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설성경의『구운몽의 비밀』. 이 책은 저자가 1999년 <구운몽 연구>, 2007년 <구운몽의 통시적 연구>에 이어 세 번째 출간하는 '구운몽' 연구에 관련된 저술이다. 서포 김만중은 학문적·정치적 경륜을 쌓은 충신이지만, 젊은 숙종이 한때 비빈 관리의 혼미에서 시작된 국정의 혼란상에 따른 거리의 풍문을 직간하고, 그 언근을 밝히라는 숙종의 명을 거부한 죄로 유배의 형을 받았다. 그는 평안도 선천 유배지에서 창작한 <구운몽>에서 양소유와 백능파를 내세워 부귀와 공명을 누리는 효자요 충신의 인간상을 부각하게 시켜 자신이 품고 있던 굴원과 같은 충신의 순수 심정을 형상해 내었다. 그간 <구운몽> 연구사에서는 주목하지 못한 은유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를 이 책에서 비로소 밝히게 되었다.
표면의 서사는 표면의 서사대로 즐기면서 누리고, 그 뒤에 은밀히 숨어 있는 기저의 의미 또는 은유적 의미를 밝힌다.
ㅡ 서포를 은유한 인물이 육관대사, 숙종을 은유한 인물이 성진임을 제시한 것이 〈구운몽의 비밀〉 핵심이다.
이 책은 저자가 1999년 『구운몽 연구』, 2007년 『구운몽의 통시적 연구』에 이어 세 번째 출간하는 『구운몽』 연구에 관련된 저술이다. 그리고 『춘향전의 비밀』, 『홍길동전의 비밀』에 이은 고전소설의 비밀을 푸는 세 번째 저술이다. 한쪽은 『구운몽 연구』이고, 다른 한쪽은 3대 고전소설에 대한 비밀을 푸는 연구이기에, 이 연구로서 한국 17세기 소설 연구에 대한 두 가지 동심원이 그려지는 셈이다.
서포 김만중은 학문적ㆍ정치적 경륜을 쌓은 충신이지만, 젊은 숙종이 한때 비빈 관리의 혼미에서 시작된 국정의 혼란상에 따른 거리의 풍문을 직간하고, 그 언근을 밝히라는 숙종의 명을 거부한 죄로 유배의 형을 받았다. 그는 평안도 선천 유배지에서 창작한 『구운몽』에서 양소유와 백능파를 내세워 부귀와 공명을 누리는 효자요 충신의 인간상을 부각하게 시켜 자신이 품고 있던 굴원과 같은 충신의 순수 심정을 형상해 내었다. 『구운몽』의 은유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는 그간 『구운몽』 연구사에서는 주목하지 못한 것으로, 이 책에서 비로소 밝히게 되었다.
이러한 주제는 지금까지 선학이나 동학들이 내세운 『구운몽』의 주제인 부귀공명 일장춘몽설이나 『금강경』의 공사상설 또는 사대부의 이념과 욕망 실현설 등과는 판이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새로운 주제 제시는 19세기 단편적 비평에서 거론했던 『구운몽』에는 굴원의 「이소」가 남긴 뜻이 있다는 해석과는 맥락을 같이하는 주제론이다.
저자는 『구운몽』을 당시 동아시아의 문학, 철학, 역사를 기저로 한 조선의 명작이면서, 문학과 정치 측면에서는 중국 굴원의 『이소경』을 있는 성진경, 『육관경』이라 일컬을 만한 명작으로 평가한다. 나아가 일본 최대 고전 『源氏物語』와 쌍벽을 이룰 수 있는 한국형 궁정문학의 한 전형으로 평가한다.
「구운몽」은 다른 고전소설과는 달리, 19세기에 이미 중국과 일본에 수출되었고, 20세기 초인 1922년에는 영국의 런던에 있는 Daniel O’Connor사에서 The Cloud Dream of the Nine으로 출간되었다. 이 번역서에서 Elspet Keith Robertson Scott는 J. S. Gale 박사의 번역에 대한 서문에서, “「구운몽」은 진면목한 극동 지식의 계시며, 그 문장과 어구가 기묘한 것 이상으로 극동적 사상과 취향의 종교적인 해석에서 한층 더 문학적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 1930년에 최초의 한국소설사인 『조선소설사』를 집필한 천태산인 김태준은 “「구운몽」이 조선인이 보여준 정신생활의 총 발로요, 계급사회의 전면경이라”고 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저자는 「구운몽」은 한국고전 문학의 전범이 되는 명작일 뿐만 아니라, 동양사상과 철학을 담아낸 세계적인 고전이라고 평가하였다.
저자는 이 저술에서 「구운몽」의 주제에 감추어진 비밀을 풀어냄으로써 「구운몽」이 세계 소설문학사에 우뚝 설 수가 있는 확실한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믿는다. 그러하기에 「구운몽」은 동아시아의 문학, 철학, 역사를 기저로 한 조선 시대의 명작이며, 문학과 정치의 측면에서는 중국 굴원의 『이소경』을 잇는 『성진경(性眞經)』이라 일컬을 만한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해도 무난하다고 판단한다. 나아가서는 1001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의 최대 고전 『겐지 모노카타리(源氏物語)』와 쌍벽을 이룰 수 있는 한국형 궁정문학 또는 정치문학의 한 전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한국식 방법으로 한국의 고전문학의 참모습을 밝힐 수 있는 주체적인 방법을 개발하고자 노력하였다. 「홍길동전」의 소재 찾기, 「춘향전」의 작가 찾기에 이어서 「구운몽」의 주제 찾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선행 연구사에서 『구운몽』은 몽자류 소설, 몽환소설, 액자소설, 영웅소설, 염정소설, 적강소설, 이상소설 등으로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작품의 형식과 주제에 따른 분류는 김민중이 사계의 김장생의 예학 정신에서 비롯되는 정치가로서 선천 유배지에서 창작한 본질을 제대로 분석해내지 못한 결과이다. 이 책에서는 『구운몽』을 충효소설이요 우의적인 정치소설의 전형인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선적인 몽유 형식을 빌린 우의적 정치소설로 평가하는 것은 그가 남해 유배지에서 후속 작품으로 창작한 『사씨남정기』의 주제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서포 소설의 공통적인 기반을 밝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얻은 성과는 『구운몽』을 통해 작가가 은밀히 드러내는 은유적인 주제를 비롯하여 선행연구에서는 찾아내지 못했던 이 작품의 비밀이라 일컬을 만한 몇 가지 사실이다.
숙종의 은유적인 인물인 성진과 양소유 중에서 성진이 8선녀와 석교상에서 수작하고 잠시나마 불가의 길에 회의를 느끼고, 양소유가 가춘운 중 8처첩을 거느리면서 호색하고 풍류를 즐기는 것은 숙종의 장희빈에 대한 총애를 닮은 것이라면, 그 외의 수행하여 대각하고, 양소유가 인의예지를 지키는 8처첩과의 결연에서 예를 지키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은 숙종의 각성을 기대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한 것이다.
『구운몽』의 은유적 주제는 표면적인 서사에서도 나타나는 변형된 화두인 동정용궁 회사에서 그 비밀이 밝혀졌다. 성진의 동정용궁 회사는 서사의 대단원에 가서야 육관대사가 성진에게 부여한 대각을 위한 특별한 화두임이 입증된다. 따라서 서사의 표면적인 주제로서는 수행승인 성진에게 주어진 불가의 깨달음이란 주제로 귀결되지만, 은유적인 주제는 작가 서포가 숙종의 깨달음을 소망하는 상소형 우국충절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에 실은 학술그래픽은 인문학의 논증 결과를 독자들이 한눈에 조감할 수 있게 표현한 학술디자인의 특화된 한 영역이 되었다. 『춘향전의 비밀』, 『홍길동전의 비밀』에 이어 세 번째로 활용되고 있어 학술그래픽의 역사도 10년이 되었다.
<책속으로 추가>
이러한 『소학』의 내용을 『예기』의 내용 중에서 후반의 한 문장인 “집안의 말이 밖으로 나가게 하지 않으며, 밖의 말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제외한 것으로는, 첫 문장인 “남자는 집안의 일을 말하지 않고, 여자는 밖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에 이미 이와 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즉, “남자는 집안의 일을 말하지 않고, 여자는 밖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에는 “집안의 말이 밖으로 나가게 하지 않으며, 밖의 말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는다.”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린이용으로 전환하면서 『예기』의 내용을 생략한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8선녀의 발언에서 “도로에서, 즉 길을 다닐 때에는 남자는 오른쪽으로 가고 여자는 왼쪽으로 간다.”는 상식적인 내용을 서포는 「구운몽」에서 왜 『예기』에 있는 내용과는 정반대로 하여, “도로에서, 즉 길을 다닐 때에는 남자는 왼쪽으로 가고 여자는 오른쪽으로 간다.”고 서술하였을까?
이러한 내용은 『예기』나 『소학』 중에서도 남녀 구분의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예의 문제를 거론한 대목이다. 더 나아가 이는 효자 서포가 생이별의 고통 속에서 병든 몸을 지탱하면서 자식의 해배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는 자애로운 노모를 위해서 유배지에서 「구운몽」을 지어, 대표 독자요 최초의 독자가 될 한양의 모친에게 헌정한 「구운몽」의 핵심이다. (pp. 314-317)
책머리에
제1장 들머리
1-1. 「구운몽」 주제의 비밀은?
1-2. 비밀의 문을 열며
제2장 「구운몽」 연구사로 본 주제 탐색의 큰 방향
2-1. 「구운몽」 주제에 대한 여러 견해들
(1) 부귀공명 일장춘몽설
(2) 『금강경』의 공사상설
(3) 사대부의 이념과 욕망 실현설 등
2-2. 필자가 제안하는 숙종의 각성 염원설
제3장 「구운몽」의 창작 동기와 선몽구조의 세 가지 소재 원천
3-1. 창작 동기에 관한 여러 견해들
(1) 파한 효심설
(2) 중국 사행 창작설
3-2. 필자가 제안하는 효심과 충렬의식을 담은 세계적 명작 지향설
(1) 작가의 거대 효심을 투사시킨 사친형 소설
(2) 삼교사상을 융합시킨 조선형 세계적 명작 지향
3-3. 주제망을 구축하는 선몽구조의 세 가지 소재 원천
(1) 『금강경』의 비무상론에 근거한 다중적 시공간 세계
(2) 『태평광기』 수록 여옹 고사와 능파 고사
(3) 「관동별곡」의 이원세계와 꿈을 통한 세계이동
제4장 한시 시어 ‘구운몽’의 표제화와 유가적 이상향으로의 의미 전환
4-1. 표제의 원천 소재가 된 한시의 시어 ‘구운몽’의 의미
...
(1) 표제인 ‘구운몽’의 의미에 관한 여러 견해들
(2) ‘구운몽’이 한시 시어로 사용된 중국의 사례와 그 의미
(3) ‘구운몽’이 한시 시어로 사용된 조선의 사례와 그 의미
4-2. 중국 한시와 부에서 주목한 동정호와 소설 「구운몽」의 핵심 공간
제5장 『금강경』의 공관론과 선몽구조 속에 내포된 양소유의 유가적 세계
5-1. 『금강경』 공관의 비무상론에 근거해서 구축한 선몽구조
(1) 『금강경』 공관의 핵심인 비무상론에 근거한 선몽구조
(2) 3층위의 시공간 세계로 전개되는 선적인 몽유 속의 양소유와 백능파
5-2. 육관대사의 『금강경』 설법과 성진의 선적 몽유인 양소유의 일생
(1) 양소유가 보여준 유씨부인에 대한 지극한 효의 실현
(2) 양소유가 보여준 황제에 대한 지극한 충의 실현과 혼사 갈등
제6장 선몽의 서사체계와 동정용궁 회사 화두로 본 표면적인 서사와 은유적 주제
6-1. 표면적인 서사에서 부각된 양원수의 꿈속 존재인 백능파의 수난과 절개
(1) 표면적인 서사에서 부각된 양원수의 꿈속 존재인 백능파
(2) 백용담에서 겪는 백능파의 수난과 양원수의 구제와의 상관성
6-2. 변용된 화두와 표면적인 주제인 성진과 8선녀의 대각이 지닌 상보성
(1) 표면적인 주제는 수행 승려인 성진의 『금강경』 공관에 대한 대각
(2) 변용된 화두로 본 8선녀의 동시적 대각과 유가적 화합으로서의 각성
6-3. 변용된 화두의 은유적 주제는 유가적 대각인 충렬 신하에 대한 숙종의 각성
(1) 서포가 숙종과의 경연에서 행한 직간 사건과 선천으로의 유배
(2) 제3층위의 주역 백능파가 양원수와의 백용담 결연에서 보여준 심정 토로
(3) 은유적 주제는 선천에 유배 중인 충렬 신하에 대한 숙종의 각성 염원
제7장 마무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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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션네 답녜하고 닐오되 우리 위부인낭낭 시녜러니 부인 명을 니어 대사긔 문안하고 도라가더니 첩등은 드라니 도로의 남자는 왼녁으로 말매암고 부녀는 올흔 편으로 행한다 하니 이 다리 심히 좁고 첩등이 이? 바라시니 도인의 말매아마미 심히 맛당티 아니니 청건되 다른 길노 행하소셔
위의 인용 중에서 “도로의 남자난 왼녁으로 말매암고 부녀난 올흔편으로 행한다”는 표현은 『예기』에서 차용한 것이다. 즉, 『예기』의 내칙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남자는 집안의 일을 말하지 않고, 여자는 밖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 제례나 상례 때가 아니면 서로 그릇을 주고받지 않는데 제례나 상례 때 서로 주고받을 경우에도 여자는 광주리에다가 받으며, 광주리가 없으면 남자와 여자가 다 꿇어앉아 남자가 그릇을 땅에 놓은 뒤에 여자가 가져간다.
남자와 여자는 우물을 함께 쓰지 않으며, 욕실을 함께 쓰지 않으며, 잘 때 자리를 터놓지 않으며, 물건을 빌리거나 빌려 주지 않으며, 남녀가 의복을 함께 입지 않는다.
집안의 말이 밖으로 나가게 하지 않으며, 밖의 말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는다. 남자가 들어가면 휘파람을 불지 않고 손가락질을 하지 않으며, 밤에 어디를 갈 때에는 촛불을 밝히고, 촛불이 없으면 가지 않는다.
여자가 문 밖으로 나갈 때에는 반드시 그 얼굴을 가리며, 밤에 어디를 갈 때에는 촛불을 밝히는데, 촛불이 없으면 가지 않는다.
도로에서 남자는 오른쪽으로 가고 여자는 왼쪽으로 간다.
이 내용은 『소학』의 내칙편에서도 『예기』에서 선별한 다음과 같은 표현이 대부분 차용되고 있다.
남자는 집안에서 벌어지는 여자의 일을 말하지 않고, 여자는 밖에서 일어나는 남자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 제례나 상례 때가 아니면 서로 그릇을 주고받지 않는다. 제례나 상례를 치를 때처럼 부득이하게 서로 그릇을 주고받을 경우에도 여자는 광주리에다가 받으며, 만약 광주리가 없으면 남자와 여자가 다 모두 꿇어앉아서 남자가 그릇을 땅에 놓은 뒤에 여자가 가져간다.
남자와 여자는 우물을 함께 쓰지 않으며, 욕실을 함께 쓰지 않는다. 잘 때 자리를 터놓지 않으며, 서로 물건을 빌리거나 빌려주지 않으며, 남녀가 의복을 함께 뒤섞이지 않도록 한다.
남자가 안채에 들어가서 휘파람을 불거나 하지 않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 밤에 어디를 다닐 때에는 촛불을 들고 다녀서 오해를 받거나, 남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 만약에 촛불이 없으면 나다니지 않는다.
여자가 문 밖으로 나갈 때에는 반드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나가며 밤에 어디를 갈 때에는 촛불을 가지고 다닌다. 만약 촛불이 없으면 나다니지 않는다.
길을 다닐 때에는 남자는 오른쪽으로 가고 여자는 왼쪽으로 간다.
설성경 [저]
대구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장, 국학연구원 원장, 강진다산실학연구원 원장, 남해유배문학관 명예관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신소설 연구], [서포소설의 선과 관음], [주석 구운몽], [구운몽 연구], [구운몽의 통시적 연구], [구운몽의 비밀], [윤씨부인의 삶과 그 정신], [홍길동의 삶과 홍길동전], [홍길동전의 비밀], [춘향전의 형성과 계통], [춘향예술의 역사적 연구], [춘향예술사 자료 총서(1~8)], [춘향전의 비밀], [주석 춘향전], [윤동주의 [간]에 형상된 푸로메드어쓰 연구], [인문수사학과 윤동주], [윤동주는 시의 달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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