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의 솟을대문 빗장을 열고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생활문화와 천년 종가의 내력을 담아낸 책. 전통 생활문화 전문가인 저자가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전국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는 명문 종가들 18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취재한, 살아 있는 답사 기록이다. 아직까지 전통의 맥을 올곧게 지켜나가고 있는 종갓집의 멋스러운 생활문화와 제례, 통과의례 등 그 속에서 삶의 훈기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종갓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설과 추석, ‘차례’는 차를 올리는 제례
우리는 설과 추석에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제례를 차례(茶禮) 또는 차사(茶祀)라 한다. 그런데 이름은 차례라 하면서도 제상에 차는 보이지 않고 술이 오른다. 술을 올리는데 왜 주례라 하지 않고 차례라는 말을 그냥 쓸까. 이런 궁금증을 이연자 선생은 새 책 [천년의 전통과 맥을 이어가는 명문종가 이야기]에서 말끔히 씻어준다. 기록에 의하면 제례에 차를 올리는 것은 〈삼국유사〉 〈가락국기〉에서도 발견되니, 약 16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에는 국가의 크고 작은 의례마다 차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수많은 변란을 겪으면서 차는 쇠퇴기를 맞았고 차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숭늉이나 물이 차를 대신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각종 자료가 보여주듯 중국 송나라에서 〈주자가례〉가 전해지기 전부터 차례상에 차를 올렸음을 알 수 있다.
차례의 기본 제물은 차, 술, 과일이 전부다. 여기에 떡국이나 전 등을 올리기도 하지만 이는 차례가 끝난 후 가족들이 모여 좀더 푸짐한 음복을 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이토록 간소한 제례인 차례는 주부들의 일손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제례 경비가 절약되는 것도 물론이다.
주희가 쓴 〈가례〉에서는 모든 제례에 차가 올랐으며, 우리나라 예학서 〈가례집람〉에도 설과 추석 차례상에 차 한 잔과 과일 한 접시, 술 한 잔을 올리는 그림이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간단한 제물이라면 굳이 제사를 피하거나 힘들어할 필요가 없으며, 세계 문화 유산인 우리의 제례를 면면히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을 이 차 한잔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종가, 그 삶의 풍경과 맛깔스런 이야기, 사라져가는 종가의 생활문화를 찾아
[천년의 전통과 맥을 이어가는 명문 종가 이야기](이연자 지음, 컬처라인 펴냄)는 종갓집 안채 깊숙한 곳에서 행해지는 우리의 생활문화와 드러나지 않은 우리 민속을 담아내고 있다. 종가의 솟을대문 빗장을 열고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생활문화와 천년 종가의 내력을 전통 생활문화 전문가인 저자가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전국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는 명문 종가들 18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취재한, 살아 있는 답사 기록이다. 아직까지 전통의 맥을 올곧게 지켜나가고 있는 종갓집의 멋스러운 생활문화와 제례, 통과의례 등 그 속에서 삶의 훈기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종갓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 굵직굵직한 획을 그었던 명문 종갓집에서 대대로 지켜오고 있는 제례, 내림음식, 전통복식, 전통상례 등을 전문가의 섬세한 눈으로 조목조목 설명하고, 특히 5년여의 노력 끝에 종가에서 치러지는 전통 상례를 취재하고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죽음이란 예기치 못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까다로운 예법을 지켜가며 전통 상례를 치르는 가정이 흔치 않은 현실에서, 저자의 수소문 끝에 안동 김씨 해헌 김석규 종가에서 98세로 천수를 다한 종부의 전통상례를 어렵사리 취재하고 기록하여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점은 종가의 제례와 음식문화이다. 특히 제례음식이다. 많은 제례음식 준비가 버거워 제사를 피하는 주부를 위해 제사의 본질을 알려주고 있는 점이다. 놀랍게도 책에 나오는 이름난 종가일수록 제상에 오른 음식은 단촐하여, 제사는 음식이 아니라 정성된 마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례음식이 있었기에 우리의 ...음식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사실과 정체성을 살피게 해주고 있다.
차례와 제례에 이어 종가에서 면면히 지켜지고 있는 통과의례 또한 조명하고 있다. 책에는 전통상례, 제례 그리고 조상께 차를 올리는 설 차례상 등 오늘날 보기 어려운 자료가 가득한데, 중요한 점은 이 자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한 가식적인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진 의례 의식으로서 더욱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 례]의 저자 주희의 후손들 제사에 차를 올리다
차문화를 공부하는 저자는 종가를 취재하고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보다도 설, 추석을 ‘차례지낸다’라는 말과 같이 종가의 차례상에 차가 오르고 있는지가 큰 관심사였다고 한다.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그런 중에 온국민의 의례서라 할 〈가 례〉의 저자 신안 주씨 주희의 한국 후손 종가에서 차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하고, 이제야 ‘차례’의 본뜻이 살아나고 있음에 보람을 느꼈다 밝히고 있다.
책의 1부에서는 선인들의 삶과 향기를 조명하고 2부에서는 차를 올리는 종가의 제레 풍경을, 3부에서는 우리의 전통과 뿌리를 찾아 지키고 실천하는 종가를 찾고 잇다. 4부에서는 천년을 이어온 종가의 예와 전통을 조명하여 그 동안 저자가 아껴두었던,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굵지굵직한 종가들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구례 운조루 문화 류씨 류이주 종가에서는 풍수가들이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 금환낙지의 명당에 터를 닦고 99칸 운조루를, 고성 이씨 귀래정파 종가에서는 미라가 안고 있는 40년 전 사랑의 편지를 만나고, 안동 김씨 정헌공파 해헌 종가에서는 98세 종부의 아름다운 죽음과 예법대로 처러지는 전통상례를, 신안 주씨 경안 종가에서는 〈주자가례〉의 예법대로 제사에 차를 올리는 제례 풍경을, 밀성 박씨 송은공파 시위공 종가에서태풍으로 세상에 드러난 고려 고분 풍속벽화를 만날 수 있으며, 진보 이씨 퇴계 이황 종가에서는 학문에서 멀어짐을 경계하고 부부의 도를 가정의 기본 도로 여긴 퇴계 선생의 정신을, 사육신으로 유일하게 대를 있고 있는 박팽년 종가를 만나고, 의성 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에서는 묘제가 후손들의 야외 축제 한마당이 되는 현장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노종부의 손으로 직접 만든 집안 내림음식이나 집안 대대로 내려온 종부에서 종부의 손으로 내려온 장 담그기 비법, 20년째 뿌리교육을 통하여 전통의 의미를 오늘에 이어가는 종가의 내력 등, 박물관이나 울타리가 쳐진 문화재로서의 '박제된 종갓집'이 아닌 실제로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종갓집'의 생활 문화를 담고 있다.
호주제를 페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천년의 전통과 맥을 이어가는 [명문 종가 이야기]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이 소롯이 담겨 있고 선조들의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이제는 더 이상 찾기 힘들어지는 현실에서 소중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곧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을 우리는 맞는다. 이번 설에는 이 책에서 그려지고 있는 종가의 모습처럼, 간소하지만 마음을 다하여 차례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조상에게 차 한 잔을 정성껏 올려봄이 어떨까 권해보고 싶다.
머리글 - 사라져 가는 종가의 생활문화를 찾아서
이 책을 일기 전에 - 우리에게 종가란 무엇인가
제1부 선인들의 삶과 향기
금환낙지의 명당에 자리잡은 아흔아홉칸 운조루 - 문화 류씨 곤산군파 류이주 종가
미라가 안고 있는 400년 전 사랑의 편지 - 고성 이씨 귀래정파 종가
450년 전 싶신 신고 오랐던 덕유산 산행기 보존 - 은진 임씨 갈천 임훈 종가
세계를 놀라게 한, 300년 기록 회계장부 〈용하기〉 보존 - 남평 문씨 문익현 종가
98세 종부의 아름다운 죽음과 전통상례 - 안동 김씨 정헌공파 해헌 종가
제2부 차를 올리는 종가의 제례풍경
〈주자가례〉의 예법대로 제사에 차 올리는 주자의 후손 - 신안 주씨 경안 종가
초가집 마루 부섭에서 찻물을 끓이다 - 제주 양씨 유향별감 양통해 종가
태풍으로 세상에 드러난 고려 고분 풍속벽화 - 밀성 박씨 송운공파 시위공 종가
시제를 봄에 지내고 조상의 날 정해 기제사를 지내다
제3부 그곳에 살아있는 우리의 뿌리
400년 장맛과 20년 뿌리교육 - 풍양 조씨 입재공 종가
태양떡국과 희귀한 피편 전해오는 종가의 설풍경 - 경주 최씨 백불암 최흥원 종가
사대부가의 다담상에 오른 35가지 희귀한 음식 -... 은진 송씨 문정공파 큰 종가와 후손 송병하 종가
제사음식 나누어 준비하는 수백 년 전통 - 전주 최씨 문충공파 연촌공 종가
제4부 천년을 이어온 종가의 예와 전통
학문에서 멀어질까를 경계하고 부부의 도를 다하다 - 진보 이씨 퇴계 이황 종가
후손들의 야외 축제 한마당이 되는 가을 묘제 - 의성 김씨 학복 김성일 종가
삼족을 멸하는 형벌을 이겨낸 사육신의 유일한 핏줄 - 순천 박씨 박팽년 증가
학계 연구 대상이었던 400년 내력의 동족마을 - 의령 남씨 남이흥 장군 종가
참고문헌
이연자 [저]
반평생 넘도록 향취 그윽한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과 그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는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산증인’이다. 특히 20세기 끝자락에서 시작한 종가(宗家) 탐방은 20년간의 대장정으로 이어져 전통문화의 보고(寶庫) 140여 곳의 취재기를 남겼다. 이 취재기의 일부를 엮어 발간한 『천년의 삶으로 이어온 종가 이야기』는 언론, 방송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대중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국 종가들 속에 감춰진 다양한 생활문화를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전통문화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20년간 전국 종가의 문턱을 수없이 드나들며 전통을 지켜온 종부와 종손들의 마음을 열어 써내려간 이 탐방취재기는 국내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생생한 문화현장 기록이다. 문화 원형으로서의 사료적 가치는 물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치를 전하는 ‘문화교과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우리 차와 전통음식 전문가이기도 하다. 1971년 어느 산사에서 맺은 인연으로 시작된 우리 차에 대한 칼럼 연재 이후 고희를 넘긴 지금까지도 차문화, 차요리, 종가음식 등의 연구 작업과 전통문화 보급화에 힘쓰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전통음식조사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천년의 삶으로 이어온 종가 이야기』(2001), 『명문종가를 찾아서』(2002), 『명문종가 이야기』(2004), 『명문종가 사람들(2005), 『종가의 삶에는 지혜가 있다』(2012), 『자연의 맛 우리 차 요리』(2002), 『사계절 우리 차』(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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