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시가 '자유시'라는 현대적인 시 형태를 개척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는 책. 현대 아랍시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현대 아랍시가 전통의 계승과 서구시의 영향이 조화를 이룬 창조적인 결과물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현대 아랍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변화와 수용의 바탕이 되었던 전통의 실체와 전통주의자들의 시적 실험들을 살펴본다.
이 책에서는 우선 변화를 주도했던 시인들의 전통과 형식에 대한 견해들을 소개하고, 전통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변화를 추구했던 수많은 시인들의 시 형식 실험들을 유절시, 무운시, 산문시의 순서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다. 다음으로 자유시가 전 아랍세계에 널리 유행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신화와 상징들을 알아본다.
●아랍시의 전형인 까씨다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아랍의 대표 시인 아도니스, 니자르 깝바니, 쌀라흐 압두 알싸부르, 나직 알말라이카의 시적 실험!
●아랍시가 ‘자유시’라는 현대적인 시 형태를 개척하기까지의 과정을 아랍 신화와 더불어 소개한 책!
현대 아랍시 선구자들은 1천년 이상동안 문화적 자부심과 긍지였던 까씨다(아랍시의 전형)의 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하고 부단한 시적 실험들을 하였으며, 그 결과 ‘자유시’라는 현대적인 시 형태를 개척하였다. 자유시 형태는 시대적 요구였으며, 현대의 시대정신을 훌륭히 표출해 내었다. 현대의 삶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오늘날, 아랍문학도 여느 제3세계 문학과 마찬가지로 전통과 현대라는 갈등 속에서 갈 길을 찾기에 안간힘 쓰고 있다. 『현대 아랍시의 자유와 전통』에서는 현대 아랍시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현대 아랍시가 전통의 계승과 서구시의 영향이 잘 조화를 이룬 창조적인 결과물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레바논과 이스라엘 분쟁으로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 때, 잔혹한 현실에 맞서거나 순응하기도 하는 아랍시인들의 시적 감성을 통해 아랍문학과 세계에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 책을 펴내며_ 임병필·6
제1장
아랍시의 전통과 형식에 대한 견해· 11
제2장
유절시(有節詩): 아랍시 전통의 부활·45
제3장
무운시(無韻詩): 아랍시 전통 운(韻)의 파괴·75
제4장
산문시(散文詩): 아랍시 전통 운율(韻律)의 파괴·103
제5장
현대 아랍 자유시에 나타난 신화의 주제·137
제6장
현대 아랍 자유시에 나타난 신화 상징·187
찾아보기·251
3. 지하 모험 신화
지하 모험 신화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그리스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신화적 요소들과 다양한 상징들은 지하세계 모험과 관련된 대부분의 시적 실험들을 위한 토대를 제공하였다.
그리스 신화 속 악사․시인인 오르페우스는 태양의 신 아폴론과 뮤즈 칼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아폴론에게서 수금 타는 법을 배웠는데, 그의 아름다운 수금 연주와 목소리는 짐승들과 숲 속의 나무들에게도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그의 아내 에우리디케가 산책 도중에 목부(牧夫) 아리스타이우스에게 쫓기다 독사에게 물려 죽자,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오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갔다. 그가 음악으로 지옥을 지키는 개 케로베로스를 비롯하여 지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자, 지옥의 신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절대로 에우리디케의 얼굴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그녀를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기뻐하며 아내를 데리고 지상을 향해 서둘러 가던 오르페우스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두고 유혹에 못 이겨 뒤를 돌아다보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내를 너무나 그리워한 오르페우스는 그 뒤 모든 여자들의 구애를 계속 거절하다가, 트라키아 여자들에게 원한을 사게 되어 8갈래로 찢겨 헤브루스강에 내던져졌다 한다.
이라크 시인 압둘와합 알바야티는 「통곡하는 여인」에서,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오기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가듯, 아이샤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바야티의 시에서 지하세계는 니사푸르이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돌아오지 못하듯 바야티도 아이샤 없이 돌아오며 영원히 사랑을 잃는다. 바야티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잃었을 때처럼 잃어버린 사랑을 슬퍼하며 희망을 잃은 듯하다. 사실, 시인이 울고 있는 것은 아랍 동포들이 얻지 못했던 상실된 자유 때문이며, 아이샤는 독재자들이 생매장했던 자유를 상징한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세계로 내려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만난다. 한편, 시인은 사랑과 아이샤의 자유를 찾으며 이러한 어려움을 만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다양한 대접을 받는다. 지하세계를 지키는 문지기로부터 사랑과 자유를 빼앗았던 독재자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값진 충고들도 얻는다.
그러나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오르페우스와 시인은 동일시된다. 왜냐하면 오르페우스의 실패와 불행이 시인의 그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 없이 홀로 절망하며 지하세계에서 돌아오고, 시인은 움마(이슬람공동체)가 문명의 계획을 실현할 능력이 없음에 절망한다. 그러나 오르페우스의 절망과 시인의 절망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오르페우스는 지하세계에서 일어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절망에 도달하지 않으며, 그가 에우리디케 없이 혼자 돌아왔을 때도 구원과 성공의 가능성은 지속된다. 반면, 시인은 움마의 무능함에 절망하고, 움마가 문명화되고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게 되기만을 무기력하게 기다린다.
나는 니사푸르의 지옥으로 돌아왔다.
버려진 심연을 위해
지하세계를 위해 낡아 버려진 집을 위해
지하에서 아이샤를 찾는다
나는 아무도 없는 배처럼
밤 뒤로 문들 뒤로 그녀의 죽음을 뒤 따른다
바로 여기에, 무덤 파는 이가
결혼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꽃들로 만든 화관과
불로 만든 구름을 쓰고 있는 그녀를 내려주었다
바로 여기에, 머릿결이 희끗희끗한 마녀가 있었다
그녀는 영구차 뒤에서 울고 있...었다 참새 한 마리가
관 위에 앉아 있었다
나는 안내자도 없이 그녀의 죽음을 뒤 따른다
나는 노란색 긴 옷자락처럼 그녀를 사랑한 세월을 끌고 간다
나는 지하세계의 문을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문지기가 나를 위해 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어디서 왔소.”
나는 말했다, “나를 위해 들판을 환하게 불 밝히시오.
밤이 다가오고 있소.”
그는 감추어진 것을 읽기 위해
손으로 기록된 것을 들고 말했다,
“아이샤는 여기 없소, 여긴 아무도 없소
영원의 배는
어제 떠났소 그저께 돌아갔소
아이샤를 위한 장소는 없소
그녀는 세월과 함께 있소 세월 속에서
광야의 바람처럼
저녁의 아침별처럼 길을 잃었소
그러니 그녀의 또 다른 얼굴을 위해
니사푸르로 돌아가시오. 술취한 사람아
독재자들과 눈먼 신들에 맞서 싸우시오
죽음은 대가없는 운명이라오.
-본문 145~148 중에서
임병필 [저]
부산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문학 석"박사(현대 아랍 시 전공)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 명지대학교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 [아랍 이슬람문학의 이해](2002, 공저) [현대 아랍시의 자유와 전통](2006) [아랍시와 신화](2007) [중세 동서 시가의 만남](2009, 공저) "아랍 까씨다와 스페인 무왓샤하트의 상호 영향에 관한 연구"(2006) "까시다의 운율체계에 대한 연구"(2007) "고전과 낭만의 경계 시인 칼릴 무뜨란"(2009) "해양문학의 고전 ‘신드바드의 모험’, 그 현대적 해석과 적용"(2011) "이문화 교류에서 본 아랍시의 그리스신화 차용과 해석"(2012)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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