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넌 누구니?』는 '어린이'를 하나의 코드로 바라보고, 이를 새롭게 분석한다. 책 속에는 1900~1940년대 근대 어린이 잡지, 어린이의 여러 얼굴을 담은 근ㆍ현대 화가들의 작품, 오늘날 어린이가 꿈꾸는 환상 세계와 성장의 의미를 묻는 이야기책 등을 근거로 '어린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한다.
이 책에서는 새삼스레 어린이의 기원을 찾거나 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펼치지 않는다. 어린이와 어른, 성장과 같은 주제를 꾸준히 연구해온 저자(최기숙 교수)는 '어린이는 누구이며, 어른 속에 있는 어린이는 또 누구인가'라는 개인적이고 소박한 질문을 던진다.
역사·문화에 담긴 어린이 정체성 탐구
아이를 통틀어 '어린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어린이도 있고 어린이보다 더 어린이 같은 어른도 있다. 어린이는 현실에 있는 존재일까,아니면 어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존재일까?'어린이,넌 누구니?'(최기숙 지음/보림/1만5천원)는 1900~1940년대 근대 어린이잡지,근·현대화가들의 작품,해리포터와 피터팬 등 다양한 문화적 텍스트를 통해 어린이의 정체성을 찾아보는 책이다. 구전 설화에 나타난 어린이 이미지 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는 이번에 역사,문화 속에 담긴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서술돼 부모가 어린이들과 함께 읽기에도 무방한 책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어린이'는 어리석은 자를 뜻했다. 그 시대 아이는 '작은 어른'과 같은 존재로 그리 귀히 여겨지지 않았고 효(孝)와 같은 유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아이들을 바람직한 아이상으로 내세워 기록에 남겼을 뿐이다.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어린이'가 태어난 시기는 1900년대부터. 최남선,방정환 등 근대 지식인들은 새로운 세대인 어린이에 기대를 걸며 문화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최남선은 19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 '소년'과 1913년 최초의 어린이 신문 '붉은 저고리' 등을 창간했고 방정환은 1923년 어린이만을 위한 잡지 '어린이'를 만들었다. 이들 매체에서 어린이는 열등한 '작은 어른'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를 의미했다.
저자의 시선은 이어 조선시대 민화와 이중섭,박수근 등 근현대 화가들이 그려낸 어린이 이미지로 향한다. 조선시대 민화에도 어린이가 나오는데 유난히 작게 그려져 있고 의젓한 '작은 어른'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중섭,박수근,장욱진 등 근현대 화가들은 저마다의 시선으로 어린이를 담아냈다.
이중섭의 '짐승을 부리는 사람들'에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바닷가에서 물새와 노는 소년들'에서는 꿈꾸는 어린이들이 나온다. 박수근의 '아기 보는 소녀''소와 유동'에서는 아이들의 얼굴이 뿌옇게 그려져 있다. 아스라한 추억의 빛깔을 연상시킨다. 장욱진의 '닭과 아이'(사진)'풍경' 등에서는 아이와 어른이 닮아 있는 동화적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또 '해리포터' 시리즈를 분석하면서 어린이들이 즐기는 환상이 현실과 매우 닮아 있으며 어린이들이 고민을 풀어가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다. '피터팬'이야기를 통해서는 성장이 결코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아니라 '꿈꾸는 자에게 성장은 계속된다'는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새겨준다.
지난 역사와 문화속의 어린이 모습을 차례로 접하다보면 메시지가 명료해진다.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관념이 빚어낸 어린이상과 수동적인 존재에서 벗어나 당당한 어린이 문화의 주체로 일어서라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2006년 7월 24일 월요일/ 부산일보
책을 펴내며
시작하는 글_ 어린이를 찾아서
1 역사 속의 어린이어둠을 물리치는 조선시대 아이들
- 어둠을 물리치는 아이들
- 믿음직한 작은 어른들
- 시대의 가치관이 빚어 낸 아이 상
'어린이'와 어린이 문화의 탄생
- 근대 잡지 <소년> 탄생
- 어린이 신문 <붉은 저고리>
- <아이들보이>의 세계
- '어린이'와 잡지 <어린이> 탄생
2 그림 속의 어린이몸이 자라면 마음도 달라질까
- 내가 그린 내 얼굴
- 화가의 눈에 비친 어린이
시대의 표정, 어린이 얼굴
- 조선시대 어린이: 의젓한 작은 어른
- 꿈꾸는 어린이: 이중섭의 어린이
- 전쟁과 어린이: 박수근의 어린이
- 아이 같은 어른, 어른 같은 아이: 장욱진의 어린이
어린이 마음에 들어온 세상
- 시간을 담아요
- 너무 슬퍼 마세요
- 생각에 잠겨 있어요
- 평화를 꿈꿔요
-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 우리 가족이에요
- 나도 그릴 수 있어요
모두 내 얼굴
- 얼굴은 마음의 창문
- 미래의 내 얼굴
3 환상 세계의 어린이어린이들은 왜 환상적인 것을 좋아할까
- 누구나 즐기는 환상 세계
- 모든 것이 이뤄지는 환상 세계
- 두렵고 불안한 환상 세계
- 환상의 규칙
...어린이가 꿈꾸는 어린이 세계
- 해리포터를 꿈꾸는 아이들
- 해리포터, 새로운 어린이상
- 환상 세계와 현실 세계
- 환상의 발명품, 호그와트
환상이 보여주는 현실
- 환상 세계는 현실의 거울
- 현실과 닮은, 그리고 다른 환상 세계
4 어린이는 자란다피터 팬은 왜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 영원한 어린이, 피터 팬
- 피터 팬과 후크의 비밀
마틸다는 누가 지켜 줄까
- 어른 같은 아이, 마틸다
- 가족을 고를 수 있다면
마당을 나온 잎싹은 무엇을 꿈꾸었나
- 성장통, 어린이로 살아가기
- 성장의 날개, 내 삶의 길 찾기
- 꿈을 가지면 성장은 계속된다
5 움직이는 어린이시작을 꿈꾸는 나에게
-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 시작하는 사람만이 꿈의 열매를
- 행복을 느끼는 능력
- 슬픔도 아름다워
- 시간의 향기
내가 쓰는 내 이야기
- 누구에게 물어 볼까
- 어린이와의 대화, 나와의 대화
- 다시 어린이가 된다면
- 나와 이야기해 볼까
- 움직이는 어린이, 새로운 문화의 주인공
이 책에 나오는 글과 책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 피터 팬에게는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피터 팬의 비밀을 알고 나니 무조건 부러워만 하던 때와는 다른 애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영원한 어린이로 사는 꿈, 그것은 결코 달콤한 천국의 꿈은 아닙니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슬픔과 상처, 고통과 아픔도 기쁨이나 즐거움 못지않게 소중합니다. 어린이의 꿈은 영원한 어린이로 사는 게 아니라 상처와 고통에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일 테니까요.
--〈피터 팬은 왜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중에서
최기숙 [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 텍스트를 현대 문화와 소통시키기 위해 고전의 현대적 번역과 비평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젠더, 연령, 신분 등의 차이가 규정하는 소수문화, 하위주체의 문화적 위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시기 문예 양식을 중심으로 ‘잘 나이들기(Aging-well)’에 관한 자원탐색적 연구를 하고 있다.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국학연구원의 HK교수다. 저서로 [환상] [어린이 이야기, 그 거세된 꿈] [어린이, 넌 누구니] [문밖을 나서니 갈 곳이 없구나-거지에서 기생까지, 조선시대 마이너리티의 초상] 등이 있고, 공저로 [역사, 길을 품다] [남원고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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