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마르크스적 전통에서 자본주의의 기술혁신을 위기적 경향으로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논리적 동의와 그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서술했다. 아울러 자본의 사이버 공간화를 주목하여 쓴 글과 함께 정보 상품화를 중심으로 해석한 글들을 담았다.
몇 년 전, 미국의 좌파 지리학자인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알튀세리앙들의 잡지에 실은 자신의 기고문에서 현대자본주의의 미래상을 점검하면서 자본주의를 "모든 것을 파괴하면서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기차와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는 인간 삶과 의식의 미시적인 결 하나하나에까지 자본의 거대한 기차가 무참히 휩쓸고 지나감을 의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브레이크 없이 휘몰아 가는 현대자본주의의 의식적인 체제 '동원(mobilization)'의 속도전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는 물질과 의식 모든 영역에서 질곡을 만들어 가는 자본주의 미래의 우울함이다.
디지털은 결국 인간의 얼굴이다. 디지털 미래는 인간이 고민하고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디지털 자체만으로 장밋빛 미래는 도래하지 않는다. 디지털의 생명과 죽음은 '인간의 얼굴' 안에 들어 있다. 또 한번 거듭되는 얘기지만, 그것은 땅에 딛고선 현실의 생생한 조건을 담고 있다. 디지털 혁명과 그 문화를 체감하는 인간의 조건이 빠지면 미래는 암울한 야만이거나 단지 상상계일 뿐이다. 다가올 디지털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구상은 비즈니스맨에게서도, 대중 정치가의 논의에서도 찾기 어렵다. 오히려 디지털 문화 현실을 깊게 호흡할 수 있는 논의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처럼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 디지털 경제라고 보는 것도 자본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 핵심에는 디지털 미래의 왜곡된 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론 새로운 경제적 인프라와 새로운 시장의 형성을 디지털 현실의 가장 큰 움직임으로 주목할 수는 있다. 하지만 디지털의 가능성이 자본의 현금화나 이윤욕에만 노출된다면 종국에는 디지털의 차가운 미래만을 맛볼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이 마련할 새로운 세상이란 것이 아직까지 그 명암의 갈림길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좋은 기회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의 차가운 미래를 미연에 경계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의 디지털 괴물이 벌이는 반칙 게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책은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보다시피 서문을 겸한 도입부다. 실제 내용은 2장에서 7장까지다. 목차 구성은 될 수 있는 한 각각 논문의 순서 배열을 통해 각 장들이 서로 연결되는 형식을 취하려고 노력했다. 이론에서 실험들, 그리고 대안적 실천 구상에 이르는 배열의 흐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섯 개의 논문들은 논리적 순서를 취한다.
머리말 ...5
제1장. 디지털 미래의 명암 사이에서 ...17
제2장. 자본주의의 위기와 정보/공간화 ...25
1. 축적 위기와 정보화 ...25
2. 흐름의 공간과 정보/공간화 ...41
제3장. 글로벌 자본의 사이버 지형 ...55
1. 사이버 지형의 조건들 ...55
2. 하이테크 공간의 위상학적 지형도 ...58
3. 사이버 공간 통제의 추상적 지형 ...82
제4장. 정보 상품의 반미학 ...87
1. 정보 상품 분석의 유산 ...87
2. 정보 상품의 반미학적 얼굴 ...91
3. 정보 미학적 가치의 복원 ...109
제5장. 테크노 공간과 소비 문화 ...112
1. 일상 공간과 소비 문화 ...112
2. 소비 공간과 후기자본주의적 풍경 ...115
3. 테크노 소비 공간들 ...117
4. 테크노 소비 공간의 사적 변형 ...144
제6장. 네트의 신화와 현실 ...149
1. '생각의 속도'. 그러나 신체의 경련 ...149
2. 디지털 계급의 인터넷 죽이기 ...154
3. 테크노 시대의 물신들 ...157
4. 영구적 '인간의 조건' ...183
제7장. 전자 대안 매체론 ...188
1. 대안 매체는 아직도 유효한가 ...188
2. 구매체를 위한 '진혼곡' ...192
3. 전자 대...안 매체론의 기획 ...197
4. 전자적 대안 모델 ...218
참고문헌 ...224
찾아보기 ...236
이광석(Lee, Kwang-Suk) [저]
테크놀로지, 사회, 문화, 생태가 상호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가지고 연구, 비평, 저술, 현장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교 Radio, Television & Film 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다. 현재 비판적 문화이론 저널 《문화/과학》 공동 편집인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문화연구, 플랫폼, 커먼즈, 인류세, 노동과 알고리즘, 기술 생태정치학, 미디어·아트 행동주의 등에 걸쳐 있다. 지은 책으로는 『디지털의 배신』 『데이터 사회 미학』 『데이터 사회 비판』 『뉴아트행동주의』 『사이방가르드』 『디지털 야만』 『옥상의 미학노트』 등이 있고 기획하고 엮은 책들로 『불순한 테크놀로지』 『현대 기술·미디어 철학의 갈래들』 『사물에 수작부리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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