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수세기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새벽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2006년 20년 만에 큰 한 걸음을 내디딘 산별노조 건설운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산별노조 전환 결의는 조직 노동이 현실을 반성하고 연대와 자주, 그리고 민주의 민주노조정신으로 되돌아가려는 반전의 노력이었다.
이 책은 지난 10년 간 이런 문제들에 나름대로 답하려고 했던 서툰 노력의 산물이다. 돌이켜보면 부족하고 모자란 구석이 적지 않다. 연구자 활동가 여러분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기대한다. 또 다가올 20년에 답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께 연대해서 하나씩 풀어나가기를 다짐해 볼 따름이다.
지난 20년의 이와 같은 상황 전개는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많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도대체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는 왜 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없는 것일까? 수백만 명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력과 고난은 헛된 것이었나?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가는데 과연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필자가 답하고자 했던 것은 이런 질문들이었다. 1987년 이후 우리 노동사회는 두 개의 중요한 시기를 지나왔는데 그 전반은 이른바 ‘1987년 노동체제’로 일컬어지는 10년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노동자들은 군사정권의 연장선에 있었던 정치세력, 사회세력으로부터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고난의 시기는 동시에 민주노조운동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 성숙하던 발전기라고 할 수 있었다. 더불어 10년에 걸친 고난은 한국사회의 정치적 민주화를 역전될 수 없는 것으로 만든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
반면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사회의 모습은 반대로 역전되기 시작하였다. 어렵게 확보한 정치적 시민권은 신자유주의의 시장논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노동계급 내부의 양극화는 전체 사회의 양극화와 더불어 크게 확대되었으며 노동조합은 점점 더 정규직 노동자들의 협소한 조직으로 바뀌었다. 민주노조가 경제주의, 조합주의, 심지어는 어용노조의 굴레로 점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세기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새벽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2006년 20년 만에 큰 한 걸음을 내디딘 산별노조 건설운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산별노조 전환 결의는 조직 노동이 현실을 반성하고 연대와 자주, 그리고 민주의 민주노조정신으로 되돌아가려는 반전의 노력이었다.
책을 펴내면서
1장 / 노동체제 변동과 민주주의
1. 서론: 문제제기
2. 1987년 노동체제와 민주주의
3. 종속적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와 민주주의
4. 노동체제 변동과 민주주의: 분석과 비판
5. 결론: 함의와 전망
2장 / 산업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조건과 과제
1. 머리말
2. 1987년체제와 산업민주주의
3. 방법론적·이론적 재검토
4. 현단계 노동체제 변동과 산업민주주의의 조건
5. 현단계 민주노조운동의 산업민주화 전략
3장 / 김대중정부의 노동정책
1. 머리말
2. 김대중정부 노동정책의 전개과정과 결과
3. 김대중정부 노동정책의 특징과 쟁점
4. 결론: 김정권 노동정책의 노동체제적 함의
4장 / 노사정위원회와 노동운동
1. 머리말
2. 노사정위원회의 경과는 어떠했나?
3. 왜 노사정위원회인가?
4. 노사정위원회의 성격은 무엇인가?
5. ‘노사정위원회’, 향후 전망은 어떤가?
6. 노동운동의 무엇을 해야 하나?
5장 / 노동체제의 전환과 산별노조 조직전환
1. 머리말
2. 1987년 노동체제와 기업별 노조
3. 체제 변동과 노조조직구조 변동
4. 산별노조 건설운동의 현단계
5. 산별노조 건설의 주요 쟁점
6. 맺음말
지난 20년 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진보를 주도해온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요즈음 말들이 많다. ‘왕자병 노동운동’, ‘멸망으로 가는 완행열차에서 졸고 있다’는 ‘전직’ 노동운동가의 조소어린 비난도 있었으며 ‘그들만의 기득권’, ‘노동귀족’, ‘집단 이기주의 노동운동’ 등 특정 조직노동을 겨냥해서 비수를 들이대는 경우도 크게 늘어났다. 심지어는 “대공장, 정규직, 남성노동자들은 대다수 비주류 노동자들에게는 ‘이미 전혀 다른 계급’”이라는 등 막가는 주장들도 계속되고 있다.
노중기 [저]
한신대·사회학 노동 문제를 연구하면서 민주노총 정책위원, 진보신당 정책위원장, 경기도 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맡았다. 현재 비판사회학회 회장, 교수노조 부위원장직을 담당하며 한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노동체제와 사회적 합의], [국가의 노동통제와 민주노조운동] 등이 있으며, [한국의 노동정치와 국가프로젝트변동](산업노동연구) 등 다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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