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학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를 모델로 하고 있다. 끊임없이 속삭이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그리고 동시에 고흐의 그림을 생각하면서 미학적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 고흐는 ‘내’ 영혼의 뜨락을 찾아온 방문객으로서 언제나 본질을 향해 동행하기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구도자다. 종교적 신비주의를 버리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인간성(Humanity) 추구라는 근대적 성격을 질문하는 손님으로서 늘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언제나 과격한 형태를 취한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종교적이었고, 동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인간적이었다. 고흐는 항상 질문한다. 인간 욕구의 궁극적인 표현,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요 종교의 원천이 아니겠냐고. 독특한 상징이 가지는 각종 전통적 형태의 깊은 내면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그가 필사적으로 갈구하였던 진정한 종교성과 인간 욕망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자신의 삶 속에서 그리고 그림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종합되었다. 특히 성서(Bible)의 세계가 근대 사회적 가치관과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또한 어떻게 새로운 상징으로 변환 작용될 수 있는지를 자신의 그림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해석하려고 몸무림친다.
그의 모든 그림은 ‘시대에 맞는 말과 글’을 창조하고 표현하기 위한 매우 강력한 혁명이었다. 그는 구약성서의 이사야서에 나오는 ‘고통받는 종’으로서, 아니 신약성서의 예수와 같은 ‘위대한 슬픔의 사람’으로서, 시대의 이단아가 되어 자신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형체와 색체를 통해서 경전의 메시지를 불처럼 쏟아내는 웅변적 설교가였다. 무엇보다 그는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신음과 아우성, 환호와 격정을 온몸으로 기억하면서 조금도 흔들림없이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성서의 세계로 항상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고흐의 그림과 대화하면서, ‘나’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를 털어놓기 시작하는 긴 여행을 시작한다. 그것은 고흐를 이해하면서 동시에 ‘나’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는 것이며, 결국 ‘나’를 위로하고 치료하는 과정이다. 고흐의 특정한 그림들을 들여다봄으로써 ‘내’가 아내와 소통되지 못한 부분들을 더듬어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은 특별히 미술치료나 전문적 상담기법 혹은 분석심리학적 훈련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지극히 선택적이며 주관적인 개인적 감상의 여정이다. 이러한 대화를 통하여 ‘나’는 기억과 갈등, 문제와 아픔,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동경과 희망 등을 고스란히 쏟아놓고 있다. 이 글 속에는 사실상 ‘나’의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불안과 고통, 두려움과 슬픔이 들어있다. 고흐와의 긴 만남과 대화는 ‘나’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들여다보는 상징적 치료행위라고 볼 수 있다.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치는 ‘나’의 내면과 마주하는 긴 영적 순례인 셈이다. 그러한 긴 순례의 길을 걸으면서, ‘내’가 본질적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나’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고 그것을 조금씩 확인하며 인식해가는 과정이다. 그것이야말로 ‘자기화’ 혹은 ‘개성화’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인간의 고통과 상처, 처절하게 무너지는 좌절과 아픔, 그 구체적인 현실에 함께 머물면서 우리는 ‘영혼의 문턱’에 이르는 희망을 꿈꿀 수 있다, 고흐처럼
프롤로그
1장 부부 일심동체라는 것
2장 작은 파도에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3장 내 아내라고 불리는 여자
4장 세상이 너무 아름다운 요즘
5장 사랑 디자인
에필로그
정종성 [저]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교수. 충남대 영문과,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원, 미국 풀러 신학원, 영국 셰필드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비유해석). [그리스인 조르바가 읽는 누가 여행 이야기](IVP), [설교와 해석](UCN), [A Dialogic Reading of the Steward Parable](Peter Lang) 외에 다수의 책과 논문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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