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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의 미래 : 기억의 정치 끝에서 기념문화를 이야기하다
최호근 ㅣ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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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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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page/149*220*28/63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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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8976419958/8976419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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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념의 시대는 벼락처럼 들이닥쳤다. 서로 엉킨 4중 과거사―동학농민혁명, 일제 치하 친일협력,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독재 시기의 인권유린―와 치열한 기억투쟁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 최다의 과거사위원회 보유국이 되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맞이한 기념의 시대는 기억의 불임을 동반했다. 전국 도처에 각종 기념시설이 세워졌지만, 기억에 대한 갈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부실한 기념의 반복에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살아있는 기억을 맛볼 기회를 갖지 못한 젊은 세대가 아예 과거에 대해 무관심해질지도 모른다. 《기념의 미래》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구체적인 현장의 관찰과 분석을 통해 되짚고, 그 미래의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 이 책의 의도는 부제 “기억의 정치 끝에서 기념문화를 이야기하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는 기억의 정치가 이제까지 우리 사회 변화의 견인차였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억의 정치만으로는 앞으로 세상을 바꾸어갈 기억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억정치의 역할은 예산과 부지를 확보하고, 큰 방향을 수립하는 데서 끝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문화의 역할이 본격화된다. 기억투쟁을 통해 마련된 기념 공간과 절차에 호흡을 불어넣어 생동하는 기억을 산출하는 것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기념의 미래》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시대 기념문화에 대한 진단(I부)은 국내와 국외 주요 기념시설에 대한 관찰과 분석(II, III부)을 거쳐, 한국발 기념문화에 대한 전망과 제안으로 끝난다(IV부). I부는 진단의 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념의례가 늘어나고 기념물, 기념공원, 기념관이 속속 생겨나고 있음에도 기억의 갈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박제화된 의례와 기본 개념의 궁리 부족 때문이다. 흐릿한 청사진, 느슨한 로드맵, 모호한 전략은 그 필연적 결과다. 이 문제점들이 정치 과잉과 문화 결핍에서 비롯되었다면, 문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문화의 색을 입히고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는 노력을 다채롭게 펼쳐가야 한다. 이런 진단에서 저자는 기억투쟁에서 기념문화로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II부 ‘우리 기억의 터를 거닐다’에서는 제주, 광주, 영동, 서울이 등장한다. 1948년 제주 4·3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의 중요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12개의 장소들이 다뤄진다. 이 중 네 개가 제주에 있다. 봉개동 언덕의 4·3평화공원, 공동체 붕괴와 개인 삶의 파괴를 고발하는 ‘잃어버린 마을’과 무명천 할머니 집, 그 파괴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조성된 하귀리 영모원이 그것이다. 광주에서는 구 전남도청,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국립 5·18민주묘지와 망월동 묘지에 주목한다. 의거와 죽음, 매장과 기억으로 이어지는 이 네 개의 장소는 아직도 식지 않은 우리 현대사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한 기념의 복합공간이다. 충북 영동에는 한국전쟁기에 피난길에 올랐던 어린아이들, 부녀자들을 포함해 250-300명의 민간인이 3일 동안 철교 아래 쌍굴에 갇혀 미군의 기관총에 목숨을 잃은 통한의 장소 노근리 쌍굴다리가 있다. 서울에서는 현대사 100년을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쟁의 서사를 전개하는 전쟁기념관, ‘국가를 위한 죽음’의 현창하는 국립 서울현충원을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한다. III부 ‘바다 건너 기억의 터를 찾다’에서는 독일, 폴란드, 헝가리, 이스라엘, 미국에 있는 15개 기억의 처소를 다룬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해외 사례들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치기가 저자의 동기는 아니다. 벤치마킹도 탐방과 서술의 이유가 아니다. 저자는 ...
  • 기념문화 이야기를 시작하며 I 우리 시대 기념의 붐을 진단하다 01 기념의 홍수, 기억의 갈증 02 박제화된 의례, 질식된 기억 03 개념 없는 기념 ‘국가를 위한 죽음’과 ‘국가에 의한 죽음’의 혼동 04 정치의 과잉, 문화의 결핍 이제는 기억투쟁에서 기념문화로 이행할 때 II 우리 기억의 터를 거닐다 05 대한민국 기념문화의 최전선 제주 4·3평화공원과 기념관 06 화해와 상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 하귀리 영모원 07 팽나무와 올레 길의 말없는 증언 ‘잃어버린 마을’ 08 아름다운 풍광, 서러운 이야기 무명천 할머니 집 09 시멘트 벽 총흔의 증언 노근리 쌍굴다리 10 식지 않는 집단기억의 불가마 구 전남도청 11 등을 맞댄 두 묘역 국립5·18민주묘지와 망월동 묘지 12 작지만 견실한 기억의 터 5·18민주화운동기록관 13 자책의 사슬을 풀어준 포옹 제37주년 5·18 기념식 14 상설전보다 특별전이 더 좋은 곳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5 진부하지만 울림이 있는 공간 용산 전쟁기념관 16 질서 속의 무질서 동작동 국립 서울 현충원 III 바다 건너 기억의 터를 찾다 17 기억을 새기는 가해자의 방법 뮌헨 나치기록센...
  • "‘기억정치’의 한 부분인 ‘희생의 정치’가 희생자의 죽음의 의미에 대한 사회·정치적 공인으로 일단락되고 나면, ‘기억의 제도화’ 과정이 뒤따른다. 특별법 제정과 진실·정의·화해를 위한 국가위원회 구성은 첫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이행의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위원회의 활동은 진실규명, 정의구현, 화해실현을 위한 제안과 더불어 마감되고, 후속 사업 추진을 위해 공적 자금을 통해 운영되는 각종 기념재단과 기념시설들이 설립된다. 역사교과서를 비롯한 사회과 교과과정 수정과 교과서 개편이 일어나는 것도 이즈음이다. 기억정치의 제도화는 전례 없는 기념의 수요를 촉진한다. 각종 기념시설 조성, 국가기념일 제정, 기념교육기관의 신설과 후원이 본격화된다. 이때부터 예전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가 출현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기억의 정치는 기념공원과 기념관과 기념재단을 세울 땅을 마련하고, 그 기관들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예산 확보와 더불어 끝난다. 땅과 돈의 문제는 정치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기념공원을 ‘어떻게’ 조성하고, 전시를 ‘어떻게’ 설계하며, 전시활용 교육을 ‘어떻게’ 운영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 ‘어떻게’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문화적 역량이다. 목적 실현을 위한 투철한 의지는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투사의 시대는 가고,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의 시대가 도래해야 하는 것이다." ― 50~51쪽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상황에서 해결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87년 6월항쟁 이후다. 전국적으로 과거사에 대한 기억이 부상하면서 1990년에 하귀발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1993년에는 마을 이름이 하귀리로 복원되었다. 4·3 후에 빨갱이 마을의 의심을 떨치기 위해 1953년 동귀리와 귀일리로 개칭했던 이름을 40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이후 10년 동안 마을 구성원들과 타 지역에 나가 살던 사람들은 파괴된 공동체 회복을 위해 진력했다. 그 아름다운 결과가 바로 영모원이다. 죽은 자들을 한자리에 모심으로써 산 자들 사이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는 영모원의 의미는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되기 이전인 2003년 5월에 개장된 데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오랜 세월 서로 품앗이 하며 밭을 일구고 담 자락을 맞대며 살아온 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대리학살과 보복학살의 경험을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다면, 하귀리 영모원은 우리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누군들 그 정도 못하랴?’는 생각을 혹시 품는 이가 있다면, 그는 고향을 모르는 사람이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지독스러운’ 대면공동체에서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린 사안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과거가 현재고, 과거의 기억이 곧 미래를 방향짓는다. 학살의 상승작용 속에서 이미 처절하게 파괴된 공동체는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과거요, 어떻게든 정리하지 않으면 새 출발이 불가능한 현재다. 어쩌면 제주를 모르는 ‘육지 것’들은, 익명의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요즘 것’들은 이 엄혹한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기에 과거사를 이해하는 일은 같은 민족의 역사라고 해도 어려운 법이다." ― 94~95쪽 "차이가 있다면, 하나밖에 없다. 예수는 부활했으나, 망월동에 묻힌 사자들은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점은 이내 사라진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 후 그의 뜻이 제자들을 통해 승계되었던 것처럼, 망월동 망자들의 뜻도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을 통해 계승되고 확산되었다. 문제는 기억이고, 기억하려는 의지다. 그리하여 신군부의 의지와는 정반...
  • 최호근 [저]
  •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시민혁명 이후 서양의 역사를 전공했다. 3년간 육군사관학교 사학과에서 생도들을 가르친 뒤, 콘라드 아네나워 재단의 지원을 받아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막스 베버의 역사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에는 서울대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부산교육대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600만 대학살에 관한 일곱 가지 질문'과'막스 베버와 역사주의Max Weber und der Historismus'등을 썼고,'독일 역사주의','제2차 세계대전과 독일―폴란드의 과거청산'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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