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전설'영국의 <파이낸션타임즈>는 한국의 국가이미지 성장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들이 떠올리던 전쟁과 시위문화,개고기의 한국은 월드컵에서 만난 한국인의 뜨거운 열기에 덮여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전설의 행복한 엔딩이 아니라 우연히 만난 호재의 시작일 뿐임을. 이제껏 메이드인 코리아는 디자인이나 품질보다는 싼맛에 팔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또한 몇년전 미국 여배우가 말한대로 우리나라가 아이사의 이상한 나라 정도로 취급되었던 것을 되새기자.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는 이때 신명나는 상승세를 탄 우리 대중문화와 찬란한 문화유산을 제련해 더 이상 국민들이 이민을 가고 싶다고 외치지 않아도 되는 한국을 만들어 보자. 이러한 시도를 통해 이책은 진정한 한국의 전설을 마루리 하려는 것이다.
<기획 의도>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무슨 유행인 양 대안 없는 한국 비판에 앞장서 왔다. '조선은 안 돼.'라며 술기운에 뇌까렸고, 원정 출산이 러시를 이루었으며,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끄러워하듯 내가 태어나고 자라, 양분을 듬뿍 흡수한 모국을 부끄러워했다. 겸손을 넘어선 이런 한국인의 인식을 최준식 교수는 '문화천민 의식'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리고 언제나 제 나라와 제 나라인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고 또 알리자 주장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대책 없는 한국 띄워 주기를 했다 생각하면 곤란하다. 최준식은 한국인이 자신을 지나치게 매도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경외하는 것은 모두 한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의 소산일 뿐임을 냉정하게 지적했다.
그런 그가 지금 발표하는, 이 작은 책이 담고 있는 제안은 결코 녹록치 않다.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 안으로는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밖으로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이러한 최준식의 외침은 사실 수년 전부터 반향 없이 메아리쳐 온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월드컵 이후에야 그 주장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국가 이미지의 확립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 책에는 행동하는 인문학자 최준식이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국가 이미지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역설과 , 한국의 국가 이미지감인 신기(神氣)와 문기(文氣)의 제안, 더불어 한국의 인문학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임무와 한국에 대한 대안 있는 비판이 가지런히 담겨 있다.
지난 10월 30일 삼성 경제연구소는 '문화 취약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혹 우리는 모 자동차 광고대로 차는 팔지만 문화는 팔지 못해 온 것은 아닐까? 이제는 대한국민, 대한민국을 팔 때이다.
<주요 내용>1장. 한국의 이미지가 없다!
한국은 어떠한 나라이며, 한국인은 어떠한 민족인가? 개고기, 분단 국가, 김치 등 단편적인 이미지가 언뜻 떠오르기는 하지만 한국과 한국인을 대표하는 구체적인 이미지는 없다. 우리의 공동체 의식은 흐트러진 지 오래이고, 우리 제품은 외국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월드컵 이후로 이미지 제고 위원회를 급조했지만 제대로 된 사업 이전에는 인문학적 연구를 토대로 한 이미지 확립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연히 발생한 '월드컵 한국'의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월드컵 성공은 우리에게 좋은 호기를 제공했지만 결국 나머지 숙제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2장. 안팎으로 살펴본 한국의 이미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나라," "가능한 한 빨리 이민 가고 싶은 나라," "거짓말을 해야만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나라." 한국인들이 모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밖에서 본 한국의 이미지도 이에 못지않다. 한국 제품은 싼 맛에 팔리고 있고, 유구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3장. 한국인의 문기와 신기
우리에겐 밖으로 내 놓기에 부끄럼이 없고 오히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장점이 허다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우리에게는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실록』 등 찬란한 전통 기록유산이 무궁무진하고, 현대를 들여다보면 한국인들에게는 신명난 기운이 넘쳐난다. 최준식은 이 두 한국인의 기운을 문기(文氣)와 신기(神氣)라 부르고 국가 이미지감의 한 예로 제안한다.
본문 소개Are you Japanese or Chinese?
한국들이 자국에 대해 스스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으니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질 리가 없다. 아니,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국에 대해서는 아예 떠오르는 이미지가 별로 없다는 게 외국인들의 중평이다. 이런 사정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코리아' 하면 그게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태반이다. 가령 외국인들이 떠올리는 코리아의 이미지라는 것은 '전쟁이 있었던 나라'가 대부분이고 최근에 와서 '올림픽이 열렸던 나라' 정도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국의 수도가 방콕이라는 사실을 아는 외국인들은 많지만 한국의 수도가, 인구 면에서 볼 때 세계 8대 도시인 서울이라는 사실을 아는 외국인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일까?"
- "한국? 한국인? 한국 문화?" 14쪽
대통령을 바꿀 수도 없고…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인들이 주지하다시피 …… 문화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문화부 장관직을 맡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게 국회의원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다음 자리로 가는 통과역에 불과한 게 문화부 장관 자리이다. 그러니 이런 자리의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대계(大計) 즉 마스터 플랜을 세울 리가 없다. 그저 자리에 있는 동안 몸보신이나 잘하고 다음 자리로 가면 되는 것이다(최근의 김한길 장관이나 남궁진 장관이 모두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문화부 장관직을 그만두었다). 문화부의 영문 홈페이지 문제도 그렇다. 그까짓 것 고치는 데에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정확한 사람들을 선발해 그에 맞는 예산만 쓰면 된다. 그런데 이게 안 된다. 장관에게 이에 대한 식견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밑에 있는 관리들도 아무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위에서 시키는 일이 많은데 새로운 일 벌일 여유가 없다. 하기야 꼭 자기 오른팔 같은 사람만 문화부 장관 시키는 대통령이 제일 문제이긴 하지만……중간에 대통령을 바꾸자고 할 수도 없고, 그저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때나 기다릴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 "월드컵 성공이 남긴 숙제" 30쪽
세상에 필요한 인문학이란
나는 인문학이 살 길은 이 학문이 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하고 쓸모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믿었기에 그런 발표를 한 것인데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그때 나는 지금처럼 우리끼리 모여서 극히 세부적인 주제에 대해서 논하고 어려운 말만 현란하게 하면 지적인 마스터베이션과 같은 것이라, 이로 인해 우리 인문학자들은 사회에서 더욱더 고립되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국가 이미지 창출이야말로 인문학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주제인데 왜 그런 시도를 두고 비난이나 하고 아니면 별 관심을 두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될 지경이었다.
- "월드컵 성공이 남긴 숙제" 36쪽
Made in Korea, Made by Korean!
대한(對韓) 이미지의 부재 혹은 부정적 이미지의 범람은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무슨 소리인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은 대외적 이미지에 따라 수출량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삼성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00대 기업 중 72퍼센트가 상품을 수입할 때 국가 이미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구매할 때 그 동기를 분석한 것을 보면 '저렴한 가격'이 37.6퍼센트로 1위이고 '품질'은 15.7퍼센트, '디자인'은 4.7퍼센트로 각각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으로 보아도 한국 상품은 아직 외국에서 저가 상품으로만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소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한국 상품들은 국가적 이미지나 품질로 팔리는 게 아니라 그저 싼 맛에 팔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이미지가 없어 곤궁한 수출과 관광산업" 63쪽
널리 힘써 자랑하라!
『승정원일기』, 이 기록이 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이유로 유네스코에서는 이 작은 나라의 왕에 관한 정치일기를 세계의 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시켰을까? 그것은 한 마디로 『승정원일기』가 세계 최대의 역사 기록물이기 때문이다.『승정원일기』의 글자 수는 총 2억 4,000여만 자에 달한다. 이것은 3,990만 자에 달하는 중국의 『25사』의 6배가 되고 5,400만 자에 달하는 『조선왕조실록』보다 4배나 많은 양이 된다. 중국의 『25사』란 무엇인가? 중국 25개 왕조의 역사를 적은 정사(正史)가 아닌가? 그런데 그 오랜 기간을 서술한 역사서의 양이 조선이라는 한 왕조의 역사 기록의 양에 턱없이 못 미친다.
- "288년 간 쓴 조선의 일기, 『승정원일기』" 120쪽
절이 싫으면 중이 고친다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했다 하더라도 한국인이 느끼고 있던 민족적 혹은 문화적 열등감이나, 서구에 대한 패배주의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항상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 한국인은 할 수 없어.'라거나 '우리한테 뭐 볼 게 있어?'하면서 자조하면서 살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우리들도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 국민들은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떠나가기에 바빴고 그게 안 되면 미국까지 가서 아기를 낳는 원정 출산이 러시를 이루었다. 청소년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시 태어나기 싫은 나라'로 서슴없이 모국을 꼽았고 세계에서 어른이나 교사들을 가장 존경하지 않는 나라가 또 고국인 한국이 되었다. 이러던 한국인들이었다. 이러던 한국인들이 한 달 내내 세대를 불문하고 또 지역을 불문하고 그 혐오하는 고국 한국을 죽어라 하고 응원해 댔다.
- "세계가 놀란 냉철한 광기, 붉은 악마" 176쪽
저자 소개
지은이 최준식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 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거침없는 입담과 애정어린 비판이 담긴 일련의 흥미로운 한국학 관련 베스트셀러로 인문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 왔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국제한국학회장, 한국문화표현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에는 『콜라독립을 넘어서』,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우리 문화유산 열두 가지』(공저) 등이 있다.
최준식 [저]
서강대 사학과 및 미국 Temple 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종교학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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