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장편소설『웰컴! 아벨』. 인물들의 갈등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현재, 이곳'에서 전사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리얼리즘에 기초한 풍부한 상상과 은유가 돋보인다.
[작품해설]
별의 충돌이 일어나고 전쟁이 시작된다.
아벨이 당신 옆에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천천히 작용하는 소설들이 있다. 며칠 혹은 몇 달 후에, 불현듯 소설에 등장하는 문장이나 광경을 떠올리게 되는 소설들. 장편소설『웰컴! 아벨』은 그런 소설이다. 감정적 다양성과 리얼리즘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부부의 갈등을 전쟁의 패러다임으로 이해했고, 그 기원을 구약의 '카인과 아벨'에서 찾고 있다. 전쟁의 역사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에서 시작되었다는 발상은 신선하고 근원적이다. 과거이며, 현재이며, 또한 그것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위대한 전쟁영웅이나 크고 거창한 이야기에 매몰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갈등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현재, 이곳'에서 전사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에 초첨을 맞추었다. 주인공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마지막까지 퍼즐을 끼워 맞추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풍경이다. 전쟁은 수많은 재앙을 일으키며 고통을 초래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완전히 없애거나 피할 수만은 없다. 자유를 위한 전쟁 역시 지금 이 시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에게 진짜 가장 중요한 전쟁이 일어나는 곳은 바로 가정이고 우리 내면일 것이다.
전쟁과 평화는 반복되고 지속적이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주관적인 판단에 달려있다.
이 소설은 소설이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필순, 우현, 유리 세사람의 시선을 교직하는 형식으로 풀어놓음으로써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방대한 서사 안에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잡고 있는 인물, 긴 시간동안 일관적으로 유지되는 사건의 개연성, 언어가 함의하는 다양한 상징 등. 게다가 사랑, 배신, 질투, 집착, 소외,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 신, 탄생과 죽음, 이 모든 것들은 단단하게 응집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일련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아벨이 당신 옆에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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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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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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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새가 날아가다
에필로그
작품해설
작가의 말
이번에도 나는 '나 자신'을 죽이리라 결심한다. 예수께서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저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무게를 가늠해보면서 그분께 내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주십사고 기도했다.
사랑하는 주님! 나는 손해볼까, 누가 나를 업신여길까봐 늘 경계하고, 경계하며, 단 한번도, 나를 먹거리로 내어 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였습니다. 가진 것 얼마를 내어 놓으라면 할 수는 있겠습니다. 약간의 봉사 활동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나를 음식으로, 먹거리로 내어 놓아 씹히고 먹히는 것을,
쪼개어지고 부서지고 먹히는 것은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 도와주십시오. 떼어지고 나누어지는 당신처럼 타인에게 나를 먹거리로 내어 놓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의 응답이 들려오는 듯 했다.
지금 네가 걷고자 하는 길은
너 홀로 걷는 것이 아니다.
내가 너와 함께 걷는다.
그러나 이 차이를 기억하라.
내가 내 생애를
내 죽음으로 장식하기 전까지
내 생애는 미완성이었다는 것을
너의 '길'은
네 삶으로 장식할 때
비로소 완성되리라.
남편이 일찍 들어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저녁 밥상에는 그가 좋아하는 병어조림을 올리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돈을 아끼지 않고 물 좋은 병어 한마리를 샀다.
- 중략 -
정성들여 만든 밥상을 거절한다는 것, 그것은 음식을 만든 사람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입술을 물고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어떤 화해의 몸짓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맥이 쑥 빠진다. 우현의 거부하는 몸짓에 나는 또 다시 참담해진다.
이정은 [저]
본명 이수희.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용인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전문가과정을 졸업했다. 1991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 [부화기]가 당선되어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첫 소설집 [시선]을 출간한 이래 가정주부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등단하여 십여 년간 서양철학 연구반에서 문학철학을 공부했으며, 꾸준한 작품 활동과 치열한 작가정신은 많은 젊은이들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에 소설집 [세 번째 기회] 로 제11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을, 2011년에 장편소설 [웰컴 아벨]로 제7회 만우박영준문학상을, 2012년에 중편소설 [무인도]로 제1회 아시아 황금사자문학상 우수상을, 2012년에 장편소설 [매혹]으로 제12회 들소리문학상 대상을, 2017년에 단편소설 [왕이 귀환하다]로 제42회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8년 소설집 [피에타]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2019년 단편소설 [미로]가 시선·최고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너의 이름을 쓴다] [신화는 계속된다] [태양처럼 뜨겁게] [블루 인 러브] [웰컴 아벨] [매혹] [그해 여름, 패러독스의 시간] [플러스섬 게임], 소설집 [시선] [불멸의 노래] [세 번째 기회] [세상에 말을 걸다] [피에타] [불멸] 이 있으며, 공저로 [한·중 정예작가초대소설집] 등을 펴냈다. 한국소설가협회 부이장을 거쳐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최고위원,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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