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으로,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꿋꿋히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산다. 저 세상의 일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자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죽음을 맞이한 당사자에게 저 세계란 전혀 두렵거나 겁나는 곳이 아닐 것 같다. 다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절망과 애도가 그 죽음을 슬프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만약에 사랑하는 연인이 어느 날 갑자기, 말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죽게 된다면 남아 있는 사람은 그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여기 한 영혼이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원하는 권력도 재산도 명예도 아닌 눈에도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마음의 불씨가 죽음을 넘어 자신의 연인을 지키려 한다.
남부럽지 않은 집안 환경에서 곱게 자란 지방 유지의 외아들 주영은 어린 시절, 자신 때문에 물에 빠져 목숨을 잃은 하인 집 딸 정화가 늘 잠재의식 속에 죄책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에 올라와 첫미팅에서 만난 민희는 마치 정화의 화신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법고시에 패스해 전도 유망한 검사로 임용될 청년 주영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가난하고 사고무친한 여자 민희의 만남은 시작부터 왠지 불안했다. 결국 예상했던 대로 집안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자 두 젊은이는 그들만의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사회적 성공의 야망이 유달리 강한 주영의 아버지는 사업을 위해 아들의 정략결혼을 꾸미고 끝까지 반항하는 아들을 감금까지 한다. 다행히 집안 일을 계속 봐주던 정화 어머니의 도움으로 주영은 가까스로 빠져나오고 잠깐 동안 민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영은 낯선 남자들에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다. 믿어지지 않는 자신의 갑작스런 죽음에 주영의 영혼은 이승을 떠나지 못하다가 뜻밖에 그 옛날 자신 때문에 익사한 정화의 영혼을 만난다. 영혼이 되어서도 아직 주영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그녀, 현세의 일은 간섭할 수 없다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주영은 민희 곁을 안타깝게 배회한다. 더욱이 사랑하는 아내 민희를 누군가 헤치려 하기 때문에 차마 세상의 일을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주영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민희는 다행히 오랜 시간 그녀를 짝사랑해 왔던 대학 선배 인수와 정화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민희의 안전을 확인한 주영의 영혼은 정화 영혼의 도움으로 자신이 왜 죽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으려 한다. 사건의 실마리는 어처구니없게도 아버지였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아버지의 개인적인 출세 욕망과 소유욕이 되어 버린그릇된 자식 사랑이 불러 일으킨 불행한 사고였다. 자식에 대한 왜곡된 사랑으로 비록 자신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아버지이지만 주영의 영혼은 꺼져가는 아버지의 마지막 심장 박동을 최선을 다해 회생시킨다.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만을 생각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에게 여자는 무엇인가>에서 주영의 영혼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랑하는 민희를 위하여 잠시도 쉬지 않는다. 전생에 못다 이룬 꿈과 사랑, 희망을 다시 완성하기 위해 인간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그 태어남의 가장 큰 목적은 사랑일 것이다. 저 세상은 너무도 평이하고 안이한 나날이 계속되기 때문에 희로애락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인간은 증오, 절망, 미움, 슬픔 따위를 뛰어넘은 사랑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전생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현생에서 이루기 위해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와 있다고 여긴다면, 이 세상은 미움이 사라진 대신 사랑으로 충만하지 않겠는가를 묻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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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저]
1940년 경기도 파주 출생. 문인이자 사학인. 고대조선에서부터 근세조선에 이르는 민족사를 공부하다가 한반도의 고대강역에 대해 회의를 갖기 시작, 조선의 전반적 강역연구에 전념한 결과 현재 한반도에 구성되고 있는 역사가 허구임을 밝히고 있다. 1996년 가을, 학술 각 분야에서 정진하는 학자들이 축이 되어 발족한 '대동이문화연구소' 창립 발기인이며, 한반도 조선사의 판도를 부정하고 나선 '조선민족사연구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매년 조선의 강역이었던 대륙 중국 여행을 연례행사처럼 실천하고 있는데, 그의 답사는 항상 민족사 연구와 연계되어 있다. 현재 김종윤사학연구실[02-553-6071]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어문협의회 총무위원, [어문춘추] 편집위원, 세계일보 조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의 고향 ,1988], [에세이 잡학전서, 1990], [한중여록, 1991], [러시아 여행기, 1992], [대륙은 침묵한다, 1993], [신강 한국고대사, 1995], [은봉야사 별록, 공역, 1996], [고대조선사와 근조강역연구, 1997], [선화봉사 고려도경, 공역, 1998] 등이 있고, 그 외에 고문헌을 영인한 [해제 영인본]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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