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가 들려주는 우리 민족의 영웅 이야기를 담은 책. 신채호의 고대사 관련 저술 <을지문덕전>을 편역한 것이다. 수나라와 고구려의 투쟁사를 통해 독립정신과 민족자존의 표상인 을지문덕의 기상과 그 인격을 살펴본다. 중국의 사서에 남겨진 기록들 중에서 고대 우리 역사와 관련된 것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고대 영웅들의 위대함을 전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90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신채호의 <을지문덕전>과 일제의 식민지 지배하에 있을 때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조선상고사>의 일부, 그리고 편역자가 고구려의 상대방인 수나라의 사정을 알 수 있도록 <자치통감>, <수서> 등에서 뽑아 번역한 부분이다.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신채호가 저술한 책의 일부를 새롭게 번역하고, 나머지는 중국의 사서에서 관련 내용을 뽑아 직접 번역하였다.
최근 중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촉발된 우리민족의 고대사, 특히 고구려사에 대한 국민들의 고조된 관심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최근 여러 TV방송국에서 경쟁적으로 고대사 관련 드라마들을 방영하고 있다. 그간 잊고 지내온 우리 민족의 고대 역사를 마치 드라마를 통해서 되찾고 교육시키려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고 드라마일 뿐, 역사적 실체와는 별로 관련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창조해낸 허구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의 역사인 것처럼 잘못 인식될 때, 그렇잖아도 취약한 우리의 고구려 역사 관련 소유권 주장의 논리와 국민들의 역사 인식은 회복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사(正史)인 <삼국사기>의 기록들은 대부분 <수서(隋書)>, 신 ‧ 구 <당서(唐書)>, <자치통감> 등 중국 측 사서(史書)의 내용을 초록한 것들이다. 따라서 우리 자신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 측의 상기 사서(史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역사를 구성하는 2대 요소는 역사적 사실(Fact)의 존재와 그 사건의 기록(Writing)이다. 반만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에게, 설령 1천4백 년 전에 요동(遼東) 땅을 지배하였던 역사적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한 기록이 당시 우리의 경쟁상대였던 저들에게만 있다면, 저들의 사료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어렵고 불리한 여건에서, 마치 넓은 풀밭에 흩뿌려진 한 줌 구슬을 줍듯 상대편 사료의 이곳저곳에 숨겨진 것들을 찾아내어 한 곳에 모아놓은 다음, 금싸라기 같은 우리의 역사적 사실들을 정성껏, 아름답고 원만(圓滿)하게, 그리고 논리정연하고 체계적으로 가공하여 상대방의 소유권 주장의 논거를 명쾌하게 분쇄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의 고대사 관련 저술인 <조선상고사>와 <을지문덕전> 등이라 생각한다.
편역자는, 선생께서 이 책을 쓰시던 당시에든 현재에든, 우리 민족 영웅들의 활동에 관한 우리 측의 기록은 거의 없고 그 대부분이 당시 경쟁 상대였던 중국 측의 사서에 흩어져 있는 것을 모아놓은 것들이라면, 저들이 남겨놓은 기록들 중에서 고대 우리 역사와 관련된 것을 중심으로 <삼국사기>에서 소개한 것보다 더 많은 기록들과, 또 저들 자체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많은 기록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의 고대 영웅들의 위대함을 더욱 전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삼국사기>에 소개된 기록들도 원전(原典)과 원문(原文)을 기초로 다시 번역하여 독자들이 읽기 쉽게 하고 싶었다.
<을지문덕전>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부터 약 100년 전(190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을지문덕>과, 일제의 식민지 지배하에 있을 때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조선상고사>의 일부 (제9편, 살수전쟁), 그리고 편역자가 고구려의 상대방인 수나라의 사정을 알 수 있도록 <자치통감>, <수서(隋書)> 등에서 가려 뽑아 번역한 부분으로 되어 있다. 신채호 선생께서 쓰신 것은 원래 본서 전체의 1/3 정도인데, 선생께서 100년 전에 쓰신 원고를 편역자에게 남겨주고 돌아가셨다고 가정하고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교열하는 자세로 번역작업을 하였으며, 나머지 2/3는 편역자가 중국의 사서에서 관련 내용을 가려 뽑아 직접 번역한 것이다.
<서(釵)>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서(序)> 변영만(卞塋晩)
<서(序)> 이기찬(李基燦)
<편역자 머리말>
서론
제1장 을지문덕 이전의 한(韓)·한(漢) 관계
제2장 을지문덕시대의 고구려와 수(隋)의형세
제4장 을지문덕 시대의 열국(列國)의 상황
제5장 을지문덕의 굳센 정신
제6장 을지문덕의 외교수완
제7장 을지문덕의 무비(武備)
제8장 을지문덕의 손안에서 놀아난 수 양제
제9장 수(隋)의 형세와 을지문덕
제10장 용호(龍虎)처럼 변화무쌍한 을지문덕
제11장 살수 풍운의 을지문덕
제12장 성공 후의 을지문덕
제13장 옛 사가(史家)들의 좁은 시야로 본 을지문덕
제14장 을지문덕의 인격
제15장 시작도 끝도 없는(無始無終) 을지문덕
결론
<부록> 1: 고구려의 대(對) 수(隋) 전쟁 ( 신채호 저, 「조선상고사」 제9편)
제1장 임유관(臨?觀) 전투
제2장 살수(薩水) 전쟁
제3장 오열홀·회원진에서의 전투와 수(隋)의 멸망
<부록> 2: - <隋書>,<資治通鑑>, <三國史記>로 읽는 - 수(隋)와 고구려의 전쟁사
1.수(隋) 문제(文帝) 시대
2. 수 양제의 즉위와 고구려 정벌 준비
3. 수 양제의 제1차 고구려 침공과 살수대첩
... 4. 양제의 제2차 고구려 침공과 양현감의 모반
5. 간신들의 득세와 수(隋)의 열망
<부록> 3: <수서(隋書)> 동이열전, 고구려전
<부록> 4 : 『삼국사기』, <열전>, 을지문덕
<부록> 5 : <을지문덕전> 초간본
내가 해외 각국을 여행해 보니, 그 나라 영웅이 칼(劒)을 휘두른 곳에서는 수십만의 사람들이 그를 노래하고, 그 영웅이 피를 흘린 곳에서는 수천만의 사람들이 춤을 추는데, 몸이 있는 자는 그 몸을 영웅에게 바치고, 재주가 있는 자는 그 재주를 영웅에게 바치며, 학문이 있는 자는 그 학문을 영웅에게 바쳐서 한 나라 전체가 영웅을 부르면서 같이 나아가기 때문에 영웅이 배출되어, 워싱턴 이후에도 허다(許多)한 워싱턴이 나왔고, 나폴레옹 이후에도 허다한 나폴레옹이 나왔던 것이다.
오호라! 그러나 우리 을지공은 2천년 후 오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겨우 이 책이 나오게 되었으니, 이것이 어찌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서(叙)
을지문덕(乙支文德)은 우리나라 4천년 역사상 제일가는 위인이니, 그 독립적 기상(氣象)과 건투정신(健鬪情神)은 실로 우리민족의 대표적 인물이며 모범적 인물이다.
그러므로 을지문덕의 기풍(氣風)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의존심(依存心)이 강하던 자라도 반드시 자립(自立)하게 되며, 의욕을 상실하고 물러서려는 성격의 사람이라도 반드시 떨쳐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게 된다. 그러므로 영웅을 숭배하는 자, 을지문덕을 놔두고 누구를 숭배하고, 위인을 연구하는 자, 을지문덕을 놔두고 누구를 연구하겠는가.
-이기찬(李基燦)의 서(序)
아, 슬프다! 만일 진화(進化)의 공례(公例)로 미루어 보면, 중고(中古) 시대에 그처럼 강하고 용맹했던 민족이라면 지금에 와서는 마땅히 그 우수한 세력이 세계를 마음대로 활보할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거늘, 무슨 이유로 아래로 내려올수록 더욱 쪼그라들어서 그 비참한 모습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내 이제야 알겠구나!
그 나라 국민의 용맹함과 비겁함, 우수함과 용렬함은 전적으로 그 나라의 한두 명 먼저 깨달은(先覺) 영웅(英雄)이 자기 국민들을 고무(鼓舞)하고 격려하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진보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는 것이로다.”
-<을지문덕전> 본문 중에서
신채호 [저]
신채호(申采浩, 1880∼1936)는 지금의 대전광역시 중구 어남동에서 신광식(申光植)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호는 일편단생(一片丹生), 단생(丹生), 단재(丹齋), 금협산인(錦頰山人), 무애생(無涯生) 등이다.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웠는데, 13세에 사서삼경을 모두 읽어 신동으로 불렸고, 19세에 성균관에 입학해서 1905년 성균관 박사가 된다. 같은 해 장지연(張志淵)이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을 쓰고 투옥되자, 그의 뒤를 이어서 논설위원으로 활동한다. 이듬해 [대한매일신보]의 주필이 되었고, [이태리 건국 삼걸전]을 광학서포에서 발행한다. 1907년 신채호는 비밀결사 단체 신민회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국채보상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선다. 1908년 신채호는 여성 계몽 잡지 [가정잡지]의 발행인이 됐고, 같은 해 [대한매일신보]에 5월부터 8월까지 [수군 제일 위인 이순신전]을 연재한다. 5월에는 [을지문덕]을 광학서포에서 발행했고 다음해 [동국거걸 최도통전]을 출간했다. 1910년 한일합방 후, 신채호는 안창호(安昌浩), 이갑(李甲) 등과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 독립사상의 전파를 위해 [해조신문]를 발간한다. 1914년에 [조선사]의 저술을 시작한 신채호는 만주를 여행하면서 광개토왕 왕릉 등 고구려 고적을 답사한다. 다음해 북경 도서관에서 [조선상고사]의 집필을 위한 연구 자료를 수집한다. 또 박은식(朴殷植), 문일평(文一平) 등과 박달학원을 설립한다. 1919년 신채호는 임시정부 전원위원회 위원장으로, 비밀결사 대동청년단 단장으로 추대된다. 같은 해 [신대한]의 주필로 독립운동에 많은 영향을 주는 글을 썼고 대한 독립청년단 단장, 신대한동맹단의 부단주가 된다. 다음해, 보합단(普合團)의 내임장으로 추대된 그는 독립군 자금을 모집한다. 1921년 북경에서 김정묵(金正默), 박봉래(朴鳳來)등과 통일책진회(統一策進會)를 만들어 [통일책진회 발기 취지서]를 발표한다. 다음해 북경에서 조선 역사를 연구해 [조선상고사], [조선상고문화사], [조선사연구초]를 저술한다. 그리고 1923년 의열단(義烈團)의 요청으로 [조선혁명선언]을 만들었고, 국민대표자회의에 참석해 임시정부의 창조파로 활약한다. 다음해 관음사(觀音寺)에서 역사 연구에 몰두한다. 1925년에는 1월부터 10월까지 [동아일보]에 [조선사연구초]를 연재하면서, 무정부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미발표 작품인 [전후 삼한고]를 쓴다. 1928년 대만의 무정부주의 비밀결사 사건에 연루된 신채호는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10년 형을 받아 뤼순 감옥에서 복역한다. 다음해 [조선사연구초]가 동지들에 의해 서울에서 출판된다. 1931년에 그는 [조선일보]에 6월부터 10월까지 [조선사]를 연재했고, 10월부터 12월까지 [조선상고문화사]를 연재한다. 1936년 2월, 신채호의 나이 57세, 뤼순 감옥에서 뇌일혈로 의식을 잃은 후,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타국 땅에서 옥사한다. 1945년에는 신채호학사가 설립되었고, 다음해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조선사]의 서문을 [조선사론]으로 표제하여 광한서림에서 출판한다. 1948년 [조선상고사]를 종로서원에서 발행했고, 1955년 단재유고출판회에서 [을지문덕]을 순 한글로 번역 출판한다. 1962년 신채호에게 대한민국 건국 공로훈장이 수여되었다. 그리고 2007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단재 신채호 전집]이 발행되었다.
박기봉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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