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에 대한 강렬한 희구, 현실의 심연에 대한 탐사를 특유의 부정적인 상상력을 통해 극적으로 그려내온 작가, 최인석의 신작 소설집. 표제작 <목숨의 기억>을 비롯해, <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곳>, <내 님의 당나귀> 등 유토피아와 절망,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이곳과 저곳을 나누는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중단편 소설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목숨의 기억>은 아버지가 일찍 죽고 어머니는 집을 떠나 조부모 손에서 자란 '나'가 아버지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아버지는 교사였는데 여름방학 때 수련회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건지다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성인이 되었을 때 회사로 정보부 직원들이 찾아와, 아버지가 간첩이었다고 말한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친구로 알고 있던 뺑덕이 아저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의심한다.
이 밖에, 주인공이 겪은 여러 가지 형태의 죽음에 관한 체험담을 그린 <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곳>, 부모에게 버려져 이모네 순댓국집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성진의 이야기인 <미미와 찌찌> 등을 담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삶에 대한 보다 깊은 침잠과 사색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그림자들이 사라지는 곳
목숨의 기억
미미와 찌찌 - 분지에서 노래하는 앵벌이
달팽이가 있는 별
내 님의 당나귀
해설 | 복도훈 - 심연에서 비극으로
작가의 말
최인석 [저]
소설가. 희곡작가. 전북 남원 출생. 1979년 희곡 「내가 잃어버린 당나귀」를 계간 《연극평론》에 발표함. 1980년 희곡 「벽과 창」으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이후 희곡 「그 찬란하던 여름을 위하여」로 대한민국 문학상과 영희연극상 등을 수상함. 영화 《칠수와 만수》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함. 1986년 《소설문학》 장편소설 공모에 『구경꾼』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됨. 소설집 『내 영혼의 우물』(1995), 창작집으로 『인형만들기』(1991), 『혼돈을 향하여 한걸음』(1997), 『구렁이들의 집』(2001) 등 다수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잠과 늪』(1987), 『새떼』(1988), 『내 마음에는 악어가 산다』(1990), 『안에서 바깥에서』(1992), 『강철무지개』(2014), 연작장편 『아름다운 나의 귀신』(1999) 등을 펴냈음. 대산문학상, 박영준 문학상,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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