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대하는 진정성과 해학이 비벼놓은 강병철의 성장소설!
『꽃 피는 부지깽이』는 저자(강병철)이 지난 기억의 힘으로 써낸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은 겨우 낡은 흑백사진처럼 몇 장으로 남아 있는 60~70년대의 이야기를 가식 없이 생생하게 담아냈다.
60년대, 70년대를 직조한 살가운 서정의 노랫말
충청도 소설가 강병철의 일곱 번째 창작집 ‘꽃 피는 부지깽이’는 그의 탁월한 기억력의 생산물이다. 마치 만화 ‘검정 고무신’이나 ‘짱뚱이 일기’를 보는 것 같다. 그의 살가운 기억은 우리네 정경을 빼어난 서정의 노랫말로 눈물겹게 직조(織造)하고 있다.
그이의 노랫말에는 매몰되었던 광부 ‘양창선’이나 수류탄 위에 몸을 덮쳐서 부하들을 구하고 순직한 강재구 소령의 노랫가락이 등장한다. 김일 선수의 박치기가 상대 일본선수를 메다꽂은 뒤, 터지던 기립박수와 애국가며, 논두렁 타짜들의 두 시간짜리 노름판 싸움, 그 살풍경이 나온다. 아, 소년은 썰물 때 밀려온 갑오징어를 팔기 위해 삼십 리길을 걷기도 하며 짝사랑하던 처녀선생님의 엉덩이 주사 맞는 장면을 목격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런가하면 소아마비 소년은 운동회 달리기를 꼴찌 한 후 오히려 펑펑 우는 처녀 선생님을 달래주기도 한다.
그이의 글 한자락한자락이 모두, 대청마루 낡은 사진이 오늘 다시 우리 눈앞에 총천연색 파노라마로 선명하게 되살아오는 느낌이다. 문체주의자 강병철의 사적(私的) 기억은 60년대 흑백의 정경을 지나, 2000년대 컬러 프린트의 디지털적 세계관을 관통하며 반세기 가까운 역사를 선명하게 ‘공적(公的)’ 기억으로 복원하고 있다.
현실을 대하는 진정성과 해학이 비벼놓은 강병철의 서사, ‘추억도 힘이 세다’
강병철의 꽃다운 재현에 대해, 시인 안도현은 ‘겨우 낡은 흑백사진 몇 장으로 남아 있는 60년대 혹은 70년대 어름의 이야기를 가식 없이 생생하게 재현한 작가의 기억력이 놀랍다’고 격찬한다. 시인 안도현에게, 그리움 저쪽에 있는 추억의 이름을 단순하게 호명하는 게 아니라 무엇보다 현실을 대하는 진정성과 해학성을 골고루 비벼놓고 있는 강병철의 서사가 든든했던 것이다.
시인은 또한 ‘내 아이가 아버지의 어린 ‘과거’를 묻게 되면 꼭 이 소설을 손에 쥐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오히려 시인은 저자 강병철에게 ‘그대는 ‘추억도 힘이 세다’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냐’고 질문을 던진다.
강병철의 사실적 문체가 뿜어내는 창조적 힘
시인 안도현의 질문은 강병철의 글을 읽는 독자의 기억에게도 ‘한’한다. 추억의 센 힘은 어떤 작용기제를 갖는가. 다시 말해, 우리의 현재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우리의 현재는 혹 우리 기억의 재구성은 아닌가? 하는 물음이다.
그러나 강병철의 강렬한 재현적 문체는 그를 그의 기억에서 소격시키듯, 우리를 우리의 기억에서 낯설게 만든다. 그래서 현실에서 우리는 번연히 창조적(시쳇말로 미래지향)이다. 그가 살갑게 속속들이 재현해놓은 과거는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어서 차라리 낯설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의 자양분으로부터 이루어졌으나, 과거와 다르다. 따라서 우리는 충분히 미래적이다. 그의 글과 기억과 문체를 통해, 자연스레 우리의 현실은 다른 세계를 지향한다.
게다가 그의 충실한 재현 아래 비수처럼 혀를 날름거리는 끊임없는 해학의 살풍경. 그가 행간의 사이사이에 감추어놓은 그 올무를 통해 우리는 문득문득 우리의 과거와 거리를 둔다. 삐죽 웃음을 머금으면서 우리는 문득 우리의 현재를 기억과 구별하게 한다. 과거와 세련되게 구별 지음, 이것이 그의 과거가 미래와 관통하는 두 번째 통로이다.
추억은 힘이 세다. 강병철이 적시한 추억의 구체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작가와 독자의 기억과 현재를 구별한다. 강병철이 제시한 ‘추억의 센 힘’은 기억의 주체를 그 강렬한 블랙홀로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다. 오히려 그 주체를 기억의 끈적끈적한 과거에서 해방시키...는 힘이다. 그래서 작가도 독자도 과거에서 자유롭다. 자유로워진다. 그 자유로움이 바로 강병철 문체의 근본적 힘이다. 강병철의 과거와 기억이 그의 문체를 빌어 뿜어내는 창조적 힘이다.
이웃사촌
사과나무
민구의 설날
바보 덕환 아재
정래 아저씨
민구 아버지
변소 이야기
반성회
애들싸움
자칫하면 어른싸움
문예반 반장선거
남자와 여자
이빨과 연필심
무서운 동생
두더지 고기
바보 천사 선생님
떠나가는 연화
귀신 이야기
행복과 불행
김일을 위하여
운동회와 달리기
붕어 할머니의 쪼끼
억새꽃
우리들의 그림자
강병철 [저]
시집으로 [유년일기]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지 않는다] [꽃이 눈물이다] 등이 있고, 소설집으로 [비늘눈] [엄마의 장롱]등이 있다. 그 외 다수의 성장소설과 산문집을 펴냈다. 대전충남작가상, 한남문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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