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시철이면 수많은 논술책들이 쏟아진다. 너무 어렵고 거창한 논술주제를 다룬 책들마저 있고, 그 답안들이 피상적인 데 머물러 있는 책들도 여럿 있다. 대학시험에서 요구하는 논술 답안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식으로 가득한 글이 아니다. 뿐더러 대학은 빼어난 글짓기 능력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판에 박힌 천편일률적인 답안이나 피상적인 답안은 더더욱 아니다. 대학은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 책 <행복한 지식배달부>는 넓은 의미에서 논술 책이며, 좁은 의미에서 사회 비평서이다. 비평의 대상은 일상의 속살이며 사회의 부조리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회 현상’을 파고들어가면서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가장 훌륭한 교과서는 이 세상이란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책! 일상에 밀착된 주제(사회 현상)를 통하여 구체적인 사유를 이끌어내고 비판적,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자! 논술은 생각하는 힘에서 나온다. 이 책을 통해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의 힘을 기르자!
구체적인 ‘사회 현상’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배양
세상은 답으로 가득하다. 세상이 정해놓은 답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세상의 답은 정답이 아니라 일종의 예시답안에 불과하다. 자신만의 정답을 찾으려면 세상에 ‘왜?’라고 물음을 던져야 한다. 끈질기게 물음을 놓지 말고 세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때 어슴푸레 정답이 보일 것이다. 이제, 이 책과 함께 세상에 물음을 던져보자!
이 책은 배경지식을 나열하지도 글쓰기 요령이나 기술을 전수하지도 않는다. 일상에 밀착된 주제들을 통해 발상을 전환하고 논리를 벼리는 연습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룬 것은, 사고라는 게 일상에 기반을 두어야만 구체성과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심층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고 추상적인 주제를 통한 (논술) 공부는 자칫 관념적이고 피상적인 사고로 흐를 수 있는 법이다. 서울대 논술시험에서도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논술을 공부하는 수험생뿐만 아니라 논술과 상관없는 일반인도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하나의 주제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원인 탐구, 해결책 모색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궁구해낸다. 그 과정에서 비판적, 논리적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 책은 10가지 주제로 10개의 장이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생각 맛보기, 생각 키우기, 시사 엿보기, 생각해 볼 문제, 읽어 볼 책 순으로 구성된다. 생각 맛보기는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생각 키우기에서는 제기한 문제를 신문, 인터넷, 문학 작품 등 각종 매스미디어와 사회문화 텍스트를 통해 점검한 다음 그 원인을 파헤친다. 시사 엿보기에서는 생각 맛보기와 생각 키우기에서 다뤘던 문제를 시사 이슈와 연결시켜 생각해본다. 생각 해 볼 문제에서는 각 장에서 검토했던 문제를 보다 심화된 질문으로 사유하도록 이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각자의 논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읽어 볼 책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서들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1. 너희가 왕따를 아느냐
2. 국가는 어디에 있나
3. 우리의 목소리로
4.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
5. 군대문제에 이성을 잃는 대한민국
6. 혈액형 신드롬
7. 화장실의 사회학
8. 성적 소수자 바로 보기
9. 점술문화
10. 죽음을 직시하자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거나 집안 어른이 치매나 중풍 등에 걸리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 전체의 삶이 통째로 파괴되는 사회!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는 개인의 행복이 운수에 맡겨진 사회인지도 모릅니다. 재수가 없어 병에 들거나 사고를 당하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 모두가 고통을 받습니다. 치료비를 대기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리기 일쑤이고, 그것도 여의치 않은 이들은 전세금을 빼서 쓰느라 길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나머지 가족 전체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 그것이 한국 사회의 풍경입니다. 국가가 떠맡아야 할 일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 <국가는 어디에 있나> 중에서
집단주의와 사대주의가 결합한 태도는 세계무대를 누비는 스포츠 스타들을 대할 때도 드러납니다. 박지성이나 박찬호를 떠올려보세요. 박찬호의 좌절은 우리 모두의 좌절이고, 박지성의 영광은 우리 모두의 영광이지 않나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누군가의 잘못을 대한민국의 잘못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누군가의 영광을 대한민국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이런 태도에는 집단주의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뿐더러 미국이나 유럽 같은 강대국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람이라야 관심을 끕니다. 강대국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람의 영광만이 대한민국의 영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대주의적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우리의 목소리로> 중에서
가령, 교회에서 하나님을 부를 때 ‘하나님 아버지’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남성인가요? 하나님은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님은 남성이거나 여성 둘 다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신이기 때문에 성性이 없고, 성이 있다면 양성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하나님은 ‘하나님 아버지로’로 불립니다. 신은 남성이 되고, 남성만의 신이 될 뿐입니다. 이런 예는 우리말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남녀男女, 부모父母, 자녀子女, 부부夫婦(남편과 아내), 소년 소녀, 신랑 신부, 장인 장모 등을 봅시다. 이 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남성이 여성보다 항상 앞에 놓인다는 점이죠. 여남 평등, 여남 구분, 여남 공학이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남녀’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그게 뭐 그리 대수일까 싶겠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같은 표현은 은연중에 남성이 여성보다 먼저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앞서고,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자칫 ‘남자는 무조건 여자보다 낫다’라는 잘못된 사고를 키울 위험이 있는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부정적인 표현에서는 으레 여자가 앞에 온다는 점입니다. 가령 연놈, 비복婢僕(계집종과 사내종), 에미 애비(‘에미 애비도 없는 놈’) 등이 그렇습니다. 남녀를 낮추어 표현한 것이 연놈인 거죠. 인간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인 암수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죠.
―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 중에서
집단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하지 못합니다. 그런 사회에서 개인은 집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집단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동일시합니다. 집단의 성격이 그대로 개인의 성격으로 치환되는 것이죠. 내가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는지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줍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고급 아파트 광고 카피는 물질주의와 집단주의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나를 말해줄 수 있을까요? 내가 사는 곳...이 나에 관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극히 적은 부분입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속한 집단 역시 나에 대해서 극히 일부만을 말해줄 수 있을 뿐입니다. 내가 서울대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똑똑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내가 삼성전자를 다닌다고 해서 무조건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이처럼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 집단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개인은 ‘집단의 한 부속물’로서만 존재할 따름이죠. 혈액형 신드롬도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의 한 현상입니다. 집단주의에서 ‘집단’은 개인이 속한 ‘견고한 집단’(가문, 동문 등)이기도 하고, 혈액형처럼 ‘느슨한 집단’이기도 합니다. 같은 혈액형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성격을 공유한다는 믿음은, 집단의 성격을 개인의 성격으로 곧장 이해하는 집단주의의 산물입니다.
― <혈액형 신드롬> 중에서
오승현 [저]
서강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어요. 문학을 전공했지만, 문학보다 다른 분야를 기웃거리며 공부한 시간이 더 많았어요. 그 덕분에 다양한 주제의 책을 쓰고 있답니다.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논술과 글쓰기를 가르쳤고, 〈초등 독서평설〉과 〈고등 독서평설〉의 집필 위원으로 활동했어요. 지금은 집필에 힘을 쏟고 있으며 틈틈이 강연을 하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어린이 도서로 《차별은 세상을 병들게 해요》, 《세상을 아프게 하는 말, 이렇게 바꿔요!》, 《인공 지능 논쟁》, 《원자력 논쟁》,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초등 어휘 100》 등을 썼고, 청소년 도서로 《왜요, 제 권리인데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노동 이야기》, 《학교 안의 인문학 1, 2》, 《인공 지능 쫌 아는 10대》, 《생각의 주인은 나》, 《내 얼굴이 어때서》,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등을 썼어요. 《생각의 주인은 나》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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