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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방의 혼란에 놓인 소녀의 유년과 상처 잔혹하고 신랄하지만, 너무도 현실적인 성장기! 소녀의 성장을 적나라한 풍자로 그려낸 소설『페트로폴리스』. 2007년 출간 이후 '미국 도서상'을 수상하고 '빌리지 보이스'가 뽑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다. 이 데뷔작으로 주목할 만한 신예로 떠오른 작가 아냐 율리니치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온 이민자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색다르게 그려내었다. 혁명이 일어났다 사그라진 러시아. 볼품없는 동네 '아스베스토스2'에서 태어난 소녀 사샤는 '인민의 적'의 부인이었던 할머니, 지적 허영심을 인텔리겐치아의 훈장처럼 여기는 엄마, 암울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유약한 아버지와 함께 남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아버지에게 모든 러시아인들의 꿈인 미국에서 보내온 초청장이 도착한다. 아버지는 사샤와 어머니를 두고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샤사는 엄마의 엄격한 허영심 아래 길들여지지 않은 채 자라난다. 열네 살의 어느 날, 미술학원에서 만난 친구의 오빠에게 마음이 끌린 사샤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그와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보통학교 7학년이 끝날 무렵, 샤사의 뱃속에서는 아기의 분홍색 손톱이 자라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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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도서상 “2007년 35세 미만 작가의 우수 소설 5편”에 선정 (http://www.nationalbook.org/5under35_2007.html)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뽑은 2007년 소설 부문 최고의 책 『빌리지 보이스』가 뽑은 2007년 최고의 책 2007년 편집자가 선정한 성인과 청년을 위한 소설 2008년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 수상 후보작 변방의 혼란에 놓인 우리 모두의 유년이자 상처 잔혹하고 신랄하지만,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아름다운 소녀의 성장기 스러진 제국, 실패한 혁명, 나뉘어진 비슷비슷한 이름의 작은 국가들과 똑같이 러시아어를 쓰는 숱한 소수 민족들. 교양을 모피코트처럼 걸치고 싶어 하는 인텔리겐치아, 그리고 ‘인민’이었다가 그저 ‘소비자’로 전락한 프롤레타리아들. 이 모든 조각들이 얼음처럼 굳어 있는 땅, 러시아. 주인공 사샤 골드베르크는 러시아에서도 이름 없는, 아니, 번호로 매겨진 이름을 갖고 있는 볼품없는 동네 ‘아스베스토스2’에서 태어났다. 사샤의 집안 또한 러시아의 운명과 비슷해서, ‘인민의 적’의 부인이었던 할머니, 지적 허영심을 인텔리겐치아의 훈장처럼 여기는 엄마, 암울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유약한 아버지 아래 남루한 일상을 살아간다. 사건은 우연한 숙명처럼 발생한다. 거의 모든 러시아인들의 꿈, ‘미국’에서 아버지에게 초청장이 날라온 것. 하지만 아버지는 사샤와 어머니를 헐벗은 동네 아스베스토스2에 놓아둔 채 미국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열네 살의 어느 날, 미술학원에서 만난 친구 카탸의 오빠에게 마음이 끌린 사샤는 단 며칠 만에 쓰레기 매립지에 누워 첫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보통학교 7학년이 끝날 무렵, 뱃속에서는 아기의 분홍색 손톱이 자라나는데…. 도망치거나 모른 척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 앞에 우연이든 필연이든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과 맞붙어 새로운 인생을 꾸려가는 주인공 사샤 골드베르크.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 『제인 에어』의 ‘제인’이 21세기에 태어났다면 그들은 아마도 『페트로폴리스』의 ‘사샤 골드베르크’처럼 살아가지 않았을까. 여성 성장 소설의 새로운 충격 고전의 반열에 오른, 또는 오를 만한 성장 소설을 떠올려 보자. ‘성장소설’이라는 장르에 남여 구분이 따로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서도,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아담이 눈 뜰 때』를 보며 자란 20~30대 여성이라면 뭔가 ‘낯선 남(학생)의 세계’를 엿보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리라. 거침없는 반항과 예쁜 여학생을 향한 회의 섞인 순정, 허름한 옥탑방 저주받을 오디오 세계로의 입문까지. 영화도 마찬가지다. 『원스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 작가들이 남자니까 남성의 성장을 다루는 거라고? 아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획일적 주입식 교육으로 ‘성장’이라는 장르가 도무지 싹틀 여지가 없다는 모두의 체념을 보기좋게 무시하며 한국적 성장 소설로 자리잡고 있는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아쉽고 안타깝게도 여성(여학생)들의 고뇌와 갈등을 높은 문학적 성취로 담아 낸 고전들은 왠지 찾아보기 어렵다. 아버지의 유산이 곁에 있는지 모르고 고초를 겪는 『소공녀』부터 외로워도 슬퍼도 울진 않지만 어려운 일은 모두 다 남자친구들이 몰래 해결해 주곤 하는 『캔디』를 거쳐, 집주인을 사랑하는 『제인에어』에 이르기까지 ‘소녀 취향’의 전형은 지금까지도 흥행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문단에 신성으로 등장한 작가 아냐 울리니치의 데뷔작 『페트로폴리스』는 아주 드문 여성의, 여자 아이의 성장소설이다. 2007년 출간되...자마자 ‘미국 도서상’을 수상하고, 4개 부문에서 언론과 독자들이 선정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전 언론에 화제를 일으키며 ‘주목할 만한 신예’로 탄생한 아냐는, 이 소설을 영어로 집필했음에도 아직도 ‘-잉, -션’ 발음이 어색하기만 한 어중간한 이민자다. 어머니와의 화해가 아닌 ‘어머니 죽이기’를 통해 성장하는 소녀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소설의 경우 보통은 멘토를 극복하거나(‘아버지 죽이기’라는 철학적, 정신분석학적 테마처럼) 넘어서야 어른이 되는 관문을 통과하는 플롯을 지닌다. 이에 반해,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소설의 경우에는 보통 소녀에게 어머니는 아예 부재하거나 부족한(극복할 필요조차 없는), 즉 멘토가 될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된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테야!”가 전 세계 소녀들의 구호이니 반 여성적 현실이 깊이 와닿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페트로폴리스』에서 멘토(스승이거나 아버지이거나 형일 경우가 많다)와의 갈등은 ‘어머니’로 시작하며, 역사의 굴곡을 극복하고 이겨낸 전형적인 캐릭터로는 (스탈린의 억압 정치에 희생당했던 ‘인민의 적’의 부인이었던) ‘할머니’가 등장한다. 변방의 혼란에 놓인 우리 모두의 유년이자 상처 소설 전체의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페트로폴리스’라는 단어는 오시프 만델슈탐의 시집 『트리스티아』에 실린 시의 제목이다. 만델슈탐은 러시아 시어의 정수로 인정받는 작가로, 스탈린으로부터 추방당했던 문학인이다. 그의 유명한 시집 『트리스티아』는 판금조치당하고 시장에 깔린 모든 시집은 전부 불태워졌다. 읽지도, 갖지도 못하는 시집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집은 어떻게 후대에 이토록 널리 알려지게 되었을까? 바로 만델슈탐의 부인 덕택이다. 부인은 죽음을 당한 남편을 대신해, 『트리스티아』의 모든 시를 외워 구전으로 시를 전했다. 소설에서 시집 『트리스티아』는 실패한 사회주의가 ‘소득 수준’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러시아와 몰락한 교양계급 ‘인텔리겐치아’의 운명이면서, 동시에 그 화려한 ‘폐허’를 갈망하는 허영의 사치품이다. 버리기에는 너무도 지적이고, 취하기에는 참 쓸모없는 “인텔리겐치아의 교양”. 이 시공간에서 주인공 사샤 골드베르크가 태어난다. 러시아 사람이면서 흑인 혼혈이고, 혼혈이면서 유대인인, 인텔리겐치아의 후예로. 사샤는 여느 소녀처럼 달타냥과 싱클레어를 보며 이상형을 키워가지만, 호기심과 두려움을 혼돈하는 사이 열네 살 나이에 임신을 하고 만다. 허구한날 ‘모스크바 아카데미’를 들어가야 한다고 닥달하는 유배당한 공주 같은 어머니와, 열살 때 미국으로 도망가 버려 소식조차 없는 아버지, 군대에 징집당한 자퇴생 남자친구. 사샤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아름다운 소녀의 성장기 스러진 제국, 실패한 혁명, 나뉘어진 비슷비슷한 이름의 작은 국가들과 똑같이 러시아어를 쓰는 숱한 소수 민족들. 교양을 모피코트처럼 걸치고 싶어 하는 인텔리겐치아, 그리고 ‘인민’이었다가 그저 ‘소비자’로 전락한 프롤레타리아들. 이 모든 조각들이 얼음처럼 굳어 있는 땅, 러시아. 주인공 사샤 골드베르크는 러시아에서도 이름 없는, 아니, 번호로 매겨진 이름을 갖고 있는 볼품없는 동네 ‘아스베스토스2’에서 태어났다. 사샤의 집안 또한 러시아의 운명과 비슷해서, ‘인민의 적’의 부인이었던 할머니, 지적 허영심을 인텔리겐치아의 훈장처럼 여기는 엄마, 암울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유약한 아버지 아래 남루한 일상을 살아간다. 사건은 우연한 숙명처럼 발생한다. 거의 모든 러시아인들의 꿈, ‘미국’에서 아버지에게 초청장이 날라온 것. 하지만 아버지는 사샤와 어머니를 헐벗은 동네 아스베스토스2에 놓아둔 채 미국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열네 살의 어느 날, 미술학원에서 만난 친구 카탸의 오빠에게 마음이 끌린 사샤는 단 며칠 만에 쓰레기 매립지에 누워 첫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보통학교 7학년이 끝날 무렵, 뱃속에서는 아기의 분홍색 손톱이 자라나는데…. 도망치거나 모른 척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 앞에 우연이든 필연이든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과 맞붙어 새로운 인생을 꾸려가는 주인공 사샤 골드베르크.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 『제인 에어』의 ‘제인’이 21세기에 태어났다면 그들은 아마도 『페트로폴리스』의 ‘사샤 골드베르크’처럼 살아가지 않았을까. [추천평] 울리니치는 희비극에 재능이 보인다. 『페트로폴리스』는 흡인력 있고 해학적이고 적재적소에서 감동을 일으킨다. 돋보이는 데뷔작이며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를 묘사하는 독특한 코미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과 풍자소설의 중간지대를 오가며 상당히 위험한 협상에 보기 좋게 성공한다. _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이 모든 어리석은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를 찾아나서는 이야기가 울리니치의 줄거리를 이루며 낙관주의를 형성한다. 당신이 아무리 스스로 부적응자라고 느껴도 어디엔가는 소속될 곳이 있는 법이다. _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가족에 대한 소속감, 드넓고 괴상한 세상에 대한 소속감을 열망하는 영원한 아웃사이더의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거칠고 담대한 심리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_ 『USA 투데이』 별 가망 없어 보이는 주인공의 성장소설이다. 그래서 더욱 더 사랑스럽다. _『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 아름답고 장대한 스케일이 대서양 양편에서 똑같이 공감을 끌어낸다.… 안냐 울리니치의 풍자적 희롱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하다’는 표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_ 게리 슈테인가르트, 『사교계에 데뷔하는 러시아 여인을 위한 안내서』 『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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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때 묻지 않은 자질 9 화목한 인간 세상 22 벽지 39 예전처럼 48 통에 사는 사람들 58 트리스티아 77 벨로모르 91 매니저와 매춘부 107 그려질 그림 115 2부 영어 수업 127 앵그르와 큐피트 141 그레이하운드 169 미확인 섬유 185 3부 작전명 출애굽 213 거위 간 225 탈무드의 포로 238 타라칸 씨 263 산소 270 진정한 사랑 288 거래 303 자초지종 308 풍경의 한 요소 320 4부 구대륙에서는 329 마지막 잔가지 344 무엇이 두려운가 358 황금과 지푸라기로 지은 집 381 4년 후 413 에필로그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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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하게 묻는 거란 말이에요. 왜 나는 눈의 요정이 못 되냐고요.” “왜나면, 너는 눈의 요정처럼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야. 눈의 요정 머리카락은 무슨 색이지? 걔네들은 온통 새하얘야 되는 거야, 사샤. 하얀 드레스, 하얀 머리, 파란 눈…. 눈송이잖니. 다들 북방 출신이라고.” _ 1부. 화목한 인간 세상, 24쪽 가운데 오호, 위로 따윈 필요없어요. 솔직히 우쭐해진 기분이었다. 미국에 있는 아빠. 이보다 더 폼 나는 일이 있냐 말이다. 이러다 아스베스토스2에서 드물게 청바지를 입은 아이가 될지도 모른다. 흔들면 눈이 내리는 유리공이나 풍선껌이나 딸기향 지우개 같은 걸 보내줄지도 모르지 않나. 같은반 아이 하나는 육촌 형이 베오그라드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데 늘 그런 물건들을 보내 왔다. 빅토르 골드베르크는 그 경비원을 KGB 돼지새끼라 불렀다. “아빠도 KGB 돼지새끼 좀 되면 안 돼요? 운동화 필요하단 말이에요!” 아빠는 KGB 돼지새끼가 될 필요가 없었다. 더 나은 길이 있었다. _ 1부. 예전처럼, 55쪽 가운데 그가 사샤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브라를 벗기자 차갑고 부드러운 쿠키 반죽 같은 젖가슴이 드러났다. 사샤는 본능적으로 두 팔로 가슴을 가렸다. “왜 그래?” 알렉세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컬컬하고 심각해졌다. 사샤는 흥분과 두려움이란 서로 얼마나 근접한 감정인가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_ 1부. 벨로모르, 103쪽 가운데 사샤의 홍보를 맡은 옥사나가 처음에는 과산화수소 표백제 사용을 권하다가, 잠시 후 그 말을 취소하더니 그냥 있는 그대로 가자고 했다. 사샤를 ‘건포도 같은 여인’으로 광고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큐피드 코너의 사장인 비카는 그 문구가 너무 매끈한 영어로 들린다고 반대했다. 결국 ‘정열적인 검은 미녀’로 결정이 났다.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요. 남편이란 사치품이 아니라 일종의 교통수단이에요!” _ 2부. 앵그르와 큐피트, 152쪽 가운데 사샤가 제이크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눈, 코, 입, 목을 차례로 쓸어내리던 사샤의 손이 티셔츠 옷깃에 이르렀다. 시트 밑에서 그의 몸이 긴장하는 기미를 느낀 사샤는 침대 가로대 너머로 몸을 굽혀 그에게 입을 맞췄다. 제이크의 입술은 뜨겁고 부드러웠다. 그가 눈을 감자 속눈썹이 사샤의 뺨을 쓸어내렸다. 키스가 길어지자 굽힌 허리가 쑤셔왔다. “제이크, 여자랑 자 본 적 있어?” _ 3부. 산소, 286쪽 가운데 “중개소 이름이 ‘큐피드 코너’예요. 철자가 글쎄 두 단어 모두 K로 시작하는 거 아세요? 큐피드 코너가 가짜 대학에 가는 학생비자를 마련해 줬어요. 그렇게 해서 약혼자가 결혼 전에 시험적으로 저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보통 진지한 사업이 아니라니까요.” _ 4부. 무엇이 두려운가, 374쪽 가운데 "내 새끼. 그래, 나는 너 우는 거 못 들었어. 사람들이 널 어디로 데리고 갔어. 잠시 후 양동이에 생간(生肝) 같은 게 철썩 떨어지는 소리가 나기에 네가 죽어서 병원에서 널 내다버리는 줄 알고 좋아했었지." _ 4부. 무엇이 두려운가, 380쪽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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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냐 울리니치 [저]

• “나는 1973년에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 땅으로 이민을 감행했습니다. 관광 비자로 눌러앉은 전형적인 불법이민이었지요. 이민 당시 우리 네 식구가 아는 영어 단어를 모두 합쳐도 스무 단어가 안 됐을 정도니 엄청나게 무모한 결정이었습니다. 때문에 나의 초창기 미국 이민 생활은 구소련 시절 못지않게 고되고 기막힌 경험의 연속이었죠.
  그럼에도 미국의 자유는 청소부와 보모 노릇 등으로 시급을 받게 해주었고, 그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러시아에서 살아남는 법을 여행 가방 가득히 끌고 다녔습니다. 코냑으로 공무원을 매수하는 법, 좁디좁은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구겨 넣는 법, 지하도 전체에 풍기는 썩은 냄새를 오래 참을 수 있는 법 등.
  나는 내 얘기를 글로 표현하는 일이 언제나 수줍습니다. 미국 생활 십 년이 다 되도록 나는 ‘나의 모국어는 영어가 아닙니다’를 언제나 맨 앞에 드러냅니다. 영어란 나에게 남한테 빌린 전기톱 같습니다. 처음엔 문자의 시각적 요소를 빌려 그림을 그릴 때 조금씩 넣어 장치처럼 활용했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문자가 캔버스를 점령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브룩클린으로 이사한 후 나는 그림을 포기하고 글쓰기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설은 나의 첫 결실입니다.”

• 노시내 [저]

•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지를 떠돌며 20년 넘게 타국 생활 중이다. 지금은 모스크바에 머물며 글을 짓거나 옮기고 있다. [빈을 소개합니다], [스위스 방명록]을 썼으며, 옮긴 책으로는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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