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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 문화 속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유학의 본성과 실천성을 이해하고 유학과 현실의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했다. 공자 철학의 갈등 구도와 제도사에 대한 검토, 제국적 질서와 유학적 이상 및 경학의 세 얼굴과 한대 경학의 황혼 등에 대해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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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유학만을 존숭하라.” 동중서로부터 천하 경영의 대책을 상주받은 한 무제가 유학의 독점적 지위를 약속하며 내린 '독존유술獨尊儒術'의 구호이다. 이 구호 이후 유학은 한대의 주도적 학문으로 기능하면서 학술상의 배타적 권익을 행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한대 이전의 유학의 행보는 참담했다. 춘추전국 시대, 공자는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수레를 타고 열국을 주유해야만 했고, 맹자는 백가가 난립한 상황에서 이단의 무리를 맞아 유학의 도를 지키고자 고심해야 했다. 진대에 들어서는 유학의 모든 경전이 불살라지고 유학자들이 생매장 당하는 참혹한 사태까지 겪기도 하였다. 이런 유학이 어떻게 한대에 들어 독존의 자리에 오르고 이후로도 계속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현실적 요청과 유학적 이념의 절충 ― 덕치와 전제의 결합 저자는 유학의 승리를 가져 온 요인을 시대의 요구와 유학의 자기변신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서 찾는다. 춘추전국 시대의 분열기에서 진한대의 통일기로 이어지는 정치적 변동 속에서 유학은 시대의 목소리에 충실히 귀기울임으로써 역사 속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나라 봉건제의 몰락과 그에 따른 열국의 난립상을 보면서 진한의 통치자들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체제를 뒷받침할 새로운 이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유학이 등장한다. 유학이 지닌 현실성과 가부장적 질서 등이 군주제라는 통일제국의 정치 체제와 맞아떨어지면서 독존의 지위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유가와 더불어 새 제국의 질서를 뒷받침해 줄 만한 사상으로는 법가가 있다. 실제로 법가의 사상은 진의 통치 원리로 채택되어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채 반세기도 채우지 못한 진의 운명을 보면서 새 제국 한의 통치자들과 지식인들은 무단 정치로 일관한 법가의 사상에 넌더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법가의 사상은 애초에 논의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되고 그를 대신하여 유가의 사상이 전면으로 부상하게 된다. 유학은 '천명설'을 내세워 새 제국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한편 군주에게는 가부장적 권위를 선사하여 제국의 통치를 용이하게 해 주고, 대신 유학적 신념인 '덕치'를 강조함으로써 전제군주의 폭주를 제어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결국 한대 초기 유학의 승리는 유학적 이념이 제국적 질서라는 현실 상황과 타협함으로써 얻어 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초기 유학사 공자와 맹자는 성인의 도를 천하에 밝혔고 한의 동중서는 유학을 높이는 법도를 세워 성학을 다시 이었으며 당의 한유는 이단을 물리치고 스러져 가는 도를 되살렸다. 북송의 다섯 선생을 거쳐 주희에 이르러 성인의 가르침이 완전히 드러나게 되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학의 역사이다. 그러나 이것은 송대 주자학에 의해 확립된 도통론적 시각에 입각한 흐름일 뿐이다. 이 흐름 속에서 한대 경학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순자 또한 발붙일 곳이 없다. 도통론적 시각으로 볼 때 순자는 맹자의 성학을 비판한 이단자였고, 한대 경학은 훈고나 문장에 치우친 속학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상황은 그렇지 않다. 유학은 언제나 현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실학이다. 유학의 현실성은 스스로로 하여금 언제나 시대의 부름에 충실하게 응답하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제가의 사상에 온 몸으로 맞서 싸웠던 순자의 위치는 마땅히 유학사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국가에 의해 유...일한 학문으로 공인될 때까지 황로와 불교의 사상에 치열하게 대립하였던 한대의 유학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대 경학이 지닌 그 난삽함과 정체성은, 경학의 내적인 결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경쟁자 없이 독주를 거듭하는 모든 학문들이 걷게 될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통론적 시각을 벗고 유학을 오직 사회와 정치와 현실과의 상관 관계 속에서 파악할 때 내려질 새로운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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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학만을 존승하라 ...11 2. 공자 철학의 갈등구도 ...23 3. 제도사에 대한 검토 ...36 4. 제도사에 대한 검토 ...53 5. "대동"의 이상과 현실 ...75 6. 모색과 적응 ...105 7. 제국적 질서. 유학적 이상 ...120 8. 덕치와 전제 ...145 9. 경학의 세 얼굴 ...171 10. 한대 경학의 황혼 ...188 11. 에필로그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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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재 [저]

•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고려대와 한양대 등의 강사를 거쳐 2002년부터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국학자료의 보존과 연구 및 보급 업무에 두루 참여하였다. 그러다가 밀린 공부를 위해 2016년 12월 퇴사하고, 현재는 강원대(삼척캠퍼스)와 중앙대에 출강하며 평소 관심분야인 중국 제자백가철학의 의미분석과 재구성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유학은 어떻게 현실과 만났는가]를 비롯하여 [한국문화전통과 배려의 윤리](공저), [500년 공동체를 움직인 유교의 힘](공저), [조선유학의 이단 비판](공저) 등의 저서와 유가 및 도가사상의 문제의식과 사유방식을 분석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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