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영 소설 『세컨드 레이디』. 선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오지 못했다. 길지 않았던 삶을 그런 암울함 속에서 보낸 기억뿐이다. 그래서 교도소에서 그가 준 성경책을 펼쳤을 때 더럭 겁이 났었다. 다 용서받아도 자신은 용서받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들었었다. 그런 내용이 성경에 써있다면 삶이 더욱 위축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세상 유일한 천사였던 그녀를 삶의 위안으로 삼았던 건지도 몰랐다.
이 책 ‘세컨드레이디’는 소설이면서 동시에 시나리오다. 그게 무슨 말인가. 소설이면 소설이고, 시나리오면 시나리오지. 그러나 독자들은 틀림없이 세컨드레이디를 읽으면서 동시에 시나리오를 읽게 되고, 한 편의 초대박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덤으로 얻게 되지만 결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 “미국이 왜 세계인 양, 미국인이 왜 지구의 시민인 양 행동하는 줄 아십니까. 그건 바로 영화의 역할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영화가 이 세상 어디에서나 포스터를 내붙이고 있음으로 해서 그들의 자부심은 더욱 더 세계 속의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 ‘세컨드레이디’에서 화자는 다시 강변한다. - “이제 영화의 본산은 서울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세계 영화시장의 70퍼센트를 지배하고 있는 할리우드로부터 그 시장을 우리 충무로로 옮겨오는데 목숨을 바치려 합니다.”
현직 교수의 신분으로 한국 영화계의 산증인이자 영화산업의 대부라고 불리는 문화계의 거물, 남현태 교수가 살해되고 그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소설 ‘세컨드레이디’는 부와 명예를 얻고자 영혼을 팔아치우고, 사랑을 팔아 사탄의 시녀가 되는 탐욕의 실체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나간다. 탐욕은, 음부처럼 탁한 곳에서 애벌레마냥 웅크리고 있던 살의마저 기세등등하게 용틀임시킨다. ‘세컨드레이디’는 한 마디로 맹독성의 비료를 뿌려 인위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탐욕의 실체를 잎과 꽃이 모순되게 피는 상사화에 빗대 추리적 기법으로 전개시켜 나간다. 상사화와 송곳, 작가는 두 개의 소품을 이용해 삶의 진정한 가치, 인간 본연의 선악을 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신이 향하는 방향은 어느 쪽인가. 당신은 지금 선과 악의 경계 중 어디쯤 서있는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돈이나 출세, 부와 명예 같은 것보다 훨씬 존귀한 가치가 따로 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주제나 메시지가 무어든 ‘세컨드레이디’는 일단 재미있다. 가독성이 있다. 한 번 펼치면 쉽게 접지 못하고 푹 빠져들게 한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소설임에 틀림없다. 지치고 무거운 마음의 짐을, 쫓기듯 버거운 생활의 무게를 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충분히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머리에
지존의 죽음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대통령의 여자 유일한 용의자 신데렐라와 사탄의 시녀 오누이와 동거남 딜, 은밀한 거래 유착 동반자 아리아드네의 실 송곳살인의 재현 익명의 제보 상사화 이중 복선 역린 고독한 도주 서러운 해후글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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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 [저]
저 [세컨드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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