원도 빌고 싶은 너, 어젯밤 된서리 한 사발에 화들짝 놀란 너의 알몸이 가엾다.
주홍빛
서늘한 얼굴
불현듯 노을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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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분계선
네 이놈, 썩 비켜라 155마일 휴전선아
초병들 날 선 시선 가늠자에 머무는데
앙칼진
철면피 얼굴
막무가내 버티네.
끊어져 사라져라 외가닥 쇠심줄아
칠천만 불호령에 귀 막은 고집불통
동강 난
한반도 허리
먹구름만 웅성대네.
철조망 가시에 찢긴 시퍼런 아픔의 누더기
횡산리 여울물에 훌훌 벗어 던지고
남과 북
해 돋는 아침
부둥켜안고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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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나무의 후회
신목으로 받들던 백악산 박달나무
뇌성과 번갯불에 맥없이 쓰러졌다
잔가지
진물도 말라
버러지들 다 떠났네.
벌레가 다 파먹어 속 빈 강정 나뭇등걸
가마에 구워본들 숯도 재도 안 남으리
파르르
사위는 불꽃
설핀 수의 한 벌 없네.
봄볕이 풍성할 때 몸 건사 잘하시지
진딧물에 몸살 앓다 불벼락에 허리 잘려
나목들
쇠사슬 잡고
뒤늦은 후회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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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옹달샘 길어다가 곱게 빚은 달콤한 향기
산허리에 치렁치렁 내걸고 하얀 미소 살랑살랑 짓는 갈색 눈동자, 먼 이국의 낯선 조선 땅 끝자락에 선 이방인의 서러움도 잔잔한 잎사귀 간격 같은 징검다리 세월을 견뎌내며 희디흰 화해의 꽃송이 빚었지, 앙칼진 가시 끝에 차마 말 못 할 사랑을 숨겨놓고 푸른 손 파르르 떨며 향긋한 순백의 오월을 달궈왔지 이젠 지금 밟고 있는 훈훈한 이 땅이 내 조국이라며 꽃비를 뿌리는 충성의 기쁨으로
아카시
대들보 아닌
향기로 보은하네.
조현상 [저]
1943년 경기 연천에서 출생하여 33년간 공직에 있다가 부이사관(3급)으로 퇴직하였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2004년 월간 '책과 인생'에서 수필 '감자와 동침'으로 등단하였으며, 2009년 월간 '조선문학'에서 시 '낙엽' 외로 등단하였다. 그동안 '책과 인생', '한국산문', '월간문학' 등 여러 문예지에 100여 편의 글을 발표하였으며, 한국문인협회, 한국산문문학회 회원, 조선문학회 이사, 아름다운 시인의 모임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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