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 선생의 수묵화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다
『디자인 먹으로 말하다 - Black & White』는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 남천 송수남 화백의 작품 2천여 점 중에서 1천 7백여 점을 골라 수록한 작품집이다. 하얀 종이와 대비되는 먹으로 선을 긋고, 묵을 뿌리고, 점을 찍고, 한지의 각기 특성을 파악하고 먹을 번지게 하여 완성한 그림은 하나의 디자인 장르와도 같다. 작품의 일부는 수묵화가 아니지만 디자인에 활용할 요소가 많아 함께 수록하였다. 붓이 움직여 만든 선과 여백, 먹이 움직여 일으킨 변화들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고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긋고, 뿌리고, 찍고, 번지고, 이 책은 온통 먹의 향연이다.
우리는 먹을 단순히 검은색만으로 본다. 먹은 결코 흑색만이 아니다. 먹이 움직여 변화를 일으키면 다섯 가지 색을 갖춘다고 한다. 오히려 붓을 쓰는 사람의 기량과 조화에 따라 흑, 백, 건, 습, 농, 담의 여섯 가지의 색이 나타난다. 먹물이 찍힌 붓의 힘과 속도에 따라 먹물과 화선지가 엮어내는 천차만별의 조형미는 서로 배격하거나 대립하지 않으며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고 소박하면서도 격조가 있어 청렴결백하고 의젓한 우리의 조상들의 얼인 선비 정신과도 통한다. 수묵화는 선의 미술이고 여백의 미술이다. 그리고 그 소재의 간략함과 거기에 내재된 높은 정신성으로 인해서 유독 한국적 특성이 짙은 우리의 그림이다. 가장 우리의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붓이 움직여 만든 선과 여백, 먹이 움직여 일으킨 변화들에 부디 많은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고, 그들이 하는 구상이나 작업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한 우리의 정신이 깃든 수묵을 통해 얻은 영감이 세계적인 디자인으로 꽃피길 바라마지 않는다. 남천의 작품 2천 여 점 중에서 1천6백 여 점을 골라 이 책에 수록 하였으며, 작품의 일부는 수묵화가 아니지만 디자인에 활용할 요소가 많아 수록하였다. 수록된 일부의 작품들은 디자이너들의 사용 편의를 위해 일정 부분이 제단 되어 실렸음도 밝혀둔다.
남천의 그림을 두고 이경성 선생은 야물지도 못하면서 대범한 구상, 어두우면서도 밝고, 허술한듯하면서도 짜임새가 있고, 어리석은듯하면서도 지혜롭고, 단조로운듯하면서도 격렬함이 느껴진다 하여 ‘소만지감(疎慢之感)’이라 평했다. 새로운 미술 용어집에 디자인이란 무엇일까라고 적는다면 그것은 바로 소만지감이 아닐까? 그 어떤 디자인일지라도 디자인이 이와 같다면 최고의 디자인이지 않겠는가.
디자인은 진즉 50여 년 전부터 남천의 수묵화에 있었다. 순수 예술을 어떻게 디자인화 시킬까? 순수 예술을 50년 넘게 해 온 남천의 이미지가 다양하게 분파된 현대의 용어적 의미에서의 디자인으로 어떻게 드러날까? 혹시 남천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이를 걱정하는 일부의 사람도 있었다. 수묵에 관한 디자인서를 한 권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고 남천으로부터 직접 듣고서도 한동안은 생각을 많이 하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며 우리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게 되는 것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천의 집과 작업실에서 혹은 수많은 책들이 쌓여 있는 책꽂이 사이와 작업대 밑에서 먼지와 함께 쌓여 있는 한지 더미를 내손으로 주워들고 꺼내드는 순간부터 생각이 모두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쌓여 있던 화첩들에서도 과감히 찢어내었다. 16절 혹은 8절, 4절 크기의 한지들 위에는 더 크게 하여 훗날 발표되었거나 발표되지 않은 수묵의 형상들이 온갖 모양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1959년 남천 그리다’라고 서명되어 있는 한지위에는 수묵의 점들이 수 없이 교차되고 있었고 먹 선으로만 연결되어 형상화된 개는 1961년이라는 숫자와 함께 혓바닥을 내밀고 헐떡이고 있었다. 또 한 덩이의 한지를 푸니 온갖 모양을 한, 수백 명의 인간들이 선으로 형상화되어 우르르 몰려나온다. 세종조의 집현전 학사 신숙주는 그림은 소리 없는 시라고 하였다. 내가 주워든 크기와 재질이 다른 2천 여 장의 한지 속에는 이렇게 소리 없는 시들이 세월에 농축되어 놀라운 목소리로 남천이란 거인(巨人)을 다투어 얘기하고 있었다. 며칠 밤낮을 보고 또 보다 거인의 긴 행적이 범인(凡人)에게 주는 행복감에 도취되었다. 따로이 디자인화 ...될 것도 따로이 디자인서를 만들기 위해 굳이 변화를 줄 필요도 없었다. 선을 긋고, 묵을 뿌리고, 점을 찍고, 한지의 각기 특성을 파악하여 얄미울 정도로 먹을 번지게 하여 완성한 남천의 수묵화는 아니, 수묵의 방식은 이미 완성된 디자인의 한 장르였다. 다 보여 져도 디자인이고, 반만 보여 져도 디자인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수묵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만든 이 코멘트
안광욱
북디자인스튜디오 <아르떼203>의 대표이며, SBI(Seoul Book Institute)전임교수이다.
나는 디자이너다. 북디자이너 생활만 어언 20년이다. 그 세월 나는 어떤 디자이너였을까? 돌이켜 보건대 늘 외국의 디자인 서적을 잔뜩 사들고 그들의 디자인을 동경하며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았던가? 한국적인 디자인을, 사람의 향취가 살아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우리 것을 바라볼 방법을 찾지를 못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이제는 짐짓 상투적이기까지 한 경구가 유독 한국 디자인계에서만은 맥을 못 추었던 게 나를 비롯한 우리 디자인의 현실이었다.
그런 내가 남천 송수남 선생의 <디자인 먹으로 말하다 - Black & White>의 디자인을 하게 된 것은 단순한 기쁨 그 이상이었다. 남천 선생은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 한국수묵화의 독보적인 존재다. 늘 새로움에 목말라하던 내게 남천 선생의 수묵화는 많은 영감과 자극을 심어주었다. 특히 묵의 농담, 여백, 붓의 놀림, 화제 등은 앞으로 내가 해나갈 디자인 세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 책 <디자인 먹으로 말하다 - Black & White>가 오늘도 우리 것을 찾는, 새로움에 목말라 하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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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남 [저]
1938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 1956~1963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경력 1975~2003.2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역임 홍익대학교 박물관 관장 홍익대학교 현대조형예술 연구소장 홍익대학교 미술디자인교육원 원장 홍익대학교 미술교육원 원장 제1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심사위원 위원장 중앙미술대전 심사위원 제1, 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동아미술제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서울미술대전 운영위원 서울시 예술위원 한국미술가협회 회원
상훈 1990년 제16회 중앙문화대상, 중앙일보사 1996년 현대문학 100주년 기념 '가장 문학적인 한국화가상', 문인협회 2004년 황조근정훈장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상 2013년 은관문화훈장
개인전 1956 개인전, 전주 1964 초대 개인전, 빌리지화랑, 뉴욕 1964 개인전, 서울 / 전주 1967 개인전, 전주 1969 송수남 한국화전, 신문회관화랑, 서울 1973 송수남 개인전, 신세계화랑, 서울 1974 초대 개인전, 양지화랑, 서울 1975 초대 개인전,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 1977 송수남 초대전, 맥향화랑, 대구 1978 송수남 개인전, 동산방화랑, 서울 초대 개인전, 뉴욕화랑, 뉴욕 1980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 개관기념초대전, 하와이 1983 송수남 초대전, 현대화랑, 서울 송수남 초대전, 맥향화랑, 대구 송수남 초대전, 조선비치화랑, 부산 1984 송수남 개인전, 뉴욕 한국문화관 1985 송수남 판화전, 조선화랑, 서울 1986 동양화 초대전, 강남현대화랑 송수남 초대전, 부산 진화랑 1988 자연과 도시전, 동산방화랑, 서울 1989 남천 판화전, 청작미술관, 서울 1991 수묵의 사계절전, 갤러리서호, 서울 1995 남천 송수남전, 공평아트센터, 서울 1997 자연과 명상전, 예나르, 서울 남천 송수남전, 토탈미술관, 서울 2002 남천 송수남전, 노화랑, 서울 2004 우리시대의 수묵인 남천 송수남, 가나아트센터, 서울 2005 개인전 - 꽃은 마음에 있다. 노화랑, 서울 2008 개인전, 백송화랑, 서울 개인전, 갤러리가이아, 서울 2009 개인전, 웅갤러리, 서울 송수남 초대전, 갤러리 H,서울 2010 남천 송수남전, 한국소리문화전당, 전주 2011 개인전, W갤러리, 익산 2012 개인전, 갤러리 가이아 2013 '1980년대 예술운동 현장의 작가들-남천 송수남'전, 전북도립미술관 초대전-마음에 꽃피다, 함평군립미술관, 함평 2014 기증작가 특별전 수묵인, 남천 송수남, , 국립현대미술관
단체전 1964 현대작가 초대전, 조선일보사 1967 제9회 동경국제비엔날레, 동경 1970 한국미술대상전, 국립현대미술관 제2회 인도트리엔날레, 뉴델리 1971 회화 오늘의 한국화, 명동화랑 1972 한국현대작가 7인전, 아시아재단화랑, 샌프란시스코 1973 한국동양화 10인전, 동경 제12회 상파울로국제비엔날레, 상파울로 1974 한국현대동양화전, 松坂室畵廊, 동경 현대화랑 기획전, 현대화랑, 서울 동양화6인 초대전, 미국 현대한국동양화전, 東浩畵廊, 나고야 1975 동양화7인 초대전, 신세계화랑 1976 중견작가 21인 초대전, 동산방화랑 한국현대동양화대전, 국립현대미술관 1977 제13회 아시아현대미술전, 동경 현대미술대상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한국회화전, 오스트레일리아 1978 동양화12인전, 신문회관 한국미술20년 동향전, 국립현대미술관 1979 동양화가의 눈으로 본 한국의 자연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미술-오늘의 방법전, 미술회관 1981 한국현대작가 드로잉전, 부루클린대학교미술관, 뉴욕 드로잉 81전, 국립현대미술관 제7회 서울현대미술제, 미술회관 제6회 에꼴 드 서울전, 관훈미술관 수묵화 4인전, 동산방화랑 백상미술대전, 백상기념관 오늘의 전통회화 81전, 관훈미술관 한국수묵화전, 국립현대미술관 1982 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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