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 탄생 1,400년을 맞이하여 원효스님 전문가 다섯 학자가 힘을 모아 원효스님을 재조명하는 책[원효, 불교사상의 벼리]. 이 책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원효사상의 산맥을 등정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불교학계에서는 원효사상을 주로 한국불교의 맥락에서 연구해온 측면이 강하다. 이는 한국불교계를 풍부하게 하는 측면은 있지만 불교 전체, 즉 인도불교와 중국불교의 맥락에서 원효의 사상을 자리매김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원효, 불교사상의 벼리』
-원효사상의 새로운 성찰, 인도 및 중국 불교와의 만남
원효는 그간 한국불교학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그 전모가 온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주로 한국불교의 맥락에서 연구된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도 및 중국불교의 주요한 사상들과 원효사상을 비교 연구하여, 원효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였다. 원효 탄생 1400년을 맞아, 원효사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
원효는 한국불교 역사에서 가장 우뚝 솟은 인물로서, 동 시기의 동아시아 불교사상가, 곧 천태종의 지의, 지론종 계열의 혜원, 삼론종의 길장, 화엄종의 법장 등 기라성 같은 중국 고승들과 견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그동안 한국불교학계에서는 누구보다 많이 원효를 연구해왔지만, 그럼에도 아직 원효사상의 전모가 온전히 밝혀졌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원효의 저술과 사상이 논리적으로 탄탄하고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원효가 한국과 중국 불교사상계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고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처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원효사상의 산맥을 등정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불교학계에서는 원효사상을 주로 한국불교의 맥락에서 연구해온 측면이 강하다. 이는 한국불교계를 풍부하게 하는 측면은 있지만 불교 전체, 즉 인도불교와 중국불교의 맥락에서 원효의 사상을 자리매김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원효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을 한국불교의 역사와 사상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불교의 바깥에서 성찰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불교사상사에서 중요하게 인식되어온 사상들을 원효의 사상과 비교하여 살펴보려는 것이다. 예컨대 원효의 화쟁사상을 아비달마불교와 연관해서 바라보고, 천태사상과 원효사상에 공통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밝히며, 원효의 수행관에 인도불교의 『유가사지론』의 영향이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든가, 원효의 제7식 이해와 불교논리학의 이해에 각각 인도불교의 영향이 있다는 것을 거론하는 것 등이다.
이 책에 실린 각 주제별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
1장 권오민의 [원효 교학과 아비달마－화쟁론을 중심으로]에서는 원효의 화쟁和諍과 초기불전의 멸쟁滅諍을 비교하여, 이 둘이 서로 비슷한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원효의 언어관도 소개하고 있으며, 화쟁과 관련지어 원효의 일심一心 개념과 아비달마 불교에서의 일심을 살펴본다.
2장 이병욱의 [천태사상과 원효사상]에서는 두 사상의 공통적 요소를 살펴보고 있는데, 그 첫째는 천태의 무애도無?道와 원효의 무애행無?行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천태와 원효의 정토사상은 유심정토설唯心淨土說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 사이의 차이도 함께 살펴본다.
3장 김도공의 [원효, 그 깨달음의 수행체계]에서는 원효의 『기신론소』와 『별기』에 근거해서 그의 수행론에 대해 접근하는데, 지관止觀수행을 주로 살펴본다. 지에 대해서는 9단계, 4종류의 작의作意로, 관에 대해서는 4종류의 비파사나로 설명하며, 이 외에 참회수행과 염불수행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4장 김성철의 [원효의 제7말라식관]에서는 원효의 유식사상 가운데 말라식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는데, 이는 『이장의』, 『대승기신론소』, 『별기』 등에 나타난다. 주로 『유가사지론석』, 『유가사지론』, 『현양성교론』 등의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추론되며, 화엄종의 법장 및 주류 유식학파의 주장과 구분되는 점도 살펴본다.
5장 배경아의 [원효의 진리론 논증]에서...는 원효의 불교논리학 이해 가운데 “대승불교의 경전은 모두 부처의 가르침이다”를 논증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검토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원효가 주장한 “대승경전은 바른 이치에 부합한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논증식을 살펴보고, 무착, 승군, 현장의 논증식도 살펴본다.
3.
이상의 5개 주제와 연구로 광활한 원효사상을 온전히 소개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원효사상의 주요 내용들은 다 포착하고 있으므로,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원효사상의 중요한 주제들을 두루 섭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원효사상과 불교역사상 주요 사상들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그동안 한국불교에 갇혀 있었던 원효사상의 외연을 넓힐 수 있을 것이며, 원효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 책이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손꼽히는 원효라는 거대한 산맥을 등정하기 위한 든든한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역서 및 논문으로 [유식과 유가행], [여래장과 불성], [섭대승론 증상혜학분 연구], [초기불교의 이념과 명상], [십지경 삼계유심구에 관한 중관과 유식의 해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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